흥을 추구하는 음악계 흐름과 달리, 오히려 현실의 막막함을 들춰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회를 날카롭게 꼬집기보다 그로 인해 아픔을 겪는 이들을 위로하는 따스함에 초점을 맞추면서 힐링을 선사한다. 개코와 최자의 합은 가사와 함께 여느 때보다 깊다. 다만 곡의 감동이 그대로 전해졌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확신하기 어렵다. 베이스로 깔린 하프 사운드가 래핑을 잡아먹는 주객전도의 발생, 그리고 힘이 들어간 채 스며들지 못한 비와이의 스타일 때문이다.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더라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전달의 정도가 달라지지 않는가. 아쉬움이 많이 묻어있는 작품이다.
아메바컬쳐의 15주년 기념곡은 구성의 통일성보다는 개인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는 콜라주를 선택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이 허술하다. 소속 뮤지션들이 알앤비의 바탕 위에 힙합의 프리스타일 랩 배틀인 사이퍼(cypher)의 문법을 빌어 저마다의 ‘오늘’을 이야기하는데, 대화보다는 집단적 독백을 듣는 기분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무너진 일상을 게임과 맥주 생각을 하면서 혼란을 ‘서핑’하듯 타고, ‘허슬’하면서 극복하자는 공허한 위로로 시작된 노래는 이내 레이블의 리더 다이나믹 듀오가 지난 15년을 추억하며 앞으로도 더 열심히 음악을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그 방향성이 모호해진다. 어느 한 쪽의 메시지도 상대와의 조화를 위해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아 흐름이 부자연스럽다.
그 와중에 랩과 노래를 능숙하게 오가는 따마(THAMA)의 존재감, 쏠(SOLE), 핫펠트(HA:TFELT), 선재(snzae) 각자의 음색도 살려야겠고, 레이블 창립 15주년 기념곡이니 다이나믹 듀오의 2005년 히트곡 고백(go back)의 첫 부분도 넣어야겠다는 기술적인 욕심이 작용한 흔적이 투명하게 보인다. 너무 많은 요소가 자리싸움을 하고 있다.
‘나 오늘’은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이 많아도 이런 재료들을 잘 요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메바컬쳐가 앞으로의 15년과 ‘new normal, 새 기준을 쓰는 기획’을 생각하며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