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영국에 천재 아티스트가 등장했다. 전공 악기인 피아노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와 루프 스테이션, 전자 악기를 사용해 원맨밴드를 만들어내며 유튜브를 활용해 세계로 뻗어 나갔다. 그래미에서도 총 4관왕에 오르며 입지를 다졌다. 자신의 방 안에서 모든 걸 이뤄낸 정규 1집 < In My Room >은 탁월한 아카펠라의 활용, 감각적인 편곡으로 제이콥 콜리어만의 지평을 열었다.
재즈를 기반으로 아카펠라, 포크, 펑크, 클래식을 조합해 다양한 사운드를 창조해낸 ‘Djesse’ 컬렉션의 세 번째 앨범이다. < Djesse Vol.1 >은 오케스트라의 폭넓은 활용으로 뮤지컬 스코어 같은 생동감을, < Djesse Vol. 2 >는 재즈, 팝뿐만 아니라 월드뮤직까지 섭렵해 다양성을 보였다. 네 번째 정규 앨범인 < Djesse Vol. 3 >는 신시사이저를 적극 활용해 앰비언스 사운드를 도입한다. 대중적인 멜로디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이질감 없이 조합했다.
앨범의 첫 곡 ‘CLARITY’로 다소 난해한 사운드의 충돌과 함께 우주로의 출발을 선언한다. 이후 앨범의 중반부에는 대중성을 배치했다. 제시 레예스(Jessie Reyez)와 티페인(T-Pain)이 참여한 ‘Count the people’은 어쿠스틱 악기를 배제하고 신시 사운드로만 꾸며져 완벽한 일렉트로닉을 선보인다. 코로나로 인해 월드투어가 미뤄지면서 싱글로 선발매되었던 ‘All I need’는 펑키한 피아노 리프와 슬랩 형태로 연주되는 베이스, 국내에서 ‘BRB’로 인기를 얻은 소울 가수 마할리아(Mahalia)의 보컬로 그루브를 싣는다. 상승하는 전조와 보편적인 작법을 벗어난 코드워크가 단연 돋보이는 곡.
곡들과 알맞게 배치된 아티스트들의 목소리와, 다수 존재하는 가상 악기 소스 안에서도 지저분하지 않은 사운드 메이킹으로 완성도를 높인다. 다니엘 시저(Daniel Caeser)가 함께한 ‘Time alone with you’는 아카펠라를 적극 활용했다. 소리의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사람의 목소리로도 사운드 스케이프를 폭넓게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니멀한 비트 위에 화려한 화성은 재미 요소를 더하는 포인트.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변주가 흐르는 ‘Sleeping on my dreams’는 마치 한 편의 그림을 그려놓은 뒤 음악을 덧입힌 듯 그 짜임새가 독특하다. 장난감을 작동하는 듯한 소리로 재치을 더하고, 후렴구 도입 부분에 겹겹이 쌓인 코러스로 성악의 요소를 더한다. 여기에 펑크 리듬을 가미해 댄서블한 전자음악을 선보인다.
고요한 우주를 연상시키는 마지막 곡 ‘To sleep’으로 앨범은 동면상태에 접어든다. 제이콥 콜리어는 < Djesse Vol. 3 >라는 우주를 맴돌며 자유롭게 유영한다. 무중력을 중력으로 채우고, 차가운 시공간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이렇듯 그만의 차별점은 기존의 것이 아닌 색다른 발상에서 온다. 사운드를 발견하고 창조하며 배치하는 과정을 통해 익숙함과 새로움을 조화롭게 꾸려나간다. 소리의 탄생과 역동하는 다채로움이 여기에 있다.
-수록곡-
1. CLARITY
2. Count the people (Feat. Jessie Reyez & T-Pain)
3. In my bones (Feat. Kimbra & Tank and the Bangas)
4. Time alone with you (Feat. Daniel Caesar)
5. All I need
6. In too deep (Feat. Kiana Ledé)
7. Butterflies
8. Sleeping on my dreams
9. Running outta love (Feat. Tori Kelly)
10. Light it up on me
11. He won’t hold you (Feat. Rapsody)
12. To sle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