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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2021 올해의 팝 앨범

팝의 태동이 심상치 않다. 진부함과 고립에 질린 저마다의 아티스트가 파격적인 변신을 거듭하고, 곳곳에서 새로운 문화의 흐름이 연달아 터져 나오는 추세다. 바다 건너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솔깃한 소식에 귀가 쉴 새 없는 한 해다. IZM이 2021년을 일목요연하게 간추릴 팝 앨범 10장을 소개한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 < Jubilee >

뜻밖의 변화였다. < Psychopomp >의 곤두선 감정이나, <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 >식 심연의 소음이 이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예측을 깼다. 그루브 넘치는 ‘Be sweet’이 선공개되는 순간 앨범의 비범함을 감지했다. 어머니와의 사별에서 파생된 비극적인 감수성을 깊게 가라앉은 소리로 토해내던 그가 보다 다채롭고 밝은 색감의 노래들로 펼친 변신은 예상 밖이지만 아름다웠다. 비로소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팔레트의 확장이었다.

사랑과 상실 등 복잡다단한 감정 전개에도 음악에 귀가 번뜩 뜨인다는 점이 변화의 성공을 천명한다. 치열한 내면의 심상을 가다듬으면서도 난해하지 않은 건 한 곡 한 곡 자체의 매력에 충분히 집중한 덕이다. 드라마틱한 멜로디의 정교한 버무림에 홀린 듯 스며들고 주류 음악 신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보컬의 매력은 듣는 이로 하여금 쉽사리 앨범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아물지 않은 트라우마 그 너머 음악으로 되찾은 용기와 자긍심이다. (이홍현)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 Happier Than Ever >

2019년 청소년기의 불안정한 심리를 대변한 소녀는 ‘Bad guy’로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를 점령했고, 곡이 실린 <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로 62회 그래미 어워드 본상을 휩쓸었다. 가수에게 음악으로 주목받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지만 도를 넘어선 관심은 노래가 아닌 외양을 향했다. 어린 시절 정신 질환의 주범이었던 ‘침대 밑의 괴물’이 허상에 불과했다면 실재하는 ‘익명의 누군가’는 유명인이 떠안아야 하는 새로운 트라우마를 선사한다. 그러나 Z세대 팝스타는 물러서지 않는다.

명예에 뒤따른 희생을 들여다보는 단위는 싱글이 아닌 앨범으로 규정한다. ‘Bad guy’나 ‘Bury a friend’ 같은 히트곡으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낯설 수 있다. 그럼에도 포근한 재즈를 공유하고, 익히 들은 고딕 하모니를 재소환하고, 록 사운드로 희망 섞인 비명을 토해낼 때 예술가의 암울한 현실을 온전히 전한다. 내면 깊은 곳부터 끌어올린 울부짖음에 디지털 시대의 명암이 깜빡이는 순간, 빌리 아일리시는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정다열)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 Call Me If You Get Lost >

개인적 비극과 사회 문제, 물질적 욕구, 사랑 등 공통점 없는 소재가 공존하기에 어쩌면 일관되지 못한 가치관이 혼란스럽다. 그렇기에 < Call Me If You Get Lost >는 한 창작자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전기(傳記)다. 그를 규정짓는 보편적인 것들로부터 싸워온 타일러의 행보가 널브러진 작품의 문법은 ‘랩’. 래퍼로서의 특정을 거부했던 전작 < Igor >란 족쇄에 묶인 예술가가 2000년대 중반 믹스테입 시대의 형식을 빌려와 또 다른 해방을 갈망한다. 어느 때보다 창작 욕구를 불태웠던 당시의 순수로 회귀하며.

두서없이 펼쳐지는 서사는 프랑스 시인 샤를 보를레르에서 따온 페르소나 ‘타일러 보를레르 경’의 단단한 래핑으로 예술성을 획득한다. 고전적인 힙합 작법을 중심으로 재즈부터 하드코어, 알앤비, 보사노바 등 그동안의 타일러를 응축한 트랙들이 개연성을 무시한 채 각자의 존재를 드러낼 법하지만, 이를 억제하고 유기적으로 이어가는 정제 능력도 단연코 뛰어나다. 미로처럼 얽힌 구성에 지향하는 목표를 쉽게 알 수 없지만 애초에 정해진 출구는 없다. 행하는 방식이 곧 길이 되오니. 이에 타일러 자신을 집대성한 앨범은 오히려 그를 하나의 영역으로 정의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를 남기며 대중과 평단에 자유를 선언한다. (손기호)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 Justice >

올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울려 퍼진 팝송 중 하나는 누가 뭐래도 ‘Peaches’일 것이다.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간결한 비트와 독자적인 감성으로 이상적인 대중성을 발현하는 가창. 처음엔 별 반응 없던 이들이 어느덧 이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중독성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그는 지난 앨범 < Changes >(2020)의 부진한 성적을 단번에 만회하며 팝스타의 지위를 탈환했다.

그렇다고 앨범에 이 곡만 있는 것은 아니다. ’Peaches’ 외에도 들을 거리가 산적하다. 리드미컬한 가스펠을 의도한 ‘Holy’, 1980년대의 신스팝 스타일을 활용한 ‘Die for you’, 마치 파워 발라드를 듣는 듯한 의외성이 돋보이는 ‘Anyone’ 등 어색하지 않은 한도 내에서 음악적인 변주 또한 충실히 이행했다. 무엇보다, 신앙심에 기반한 자기반성과 각오가 노래에 진정성을 배가시키고 있다는 점이 크다. 감상이 거듭될수록 가랑비에 옷 젖듯 그의 서사에 동화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만큼 음악과 자아의 일체감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겨우내 찾은 내면의 평화가 많은 음악 팬들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그 경이로운 광경. 이 작품을 통해 생생히 체험할 수 있을 터. (황선업)

도자 캣(Doja Cat) < Planet Her >

세련되고 화려하지만 복작거리지는 않는 쇼핑몰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도자 캣의 세 번째 정규 앨범 < Planet Her >는 팝, 알앤비, 힙합을 큰 줄기로 하면서 아프로비트, 레게톤, 멈블 랩, 트랩 등 여러 스타일로 가지를 뻗는다. 꽤 다채롭게 구성했음에도 곡들의 사운드가 매끈해서 조금도 어수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군살 없는 프로듀싱이 앨범을 한층 말쑥하게 만들어 줬다.

도자 캣의 보컬 또한 음반의 세공을 거든 주역이다. 묵직하지 않은 음성 덕분에 앨범은 내내 살랑거리는 모양을 띤다. 느린 템포, 잠잠한 곡에서는 미성이 부드러움과 어둑한 분위기를 증대한다. 이와 더불어 곳곳에서 박력과 탄력 있는 래핑을 펼침으로써 생기, 리드미컬함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도자 캣의 능란한 보컬과 유행의 선두에 위치한 곡들이 만나 바로 체감 가능한 상승효과를 몰고 왔다. (한동윤)

리틀 심즈(Little Simz) <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 >

메간 더 스탈리온, 도자 캣, 카디 비 같이 현재 차트의 소유권을 차지한 대다수의 주류 여성 래퍼만큼이나, 동시에 매년 언더그라운드에서 묵직한 실력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여성 랩 스타가 등장하고 있다. 서정성을 무기 삼으며 상징적인 키워드를 하나씩 점유한 이 아티스트들이 그렇다. ‘익명’ 아래 행해지는 무소불위의 폭력을 노래한 노네임, ‘헌정’을 기반으로 갈등과 차별 앞에 목소리를 내세운 랩소디, 그리고 치장된 껍질에 가려진 진실 어린 ‘내향성’에 초점을 둔 올해의 주인공 리틀 심즈다.

장대한 오프닝 트랙 ‘Introvert’부터 ‘Miss understood’의 개운한 해방까지 이어지는 한 시간의 러닝타임 전부가 하이라이트다. 유연한 움직임 속 꽉 찬 펀치를 뻗는 ‘Woman’, 뮤지컬적인 연출로 몰입감을 획득하는 ‘I love you, I hate you’와 ‘Standing ovation’, < Grey Area >의 날카로움을 계승한 ‘Speed’ 등 수많은 킬링트랙이 고점을 거듭 갱신한다. 웅장한 현악 세션과 정교한 샘플링을 배가한 프로덕션은 감정의 광활한 폭을 따스하게 포용하고, 날렵하고 탄탄한 래핑이 그 이음새를 이어붙인다. 정통성을 극한으로 다듬어 대중과 평단을 모두 포획한 올라운더 <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 >가 쟁취한 것은, 한 아티스트의 입지적 작품이라는 영예만이 아닌 2020년대 명반의 새로운 바이블로 장식되었다는 선포다. (장준환)

알로 파크스(Arlo Parks) < Collapsed In Sunbeams >

데뷔 싱글 ‘Cola’로 영국의 신인 등용문 BBC 사운드 오브 시리즈에 이름을 올린 2000년생 시인 겸 싱어송라이터 알로 파크스는 매체에 구애받지 않는 뛰어난 창작가다. 은유적, 압축적인 시와 달리 음악에서 그의 섬세한 시선은 명징한 언어로 치환된다. 특히 우정, 양성애, 인간관계에 대한 혼란 등 노랫말에 녹아든 일상적인 감정의 편린은 듣는 이의 마음에 가닿으며 빛을 발한다.

카메라 필름의 한 종류인 마지막 트랙의 이름 ‘Portra 400’이 시사하듯 앨범에는 보편적인 노스탤지어도 녹아있다. 소울과 재즈를 적절히 버무린 ‘Hurt’, 트립합 스타일의 비트를 사용한 ‘For violet’ 등 다채로운 재료는 신인 뮤지션의 개성을 집약적으로 표현한다. 알로 파크스의 목소리는 햇살이 쏟아지는 하늘처럼 맑지만 예리한 시선과 고찰은 천진하지 않다. 거리두기로 사람들과 체온을 나누기 어려운 시대에 걸맞은 따뜻하고도 첨예한 앨범이다. (정수민)

블랙 컨트리 뉴 로드(Black Country, New Road) < For The First Time >

2018년 런던에서 결성되어 발매한 그들의 데뷔 작은 현 포스트 록 신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자유로운 타 장르간 이합집산은 록 밴드 기본 구성에 바이올리니스트와 색소폰 편성을 더해 더욱 유기적으로 다가온다. 이들의 전위적인 스타일은 프리 재즈(Free Jazz)에서 감지되는 확장성과 매쓰 록(Math Rock)의 복잡다단한 리듬에서 온다. 이 독창적인 조합의 결과물은 록 신 ‘올해의 발견’이다. (신현태)

레미 울프(Remi Wolf) < Juno >

트렌드를 반영한 뮤지션을 ‘발견’하는 것은 즐겁다. 레미 울프. 아직 이름이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 유명 광고에 그의 노래가 쓰였고 음악 디깅을 좀 한다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반향이 생기고 있다. 특징은 자신을 잘 꾸밀 줄 안다는 것. 다양한 컬러를 조합해 옷을 입고 그 형형색색의 빛깔이 그대로 뮤직비디오를 수놓는다.

음악 역시 외적 차림과 닮았다. 짧은 러닝타임의 수록곡들이 전자음을 중심으로 펑키하고 발랄하게 울려 퍼진다. 그의 음악 안에 팬데믹의 흔적은 없으며 되레 우리의 머리를 끄덕이며 뛰게 할 것들이 가득하다. 올리비아 로드리고, 더 키드 라로이, 릴 나스 엑스 등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출생의 뮤지션들이 음악계를 뒤흔드는 와중 1996년생의 레미 울프가 당차게 출사표를 냈다. 쫀쫀하고 촘촘하게 엮인 유기적인 음반 속 요새 음악의 매력 포인트들이 빽빽하다. (박수진)

애벌랜치스(The Avalanches) < We Will Always Love You >

대중음악사에서 음악 만들기의 문법은 시시각각 변화했다. 한 땀 한 땀 자기 손으로 짓는 정공법부터 기존의 음악을 이어붙인 사운드 콜라주까지. 과거의 시선으로 어쩌면 사파 취급받았을 호주 밴드 애벌랜치스는 외려 과거 소스의 사용을 극한으로 밀어붙인 후 고유한 음악성을 더한다. 재활용의 미학. 그렇게 플런더포닉스의 권위자가 된 이들은 전작들에 이어 또 한 번 사이키델릭하고도 우주적인 소리샘을 구현한다.

그들의 금광은 마르지 않는다. 복고풍 전자음악 ‘Born to lose’는 미니멀리즘의 거장 스티브 라이히의 ‘Electric counterpoint: I. fast’ 속 반복성을 낚아챈다. 반면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Eye in the sky’가 진두지휘하는 ‘Interstellar love’나 버트 바카락의 멜로디를 품은 ‘The divine chord’는 대중과의 접점이다. 샘플링 음원의 지지직 바늘 튀는 소리는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접속 신호. 음원 속 예술가들의 숨결과 애벌랜치스의 프로덕션, 초호화 피처링 진의 지원사격은 시공간을 무색게 하는 합종연횡이다. (염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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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Call Me If You Get Lost'(2021)

평가: 4/5

정확하게 ‘Yonkers’로부터 10년, 그리고 앞으로 10년 후를 상정할 때 그 중앙에 위치한 < Call Me If You Get Lost >는 유의미한 교두보로 자리할 것이다. 이는 대중과 평단 양측의 찬사를 거머쥔 < Flower Boy >와 < Igor > 연작 이후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낳은 시기성과 질적 성취를 겸비한 결과물이라는 점, 그러면서도 안정적인 상승세에 만족하지 않고 또 한 번 변혁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도출한 확신이다.

그간 타일러의 변화 양상이 잘게 분리되어 압축된다. 개개의 사운드 파편에서 전작들의 흔적을 쉽게 떠올리고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일련의 조합을 거친 거시적 단계에서의 작품은 마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고유의 것처럼 다가온다. 이는 각각 동일한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덜어내기식 작법과 일관된 사운드스케이프로 깔끔한 가공을 거친 콘셉트 아트 < Igor >와는 정반대로 무작위의 영감이 즉발하고 소리의 헝겊을 덕지덕지 덧댄 옴니버스 방법론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Sir baudelaire’의 나지막한 읊조림(‘The sum beamin’)처럼 햇살이 내리쬐면, 거대 초호화 크루즈의 일원인 타일러 사단이 고급 패키지 여행의 시작을 알린다. 여러 관광지를 방문하듯 구불구불하게 짜인 트랙 리스트는 곡 저마다의 완급과 작풍, 주제에 따라 유연하게 배치된 일종의 항해 노선이다. 이에 < 악의 꽃 >의 주인이자, 방탕하고 사치스러운 라이프스타일로 알려진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이름을 차용한 캐릭터 ‘타일러 보들레르 경’이 더해지며 럭셔리한 분위기에 입체감을 불어넣는다. ‘Bunnyhop’이나 ‘Creator’ 등 그를 거쳐 간 과거 수식어를 연신 강조하는 모습에서는 간혹 여러 페르소나를 나열하며 다방면의 세계관을 결부하던 데이비드 보위의 행보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주요하게 군림하는 것은 독특하게도 여름이라는 배경적 요소다. 첫 트랙의 느슨하게 늘어지는 로파이 질감 도입부나 ‘Wusyaname’의 파스텔 톤 영상만큼이나 더위를 머금은 채 느리게 전개되는 베이비페이스 풍의 감미로운 비트, ‘Runitup’의 뒤뚱거리는 브라스와 변형된 보컬은 작열하는 아지랑이를 연상케 한다. 10분에 달하는 대곡 ‘Sweet / I thought you wanted to dance’의 은은한 신스 리프는 지속적인 가열로 상대를 천천히 녹여내는 수단이다. 그리고 점차 작품은 단순 시청각적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마치 태생부터 일체화되어 있었다는 듯 강도 높은 공감각적 자극을 발현하기 시작한다. < Flower Boy >가 그랬듯 오로지 테크니컬한 감각만으로 카타르시스를 일궈낸 셈이다.

가장 큰 변화는 참여진의 모습을 철저히 감추며 프런트맨으로서의 역량을 강조하던 전작과 달리 여러 인물의 존재감을 강하게 피력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더이상 사운드 질료의 일부가 아닌 주체로서 타일러와 단단히 결속하고 화답한다. ‘갱스터 그릴즈’의 과격한 추임새로 열기와 호응을 끌어내는 디제이 드라마는 릴 웨인과 영 지지와 도모했던 믹스테입의 추억을 유발하되, 3인칭적 위치에서 앨범의 전반적인 조력자를 자처한다. 그 결과 날렵한 호흡을 맞추며 긴박함을 끌어내는 ‘Corso’의 진행은 역대 곡 중에서도 손꼽히는 쾌감을 선사하며 앨범의 하이라이트로 단단히 자리매김한다.

‘Hot wind blows’에서 정교한 라임을 펼치는 릴 웨인과 ‘Manifesto’에서 과격하던 초창기 시절을 호출하는 도모 제네시스(Domo Genesis), 그리고 ‘Who dat boy’ 격의 캐치한 히트 넘버를 장식한 ‘Juggernaut’의 릴 우지 버트와 퍼렐 윌리엄스의 존재는 각자의 분명한 사명감과 의의를 지닌다. 여러 지원군과 양분하며 공동체의 상생을 표하고 ‘랩’에 초점을 두던 오드 퓨처 시절로의 일시적 회귀다. 또한 홀로 8분가량을 쉬지 않고 사랑과 질투의 감정을 세밀하게 토로하는 ‘Wilshire’는 완성도 높은 서사와 표현과 더불어 성장한 그의 랩 실력을 단박에 피력하는 구간이다. 과거 < Igor >가 그래미 어워드 랩/힙합 부문에서 수상했을 당시 ‘이 앨범은 팝 부문에 속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하던 그이지만, 본작으로 하여금 분명 그가 힙합을 기반으로 출발한 뮤지션임을 공고화하고 팝적 영역과의 교류 역시 원만하게 펼치며 그가 지닌 무서운 스펙트럼을 입증한다.

믹스테입의 아마추어리즘과 그래미 수상자의 프로 의식이 혼재한 < Call Me If You Get Lost >는 가히 종잡을 수 없는 타일러 스타일의 총체이자 프로듀서와 래퍼로서의 진척도를 말끔하게 담아낸 정산의 결과다. 의도적인 방향성 흐리기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성의 장을 개척하고 단일 주제에 구애받지 않는 방식으로 어디로든 뻗어 나갈 수 있는 갈래를 마련한다. 마치 과거로도, 혹은 미래로도 향할 수 있는 중간 지점에 유유히 선 채 ‘길을 잃었다면 내게 전화해’라는 여유로운 문구와 함께 언제든 모험에 탑승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건네며 말이다.

– 수록곡 –
1. Sir baudelaire (Feat. DJ Drama)
2. Corso 
3. Lemonhead (Feat. 42 Dugg)
4. Wusyaname (Feat. Youngboy Never Broke Again & Ty Dolla $ign)
5. Lumberjack
6. Hot wind blows (Feat. Lil Wayne) 
7. Massa
8. Runitup (Feat. Teezo Touchdown)
9. Menifesto (Feat. Domo Genesis)
10. Sweet / I never thought you wanted to dance (Feat. Brent Faiyaz, Fana Hues)
11. Momma talk
12. Rise! (Feat. Daisy World)
13. Blessed
14. Juggernaut (Feat. Lil Uzi Vert, Pharrel Williams)
15. Wilshire 
16.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