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코포니가 빚어낸 세계는 아름답다. 죽은 어머니를 기린 < 和(화) >와 사랑이 새기고 간 흉터를 어루만지는 < 夢 (Dream) >. 지난 정규작 모두 어두운 감정의 씨앗을 영감의 원천으로 두고 있지만, 눈이 부실 만큼 찬란한 광채를 머금는다. ‘승화’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아티스트다.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그의 공연에서 뷔욕(Bjork)의 예술적 후광을 목격했다는 수많은 이들의 증언은 결코 과언이 아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을 담은 싱글 ‘변화’는 애니메이터 송하영과의 협업 작품이다. 영상의 스토리보드를 기반으로 제작한 곡이기에 뮤직비디오 감상이 수반된다. 의도만큼이나 소리와 그림이 자아내는 시청각적 쾌감이 우수하다. 쓸쓸함이 웃도는 스트링과 카코포니의 신묘한 목소리부터 애니메이션의 색채와 어우러지고, 날개가 돋아나는 극적인 장면에 맞춰 폭발하는 음향 연출은 몰입을 배가한다. 무엇보다 시련을 딛고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날아가는 마지막 모습에서 카코포니가 걸어온 길을 떠올린다. 여러모로 또 한 번 ‘승화’라는 수식어에 확신을 더하게 만드는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