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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To Pimp A Butterfly'(2015)

< good kid, m.A.A.d city >의 큰 성공과 ‘컨트롤 대란’의 시발점으로 유명한 벌스, ‘나는 뉴욕의 왕이다’는 켄드릭 라마를 한순간에 스타덤에 오르게 했다. 모든 세간의 이목은 그에게 집중되었고, 선 공개된 싱글 ‘i’와 ‘The blacker than berry’는 그가 들려줄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켰다. 그리고 발매일보다 일주일 먼저 깜짝 공개된 < To Pimp a Butterfly >는 이러한 기대를 보란 듯이 넘어섰다. 여러 평단의 찬사는 이미 전작의 것을 넘어섰다.

스펙트럼이 달라졌다. 앨범을 아우르는 사운드는 이전과 동떨어진 펑크(Funk), 재즈, 블루스, 알앤비의 것인 데다 ‘Swimming Pool’과 ‘m.A.A.d city’만큼의 강렬한 임팩트도 없다. 그럼에도,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는 당연히 곡이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와 독보적인 그의 래핑, 그리고 이들을 재단한 수준 높은 프로듀싱이다. 전작부터 함께한 프로듀서진과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와 퍼렐 윌리엄스 등 유명 뮤지션과의 호흡은 각각의 곡들에 개성을 불어넣었다.

하퍼 리(Harper Lee)의 소설 <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에서 따온 앨범의 제목과 보리스 가디너의 ‘Every nigga is a star’를 샘플링한 첫 트랙의 도입부에서 주제는 명확히 제시된다. 앨범엔 흑인의 고된 삶에 대한 서술과 그들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대한 고발, 비난의 메타포로 가득하다. 또한, 우수로 가득 찬 자아의 성찰과 흑인 엠씨로서의 입장과 막중한 책임감에 대한 그의 사색은 비판적이고 계몽적인 메시지를 내포한다.

고민의 흔적이 여러 트랙에서 나타난다. 힘겹게 높은 지위와 부를 얻은 흑인들을 몰락시키는 사회제도를 고발하는 ‘Wesley’s Theory’를 시작으로, 이들을 핍박하고 제도화하는 부의 속성을 비판하는 ‘Institutionalized’, 내러티브의 형식으로 빈민의 고난을 이야기하는 ‘How much a dollar cost’를 지나 ‘Complexion’은 피부색이 가져다주는 편견의 무의미함을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자기 비판적인 태도는 여전하다. ‘u’에서는 그의 출신지 컴튼(Compton)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일들을 잊고 현실에 안주하는 자신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표출하고, ‘The blacker than berry’에선 자신을 위선자라고 깎아내리며 흑인사회에서의 존중의 중요성을 강요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가진 힘과 파급력에 대해 고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내비치며 곡이 주는 메시지의 설득력을 배가한다.

텍스트를 펼쳐내는 래핑 또한 탁월하다. 다채로운 플로우와 라임을 유지하면서도 주제의식을 벗어나지 않는 단어의 선택은 전작에 이은 작사가로서 뛰어난 재량을 보여주고, 톤을 자유분방하게 변경하며 여러 화자를 오가는 래핑은 마치 그가 곡 안에서 ‘연기’를 하는듯한 착각에 들게 한다.

가사를 곱씹어봐야 진가를 발휘하는, 결코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될 앨범이다. 시대를 성실히 성찰하고 생각하는 아티스트의 ‘흑인의, 흑인에 의한, 그러나 모두를 위한’ 메시지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근래 흑인 인권을 위해 이렇게 광대한 목소리를 낸 사람이 있었을까. 감히, 마틴 루터 킹의 환생이다.

– 수록곡 –
1. Wesley’s theory (Feat. George Clinton & Thundercat) 
2. For free? (Interlude)
3. King kunta 
4. Institutionalized (Feat. Bilal, Anna Wise & Snoop Dogg)
5. These walls (Feat. Bilal, Anna Wise & Thundercat) 
6. u
7. Alright
8. For sale? (Interlude)
9. Momma
10. Hood politics
11. How much a dollar cost (Feat. James Fauntleroy & Ronald Isley)
12. Complexion (A Zulu love) (Feat. Rapsody)
13. The blacker the berry 
14. You ain’t gotta lie (Momma said)
15. i
16. Mortal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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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흑인의 살 권리를 노래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자유와 평등의 국가, 미국의 이면에는 흑인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과 멸시의 역사가 존재한다. 강제 이주 및 노예제로 건국 초기부터 고통을 받았던 흑인들은 노예제가 철폐된 이후에도 오랜 기간 백인들과 동등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전설적 여가수 빌리 홀리데이는 1939년 ‘Strange fruit’에서 적나라한 비유를 통해 참혹한 현실을 드러냈다. 노예제 폐지는 명목상의 해방이었을뿐, 실질적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짐 크로우 법’을 두고 각층의 목소리가 충돌하고, 말콤 엑스와 마틴 루터 킹 주니어가 등장했던 격동의 1960년대 전후, 혼란스러운 흑인들을 위로한 것은 음악이었다. 샘 쿡은 ‘A change is gonna come’으로 따뜻한 격려를 건넸고, 제임스 브라운의 ‘Say it loud – I’m Black and I’m Proud’는 흥겨운 펑크(funk)로 사람들을 독려했다. 

밥 말리의 ‘Redemption song’퀸시 존스가 주도한 1980년대 인기 가수들의 대형 프로젝트 ‘We are the world’는 더 넓은 메시지를 함의했지만, 흑인들에게는 연대의 송가와도 같았다. 1990년대에 들어 마이클 잭슨은 ‘Black or white’로 흑백의 화합을 노래했고, 1993년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는 대규모 카드 섹션으로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Strange fruit’으로부터 70년이 흐른 지난 2009년, 미국은 건국 이래 최초로 흑인 대통령을 맞이했다. 척 베리와 리틀 리차드, 마빈 게이와 제임스 브라운을 거쳐 1980년대 마이클 잭슨에 이르자 음악계 최전선에 서는 흑인 아티스트들도 다수 등장했다. 1990년대를 전후로 힙합과 뉴잭스윙, 알앤비 등 흑인 음악이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고, 어셔와 비욘세, 알리시아 키스 등 걸출한 팝스타들이 연속으로 등장하며 블랙 뮤직은 최전성기를 맞았다. 불과 150여년 전만 해도 ‘민스트럴시'(우스꽝스러운 흑인 분장을 한 백인들의 엔터테인먼트 쇼)가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감개무량이며 천지개벽이다.

많은 부분에서 인종의 평등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미국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는 흑백 갈등이다. 트레이본 마틴 살인 사건 등 2012년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미국 내 잔존하는 흑인에 대한 편견과 멸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고, 흑인 사회는 ‘흑인도 살 권리가 있다'(‘Black lives matter’)며 외치기 시작했다. 음악인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50여년 전 샘 쿡이 그랬듯, 오늘 날을 살아가는 뮤지션들은 음악으로 흑인들을 독려하는 동시에 끈질기게 남아있는 인종간 반목을 없애기 위한 노래를 내놓았다.

2013년 말 개봉한 영화 < 노예 12년 >은 비인간적 인종 차별이 얼마나 비극적인 역사를 만들었는지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 일깨움이 채 가시기도 전인 2014년 8월, 퍼거슨 시에서 비무장 흑인 소년이 백인 경찰 총에 숨지는 사태가 일어나자 흑인 사회의 집단 움직임은 뚜렷해졌다. 연말까지 평화 집회와 폭력이 수반된 소요가 계속되며 좀처럼 진정되지 않던 분위기에 커먼(Common)과 존 레전드의 ‘Glory’는 새로운 앤썸(anthem)이 됐다. 1960년대 흑인 민권 운동을 조명한 영화 < 셀마 >의 사운드트랙으로 사용된 노래는 성가를 연상케하는 진행과 현실을 녹여낸 가사로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비슷한 시기에 디안젤로가 14년 만에 ‘검은 구세주’라는 뜻의 < Black Messiah >를 발표하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거창한 음반 제목과 달리 수록곡 다수가 보편적 사랑 노래로 채워졌지만, ‘우린 그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원했다’고 읊조리는 ‘The charade’와 인트로부터 1분 30초간을 1960, 70년대의 급진, 과격주의 흑인 운동조직 ‘흑표당’의 유명 연설들로 채운 ‘1000 deaths’가 흑인 사회를 결집시켰다. 팝의 요소를 차용해 수용 범위를 넓힌 피비알앤비(PBR&B) 등이 주류로 부상한 것과 관계없이 정통의 흑인 음악에 충실하는 완강한 스탠스를 보인 것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이듬해인 2015년 3월 발매된 켄드릭 라마의 < To Pimp A Butterfly >는 이 모든 것의 정점이었다. 블루스와 재즈, 펑크(funk)와 알앤비 등 흑인 음악을 총 망라해 자양분 삼고, 거대한 스토리텔링 안에 흑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고통을 녹여낸 걸작에 흑인 사회는 뜨겁게 응답했다. 그는 돈과 섹스, 마약에 몰두하는 여타 랩퍼와는 확연히 달랐다. ‘피부색으로 적이 될 수 없다’고 일갈하는 ‘Complexion(A Zulu Love)’, 뼈 아픈 노예의 역사와 상술한 트레이본 마틴 살인 사건을 각각 언급한 ‘Wesley’s theory’‘The blacker than berry’ 등 앨범의 모든 곡이 가려운 곳을 긁어냈다. ‘마틴 루터 킹의 환생’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 To Pimp A Butterfly >의 충격파가 한창이던 2015년 4월, 백인 경관에 의해 흑인 청년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일주일 사이에 2회 연속으로 벌어지자 흑인 사회는 분노에 휩싸였다. 사건이 벌어진 곳 중 하나인 볼티모어에서는 대규모 폭력 시위가 벌어졌고, 비욘세와 아이스 큐브(Ice Cube) 등 많은 흑인 아티스트가 경찰을 규탄하고 시위대를 지지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인종과 무관하게 지치고 상처입은 볼티모어를 음악으로 위로한 것은 록 레전드 프린스였다. 평소 저작권에 엄격해 유튜브에 동영상 게시도 꺼리던 그는 ‘모두 총을 치워버리고 서로 사랑하자’는 인류애적 메시지를 담은 흥겨운 펑크(funk)곡 ‘Baltimore’를 무료로 공개하며 평화와 화합을 노래했다.

“정의가 없는 곳에는 평화도 존재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또 다시 피 흘리는 날을 겪어야 하나요?
우는 것도, 사람들이 죽는 것에도 지쳤습니다.
모두 총을 치워버립시다.”
– ‘Baltimore’, 프린스(Prince)

지난 2월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50회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콜드플레이의 몫이었으나, 정작 언론과 SNS를 달군 것은 단 3분간 무대에 오른 비욘세였다. 주체적 여성상을 강조하던 기존 기조에 흑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더한 신곡 ‘Formation’을 슈퍼볼 하루 전에 기습 발매하며 관심을 독차지한 그는, 음원 공개 이튿날 하프타임 쇼에서 선보인 신곡 무대로 단숨에 논란의 중심이 됐다.

검은 제복과 베레모 차림을 한 댄서들의 의상과, 주먹을 쥔 채 하늘로 팔을 뻗는 등의 안무가 1960년대 ‘흑표당’을 떠오르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비롯, 비욘세를 향한 보수세력의 맹공이 이어졌고 급기야 SNS에서는 반(反)비욘세 시위를 도모하는 움직임까지 생겨났다. 노래는 특정 음원 서비스 업체(TIDAL)에서만 판매되었고 뮤직비디오 역시 링크가 없으면 감상이 불가능했지만 사회적 파급력은 상당했다.

자유와 평등의 국가 미국은 정작 백인을 제외한 다른 인종에게 온전한 자유, 평등을 허용하지 않았다. 버스의 좌석 구분은 없어졌지만 고질적인 편견에서 비롯된 멸시와 기저에 깔린 백인 우월주의는 아직 남아있다. 빠르게 바뀐 세상에 비하면 지독하게 오래 지속된 갈등이다.

70년 전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로 위안을 얻었을 세대의 손자, 손녀들이 이제는 켄드릭 라마와 비욘세의 격려를 받는다. ‘Black lives matter’ 슬로건이 한창 펄럭이는 지금, 미국은 가던 길과 새로운 길, 그 기로에 서있다.

(20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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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1988)

60년대 정신을 계승한 예비 ‘갱스타 랩’의 살벌한 파티

『뉴스위크』는 92년 10월 미국사회의 여론과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 엘리트 100인’을 선정했다. 영화, 레코드, 신문, 방송 등 문화관련 분야의 유력 인사들이 고루 지명되었는데 대중음악관계자로는 마돈나, 윈턴 마샬리스, 워너 뮤직 회장인 로버트 모가도, 랩 프로듀서 러셀 시먼즈 그리고 처크 디(Chuck D)가 포함되었다.

처크 디는 바로 랩 그룹 퍼블릭 에니미(Public Enemy)를 이끄는 인물로 리드싱어이자 노랫말을 대부분 쓰는 그룹의 명실상부한 간판이었다. 그가 랩 가수에 불과하면서 그처럼 문화 엘리트에 꼽힌 이유는 당연했다. 흑인들의 거리음악인 랩에 흑인정신을 실어 많은 흑인들에게 자긍심을 일깨워준, 가수의 위치를 넘어선 흑인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흑인들은 그의 주장에 따라 움직였으며 그의 노랫말에 일말의 후련함을 맛보았다. 이 앨범이 그들의 대표작이자 문제작이었다. 88년에 발표되어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흑인 제시 잭슨 목사가 부상하던 시기에 회오리를 야기했다.

여기에는 흑인 현실에 대한 자각을 기반으로 한 단결과 결집 요구, 투쟁의식 고취, 소요의 정당성, 백인 파워 엘리트에 대한 성전(聖戰) 의식 등 흑인의 항거의식이 총망라되어 있다. ‘최후의 결전을 향한 카운트다운'(Countdown to armageddon) ‘마인드 테러리스트'(Mind terrorist) ‘폭탄보다 요란한'(Louder than bomb) ‘중단없는 저항'(Rebel without a pause) 등 노래 제목을 보라!

권리, 평등! 우린 그것을 쟁취하러 간다. 이 투쟁의 잔치는 66년에 시작되었지. 흑인을 찬양하는 과격성을 섞어서 말야. 그 때 12시에 어떤 힘이 그것을 잘라내면서 지옥으로부터 출현했지. 그것이 바로 너희들의 정부란 거야. 그것 때문에 우리의 파티가 있는 거지. ‘투쟁의 권리를 위한 파티'(Party for your right to fight)

처크 디는 이 앨범을 “리얼리즘을 표출한 마빈 게이의 앨범 < 무슨 일이지 >(What’s going on)를 힙합(hip hop)으로 해석하고자 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마틴 루터 킹, 말콤 X 등 흑인지도자와 과격한 운동단체 블랙 무슬림(Black muslim)의 리더 루이스 퍼러칸의 이름을 수록곡 곳곳에 등장시키고 있다. 백인에 대한 공격성이 실로 이보다 과격하게 또 무시무시하게 표출된 앨범은 없다.

음악적으로도 퍼블릭 에니미는 랩이 가지는 ‘소음’의 성격을 감추지 않고 헤비 메탈을 랩과 섞는 등 한층 시끄러움을 증폭시키려 했다. 프로듀서 행크 쇼클리는 ‘랩의 소음을 확실히 보여주자. 대신 그것에 무언가를 생각해보도록 할 것을 집어넣자’는 기획에 따라 이 앨범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수록곡 ‘소음을 전달하라'(Bring the noise)가 그 증거다.

이 앨범은 이처럼 흑인 랩의 새로운 패턴을 제시해 다대(多大)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흑인 음악이 어떤 것을 합성하고 덧입히고 하는 작위적 작업방식이 여기서 비롯되었다. 그 뒤로 단순히 곡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꾸미는 것이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이 작품이 시대를 가르는 명반 대열에 빠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릭 루빈의 데프 잼 레코드사와 계약하면서 음반을 낸 퍼블릭 에니미는 직설적인 가사로 인해 87년 데뷔 시절부터 ‘랩의 블랙 팬더스’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이른바 초강력 갱스타 랩(gangsta rap)의 표본그룹이 되었다. 하지만 닐 영의 지적처럼 60년대 저항음악의 언어를 계승한 랩의 본질을 누구보다 잘 구현해 그들의 2집인 이 음반에 이르러서는 일각의 백인들도 예의 주시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과격 속에 흐르는 진실이 일부 공감을 얻게 된 것이었다.

당시 너무나 오해된 랩의 저항의식과 시대를 앞서간 사운드가 농축된 고(高)부가가치 앨범이다. 여기에선 백인 지배층에 대한 불신을 담은 ‘그 말을 믿지마'(Don’t believe the hype)가 싱글로 나와 히트했다.

(20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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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빈 게이(Marvin Gaye) ‘What’s Going On'(1971)

‘미국병’의 진단을 통해 모타운에 덤벼든 아티스트의 용기

“당신 말야. 오늘 신문 봤어? 켄트주립대학에서 죽은 학생들에 대한 기사 읽었지? 켄트사태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잠도 못자고 계속 울기만 했다니까. 이제 달이라든지 유월 어쩌구하는 3분 짜리 노래를 부르는 건 싫어.”

마빈 게이는 이렇게 목청을 높이면서 모타운 레코드사의 작곡가인 알 클리블랜드와 레날도 벤슨이 ‘무슨 일이지'(What’s going on)를 써 가지고 왔을 때 예전처럼 신변잡기식 노래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때 그의 관심은 월남전에 쏠려있었다. 자신의 친동생 프랭키가 파월장병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반전시위를 하던 켄트주립대학 학생들이 진압군의 M1소총에 맞아 죽은 비극적 사태에 더욱 충격을 받은 마빈 게이는 개과천선으로 급선회, 이제부터는 사회의식을 담은 노래를 하기로 작정했다.

그는 점점 사그러들고 있는 흑인정신을 되살리고 싶었다. 고통을 노래하고 기존에 저항하는 위대한 소울의 정신을 그는 잊지 않았다. 마빈 게이의 걸작이자 팝 역사의 명반으로 떠받들어지는 < 무슨 일이지 >(What’s Going On)는 그렇게 하여 탄생되었다. 그것은 실로 그 시점 미국이 안고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고뇌하는 한 인간의 35분 짜리 명상이었다.

“어머니, 너무 많은 당신들이 울고 있어요. 형제여. 너무 많은 그대들이 죽고 있어요… 전쟁이 해답은 아냐. 사랑만이 증오를 무너뜨릴 수 있지. 여기에 사랑을 건넬 길을 찾아야만 해. ‘무슨 일이지'”

이 노래를 잇는 ‘형제여 무슨 일이야'(What’s happening, brother)는 바로 동생 프랭키가 베트남에서 겪은 체험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 두 곡이 주제의 측면에서 앨범 전체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마빈 게이는 ‘시내의 블루스'(Inner city blues)에서 도시 빈민가 흑인들의 곤궁을 요사했고, ‘내게 자비를'(Mercy mercy me)에서는 파괴되어가는 환경, 즉 공해를 노래했다. ‘어린이를 구하자'(Save the children)는 미래가 없는 세상에 대한 비탄이 담겨 있다. 소재가 광범위하지만 ‘고통’이라는 핵심 테마와는 모두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음반이 ‘흑인 아티스트 최초의 컨셉트 앨범’으로 규정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무거운 성격을 드러내고 있으니 모타운 회사측의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베리 고디 사장은 당시 레코드 구매자들이 사회비평의 음반은 원치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사적인 컨셉트가 대중들에게 부담을 초래해 ‘상업적인 자살’ 행위가 되리라는 것이었다.

타이틀 곡이 히트하고 있는데도 그는 4개월이나 앨범 출시를 유보했다. “빨리 풀어. 안그러면 다시는 당신들을 위해 음반 안만들테니까. 이건 내 마지막 경고야.” 마빈 게이는 새로운 것에 빗장을 걸고 있는 회사측의 한심한 태도에 광분했다.

하지만 결국 승리자는 마빈 게이였다. 앨범은 출반하자마자 승승장구해 소울 차트는 정상을 밟았고 팝차트에도 10위권에 진입했다. 뿐만 아니라 타이틀곡을 비롯, ‘시내의 블루스’, ‘내게 자비를’ 등 3개의 히트싱글이 터져 나와 모두 차트 톱10에 랭크되었다. 앨범의 판매고는 8백만장에 달해 그 때까지 모타운 사상 가장 잘팔린 음반으로 기록되었다. 그것은 ‘대중의 수준’을 무시한 베리 고디 사장에게 대중이 내린 무서운 응징이었다.

마빈 게이의 승리는 저절로 얻은 것이 아니라 투쟁의 소산이기도 했다. 신념을 갖고 자기 주장을 관철해 모험을 기피했던 모타운 회사의 제작 스탭을 물리치고 자신 스스로 프로듀스한 음반을 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전까지 모타운은 소속 작곡가나 기획자들이 음반제작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마빈 게이와 이 앨범이 갖는 또 하나의 업적은 그 같은 판도를 뒤엎고 회사로부터 ‘아티스트의 자유’를 쟁취했다는 데 있다.

사운드의 측면에서도 이 앨범은 모타운 사운드의 획기적 전환을 초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쿠바의 전통음악인 콩가의 연주가 전체에 깔리면서 스트링(絃)과 함께 유연하게 삽입된 색소폰 연주, 은은하면서 두꺼운 보컬 하모니가 주도하는 제3세계적 음악 그리고 재즈와 가스펠의 분위기는 미들 템포의 리듬과 더불어 전에 없던 스타일이었다. 마빈 게이는 이렇게 하여 모타운의 새로운 70년대 사운드를 개척하는 위업을 쌓았다.

이 작품의 의의는 사회 분위기가 보수적으로 흘러도 위대한 소울 음악이 보여준 사회적 양심은 여전히 꿈틀대고 있음을 알린 것에 있다. 나중 흑인 목사 제시 잭슨은 이 앨범을 듣고 마빈 게이에게 “당신은 누구보다 훌륭한 성직자”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롤링 스톤』지의 묘사처럼 < 무슨 일이지 >는 잭슨 목사뿐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소울 음악과 그 가치에 눈을 뜨게 했다.

-수록곡-
1. What’s Going On
2. What’s Happening Brother
3. Flyin’ High (In The Friendly Sky)
4. Save The Children
5. God Is Love
6. Mercy Mercy Me (The Ecology)
7. Right On
8. Wholy Holy
9. Inner City Blues (Make Me Wanna Holler)

20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