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후 3년 반의 예열 끝에 낸 첫 번째 정규 음반 < Lowlife Princess: Noir >는 자의식에 충실하다. 전곡 작사와 몇 트랙의 작곡으로 지분을 높였고 영화적 구성으로 삶의 관점과 시선을 드러냈다. 오디션 프로그램 < 더 팬 >에서의 활약과 꾸준한 음원 발매로 지명도를 확보한 알앤비 뮤지션 비비에게 분기점이 되어줄 음반이다.
‘못된 놈’을 뜻하는 영어단어 ‘Lowlife’와 공주를 결합해 이미지를 굳혔다. 이상적 아름다움 대신 까칠하고 기센 캐릭터를 확립했지만, 그 곁에 인간적 면모가 공존했다. “얼마나 더 벌어야 쳐담아야 외롭지 않아지려나”라는 ‘Lowlife princess’ 속 공허감과 숨 막히는 셀럽의 삶을 표현한 ‘마녀사냥’은 화려하고 힙한 젊은 뮤지션 이전의 한 인간으로서의 고민이다.
직설화법과 우회적 표현이 교차했다. “포도주의 빵과 배부른 돼지들의 춤 / 죽어라 따라줘 악마들의 춤사위”의 은유로 사회상을 풍자한 ‘가면무도회’는 알앤비의 감각을 극대화하고 “춤추는 저 장미를 꺾어 완성한 왕관 나의 것 / 다시는 얼씬 못하게 가시를 친 성관”의 ‘나쁜X’에선 애정의 광기를 드리웠다.
전체적으로 일관된 트랙별 러닝타임과 인터루드(Interlude) 성격의 1분대 곡들로 구성적 측면을 강조했다. 누아르 분위기의 서사는 톡 쏘는 비비의 캐릭터와 만나 선명도를 높였고 간결한 피아노 반주에 국악적인 색채를 더한 ‘불륜’와 록 풍의 ‘City love’로 트랩 비트와 레게톤의 트렌디한 사운드 사이에 다양성을 심었다.
대중 음악가에게 브랜딩은 중요하다. 실력과 카리스마를 두루 갖춘 비비는 솔직한 노랫말과 감각적인 사운드로 토양을 다졌고 신보 < Lowlife Princess: Noir >로 정체성을 확고하게 했다. 알앤비와 힙합 양쪽을 오가며 거침없이 풀어내는 서사로 MZ세대에 소구력을 발휘했다.
-수록곡-
1. Intro
2. 철학보다 무서운건 비비의 총알
3. 나쁜X
4. 가면무도회
5. 모토스피드 24시
6. 불륜
7. Loveholic’s hangover (starring 샘김)
8. Wet nightmare
9. 마녀사냥
10. Lowlife princess
11. 조또
12. City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