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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무+ ‘Better’ (Feat. 빅 나티) (2022)

평가: 3.5/5

기대감만큼이나 흐뭇함이 감도는 조합이다. 마마무의 멤버인 문별과 솔라로 이뤄진 2인 유닛 ‘마마무+’가 첫 주행을 알린다. 음악의 경우 말 그대로 마마무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플러스’ 버전에 가까운데, 그룹의 특장점인 가창력을 2인용에 맞춰 다듬은 운용이 돋보인다. 흑인 음색이 강한 휘인과 화사의 색보다, 비교적 선명한 음색의 두 멤버를 필두로 한 산뜻한 청취감이 연료가 되는 이유다.

가볍고도 확실한 도입으로 귀를 사로잡는 솔라와 능숙하고 담백하게 그 기조를 이어가는 문별의 교류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주요 포인트는 동승자로 낙점된 빅 나티의 존재다. 미니멀한 분위기의 곡 전부를 둘이서 채우기엔 다소 심심할 수 있던 상황. 랩과 보컬을 유연하게 오가는 빅 나티의 캐릭터가 부족했던 2%의 공백을 메우는 접착제로 작용한다. 시행착오 과정임에도 독특한 삼위일체 덕분에 설렘이 앞선다. 이들의 이름인 ‘플러스’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하는 OTT 서비스처럼 생각지도 못한 결과물이 등장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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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BoA) ‘BETTER’

평가: 3.5/5

데뷔 20주년. 이제 보아는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 솔로 가수 이상의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아시아의 별’ 같은 거창한 칭호를 잠시 내려놓아도 케이팝 세계화의 프로토타입, 가혹한 트레이닝과 거듭된 의문을 모두 감내하고 이겨낸 극복 스토리, 쉬지 않고 탄탄히 쌓아 올린 디스코그래피가 넘볼 수 없는 입지전(立志傳)을 구축한다. 하지만 10번째 정규 앨범 < Better >는 여유로운 커리어 톺아보기가 아니다. 여전히 전진하는 베테랑 아티스트의 치열함 아래 소속사의 정신과 지향점이 짙게 물들어있다.

‘Better’의 전면 배치부터가 그렇다. 실험적이었던 ‘Woman’과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Kiss my lips’, ‘Only one’ 대신 오랜만에 정통 SMP를 복각하는 모습은 일종의 선언처럼 느껴진다. 결코 대중적인 선택지라 볼 수 없음에도 이 곡을 상징적인 작품의 타이틀로 선정했다는 데서 회사는 ‘ID : Peace B’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보아의 서사를 핵심 아이덴티티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이것이 자사의 세계관 중심에 있음을 역설한다. 과감하고 강렬한 사운드를 힘 있는 가창과 퍼포먼스로 완성하는 노래 속 2020년의 보아가 2000년대의 보아, 2010년대 보아와 함께 호흡한다.

여러 부분에서 < Better >는 < Kiss My Lips >처럼 개인의 작품보다 기획사 단위의 결과물로 인식된다. ‘Better’에서 ‘Temptations’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태민의 ‘Criminal’ – ‘일식 (Black Rose)’를 연상케 하고, 보아가 작업에 참여한 보사노바 스타일의 트랙 ‘All that jazz’는 NCT의 ‘Dancing in the rain’과 유사한 위치 배치와 구조를 가져간다. < Woman >에서도 지적된 바 있는 약점으로, 강렬하게 출발한 첫 트랙이 긴장감을 불어넣으나 막상 결과물은 여전히 관습적인 프로덕션의 흔적이 남아 점차 느슨해지는 모습이다. 문샤인(Moonshine)의 그루비한 ‘Got me good’은 ‘Better’의 자매 트랙으로 후반부 무게중심을 잡으며 ‘Gravity’는 전형적인 발라드 패턴의 곡으로 차분한 마무리를 의도하는 기능에 충실할 뿐 아티스트의 새로운 베스트 넘버가 되기엔 약하다.

그럼에도 보아의 영민한 곡 해석 능력과 장르 불문의 아우라는 안이한 노래에도 특별함을 부여한다. 런던 노이즈(LDN Noise)가 제공한 선 굵은 베이스 기반의 디스코 곡 ‘L.O.V.E’에서 팔세토 가창으로 코러스와 호흡을 맞추며 감각적인 면모를 더하더니 모던한 ‘Honey & diamonds’에서는 섬세한 가녀림과 강한 확신을 오가며 내부의 다양한 무드를 오간다. 미니멀한 비트에서 한껏 숨을 죽이고 냉정하게 켄지의 가사를 내뱉는 ‘Cut me off’도 독특한 지점. 2010년대 초중반 유행한 팝 스타일을 가리키는 수록곡임에도 매끄럽게 잘 소화하여 현재의 것으로 옮겨오는 관록이 돋보인다.

일률적 기획의 아쉬움은 감동을 선사하는 쪽이 퍼포머로의 보아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현재와 미래를 투영하는 보아의 곡이라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로파이 질감의 유행하는 얼트 알앤비 장르를 활용한 ‘Cloud’, 공간감 있는 구성과 두터운 하모니, 벅차오르는 드럼의 ‘Start over’는 그가 갈 수 있는 길이 아직도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 Only One > 속 ‘네모난 바퀴’가 떠오르는 ‘Little bird’에서 ‘마침내 난 꿈을 이뤘죠 / 넘어진 만큼 더 높이 뛸 수 있었죠’라 자유로이 노래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은 앨범에서 가장 거대한 카타르시스다. 이런 순간이 이 의미 있는 작품에 그리 많지 않다.

잘 만든 팝 앨범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멈춤 없이 진격을 외친 것에 비해 음악 그 자체로 큰 파도를 몰고 오진 못한다. 자연스러운 감동 이전에 SM 브랜드 철학의 재확립 전략과 그 속에서 보아의 ‘경영철학’ 역할이 먼저 다가온다. SM은 보아가 있기에 어떤 확장과 다소 허황되어 보이는 도전이라도 과감히 시도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최근작들과 < Better >에서 보아 운신의 폭은 제한적으로 느껴진다. 그만큼 보아가 그들의 생각 이상으로 큰 이름인 것이다. 소속사의 정수와 같은 아티스트의 기념작은 수작이 아니라 걸작이어야 했다.

– 수록곡 –
1. Better
2. Temptations
3. Cloud
4. All that jazz
5. L.O.V.E
6. Cut me off
7. Got me good
8. Honey & diamonds
9. Start over
10. Gravity
11. Little 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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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Zayn) ‘Better’ (2020

평가: 3/5

2018년 발표한 2집 < Icarus Falls > 이후 이 년만인 지금 세 번째 정규 앨범을 예고하며 발매한 신곡이다. 반복되는 어쿠스틱 기타 리프와 박자를 구분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배치한 날것의 드럼 비트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이루지만, 오랜 연인과의 갈등이 부여한 서사를 강약조절을 통해 표현하는 제인 말리크의 목소리가 더해져 뚜렷한 선율로 각인된다. 원 디렉션 탈퇴 이후 꾸준하게 자신의 색을 정제해온 그의 보컬 능력이 ‘Better’를 통해 어느 때보다 깊게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