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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맥스(Ava Max) ‘Diamonds & Dancefloors’ (2023)

평가: 2.5/5

유독 산전수전이 많았다. 2022년 4월부터 연속된 싱글의 부진 속 9월로 예정되었던 발매일은 이듬해 1월로 넘어갔고, 그 사이 바이닐이 발송되어 전 트랙이 유출되는 사고도 벌어졌다. 아트워크까지 바꾸고 비수기를 노려 겨우 세상의 빛을 본 차기작의 차트 순위는 빌보드 앨범 차트 34위. 상업적인 성과가 전부는 아니나 치열한 팝 전선에서 적잖은 인지도를 쌓은 에이바 맥스이기에 결코 달가운 숫자는 아니다.

‘천국’과 ‘지옥’ 콘셉트를 잡았던 전작 < Heaven & Hell >과 비교하면 신보 < Diamonds & Dancefloors >는 훨씬 간결하다. 춤으로 치환한 이별의 아픔과 1980년대 복고 댄스 사운드가 그 키워드다. 전자의 발상은 로빈(Robyn) 이후로 막대한 범람을 겪고 있으며, 후자는 후발주자 프레임에 넣기 민망할 정도로 지속 유행 중이다. 본래 낯익은 멜로디를 통한 접근성 최대화가 에이바 맥스의 히트 전략이었음을 생각하면 이러한 기획은 그의 캐릭터에 전적으로 부합한다.

앨범은 전적으로 보편성에 의존한다. 장점은 전반적으로 고르게 뽑힌 멜로디,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로댄스 장르의 채택을 통한 이른바 ‘뽕끼’의 구현이다. 고급화를 추구하는 대신 시작부터 끝까지 흥의 주입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어 감상의 복잡함은 없다. 2010년대 초중반 팝 히트 싱글을 여럿 주조한 프로듀서 서쿳(Cirkut)을 비롯해 크레딧을 빽빽하게 채운 제작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대부분의 곡이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담보한다.

뼈아픈 한계는 ‘에이바 맥스여야 하는’ 근거의 부재다. 트렌드와 과거를 이리저리 결합한 그의 음악은 라디오와 알고리즘에 걸렸을 때 스킵할 이유는 없으나 그렇다고 구태여 찾아 들을 유인책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엇비슷한 트랙 사이 그나마 강하게 각인되는 구간은 ‘Weapons’의 난데없는 호통 ‘Stop! using your words as weapons’ 정도인데, 이 또한 ‘Kings & queens’, ‘Not your Barbie girl’ 등 아티스트의 고질병인 일차원적 가사와 연결되는 소모적인 밈(meme)에 가깝다. 딱히 본인이 바라던 바는 아닐 것이다.

공산품이라는 타이틀 하에 음악 자체를 애써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요는 지금의 브랜딩이 단기적인 상승과 화제 몰이는 가능케 했어도 차별성 획득과 장기적인 생명력 유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케이티 페리식의 범대중적 어필 또는 칼리 래 젭슨의 사례처럼 장르의 컬트 아이콘 노선을 노린다면 모를까, 그의 야욕이 가리키는 방향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가혹하지만 ‘괜찮은’ 수준의 음악으로 살아남기에 클럽은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이미 만석이다.

-수록곡-
1. Million dollar baby
2. Sleepwalker
3. Maybe you’re the problem
4. Ghost
5. Hold up (Wait a minute)
6. Weapons
7. Diamonds & dancefloors
8. In the dark
9. Turn off the lights
10. One of us
11. Get outta my heart
12. Cold as ice
13. Last night on Earth
14. Dancing’s d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