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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 파크스(Arlo Parks) ‘Collapsed In Sunbeams'(2021)

평가: 3.5/5

아지랑이 피는 잔향 속 시는 노래가 되어 따사로운 햇살처럼 부서진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 Frank >처럼 자유롭고 노라 존스의 < Come Away With Me >처럼 우아하며, 코린 베일리 래의 숙련된 자연스러움이 어우러진 이 세계는 청각으로 다가와 구어체의 가사로 읽히고, 다채로운 공감각의 심상을 펼쳐낸다.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는 아니지만 견고한 만듦새가 반복 청취의 욕구를 자극한다.

풍부한 감상은 앨범의 주인공 알로 파크스(Arlo Parks)가 2000년생, 올해로 만 스무 살이라는 신인이라는 데서 놀라움으로 바뀐다. 익히 그를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감탄보단 재능의 증명처럼 다가와 뿌듯한 작품이기도 하다. 하긴 패션 브랜드 구찌와 영화감독 구스 반 산트의 선택을 받고, 영국 국영 방송국 BBC의 ‘사운드 오브(Sound of)’ 시리즈에 이름을 올리며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 겸 시인이 된 그의 데뷔작이 서툴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일 터.

네오 소울과 재즈, 1990년대 영국 트립합을 아우르는 알로 파크스의 음악은 빛바랜 노스탤지어 필름처럼 로파이(Lo-fi) 질감의 인디 팝이다. 짙은 리버브의 기타 연주와 날 것의 비트, 안개 짙은 코러스 위 사춘기의 혼란과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 코로나 19로 건조해진 세상을 바라본다. 여타 MZ세대 뮤지션들과 마찬가지로 깊은 곳 가라앉은 음울이 감지되지만 그의 음악은 물 빠진 무채색이 아니라 겨우내 몽우리 진 꽃봉오리처럼 생기롭다. 

그 바탕에는 깊은 목소리가 있다. 앞서 언급한 선배들과 더불어 더 인터넷의 시드(Syd), 자밀라 우즈(Jamila Woods) 등 시카고 소울 싱어들을 연상케 하는 알로 파크스의 노래는 선명하다. 또박또박한 발음과 깊은 목소리로 노래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강약을 조절한다. 앨범을 여는 ‘Collapsed in sunbeams’의 시낭송으로부터 선명한 ‘Too good’과 쓸쓸한 울림을 담은 ‘Caroline’의 대비, 라디오헤드의 영향이 느껴지는 ‘Eugene’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가창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온화하다. 이유 없는 좌절과 친구에 대한 오해는 ‘Bluish’처럼 십대의 특권이지만 그는 보다 낮은 곳을 향해 위로하고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는 데 집중한다. 우울에 몸부림치는 친구에게 건네는 ‘Black dog’의 위로는 현실적이고 ‘Hope’는 제목처럼 긴 설명 대신 ‘넌 혼자가 아니야’라며 따뜻하게 손을 잡는다. ‘삶의 어려운 부분을 직면하면서도 비참하지 않고, 순진하지 않으면서도 희망적이어야 했다’라 밝힌 애플 뮤직과의 인터뷰가 문득 머리를 스친다. 

차분한 작품임에도 ‘가디언’지가 ‘비정한 겨울의 깊은 곳에 불어온 따뜻한 바람’이라 평가한 이유를 어렵지 않게 이해한다. 때때로 곡의 차별성이 흐릿해지고 일상에 중점을 둔 노랫말이 단조롭게 들릴 때도 있지만, 오히려 방금 막 사춘기 터널을 벗어난 젊음의 솔직한 자기표현 같아 반갑다. 로파이 힙스터들의 취향을 저격하면서도 현학적인 태도 대신 직관적인 언어로 노래하며 대중과의 소통을 염두한 점 역시 좋다. 거리두기와 마스크의 어두운 시대 속에도 눈부시게 화창한 날을 꿈꾸게 하는 청춘의 성장 시집.

– 수록곡 –
1. Collapsed in sunbeams
2. Hurt
3. Too good
4. Hope
5. Caroline
6. Black dog
7. Green eyes
8. Just go
9. For violet
10. Eugene
11. Bluish
12. Portra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