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Album POP Album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Positions’ (2020)

평가: 1.5/5

풋풋한 소녀를 거쳐 자신의 가치관을 당당히 말하는 주인공까지. 아리아나 그란데는 발매하는 앨범마다 고스란히 성숙의 발자국을 담아왔다. 그러나 마치 ‘thank you, next’를 14곡으로 늘려 매만진 듯, 전체적으로 디스코그래피를 그려봤을 때 이번 음반 < Positions >는 애매한 지점에서 익숙함의 질감만을 전한다. 물론 그 속을 파고들면 아티스트에게 일어난 커다란 변화를 캐치할 수 있다.

앨범 제목대로 그의 ‘위치’가 바뀌었다. 남성의 것과 같았던 머니/섹스 토크를 여성의 영역으로 가져온 < Dangerous Woman >, ‘7 rings‘ 그리고 ‘God is a woman’으로 새로운 시각을 펼쳐 놓은 < Sweetener > 속 주체성은 온데간데없다. 스스로를 바라보고 있던 시선이 상대에게 고정되면서 아티스트는 자연스레 자신의 자리를 내어준다. ‘Positions’의 “너를 위해 내 모습을 바꾸고 싶어(Switchin’ for the positions for you)”. 이 한 문장이 뒤바뀌어버린 자리를 입증하면서 누군가를 위해, 특히 성(性)적으로 자처하는 이미지를 단박에 그려지게 한다.

주춤한 가사와 달리 잘 세공된 보컬은 호재로 작용한다. 애인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얻은 몽글몽글한 감정을 목소리에 온전히 실었다. 흘러가는 물처럼 표현하는 창법의 다른 곡과 달리, 비트를 강조한 ‘Obvious’와 ‘Pov’는 감칠맛을 살려 쫀쫀함을 담은 흥미로운 구간이다. 도자 캣의 든든한 피처링으로 시너지를 만든 ‘Motive’와 알앤비 사운드 속 휘슬을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My hair’도 근사한 결과물이다. 따스한 사랑 아래 절제된 정서와 지루함을 덜어주는 스킬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있다.

영리하고 민첩하게 움직여온 아티스트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힘있는 고음과 한 방을 노리는 선율 대신 스트리밍 시대 유행에 발맞춘 미니멀 사운드로의 집중을 견고히 다진다. 듣고 즐기기에 무리는 없으나, 노랫말로 인해 앨범은 모호한 색깔을 띤다. ’34 + 35’의 “난 이미 네 아내지만, 날 내연녀처럼 대해도 좋아(Even though I’m wifey, you can hit it like a side chick)”를 통해 아리아나가 ‘누군가의 여자’로 돌아섰음을 알 수 있다. 진솔함과 의존성,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에 조금은 아쉬운 작품.

-수록곡-
1. Shut up
2. 34 + 35
3. Motive (With. Doja Cat) 
4. Just like magic
5. Off the table (With. The Weeknd)
6. Six thirty
7. Safety net (Feat. Ty Dolla $ign)
8. My hair 
9. Nasty
10. West side
11. Love language
12. Positions
13. Obvious 
14. Pov 

Categories
POP Single Single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positions’ (2020)

평가: 3/5

2019년 다섯 번째 정규작인 < thank u, next >의 ‘7 rings’, ‘break up with your girlfriend, i’m bored’, ‘thank u, next’로 차트에 줄을 세웠던 아리아나 그란데가 2020년 끝자락에 돌아와 다시 발자국을 남겼다. 저스틴 비버와의 ‘Stuck with u’, 피처링으로 참여한 ‘Rain on me’에 이어 새 앨범 < Positions >의 선 싱글 ‘positions’까지 올해에만 3곡이 정상에 올랐다. 이는 빌보드 핫 100에서 넘버원으로 처음 출발한 그의 5번째 노래이자,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전 작의 ‘ghostin’이 2018년 세상을 떠난 전 남자친구 맥 밀러를 기리는 곡이었다면, 이번 ‘positions’는 지금의 애인인 달튼 고메즈를 위한 세레나데에 가깝다. ‘하늘이 내게 너를 보냈어’라는 가사부터 통통 튀는 현악기와 밤의 운치를 남기는 귀뚜라미 소리까지 달이 비추는 창가에 앉아 연인을 노래하는 아리아나 그란데가 떠오른다. 젊은 나이에도 사랑에 관해선 다사다난했던 그였기에 이 사랑가에서도 진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Categories
POP Single Single

아리아나 그란데 & 저스틴 비버(Ariana Grande & Justin Bieber) ‘Stuck with u’ (2020)

평가: 3/5

코로나 시대에도 아름다움은 있어야 한다. 최고의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와 저스틴 비버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에 머무르라(Stay At Home)’ 캠페인을 1950년대 두왑(Doo-wap) 알앤비 스타일의 낭만으로 홍보한다.

아무리 갇혀 있는 신세라지만 다르게 바라보면 소중한 사람들과 더 많이 함께할 수 있는 기회 아닌가. 에드 시런의 ‘Perfect’를 연상케 하는 로맨틱한 멜로디와 보컬 콜라보 위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전 세계 사람들(당연히 유명인들이 다수다)의 영상이 흐르고, 노래로 거둔 모든 온라인 수익을 코로나 사태와 싸우고 있는 경찰, 의료진, 소방관 자녀들에게 장학금으로 기부한다는 훈훈한 소식까지 전한다.

‘사람 하나 없는 거리를 보며
네가 이 세상은 끝난다고 말해도
난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우리에겐 시간이 아주 많아’

정말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노래는 자칫 부자들의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다행히 ‘Stuck with u’는 교만하지 않다. 곡 자체는 평범하지만 소박하게 상처를 위로하며 희망과 사랑을 노래하고 기부를 통해 진심으로 사람들을 돕겠다는 선한 의지가 들린다. 지난 3월 배우 갤 가돗과 셀럽들이 오만하게 존 레논의 ‘Imagine’을 부르며 힘이 되겠노라 위선을 떨던 모습과는 다르다.

이 진솔함으로 아리아나와 저스틴은 발매 첫 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거머쥐며 성공적인 재난 극복 캠페인 사례를 써내려가고 있다.

Categories
Album POP Album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thank u, next'(2019)

평가: 4/5

질끈 올려 묶은 포니테일의 인상은 강렬했다. 그 뚜렷한 이미지는 한동안 아리아나 그란데의 음악적·인격적 정체성을 규정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그의 음악에서 인간 ‘아리아나 그란데’를 읽고 있다. < thank u, next >는 그 길에 놓인 중요한 첫 포석이다. 비슷한 방향에 있을 전작 < Sweetener >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 Sweetener >가 주변 현실에 대한 가수의 반응에 가까웠다면, < thank u, next >의 시선은 그 현실이 바꾸어놓은 가수 자신을 향한다.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겠다는 뜻은 타이틀에서부터 드러난다. 몽환적이고도 달콤한 키보드 위로 자신의 전 애인들을 나열하는 ‘thank u, next’에서 두 명의 주인공을 상상하기는 불가능하다. 곡의 유일한 주인공은 떠난 이들을 향한 분노나 매달림 없이, 그저 그들 각각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를 돌아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할 때, 영화 < 사운드 오브 뮤직 > OST를 음산하게 뒤튼 싱잉 랩으로 “내가 원하면, 난 가져(I want it, I got it)”를 연발하는 ‘7 rings‘의 이질성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

가수 본인의 감정을 첫머리에 놓은 덕에, 팝 음악의 주 문법인 ‘사랑 노래’의 표현도 한층 다채로워졌다. 사랑에 빠진 설렘을 노래하는 단출한 ‘needy’부터 도발적인 ‘break up with your girlfriend, i’m bored’, 능글맞은 언어유희로 유혹하는 ‘make up’까지 자연스럽게 가수와 녹아든다. 한편 전에는 자주 보여주지 않던 우울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전 애인 맥 밀러를 향한 그리움을 처연하게 노래한 발라드 ‘ghostin’은 흘려들어선 안 될 트랙이며, 1960년대 소울 가수 웬디 르네의 ‘After laugter(comes tears)’를 샘플링한 ‘fake smile’도 아리아나의 그늘을 그대로 담았다. 밝은 곡조로 아릿한 내용을 노래하는 ‘imagine’도 씁쓸한 감상을 남긴다.

고음을 자제한 보컬, 귀를 때리는 전자음의 부재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아리아나는 1990년대 알앤비와 자신의 초기작을 조금씩 닮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프로듀서 토미 브라운(Tommy Brown)과 맥스 마틴(Max Martin), 싱어송라이터 빅토리아 모넷(Victoria Monét) 등 초기작을 함께한 동료들이 만든 무대다. 여유로운 공간감 덕에 음색과 언어가 한껏 강조되고, 그 매력은 적당한 음압을 유지하는 ‘needy’나 ‘thank u, next’같은 곡에서 유감없이 나타난다.

잘 들리는 음악으로 넓은 공감을 얻어야 하는 팝 앨범의 의무와 ‘아리아나 그란데’ 자신의 이야기. < thank u, next >는 그 두 영역을 절묘하게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어쩌면 그건, 같은 사랑 노래를 하면서도 ‘누군가의 여자’를 넘어 자신에게 집중한 이 앨범의 방향성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복잡한 절차 없이) 남자 래퍼처럼 곡을 내고 싶다”며 ‘thank u, next’를 기습발매해버린 것과도 얼마간 닿아 있을지도 모른다. 닐 암스트롱의 유명한 말을 패러디한 ‘NASA’의 도입부처럼, “One small step for woman, One giant leap for womankind!”

  • – 수록곡 –
  1. imagine
  2. needy
  3. NASA
  4. bloodline
  5. fake smile
  6. bad idea
  7. make up
  8. ghostin
  9. in my head
  10. 7 rings
  11. thank u, next
  12. break up with your girlfriend, i’m bo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