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핑크는 2019년 블랙아이드필승과 손잡고 발표한 ‘%% (응응)’부터 작년 ‘Dillema’까지 고혹적인 레트로 사운드를 유지했다. 덕분에 마의 7년을 무사히 넘겨 11년을 맞이한 그룹은 초심으로 회귀한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산뜻하고 발랄한 음악은 데뷔 초기의 요정 콘셉트를 다시금 가져온다.
현악기와 결합한 통통 튀는 비트와 멤버들의 안정적인 보컬엔 풋풋함은 없다. 하지만 11년 차 걸그룹의 여유로움과 능숙함으로 11년 전의 팀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반가움을 안긴다. ‘Do Not Disturb (방해 금지)’ 의미처럼 실험적인 시도 없이 가장 자연스러운 에이핑크를 보여줬다.
많은 것이 변했다. K팝 아이돌의 징크스라는 마의 7년을 넘기고, 자축해야 할 10주년 기념 음반은 1년 연기 됐다. 발매 약 2달 후에는 손나은이 탈퇴해 인원 구성에도 변동이 생겼다. 활동 전후로 위험은 도사리고 있었지만 음악은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취한다. 3연속으로 대표곡을 맡았던 블랙아이드필승이 ‘덤더럼’, ‘%%(응응)’에 이어 다시 간판을 맡았으며 외국 작가진이 늘었고 트렌디한 힙합 뮤지션(비오, 박재범)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활동 초 ‘Nonono’, ‘Luv’처럼 옅은 뉴 잭 스윙 리듬 위 맑고 청순한 심상을 주무기로 삼았던 이들은 반복 지적되던 1세대 여자 아이돌과의 비교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자 음악의 다양한 모습을 입혀왔다. 타이틀곡 ‘Dilemma’ 역시 금관악기 음색의 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한 댄스 팝이다. 노래 자체는 축하와 어울리지 않지만 조금은 무겁고 농도 짙은 분위기는 성공적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한다.
유닛(보미, 나은, 하영) 곡 ‘Red carpet’의 끌어당기는 후렴, ‘Holy moly’의 오묘한 다중성부, ‘Trip’의 매끄러운 보컬 라인 등 매력은 곳곳에 숨어 있지만, 중반부에 강한 리듬이 몰려 있는 탓에 전체적인 흐름은 뒤로 갈수록 힘을 잃는다. 이런 앨범의 리듬은 핵심인 팬송 ‘작은 별’과 ‘고마워’에서 나온다. 에이핑크의 밝은 이미지가 담긴 전반부와 10주년 팬을 위해 목소리 하나하나에 집중한 후반부로 나뉜 개연성을 발휘한다.
위기는 있어도 흔들림은 없다. 풍성한 음악 속에 강한 진심까지 담았으니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 11주년에 걸맞게 11곡으로 구성한 < Horn >은 개별 활동에도 열중인 이들을 팀 에이핑크로 결속한다. 앨범은 팬들을 향하지만, 그룹을 하나로 묶는 매듭이자, 새로운 장수돌을 알리는 팡파르로 그 의미를 확장한다. 에이핑크에게 결과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
-수록곡- 1. Dilemma (추천) 2. Holy moly 3. My oh my 4. Nothing 5. Red carpet (추천) 6. Single rider 7. Free & love 8. 그날의 봄 (Just like this) 9. Trip (추천) 10. 작은 별 (Dream) 11. 고마워 (Thank you)
2018년과 그 이듬해에 낸 전작 ‘1도 없어‘와 ‘%%(응응)‘으로 청순한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하려 했던 에이핑크가 1년 3개월여 만에 발매한 미니앨범 < LOOK >의 타이틀이다. ‘덤더럼’은 앞선 두 곡을 담당한 프로듀서 팀 블랙아이드필승과 전군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며 그 기조를 이어간다. 변화 이전의 에이핑크가 차용한 작법이 과거를 빌려와 친숙한 느낌을 주는 데 주력했다면 같은 문법을 선택한 이번 노래는 난해하다. 다만 낯선 음악이 주는 감상은 불편이 아닌 신비로운 체험에 가깝다.
일렉트로니카 기반의 댄스 넘버 ‘덤더럼’은 ‘거짓말 같다고 말하지 마’라며 끝 음을 의도적으로 끊는 마디 구성과 두 번째 후렴구의 배경을 채우는 애드리브 등 고전적인 방식을 꺼냈다. 레트로란 큰 틀에서 멜로디 진행을 유지한 채 곡을 관통하는 라틴 분위기를 두 번째 절로 진입하기 전 동양적으로 환기하고, 편곡을 절제하며 목소리를 강조하는 브리지를 지나 등장하는 신시사이저 리드 등 계속된 변주가 신선도를 유지한다. 생소한 변화 속에 흔들릴 수 있던 곡을 반복되는 가사 ‘덤더럼 덤덤’과 신시사이저 라인으로 통일성을 얻어 균형을 잡는다.
10년이란 시간 속 에이핑크는 그들에게 각인된 대중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고 의문스러웠던 시도들이 ‘덤더럼’을 통해 설득력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