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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마리, 민니 ((여자)아이들)(Anne Marie, Minnie ((G)I-DLE)) ‘Expectations’ (2023)

평가: 2.5/5

귀에 쉽게 들어오는 깔끔한 분위기의 팝이다. 기타 사운드가 전개의 중심을 잡아주며 곡의 전반적인 감성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간다. 이러한 전개 위에 주체적인 삶을 향한 의지가 드러나는 가사를 얹고, 기술적인 보컬을 도구 삼아 이를 표현한다. 더 다양한 사운드가 섞인 풍성한 편곡을 상상하게 만드는 후반부는 아쉬운 지점이나 곡의 구조적인 안정감이 괜찮다.

트랙의 완성도에 비해 두 가수의 조합은 다소 어색하다. 기계적인 파트 분배, 뉘앙스가 따로 노는 연결부 등 서로의 보컬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연주가 내내 이어진다. 연주 자체는 훌륭하지만 이 서먹한 앙상블의 겉도는 양상이 가창력보다 먼저 귀에 걸린다. 각자의 솔로 곡으로 발매했으면 더 좋았을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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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마리(Anne-Marie) ‘Sad b!tch’ (2023)

평가: 2.5/5

여러 선행으로 친한파 칭호를 획득한 영국 가수 앤 마리가 ‘Sad b!tch’로 당차게 새해 포부를 밝힌다. 2분 남짓의 짧은 재생시간에도 불구하고 미담의 기저에 깔린 털털한 성격과 인간미가 표면에 나타난다. ‘슬픔은 한참 전의 일’이라는 뚜렷한 메시지는 바람둥이 연인을 저격했던 작년 싱글 ‘Psycho’와도 서사적인 접합부를 형성한다. 이전보다 날카로워진 목소리 역시 자신의 에세이 < You Deserve Better >부터 공표해 온 자기 주체성의 근거가 되기 충분하다.

명료한 가치관을 위협하는 요소는 음악과의 느슨한 조임새다. 그라임 신성 에이치(Aitch) 등과 함께 한 영토 확장에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던 작년의 모습과 유사하다. 톤스 앤 아이의 히트곡 ‘Dance monkey’가 스치는 피아노 리듬이 도입부를 환기하지만, 박자와 메시지에 더 치중한 탓에 이후 등장한 멜로디는 금방 시들고 만다. 굵은 족적을 남긴 ‘2002’와 ‘Rockabye’의 매혹에 홀려 있기 때문일까, 내걸고 있는 슬로건에 잠시 설득은 되나 이후에도 흥얼거릴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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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마리, 에이치(Anne-Marie, Aitch) ‘Psycho’ (2022)

평가: 2.5/5

‘2002’로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팝 가수가 되었지만 이 곡 하나로 앤 마리를 정의하긴 어렵다. 그는 알앤비와 UK 개러지에 뿌리를 둔 전자음악 그라임(Grime) 등 다양한 장르를 구사하며 팔색조 매력을 뽐내고 있다. 2021년에 발표한 2집 < Therapy >가 영국 앨범 차트 2위에 오르며 소포모어 징크스를 비껴갔지만 2022년의 첫 싱글 ‘I just called’는 대세 래퍼 라토와 스웨덴 전자음악 듀오 네이키드(Neiked)의 지원에도 신통치 못했다. 보다 힘을 준 신곡 ‘Psycho’로 반전을 꾀했고 현재 영국 싱글 차트 16위에 착륙했다.

반복되는 건반 리프에 트랩 비트를 가미한 이번 곡에서 특별한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랩과 노래 중간에 있는 톡 쏘는 창법으로 남녀상열지사를 다루지만 쾌감에 초점을 둔 사운드가 금세 휘발했다. 그라임에 두각을 보이는 신예 래퍼 에이치(Aitch)는 설 자리를 잃은 채 ‘Straight rhymez’에서의 존재감을 내비치지 못했다. 다재다능이 곡의 완성도와 직결되지 않음을 증명하며 쉽게 소비하고 쉽게 잊는 또 하나의 곡을 양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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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마리(Anne-Marie) ‘Therapy’ (2021)

평가: 2.5/5

< Therapy >는 ‘Friends’와 ‘2002’가 수록된 < Speak Your Mind >에 이은 앤 마리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경력의 시작점을 함께 했던 영국 드럼 앤 베이스 그룹 루디멘탈이 소울풀한 댄스곡 ‘Unlovable’의 비트를 주조했고 ‘2002’의 선율을 책임졌던 에드 시런이 다시 한 번 ‘Beautiful’의 산뜻한 멜로디를 제공했다. 원 디렉션의 나일 호란까지 ‘Our song’에 피처링 아티스트로 참여해 전작보다 협업의 비중을 대폭 늘렸지만 외려 앤 마리 본인의 역할은 축소되고 고유색은 옅어졌다.

미디엄 템포의 곡을 군데군데 배치하며 완급 조절에 성공한 전작과 달리 이번 앨범은 트랩 비트 기반의 댄스곡들이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미국의 가수 겸 래퍼 루미디의 ‘Never leave you (uh oooh, uh ooh)’를 샘플링한 라틴풍의 ‘Kiss my (uh oh)’와 ‘Fill me in’에서 크레이그 데이비드가 사용한 투스텝 리듬의 ‘Don’t play’처럼 간혹 스타일의 변화를 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비슷한 질감의 사운드 프로덕션이 몰개성으로 작용했다.

‘네 여자 친구에게 네가 얼마큼 거짓말쟁이인지 말해줄 거야’ (Tell your girlfriend), ‘네가 나한테 한 모든 짓, 내가 두 배로 돌려줄 거거든’ 같은 가사는 직설적이지만 당당한 애티튜드의 방증이고 실연으로부터 자존감을 회복하는 그의 방식이다. ‘2002‘에서 추억을 들추어 촉촉한 노스탤지아를 그려냈던 앤 마리는 이번 앨범을 통해 낭만 이면의 비정한 현실을 주저 없이 맞닥뜨린다.

< Therapy >는 21세기 유행가들을 갈무리한 인상이 짙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샤키라의 과거 댄스 넘버에 트랩 비트를 덧씌운 느낌의 곡들이 무책임한 익숙함을 안겨주고 독자성을 저해했다. 스토리텔링의 주체성을 확립한 앤 마리는 음악적으로도 자신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

– 수록곡 –
1. x2
2. Don’t play
3. Kiss my (uh oh)
4. Who I am
5. Our song
6. Way too long
7. Breathing
8. Unlovable (feat. Rudimental)
9. Beautiful
10. Tell your girlfriend
11. Better not together
12. Thera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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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마리, 케이에스아이, 디지털 팜 애니멀스(Anne-Marie, KSI, Digital Farm Animals) ‘Don’t play’ (2021)

평가: 3/5

앤 마리와 KSI의 확연히 다른 목소리와 보컬 스타일은 대화 형식의 진행을 생동감 있게 만든다. 더불어 엑스박스 360 게임기, 샤넬 향수 등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상품을 가사에 넣어서 현실적인 느낌도 확보했다. 사랑 줄다리기를 하는 노래 속 두 남녀의 상황은 현악기 프로그래밍 덕에 한층 서정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UK 개러지의 빠른 리듬으로 ‘Don’t play’는 역동성도 동시에 발산한다. 애틋하면서도 흥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