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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이 칼리드(DJ Khaled) ‘Khaled Khaled'(2021)

평가: 2.5/5

‘We the best music!’을 외치는 시그니처 사운드처럼 그는 언제나 ‘최고’의 자리에 목마르다. 재작년 자신의 앨범 < Father Of Asahd >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로 데뷔하지 못하자 대신 그 자리를 꿰찬 타일러 크리에이터를 SNS를 통해 디스한 사건이 그것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최고의 뮤지션을 캐스팅해 화려한 라인업으로 귀보다도 눈을 먼저 사로잡는 디제이 칼리드의 전략은 열두 번째 정규작 < Khaled Khaled >에서도 이어진다.

대중적인 프로덕션과 곡조를 충실히 뒤받치는 덕에 실제로 그의 작품에는 늘 몇몇 즐기기 좋은 곡들이 자리한다. 포문을 여는 ‘Thankful’은 바비 블랜드(Bobby Bland)의 ‘Ain’t no love in the heart of the city’를 샘플링해 가스펠 코러스와 플루트로 생동감을 연출한 호기로운 인트로다.

데릭 앤 더 도미노스의 ‘Layla’를 발췌한 ‘I did it’ 역시 원곡의 전설적인 기타 리프에 화답하는 세 래퍼의 랩이 멋지고, 포스트 말론의 훅은 현시대의 ‘록스타’ 다운 카리스마로 노래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808 베이스 위 공간감 있는 브라스를 머금은 ‘I can have it all’의 소울풀한 허(H.E.R.)의 보컬과 고뇌를 토로하는 믹 밀의 래핑은 본작에서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

그러나 이렇게 힘찬 기운을 전달하는 곡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다채로운 색감의 비트는 가수의 색깔과 잘 맞아떨어지나 디제이 칼리드의 곡이라기보다 해당 뮤지션의 또 다른 싱글이라는 인상에 가깝다. 잔치에 초대된 뮤지션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며 높은 텐션으로 랩과 노래를 주고받지만, 거대 네임밸류의 피쳐링진은 너무나 많고 이를 감독하는 지휘가 부족한 탓에 화끈해야 할 파티의 퍼레이드는 수록곡 간의 유기성을 떨어트리는 역효과를 불러온다.

에너제틱한 ‘I did it’을 지나 느닷없이 긴장감을 덜어내는 ‘Let it go’는 저스틴 비버와 래퍼 21 새비지의 콜라보가 부조화를 이루고, 잭슨 파이브의 ‘Maybe tomorrow’를 가져와 갑작스러운 긍정 에너지를 버무리는 ‘Just be’에서는 앨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의아하게 한다. 이렇다 할 명분 없이 행해진 소재 확장이라 가수의 활약에도 어색함이 가득하다. 속도감 있는 ‘Body in motion’에 이은 전체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듯한 드레이크와의 작년 선 공개 싱글 ‘Popstar’는 맥이 풀리고, 드레이크 특유의 나른함 ‘Greece’도 전체 구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넘버다.

들을 거리는 풍부하나, 하나의 앨범으로서 뚜렷한 콘셉트를 제시하는 능력은 이번에도 미달이다. 단일 작품보다 해외 팝을 즐겨 듣는 어느 리스너의 플레이리스트를 연상하게 하는 앨범은 창작자의 존재감을 감지하기 어렵고, 몇몇 수준급의 곡에도 감상은 허공을 맴돈다. 바람대로 < Khaled Khaled >로 그는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탈환했다. 하지만 ‘We the best music!’의 외침은 점점 공허하게 들린다.

– 수록곡 –
1. Thankful (Feat. Lil Wayne, Jeremih) 
2. Every chance I get (Feat. Lil Baby, Lil durk)
3. Big paper (Feat. Cardi B)
4. We going crazy (Feat. H.E.R., Migos)
5. I did it (Feat. Post Malone, Megan Thee Stallion, Lil Baby, DaBaby) 
6. Let it go (Feat. Justin Bieber, 21 Savage)
7. Body in motion (Feat. Bryson Tiller, Lil Baby, Roddy Ricch)
8. Popstar (Feat. Drake)
9. This is my year (Feat. A Boogie Wit Da Hoodie, Big Sean, Rick Ross, Puff Daddy)
10. Sorry not sorry (Harmonies by The Hive) (Feat. Nas, JAY-Z, James Fauntleroy)
11. Just be (Feat. Justin Timberlake)
12. I can have it all (Feat. Bryson Tiller, H.E.R., Meek Mill) 
13. Greece (Feat. Drake)
14. Where you come from (Feat. Buju Banton, Capleton, Bounty K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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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블러드(Royal Blood) ‘Typhoons'(2021)

평가: 4/5

영국의 록 듀오 밴드 로얄 블러드는 블루스, 개러지 록의 현주소이자 미래다. 2014년 발매한 셀프 타이틀 데뷔작과 2집 < How Did We Get So Dark? >에서 습득했던 격렬한 리프의 예술은 단순으로 치부할 수 없는 핵심적인 자산이다. 최근 몇 년간 유수의 록 페스티벌에서 폭발적인 라이브 실력까지 선보이며 고공비행 중인 그들은 3번째 앨범 < Typhoons >로 협소해진 록 시장에서 독보적 우위를 점한다.

미국 밴드 퀸즈 오브 더 스톤 에이지의 프론트 맨 조쉬 옴므가 프로듀싱한 ‘Boilermaker’를 서막으로 앨범은 견고하게 유지된 선 굵은 하드 록 사운드에 댄스 록과 디스코를 결합한다. 듣는 순간 다프트 펑크의 ‘Robot rock’을 연상시키는 ‘Limbo’와 더해진 전자적 감각을 질감 있게 편곡한 ‘Trouble’s coming’이 그 예증이다.

타이틀 곡 ‘Typhoons’는 단연 일률적인 미덕의 결정체. 오버 드라이브를 그득히 머금은 마이크 커의 맹렬한 베이스와 안정감을 지탱하는 밴 대처의 강직한 드럼이 일으킨 화학작용이다. 메탈 장르 특유의 쾌감을 선사하는 리프는 로얄 블러드 음악의 본질을 드러내는 지점이다.

앨범 명처럼 로큰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끝자락엔 피아노 발라드 ‘All we have is now’만이 잔재로 남아 긴 호흡을 가다듬는다. 줄곧 비판으로 언급되었던 획일적인 음악이라는 벽을 허물고 새 지평을 여는 순간이다. 대담하게 진화한 로얄 블러드는 < Typhoons >로 파죽지세의 근거를 확증하며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로부터 뿌리내려진 2인조 록 밴드의 명맥을 성공적으로 잇는다.

-수록곡-

  1. Trouble’s coming
  2. Oblivion
  3. Typhoons
  4. Who needs friends
  5. Million and one
  6. Limbo
  7. Either you want it
  8. Boilermaker
  9. Mad visions
  10. Hold on
  11. All we have i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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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스프링(Offspring) ‘Let The Bad Times Roll'(2021)

평가: 2.5/5

2012년에 발매한 앨범 < Days Go By > 이후 9년 만에 발표하는 열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1994년에 발매한 3집 < Smash >로 스타덤에 올라 그린 데이와 함께 네오 펑크 물결을 주도했던 미국의 록 밴드는 법적 문제, 새로운 레이블을 찾는 일 그리고 코로나 19의 대유행 등으로 인해 뒤늦게 앨범을 공개했다.

긴 공백기 때문에 반갑지만 뉴웨이브 밴드 카스의 노래 ‘Good times roll’ 제목에서 영향을 받은 < Let The Bad Times Roll >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속설을 입증한다. 5집 < Americana >에서 보여줬던 유쾌한 악동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고 여과되지 않은 에너지를 발산하던 일곱 번째 음반 < Splinter >의 매력에도 미치지 못했다. 빠른 속도와 힘 있는 보컬은 여전하고 풍부한 사운드 위에 대중적인 멜로디를 가미한 구성도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지만 자주 듣고 싶게 만들었던 그들 특유의 개성은 증발해 자신들의 전성기를 흉내 내는 느낌이다.

힘차게 나아가는 밴드 사운드로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고 저항적인 메시지로 음악에 묵직함을 더했던 이전과 유사하지만 그동안 오프스프링이 보여줬던 재치와 유머, 귀에 맴도는 중독성 있는 기타 리프 같은 음악적 요소는 부족하다. 타이틀곡 ‘This is not utopia’는 사회정치에 초점을 맞춘 냉소적인 가사와 이에 대비하는 경쾌한 멜로디의 팝 펑크 미학을 전달하나 힘있게 몰아붙이기만 하는 단순한 훅의 반복은 피로감을 동반한다. ‘Let the bad times roll’에서 신나는 멜로디로 에너지를 표출하고 ‘Behind your walls’는 낮게 깔리는 기타로 비장한 분위기를 조성한 뒤 고음으로 짜릿함을 선사하려고 하지만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이번 음반도 신나고 재밌는 음악으로 채워져 있지만 신선함과 중독성은 전작들에 못 미친다. 실험과 도전이 약해진 결과다. < Let The Bad Times Roll>은 1990년대, 네오 펑크를 양분했던 그린 데이와 오프스프링의 서열을 정리해 주는 음반이다.

– 수록곡 –
1. This is not utopia
2. Let the bad times roll
3. Behind your walls
4. Army of one
5. Breaking these bones
6. Coming for you
7. We never have sex anymore
8.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
9. The opioid diaries
10. Hassan chop
11. Gone away
12. Lull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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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공간반응'(2021)

평가: 3.5/5

“무대를 잃고 여덟 명의 음악가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연주합니다.” 지난해 발매한 4장의 싱글을 바탕으로 진행한 한희정의 온라인 공연 < 공간반응 >은 감각의 새로운 공유 형태를 설계했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연주하는 음악가들, 의성어와 의태어로 잘게 쪼개진 관객의 반응을 합쳤다. 그리고 그 매개가 되어준 싱글을 모아 동명의 앨범을 발매한다.

공연과 앨범이 본질적으로 같을 수는 없지만, 둘은 각자의 공간에서 ‘소리를 매개로 주고받는 비가시적 현상에 초점을 두었다’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마치 무대에 들어선 것처럼, 앨범을 재생하면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 한희정이 초대한 제3의 공간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든다. 적막한 화이트 큐브에서 ‘Voice and piano’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음악에 감응하기 시작한다. 공간은 어떤 표상도 없는 소리로 채워지고 초대자와 청자는 오로지 감각 그 자체로만 소통한다.

‘In silence’와 ‘재구성 part 1’에서 현악기와 드럼, 피아노에 보컬 박민희의 목소리를 더했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화음을 이루는 것 같지만 보컬보다는 하나의 악기로서 기능한다. 특히 ‘재구성 part 1’에서 가사를 완전히 배제하고 목소리를 현악기처럼 연주한다. 그리고 이는 같은 ‘시작-격정-반복’ 구성을 취한 ‘재구성 part 2’의 바이올린 소리와 대비된다. 이를 통해 언어적 표현에 의존하기보다 소리 자체에 집중하려는 의도를 느낄 수 있다.

한희정은 소리의 비정형성을 추구하면서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Another inspiration’의 서정적인 피아노 소리와 현악기 연주를 가볍게 즐기던 청자에게 건반을 내려치는 소리로 충격을 준다. ‘양배추즙’에서는 바이올린과 혀 차는 소리를 대비시킨다. 그 뒤, 일정한 박자 없이 연주하는 피아노와 현악기가 더해져 다시 한번 형식을 깨뜨린다. 이러한 장치들은  예상을 깨며 오직 양배추즙을 먹는 자신의 공감각에만 몰입하도록 돕는다.

멜로디와 가사로 이루어진 음악에 익숙한 귀에 < 공간반응 >은 다소 난해하게 들리기도 한다. 실제로 한희정은 트위터에서 한 음원사이트가 노래 없는 곡이라는 이유로 ‘양배추즙’의 노출을 거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천천히 그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비언어적이고 비가시적인 소통 방법을 찾고자 한 실험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소리를 온전히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험을 통해 ‘다시는 노래 부르지 않으리라’라는 한희정의 말속 진심을 깨닫는다. 오랫동안 음악가로서 우리의 곁을 지키고자 하는 그의 고민이 오롯이 담긴 앨범이다.

– 수록곡 –
1. Voice and piano 1
2. In silence
3. Voice and piano 2
4. 재구성 part 1
5. 재구성 part 2
6. Voice and piano 3
7. Another inspiration
8. 양배추츱
9. Voice and piano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