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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다섯 마디'(2021)

평가: 3/5

‘발라드 세손(世孫)’ 정승환이 초심으로 돌아왔다. 데뷔 앨범 < 목소리 >를 시작으로 줄곧 한 장르만을 고수해 왔지만 대표곡 ‘이 바보야’, ‘너였다면’ 같은 정통의 스타일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2019년에 발매된 앨범 < 안녕, 나의 우주 >는 동화적인 분위기의 말랑말랑한 곡들 위주였고 최근에 공개했던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 ‘십이월 이십오일의 고백’은 각각 여름과 겨울을 겨냥한 곡이었다. 새로운 시도를 이어오던 정승환은 < 다섯 마디 >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음악으로 돌아와 그가 가진 목소리의 강점을 발휘한다.

정승환 특유의 말하듯 자연스러운 가창에 집중하며 음악적으로 큰 특색 없이 담백한 구성의 앨범을 완성했다. 타이틀곡 ‘친구, 그 오랜 시간’은 풋풋한 짝사랑의 고백을 표현한 가사와 꾸밈없는 보컬이 만나 스트링 선율과 건반 연주만으로 서사의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세공한다. 곡에 영감을 준 드라마 < 응답하라 1988 >의 러브 스토리와 소심한 고백을 표현하는데 탁월한 유희열의 작사, 그리고 한층 성숙해진 정승환의 애절한 음성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사랑 노래다.

이중에서 아이유가 선물한 ‘러브레터’는 수록곡 중 단연 눈에 띈다. 아이유가 < 유희열의 스케치북 >에서 제목도 없이 불렀던 미공개 자작곡은 곽진언의 기타 연주와 정승환의 따뜻한 음색으로 전하는 어쿠스틱 곡으로 재탄생했다. 분명 화제가 되는 조합이지만 정승환의 보컬이 가진 강점보다 아이유의 감성이 부각된다는 점에서 기대감은 식는다. 한국형 발라드의 정석을 들려준 ‘그런 사람’과 자작곡 ‘그대가 있다면’에서의 색깔이 상대적으로 더 뚜렷하다.

한국 발라드는 감정을 쥐어짜고 슬픔을 강요하는 클리셰로 인기를 끌었지만 서정적인 연가의 백미는 잔잔한 감동과 함께 진한 여운을 주는 데 있다. 정승환의 노래에는 뚜렷한 기승전결도, 전율을 일으키는 고음과 화려한 테크닉도 없지만 가슴을 울리는 먹먹함이 있다. 초심으로 돌아간 그의 음악이 당장의 강한 인상을 주지는 않지만 섬세하게 쌓아 올린 역량만으로도 자신의 영역을 확고하게 증명한다.

– 수록곡 –
1. 봄을 지나며
2. 친구, 그 오랜시간
3. 그런 사람
4. 그대가 있다면
5.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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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로드리고 ‘Sour'(2021)

평가: 3.5/5

열여덟 인생에 찾아온 이별의 쓴맛은 지독했다. 디즈니 < 하이 스쿨 뮤지컬 >의 주인공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전 남자친구 조슈아 바셋의 환승 이별을 저격한 ‘Drivers license’로 단숨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거머쥐며 혜성처럼 나타났다. 하이틴 스타들의 삼각관계는 대중의 관심을 끄는데 최적의 소재였고 실연의 아픔을 노래한 발라드의 애절함은 10대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단 한 곡으로 올해 가장 핫한 신인으로 거듭난 그는 본격적으로 이별 경험담을 쏟아내며 뮤지션으로서의 첫 페이지를 시작한다.

‘Drivers license’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 Sour >는 더욱 날이 선 어조로 헤어진 연인을 비난하고 격앙된 감정을 분출하는 이별곡 모음집에 가깝다. 쓸쓸한 정서를 담은 ‘Traitor’는 서정적인 기타 연주와 함께 ‘배신자’라는 직설적인 단어로 슬픔을 토로하며 신스팝 장르의 ‘Deja vu’는 매번 같은 수법으로 여자를 만나는 태도를 한심하다는 듯 비꼰다. 강렬한 틴 팝 록 스타일의 ‘Good 4 u’는 남자친구를 ‘소시오패스’라고 비난할 정도로 격렬한 분노를 터뜨린다.

이별이 음악의 소재가 되어주었다면 음악적 특징은 그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로부터 받은 영향에서 비롯된다. ‘1 Step forward, 3 steps back’은 우상인 테일러 스위프트의 ‘New year’s day’를 샘플링 했고 이별의 경험을 녹여낸 송라이팅 방식까지 그와 닮았다. 중2병 같은 가사를 분노의 샤우팅으로 담은 펑크 록 ‘Brutal’에는 에이브릴 라빈의 반항심이, ‘Favorite crime’과 ‘Happier’의 호소력 짙은 보컬에는 로드의 깊은 감성이 묻어난다. 색깔이 강한 뮤지션들의 익숙한 향취가 결합해 음악에 다채로운 맛을 더하는데 정당성을 부여한다.

유치하지만 솔직하고, 어설프지만 당돌하다. 이것이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매력이다. 실제 연애사를 전면에 내세운 그의 노랫말은 감정 표현에 망설임이 없는 MZ 세대의 시대정신을 대변하며 어른들의 관심 밖이던 십대들의 이야기를 화제의 중심으로 끌고 오는데 성공한다. 특정 장르로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고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음악 스타일을 풀어내는 작법 역시 해당 세대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정의한 십대들의 솔직한 표현법은 이들을 풋내기로만 보던 어른들의 음악 세계에 새콤한 반전을 선사한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첫 등장으로 빌리 아일리시를 잇는 2000년대생 팝스타로서의 강렬한 눈도장을 찍는다.

– 수록곡 –
1. Brutal
2. Traitor
3. Drivers License
4. 1 Step forward, 3 steps back
5. Deja vu
6. Good 4 u
7. Enough for you
8. Happier
9. Jealousy, jealousy
10. Favorite crime

11. Hope ur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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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이 칼리드(DJ Khaled) ‘Khaled Khaled'(2021)

평가: 2.5/5

‘We the best music!’을 외치는 시그니처 사운드처럼 그는 언제나 ‘최고’의 자리에 목마르다. 재작년 자신의 앨범 < Father Of Asahd >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로 데뷔하지 못하자 대신 그 자리를 꿰찬 타일러 크리에이터를 SNS를 통해 디스한 사건이 그것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최고의 뮤지션을 캐스팅해 화려한 라인업으로 귀보다도 눈을 먼저 사로잡는 디제이 칼리드의 전략은 열두 번째 정규작 < Khaled Khaled >에서도 이어진다.

대중적인 프로덕션과 곡조를 충실히 뒤받치는 덕에 실제로 그의 작품에는 늘 몇몇 즐기기 좋은 곡들이 자리한다. 포문을 여는 ‘Thankful’은 바비 블랜드(Bobby Bland)의 ‘Ain’t no love in the heart of the city’를 샘플링해 가스펠 코러스와 플루트로 생동감을 연출한 호기로운 인트로다.

데릭 앤 더 도미노스의 ‘Layla’를 발췌한 ‘I did it’ 역시 원곡의 전설적인 기타 리프에 화답하는 세 래퍼의 랩이 멋지고, 포스트 말론의 훅은 현시대의 ‘록스타’ 다운 카리스마로 노래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808 베이스 위 공간감 있는 브라스를 머금은 ‘I can have it all’의 소울풀한 허(H.E.R.)의 보컬과 고뇌를 토로하는 믹 밀의 래핑은 본작에서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

그러나 이렇게 힘찬 기운을 전달하는 곡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다채로운 색감의 비트는 가수의 색깔과 잘 맞아떨어지나 디제이 칼리드의 곡이라기보다 해당 뮤지션의 또 다른 싱글이라는 인상에 가깝다. 잔치에 초대된 뮤지션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며 높은 텐션으로 랩과 노래를 주고받지만, 거대 네임밸류의 피쳐링진은 너무나 많고 이를 감독하는 지휘가 부족한 탓에 화끈해야 할 파티의 퍼레이드는 수록곡 간의 유기성을 떨어트리는 역효과를 불러온다.

에너제틱한 ‘I did it’을 지나 느닷없이 긴장감을 덜어내는 ‘Let it go’는 저스틴 비버와 래퍼 21 새비지의 콜라보가 부조화를 이루고, 잭슨 파이브의 ‘Maybe tomorrow’를 가져와 갑작스러운 긍정 에너지를 버무리는 ‘Just be’에서는 앨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의아하게 한다. 이렇다 할 명분 없이 행해진 소재 확장이라 가수의 활약에도 어색함이 가득하다. 속도감 있는 ‘Body in motion’에 이은 전체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듯한 드레이크와의 작년 선 공개 싱글 ‘Popstar’는 맥이 풀리고, 드레이크 특유의 나른함 ‘Greece’도 전체 구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넘버다.

들을 거리는 풍부하나, 하나의 앨범으로서 뚜렷한 콘셉트를 제시하는 능력은 이번에도 미달이다. 단일 작품보다 해외 팝을 즐겨 듣는 어느 리스너의 플레이리스트를 연상하게 하는 앨범은 창작자의 존재감을 감지하기 어렵고, 몇몇 수준급의 곡에도 감상은 허공을 맴돈다. 바람대로 < Khaled Khaled >로 그는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탈환했다. 하지만 ‘We the best music!’의 외침은 점점 공허하게 들린다.

– 수록곡 –
1. Thankful (Feat. Lil Wayne, Jeremih) 
2. Every chance I get (Feat. Lil Baby, Lil durk)
3. Big paper (Feat. Cardi B)
4. We going crazy (Feat. H.E.R., Migos)
5. I did it (Feat. Post Malone, Megan Thee Stallion, Lil Baby, DaBaby) 
6. Let it go (Feat. Justin Bieber, 21 Savage)
7. Body in motion (Feat. Bryson Tiller, Lil Baby, Roddy Ricch)
8. Popstar (Feat. Drake)
9. This is my year (Feat. A Boogie Wit Da Hoodie, Big Sean, Rick Ross, Puff Daddy)
10. Sorry not sorry (Harmonies by The Hive) (Feat. Nas, JAY-Z, James Fauntleroy)
11. Just be (Feat. Justin Timberlake)
12. I can have it all (Feat. Bryson Tiller, H.E.R., Meek Mill) 
13. Greece (Feat. Drake)
14. Where you come from (Feat. Buju Banton, Capleton, Bounty K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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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블러드(Royal Blood) ‘Typhoons'(2021)

평가: 4/5

영국의 록 듀오 밴드 로얄 블러드는 블루스, 개러지 록의 현주소이자 미래다. 2014년 발매한 셀프 타이틀 데뷔작과 2집 < How Did We Get So Dark? >에서 습득했던 격렬한 리프의 예술은 단순으로 치부할 수 없는 핵심적인 자산이다. 최근 몇 년간 유수의 록 페스티벌에서 폭발적인 라이브 실력까지 선보이며 고공비행 중인 그들은 3번째 앨범 < Typhoons >로 협소해진 록 시장에서 독보적 우위를 점한다.

미국 밴드 퀸즈 오브 더 스톤 에이지의 프론트 맨 조쉬 옴므가 프로듀싱한 ‘Boilermaker’를 서막으로 앨범은 견고하게 유지된 선 굵은 하드 록 사운드에 댄스 록과 디스코를 결합한다. 듣는 순간 다프트 펑크의 ‘Robot rock’을 연상시키는 ‘Limbo’와 더해진 전자적 감각을 질감 있게 편곡한 ‘Trouble’s coming’이 그 예증이다.

타이틀 곡 ‘Typhoons’는 단연 일률적인 미덕의 결정체. 오버 드라이브를 그득히 머금은 마이크 커의 맹렬한 베이스와 안정감을 지탱하는 밴 대처의 강직한 드럼이 일으킨 화학작용이다. 메탈 장르 특유의 쾌감을 선사하는 리프는 로얄 블러드 음악의 본질을 드러내는 지점이다.

앨범 명처럼 로큰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끝자락엔 피아노 발라드 ‘All we have is now’만이 잔재로 남아 긴 호흡을 가다듬는다. 줄곧 비판으로 언급되었던 획일적인 음악이라는 벽을 허물고 새 지평을 여는 순간이다. 대담하게 진화한 로얄 블러드는 < Typhoons >로 파죽지세의 근거를 확증하며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로부터 뿌리내려진 2인조 록 밴드의 명맥을 성공적으로 잇는다.

-수록곡-

  1. Trouble’s coming
  2. Oblivion
  3. Typhoons
  4. Who needs friends
  5. Million and one
  6. Limbo
  7. Either you want it
  8. Boilermaker
  9. Mad visions
  10. Hold on
  11. All we have i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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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스프링(Offspring) ‘Let The Bad Times Roll'(2021)

평가: 2.5/5

2012년에 발매한 앨범 < Days Go By > 이후 9년 만에 발표하는 열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1994년에 발매한 3집 < Smash >로 스타덤에 올라 그린 데이와 함께 네오 펑크 물결을 주도했던 미국의 록 밴드는 법적 문제, 새로운 레이블을 찾는 일 그리고 코로나 19의 대유행 등으로 인해 뒤늦게 앨범을 공개했다.

긴 공백기 때문에 반갑지만 뉴웨이브 밴드 카스의 노래 ‘Good times roll’ 제목에서 영향을 받은 < Let The Bad Times Roll >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속설을 입증한다. 5집 < Americana >에서 보여줬던 유쾌한 악동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고 여과되지 않은 에너지를 발산하던 일곱 번째 음반 < Splinter >의 매력에도 미치지 못했다. 빠른 속도와 힘 있는 보컬은 여전하고 풍부한 사운드 위에 대중적인 멜로디를 가미한 구성도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지만 자주 듣고 싶게 만들었던 그들 특유의 개성은 증발해 자신들의 전성기를 흉내 내는 느낌이다.

힘차게 나아가는 밴드 사운드로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고 저항적인 메시지로 음악에 묵직함을 더했던 이전과 유사하지만 그동안 오프스프링이 보여줬던 재치와 유머, 귀에 맴도는 중독성 있는 기타 리프 같은 음악적 요소는 부족하다. 타이틀곡 ‘This is not utopia’는 사회정치에 초점을 맞춘 냉소적인 가사와 이에 대비하는 경쾌한 멜로디의 팝 펑크 미학을 전달하나 힘있게 몰아붙이기만 하는 단순한 훅의 반복은 피로감을 동반한다. ‘Let the bad times roll’에서 신나는 멜로디로 에너지를 표출하고 ‘Behind your walls’는 낮게 깔리는 기타로 비장한 분위기를 조성한 뒤 고음으로 짜릿함을 선사하려고 하지만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이번 음반도 신나고 재밌는 음악으로 채워져 있지만 신선함과 중독성은 전작들에 못 미친다. 실험과 도전이 약해진 결과다. < Let The Bad Times Roll>은 1990년대, 네오 펑크를 양분했던 그린 데이와 오프스프링의 서열을 정리해 주는 음반이다.

– 수록곡 –
1. This is not utopia
2. Let the bad times roll
3. Behind your walls
4. Army of one
5. Breaking these bones
6. Coming for you
7. We never have sex anymore
8.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
9. The opioid diaries
10. Hassan chop
11. Gone away
12. Lull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