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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젤 커리(Denzel Curry) ‘Melt My Eyez See Your Future’ (2022)

평가: 3.5/5

2020년 말 공개된 그래미 어워드 후보 선정에 불쾌함을 내비친 건 그 해 차트를 휩쓸었음에도 명단에서 제외당한 위켄드만이 아니었다. 예술성 짙은 디스코그래피로 꾸준히 매체의 관심을 받아왔던 플로리다 출신의 래퍼 덴젤 커리 역시 노미네이트 세례조차 누려보지 못해 “앞으로 구린 노래만 만들 것”이라며 많은 동료들과 함께 분개를 표했다.

그러나 그 울분의 결론은 삐딱한 탈선이 아닌 올곧은 탈태다. < Melt My Eyez See Your Future >라는 타이틀부터 변혁의 지향점이 명확하다. 은근히 아프리카계를 인정하지 않는 음악 업계처럼 미국 사회엔 여전히 인종 차별이 만연하다. 명예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상처 입은 영혼은 더 이상 그들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시야의 제한을 누그러뜨려 이상적인 미래를 설계하고자 한다.

굳은 의지를 실체화하는 주체는 새로 확립한 영화적 자아 ‘젤 구로사와’다. < 스타워즈 > 시리즈에 등장하는 종족이자 그의 애칭이기도 한 ‘젤트론’과 일본 필름계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를 조합한 인격체는 시대극의 캐릭터들을 적극 참조하여 고질적인 불평등과 맞서 싸운다. 서부극 대표 배우 존 웨인을 오마주한 ‘John Wayne’은 자기방어를 위해 집어 든 리볼버의 방아쇠를 연신 당기며 불만을 토로하고, 억압받던 주변인들을 구원하려 분투하는 ‘Zatoichi’는 맹인 검객 자토이치의 육신을 빌려 브레이크 비트 위에서 날렵한 랩 검술을 휘두른다.

동서양의 정기를 고루 흡수한 방랑자는 보다 입체적인 융합을 도모한다. 특히 영국 작곡가 키스 맨스필드의 ‘The loving touch'(1973) 속 허밍이 메아리치는 ‘Walkin’은 정교한 프로듀싱의 집약체다. 드럼 본연의 투박한 리듬으로 시작한 곡은 이내 하이햇과 베이스에 의해 잘게 쪼개지며 공정하지 못한 사법 제도의 현주소를 맹렬히 고발한다. 샘플링을 통한 신구의 조화, 동부를 대표하는 붐뱁부터 나고 자란 남부에서 체득한 트랩까지의 장르 전환, 완급 조절로 극대화한 임팩트 넘치는 메시지 전달까지 목표로 삼은 모든 것을 단 한 곡에 압축하며 응어리진 감정을 황홀히 털어낸다.

피아노나 여성 코러스 같은 요소들이 흩뿌려진 전후반부의 압도적 몰입감에 비해 앨범 청취를 견인하는 중반부의 퍼포먼스는 어딘가 겉돈다. 내레이션으로 끝을 맺는 ‘Mental’의 경건한 무드 직후에 흥겨운 멜로디와 외설스러운 단어를 등장시켜 집중을 흩트리는 ‘Trouble’이 단적인 예다. 뚜렷한 후렴구와 다양한 뮤지션의 의견이 공존하는 ‘Ain’t no way’ 또한 단독 싱글로서의 흡인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이유로 전체의 결속을 약화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약간의 부조화는 존재하나 작품의 가치를 입증하는 건 결국 아티스트의 진취적인 자세다. 펀치 라인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 Imperial >, 내면의 공황을 풀어낸 콘셉트 기획 < Ta13oo >, 가족과 고향에 대한 찬가 < Zuu >에서 익힌 제작 방식을 신보에 아낌없이 쏟아냈고, 줄곧 고수해오던 스타일이 아닌 재즈적인 터치까지 덧입히며 음악적 역량을 한껏 끌어올렸다. 나아가 개인을 넘어 국가 전반의 병폐를 하나하나 짚어낸 담대함은 부패한 세상과의 작별이자 온전한 독립 영역 구축을 향한 결의다.

속세와 동떨어진 황야는 고요하다. 그러나 시각을 포기하고 참회와 헌신으로 무장한 사나이의 길에는 적막을 깨는 행진의 울림이 가득하다. 한 공동체의 선봉장이란 운명을 짊어진 덴젤 커리, 고독한 무사를 뒤따르는 진군의 발구름이 거대한 모래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 수록곡 –
1. Melt session #1 (Feat. Robert Glasper)
2. Walkin

3. Worst comes to worst
4. John Wayne (Feat. Buzzy Lee)
5. The last
6. Mental (Feat. Saul Williams & Bridget Perez)
7. Troubles (Feat. T-Pain)
8. Ain’t no way (Feat. 6LACK, Rico Nasty, JID, Jasiah)
9. X-wing
10. Angelz (Feat. Karriem Riggins)
11. The smell of death
12. Sanjuro (Feat. 454)
13. Zatoichi (Feat. slowthai)
14. The i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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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Psy) ‘싸다9’ (2022)

평가: 1.5/5

맞았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을 만큼 무기력한 ‘싸다구’다. 팬데믹을 감안한 5년간의 준비 기간과 기세등등한 복귀 선언이 의아할 정도로 케케묵은 작법, 한 소속사의 수장이라는 위치를 떠올리기 힘든 과거 퇴행적 감각, 휘황찬란한 피처링 군단의 지원 사격을 일개 출석부로 전락시킨 애물단지 같은 트랙 모두. 그 위력이 현저히 미미하다.

< 싸다9 >의 패착은 강도보다도 방향이다. 대중성에 모든 집중을 쏟아부은 < 칠집싸이다 >와 < 4X2=8 >의 방식을 재편했으나, 이는 그저 따분한 기시감에 불과할 뿐 역량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원인은 아니다. 앨범은 늘 그렇듯 과도하게 흥을 주입하거나 차분하고 벅찬 감동을 유도하는 쪽이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이자 차이라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던 싸이의 지배력과 곡의 개성이 이번에는 무색무취에 가깝다는 점이다.

작법의 한계는 초반에 결정된다. 거듭 반복되는 단조로운 리프 위에서 비속어 몇 개를 둔 채 언어유희를 빙빙 나열하는 식이다. 타이틀 ‘That that’은 서부 콘셉트라는 차이만 둘 뿐, 화려한 전자음과 단편적인 구성 모두 ‘강남스타일’ 이후 활동곡들의 수법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처음 한 소절만 들어도 전개가 예상이 갈 정도다.

‘뜨거운 안녕’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성시경과의 조합을 재연한 ‘감동이야’, 헤이즈와 함께 크라잉넛의 원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밤이 깊었네’는 노골적으로 감성 포인트를 자극한다. 취지는 이해하더라도, 서투른 연결부로 인해 객원 보컬과 주장하는 분위기부터 서로 겉도는 모양새다. 특색 없는 멜로디와 투박한 주제 역시 반전의 주역보다도 익숙한 신파에 그친다.

조악한 신시사이저를 버무린 트랩 ‘Ganji’와 뒤늦은 레트로 공략 용도의 ‘이제는’, 그리고 철 지난 빅 룸 하우스 전법을 가져온 ‘Everyday’는 나름의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소신을 표하지만 어떠한 매력도 제시하지 못한다. 촉망받는 가수들과의 협업임에도 조합의 시너지나 캐릭터의 발현 모두 기대 이하다. 일순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마케팅 요소 외에는 초청의 의도를 해석하기 어렵다.

코로나 이전에 제작되어 감각의 바통을 이어받은데다, 도리어 과하지 않고 그루브한 피아노 반주로 동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Celeb’이 훨씬 쉽고 부담이 덜하다. 다른 트랙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구성임에도 반대로 ‘싸이식 가사’가 재치 있게 들리고 ‘동어반복 훅’이 입에 감기는 이유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홀로 곡을 주도한 것도 몰입에 일조했다. 강도를 적당량 줄이고 명확한 방향성을 지정하자 균형을 찾은 셈이다.

‘쌈마이 정신’이나 ‘B급 감성’을 자처하는 자만이 거머쥘 수 있는 절대적인 대중 에너지가 있다. 이 독보적인 입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전방으로 밀어붙이는 자신감과 이를 공용의 유머 키워드로 끌어올리는 해석력은 싸이의 무기다. < 싸다9 >에는 그 팽팽하게 밀고 당기는 싸이 특유의 탄력도, 하물며 최소한의 즐길 거리와 신선함도 전무하다. 기존 작법을 공식처럼 답습해온 비(非) 발전의 자세나 화려한 마케팅을 내세운 과도한 상업성보다도 지금은 미약해진 그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것부터가 당면과제다. 만약 코로나 해방을 기념하기 위한 싸다구라면, 아직 그 일격은 멋쩍도록 허공을 헤매고 있다.

– 수록곡 –
1. 9Intro
2. That that (Feat. SUGA)
3. Celeb
4. 감동이야 (Feat. 성시경)
5. 밤이 깊었네 (Feat. 헤이즈)
6. Ganji (Feat. 제시)
7. Happier (Feat. 크러쉬)
8. 나의 월요일
9. Everyday
10. Forever (Feat. 타블로)
11. 내일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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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릴 모쉬핏 ‘AAA’ (2022)

평가: 3.5/5

몇 년 전부터 방송 프로그램과 음악계에 ‘부캐 놀이’ 유행이 휘몰아쳤다. 트렌드의 맥이 끊기기 직전, 프로듀싱 팀 그루비룸의 휘민은 ‘Achoo remix’에서 래퍼의 면모를 드러냈던 릴 모쉬핏으로 다시 등장했다. 갑작스러운 데뷔 앨범 발매 소식이 만우절 장난이라는 추측도 있었으나 이번엔 예상했던 래퍼가 아닌 힙합 프로듀서로서 < AAA >를 내놓았다.

새 페르소나로 음반을 발매한 것은 두 자아를 근본적으로 구분 짓기 위한 선언이다. 릴 모쉬핏은 그루비룸을 대표하는 감각적이고 대중적인 팝 대신 음울하고 거친 분위기와 해외 유행을 이식한 세련미를 장착했다. 나아갈 방향을 알리듯 서두부터 조준점이 명확하다. 인트로 ‘Moshpit only’는 피에르 본식의 트랩 비트와 폴 블랑코의 자신감 넘치는 랩으로 마초 이미지를 불러온다.

본체의 그림자를 완전히 거둬들이지는 않았다. 단짝 박규정과 함께 프로듀싱하며 듀오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전체적인 콘셉트 설정은 단독 권한으로 가져왔다. 래퍼 혹은 프로듀서 이상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고 싶다는 인터뷰처럼 릴 모쉬핏은 국내 힙합 플레이어들을 조명하고 외국 힙합의 트렌드를 끌어와 큐레이터의 역할을 맡았다.

키드밀리, 소코도모 등 국내 래퍼부터 미국의 에이셉 앤트, 스트릭까지 힙합 본토와의 연결고리를 마련했다. 유명세를 묻지 않고 기용한 신예 프로듀서들의 신선한 사운드도 든든하다. 특히 비엠티제이와 구스범스가 만든 ‘Yooooo’의 중독적인 신시사이저와 ‘Bo$$’의 분위기 전환은 히트메이커의 번뜩이는 직감을 보여준다. 하트코어 레디와 스월비의 호흡에 세사미의 비트를 더한 ‘Die hard’ 역시 킬링 트랙.

흑인 음악 뮤지션으로 채워 넣은 크레디트와 내적 요소 모두 국내 힙합의 최전선을 포착한다. 최신 경향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지표지만 균열 또한 같은 지점에서 일어난다. 앨범의 제목인 ‘All Arena Access’의 개척적인 의미와 달리 외국 힙합의 규격을 넘어서는 대범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너지를 일으킬 모험적인 시도는 없었지만 스타와 신예, 국내와 해외를 결합한 영역 확장에는 성공했다.

-수록곡-
1. Moshpit only (Feat. Paul Blanco)
2. Gotta lotta shit (Feat. Dbo, Sokodomo, Kash Bang)
3. Yooooo (Feat. 키드밀리, Sokodomo, Polodared)
4. A-Team freestyle (Feat. A$ap Ant, Bill Stax, Strick, 미란이) (추천)
5. Slatty slut (Feat. 식케이)
6. On the block (Feat. 쿠기, Ourealgoat, Leellamarz)
7. Die hard (Feat. Reddy, Swervy) (추천)
8. Bo$$ (Feat. Saay, Big Naughty, Goosebumps) (추천)
9. Back in my area (Feat. Ggm Lil Dragon, Lil Gimchi, Skinny Brown, June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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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더 스테이션(The Weather Station) ‘How Is It That I Should Look At The Stars’ (2022)

평가: 3/5

예상을 벗어난 고요함이다. 웨더 스테이션은 지난해 기후 위기에 대한 묵상을 담은< Ignorance >로 각종 미디어의 호평을 받으며 커리어 전환점을 맞이했다. 신보는 평범한 포크에 대중성을 섞어 결실을 맺은 직전의 성취 공식과 정반대의 결과물이다. 신시사이저를 입힌 세련된 포크가 전작의 동맥이었다면 속편은 팝의 요소를 제거한다. 흔들림 없이 잔잔하고 처연하기까지 하다.

원인은 시점에 있다. 음반은 2020년 3월 팬데믹이 세계를 덮치기 시작한 바로 그 무렵 전작과 동일한 시기에 탄생했다. 더블 앨범처럼 기획된 두 작품은 서로 암울한 기조를 공유하면서 표현 방식에 차이를 둔다. < Ignorance >가 기악의 화려함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번엔 그 이면에 숨겨져 있던 무채색 감정으로 화제를 돌린다. 획기적인 구성을 감독한 수장 타마라 린드먼의 진두지휘 아래 밴드는 사랑과 실존적 슬픔에 관한 발라드 모음집을 편찬했다.

기후 변화의 경각심을 고취한 ‘Endless time’처럼 무거운 주제 의식을 언급할 때도, 듀엣으로 솔직하게 사랑을 속삭인 ‘Talk about’도 마찬가지다. 첫머리 ‘Marsh’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뼈대가 같다. 비슷한 골조를 이루어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 트랙들의 핵심은 피아노와 재즈다.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반주를 초석으로 색소폰과 클라리넷 등 소수의 악기를 적소에 배치해 여백을 강조했고 나머지 공간을 경건한 낭독으로 채운 타마라 린드먼의 보컬이 깊이를 더했다.

다만 노래 간 경계가 불분명하다. 5명의 추가 세션을 동반해 라이브로 녹음된 앨범이 즉흥 연주의 생동감을 포획했음에도 멜로디가 유사해 무료함을 낳는다. ‘Ignorance’는 비교적 선명한 곡조가 눈에 띄지만 ‘Songs’와 ‘Loving you’의 경우 감초 역할을 책임진 섬세한 오케스트라 선율이 일정 문법의 되풀이와 느슨한 곡 짜임새 앞에 존재감을 잃는다.

웨더 스테이션은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낯선 환경 앞에서 사색에 잠긴다. 밴드는 상실과 허무가 만연한 현실 속 내면 깊은 곳으로 내려가 적막의 사운드스케이프를 탐구했다. 앨범은 회고적 관점에서 스스로의 불안을 드러내고 자연을 향한 우려에 시선을 돌려 스토리텔링을 탁월하게 이행한다. 최소한의 얼개로 형성한 반복 구조가 흥미를 절감할지라도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음악이 귀를 기울이게 한다.

-수록곡- 

1. Marsh
2. Endless time
3. Taught
4. Ignorance
5. To talk about
6. Stars
7. Song
8. Sway
9. Sleight of hand
10. Loving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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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시스(Foxes) ‘The Kick'(2022)

평가: 3/5

그래미 수상까지 성공한 제드와의 히트곡 ‘Clarity’의 복사본만을 요구하던 소속사에 염증을 느낀 뮤지션은 2016년을 기점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자취를 감췄다. 대중의 관심 너머에서 그는 온전히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일에 몰두했고, 작년 말 따스한 피아노 팝을 담은 EP < Friends In The Corner >로 얼어붙은 커리어의 해빙을 알렸다. 예열에 마침표를 찍으며 6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작 < The Kick >은 제목처럼 다시 음악계로 들어오려는 폭시스의 날카로운 ‘킥’이다.

음반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정점에서부터 시작한다. 반짝거리는 클럽의 조명 속에 열기를 한껏 발산하는 첫 트랙 ‘Sister Ray’, 천천히 화음을 쌓다 일순간에 1980년대 록 공연장으로 낙하하는 ‘Growing on me’가 강렬한 충격을 날린다.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던 본연의 내향적인 면모를 잠시 감춰둔 채 완전한 ‘팝스타’의 자세로 담대하게 나선 모습이다.

영리한 구성 덕분에 40분의 러닝타임은 더욱 팽팽해진다. A 사이드가 단번에 각인될 훅을 제시한다면 ‘Absolute’를 필두로 한 B 사이드는 부드럽게 멜로디를 펼치는 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찰나의 휘발성에만 의존하는 인스턴트 상품이 아니라는 표시다. 동시에 자칫 늘어질 여지가 보이는 순간에는 성대한 코러스를 품은 ‘Forgive yourself’로 꾸준한 집중을 유도하는 설계가 돋보인다.


작업기간 동안 들은 고전 명반으로 뷰욕의 < Debut >을 언급하며 균형 잡힌 구조를 주 매력으로 지목한 아티스트는 기성 세대의 문법에 맞춰 두 곡의 느린 발라드를 수록했다. 감속에 주저하는 현 세대 뮤지션들 사이 차별성을 갖추지만 음반의 전개 면에서는 급격한 제동을 건다는 점에서 일장일단의 전략이다. 작품 단위 완결성과 개성의 중간지대를 찾아내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다.

데뷔 초나 지금이나 여전히 폭시스에게는 선례가 많다. 코로나19의 답답함을 복고풍 댄스로 해소한다는 기획은 이미 하나의 공식이 되었으며 사운드의 질감에서는 칼리 래 젭슨, 인디로의 전향이라는 행보까지 보면 로빈이 강하게 겹쳐 보인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변신을 감행하면서 음악의 완성도까지 잡아낸 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능력이다. 트렌드의 흐름을 뒤쫓으려는 후발주자들에게 < The Kick >은 분명 참고해야 할 기준점이 될 것이다.

– 수록곡 –
1. Sister Ray
2. The kick
3. Growing on me
4. Potential
5. Dance magic
6. Body suit
7. Absolute
8. Two kinds of silence
9. Forgive yourself
10. Gentleman
11. Sky love
12. Too much col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