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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Adele) ’30’ (2021)

평가: 3.5/5

아델의 숫자 명명법에는 어느덧 나이테의 표기만으로 간주할 수 없는 시대적 공감이 자리한다. 공식적으로 얼굴을 드러낸 < 19 >부터 집필된 일대기에는 비단 아델의 이야기만이 아닌, 그 시간을 함께 보내온 전 세계 관중들의 벅찬 환호와 함성의 기록이 층위처럼 포개져 왔기 때문이다. 팝의 패권을 거머쥔 보컬리스트가 또 한 번 숫자를 제목으로 택한 것은 결국 팬들에게 보내는 소집 의식이자 응원의 부탁이며, 강한 자구책의 의지에 가깝다. < 30 >의 무게는 그 기시감과 상징성만큼이나 결코 가볍지 않다.

두 장의 다이아몬드 앨범 < 21 >과 < 25 > 이후 안정적인 스타덤에 오른 것과 별개로 아델에게는 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행복할 것만 같은 결혼 생활의 종국에는 산후 우울증이 그를 찾아왔고, 배우자 사이먼 코넥키와 이혼 절차를 밟으며 극심한 불안장애를 겪기도 했다. 반대로 치료 과정에서 과감하게 술을 끊고 건강을 위해 체중을 감량하기도 했다. ‘나와 헤어지는 앨범’이라는 인터뷰의 언급처럼 작품은 거대한 이별의 파노라마를 포착하며 상실이 야기한 상처와 상실을 통한 극복을 다룬다.

뻗어 나가는 성량으로 불도저처럼 차트를 정복하던 과거와 같이 그의 히트메이커 면모만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 30 >은 심심한 자서전처럼 보일 수 있다. 하나 분명히 다른 궤의 작품임을 인지해야 한다. ‘Rolling in the deep’이나 ‘Hello’처럼 견고한 킬링 트랙을 초두에 배치하여 공격적인 굳히기 전술을 취하던 것과 달리, 잘게 반짝이며 1960년대 영사기에서 흘러나올 법한 ‘Strangers by nature’가 오프닝 트랙을 맡은 것은 전작들이 정립한 규격에서의 ‘이별’을 의미한다.

어린 아들에게 이혼이라는 복합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뒤이어 자신 또한 연약한 존재임을 드러내며 조용히 감싸주기를 청하는 ‘Easy on me’가 앨범의 신중함을 대변한다. ‘My little love’에서는 아들과의 실제 대화 내용과 음성 메시지 내역을 가감 없이 삽입해 설득력을 높이고 밀도 높은 먹먹함을 유도하기도 한다. 본래 15분으로 제작 예정이었던 캐주얼한 피아노 풍의 ‘I drink wine’과 애절하게 상대를 떠나보내는 ‘Woman like me’의 작풍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차분한 논조를 이어 나가며 평탄하게 여운을 조절한다.

다만 슬픔을 토로하고 입장을 설득하기 위한 절차에서 갑작스레 ‘울어도 괜찮다’고 외치며 극복 서사로 건너뛰는 ‘Cry your heart out’은 짐짓 당황스럽다. 피리에 특징을 둔 ‘Oh my god’과 포크 키타와 휘파람의 훅이 두드러진 ‘Can I get it’의 경우 팝 발라드가 특색을 취하려는 작법을 강조하지만, 걸출한 대표곡 명단에 들어가기에는 독립적인 멜로디도 불분명할뿐더러 감정 소모를 유도하던 도중 등장하는 밝은 기조의 곡이기에 이질감을 낳을 뿐이다. 상업성을 고려한 결과라면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대중의 니즈는 물론 아티스트 본인이 의도한 극복의 서사를 훌륭하게 겸비한 교집합은 후반부다. 유려한 백킹 보컬과 어우러지며 부드럽게 웅변의 장을 준비하는 ‘Hold on’을 기점으로, 영롱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역량을 온전하게 드러내며 대미를 장식한 ‘To be loved’, 그리고 오케스트라 세션이 참여해 초반부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회귀하는 ‘Love is a game’은 좀체 팝 앨범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급진 매듭이다.

불가결한 배경지식과 보편적인 작법에도 호소력 짙은 보컬 하나만으로 장장 한 시간을 끌어간 작품이다. 사실상 목소리라는 정통 무기로 사사로운 결점을 전부 압도하고 퍼포머로서의 실력을 단박에 입증한 셈. 더군다나 싱글 특화의 백화점 형식이라는 항간의 지적에서도 벗어나 본인의 진중한 이야기를 토대로 심오한 예술 작품을 완성했으니. 더는 아델의 아티스트적 면모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어 보인다. 그의 < 30 >이 단순한 숫자가 아닌 이유다.


– 수록곡 –
1. Strangers by nature
2. Easy on me

3. My little love
4. Cry your heart out
5. Oh my god
6. Can I get it
7. I drink wine
8. All night parking (With Erroll Garner)
9. Woman like me
10. Hold on
11. To be loved
12. Love is a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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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30) ‘THE FROST ON YOUR KIDS'(2021)

평가: 3/5

크루 서리(30)의 멤버들은 힙합 신에 잘 알려진 이름들이다. 쿤디 판다(Khundi Panda)와 디젤(dsel), 손 심바(Son Simba), 오하이오래빗(OHIORABBIT)으로 구성된 래퍼진과 프로듀서 비앙(Viann), 그리고 그래픽 아티스트 그냥 희수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최근 새 멤버 씨제이비95(cjb95)와 니완(Niwann)의 합류로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발매 전부터 국내 래퍼들의 상찬을 얻으며 힙합 애호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이들의 첫 정규 앨범 < THE FROST ON YOUR KIDS >는 독기 어린 메시지로 팀 규모만큼이나 큰 음악적 포부를 드러낸다.

콘셉트는 자신감, 근거는 실력이다. 커버에서 알 수 있듯 음반은 역량이 떨어지는 래퍼들을 공격 대상으로 설정하고 자신을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에 빗대어 ‘불량한 태도 바로잡아주는 학생주임 랩'(‘Ye chef’)으로 상대를 호되게 나무란다. 빼어난 실력자들이 뭉친 그룹이기에 자연스럽게 설득력이 부여되는 자만이다.

실제로 이들의 퍼포먼스는 본작에서도 빈틈이 없는데, 빽빽하게 마디를 메우다가도 음절을 일관되게 맞추는 안정적인 플로우, 각개 비트의 무드에 일조하면서도 자신의 색을 잃지 않는 래핑, ‘고드름 세례’ 등에서 드러나는 탄력 있는 후렴구로 팀이 다져온 탄탄한 기본기를 증명한다.

비앙과 씨제이비95의 지원사격도 존재감을 숨기지 않는다. 두터운 킥과 베이스로 귀에 착 달라붙는 붐뱁 기조를 통일성 있게 유지하면서도 사운드의 에너지를 전면에 피력해 프로덕션에 승부수를 두기도 한다. 분주한 드럼과 시크한 신시사이저가 속도감 있게 내달리는 ‘凸’과 ‘골로가 모텔’은 대표적이다. 트렌디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맛깔나게 구현한 ‘호랑이레슨’으로 정석적인 붐뱁 전개를 거부하며 음반에 신선함을 보태는 구성 역시 긍정적이다.

반면 실력 과시의 일관된 내용 전개는 오히려 큰 감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네 래퍼의 개인 활약을 욕심껏 눌러 담아 50분의 짧지 않은 재생 시간이 완성됐는데, 다수 청자에게는 공감의 폭이 좁은 주제일뿐더러 모든 수록곡이 비슷한 테마 아래에 있어 피로감이 남는다. 간결하게 각인되는 무게감 있는 언어보다 재치 위주의 언어유희와 인터넷 밈을 다수 착안한 가사도 흥미롭기는 하나 오래 기억될 생명력까지 담보하지는 않는다.

메시지의 울림보다 랩과 사운드의 타격감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개개 구성원의 역량과 크루로서의 좋은 합으로 단단한 응집력과 청각적 쾌감을 일궈냈다는 점만으로도 첫 정규작의 걸음을 뗀 크루에게 충분한 의의를 제공한다.

– 수록곡 –
1. The frost on your kids 
2. Hugo
3. 골로가 모텔 
4. 고드름 세례 
5. Ye chef
6. Loser’s advocate (with. Arwwae)
7. 30km/h (with. Easymind)
8. 호랑이레슨 
9. 凸
10. 땡땡이 (with. Avantgarde Vak)
11. Midnight smash bros
12. 291
13. We steal y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