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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2021 올해의 가요 싱글

굴곡진 한 해다. 모든 것이 멈출 것만 같던 코로나 사태에도 사회는 옛 관성을 잊지 않은 채 다시금 변화의 꿈틀거림을 재현하려 한다. 급격히 달라진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국내 대중음악 역시 멈추지 않고 빠르게, 그리고 꾸준하게 지각 변동을 거쳐왔다. 유독 다채로운 개성을 지닌 신흥 세력과 사회를 뒤흔들 신드롬이 넘쳐났던 2021년을 하나의 규격으로 묶기는 힘들겠지만, 그 서사를 축약하고 대변할 가요 싱글 10곡을 기록한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악동뮤지션(AKMU) ‘낙하 (Feat. 아이유)’

악동뮤지션의 원동력인 기발함이 끝도 모르고 커져간다. 데뷔 초에는 일상적인 소재가 중심이 되어 상상의 살을 덧붙였다면 ‘낙하’는 공간 자체를 뒤집어 놓는 도치로 세상을 바라본다. 통상적인 낙하의 뜻은 내몰린 상황에서의 선택권이 없는 도피지만 이찬혁은 중력을 넘는 비상을 통해 ‘밤하늘의 별’이 되고자 한다. 죄다 낭떠러지인 초토화된 곳은 도약을 위한 디딤대가 되고, 그곳에서 고립감을 느끼게 하지 않도록 손을 잡아 연대감까지 챙긴다.

남매가 보내는 지지가 마냥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기에 더욱 힘이 실린다. 예측 불가능한 곳을 향한 도전이 불러일으키는 불안감을 솔직히 드러내면서, 그럼에도 너와 뛰어내리겠다는 전폭적인 응원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또한 추락 끝에 등장하는 불확실성은 음악으로 해소된다. 낙하 이미지, 두툼한 베이스 사운드와 달리 상승하는 수현과 아이유의 보컬은 철저한 계산 아래 짜인 것이다. 낯설고 거꾸로 뒤집힌 세계의 위로가 2021년을 사로잡았다. (임선희)

스테이씨(STAYC) ‘ASAP’

답은 정해져 있다. K팝 아이돌이 서사, 비주얼, 안무 등 종합 문화 예술을 담고 있다 해도 그들의 기본은 음악이다. Z세대의 뉴노멀(New normal) 놀이 문화 ‘댄스 챌린지’로 ‘꾹꾹이 춤’을 유행시킨 동시에 노래가 좋다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이유로 흥행에 성공한 스테이씨의 ‘ASAP’이 바로 그 본보기 아닐까. BTS의 글로벌 진출을 계기로 넓어진 K팝 시장만큼 모든 변수와 시대의 흐름에 대비하는 방법은 모두가 알고 있다. 결국 음악이다.

트와이스의 데뷔부터 전성기를 주도했던 프로듀서 블랙아이드필승은 작년 가을 < 놀면 뭐하니? >에 나와 ‘Don’t touch me’로 능력과 얼굴을 동시에 알렸다. 그의 아이들 스테이씨는 빠르게 인지도를 올리며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했고, ‘ASAP’이라는 결정타를 날렸다. 얽히고설키는 전자 음들 속 멤버들의 음색이 조화를 이루면서도 어색하거나 작위적인 사운드가 없다. 히트송과 명곡의 척도가 항상 비례하지는 않지만 이 노래는 비례해도 문제없다. (임동엽)

에스파(æspa) ‘Next level’

비대면 시대를 틈타 급부상한 트렌드의 SM 자사 비전, 현실세계의 넷과 아바타 넷이 공존 소통하는 에스파가 발휘한 상업적 파괴력의 근원이 가상세계 편승만이 아님을 매혹적 활기가 넘치는 이 곡이 증명한다. 새로운 메타버스 유행 메커니즘과 대중의 음악적 희열 사이의 좀처럼 획득하기 어려운 공조가 눈앞에 다가온 건가. ‘제껴라 제껴라 제껴라!’ 추세가 예술로 스미지 못해 생겨날 어색함을 반쯤은 제꼈다.

주의 깊은 원곡 재해석과 네 멤버의 질서 잡힌 아우성이 트렌트의 개입이란 외적 선전을 장착해 20대, 30대 젊은 층(상당수가 여성)을 집단적 관용과 시의적 숭배로 몰아간 것이다. 걸 크러시로, 보이그룹 전유인 여성 팬덤을 부분 탈취해 성비(性比) 균형을 일구는 흐름도 완성했다. ‘Black mamba’로 격발해 ‘Savage’ 침투로 이어간, 격한 인기몰이의 중간 대폭발. ‘뉴’, ‘힙’, ‘2021년’ 그 모든 것을 이 곡이 다 가져갔다. (임진모)

브레이브걸스 ‘롤린’

시원한 트로피컬 사운드의 플럭 소스 인트로는 ‘롤린’을 밝고 상쾌하게 만들지만 대중은 이 도입부만 들어도 울컥한다. 실력 좋고 선한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해 오랫동안 고생시켰다는 미안함과 무명이었던 브레이브걸스가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해왔는지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어울리지 않았던 2017년의 어두운 컨셉트와 시기성의 오류를 버틴 그 4년 동안 축적된 응집력과 잠재력은 마침내 올해에 폭발했다. 따돌림 없이 청정지대처럼 해맑은 멤버들 간의 우정, 어느 무대에서나 최선을 다하는 헌신, 젠더 갈등과 세대 분리를 극복한 전 국민적인 응원 그리고 약자의 성공에 대한 우리의 인심이 뭉쳐서 ‘롤린’이라는 심지에 불을 지폈다.

‘롤린’, ‘운전만 해’, ‘Help me’, ‘유후’를 만든 작곡팀 투챔프의 황규현과 하승목은 민영, 유정, 은지, 유나 모두 음악에 욕심이 있고 자신들의 노래에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그 말처럼 브레이브걸스의 노래들은 소수만을 위한 지적 허세를 지향하지 않는다. 쉽고, 신나고, 질리지 않는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2021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가요다. (소승근)

온앤오프(ONF) ‘Beautiful beautiful’

일단은 잘 들려서 좋다. 정공법으로 승부한 노래에 생생한 멜로디가 살아 숨 쉰다. 힘차게 터져 나오는 오프닝부터 귀를 사로잡는다. 곧이어 미끄러지듯 1절에 들어서면 멈춤 없는 쾌속 질주가 펼쳐진다. 생동감 넘치는 선율과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법한 후렴, ‘불러, 노래!’ 같은 매력적인 추임새까지. 매끈하고도 짜임새 있는 구성이다.

‘Beautiful beautiful’의 주요 악기는 단연 목소리다. 멤버 각자의 퍼포먼스와 단체 하모니가 모두 수준급이다. 그 진가는 브리지에서 드러난다. 여섯 청년은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리다가 과감히 한발 물러나 아카펠라로 주의를 끈다. 근사한 완급 조절이다. 노래만큼이나 밝고 활기찬 노랫말은 또 어떤가. 음악과 메시지, 모든 면에서 올해의 희망 송가, 젊음의 찬가다. (정민재)

애쉬 아일랜드(ASH ISLAND) ‘멜로디’

신예의 패기나 야심 따위의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고 싶지 않다. 힙합의 틀 안에서 다분히 힙합적인 관점에서 부여하는 담론이나 의미도 거추장스럽다. 이 노래의 가치는 단순하다. 그저 좋은 ‘팝’이라는 것.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며, 오래도록 사랑받을, 대중성에 충실한 ‘히트곡’이라는 것이다.

보편성의 승리다. 국내 이모 랩(Emo Rap)의 선두주자로서 침울한 감성을 주로 다루던 그가 특유의 어두운 무드를 한풀 죽이고 한 움큼 대중친화력을 보태니 이렇게나 곡이 좋다. 싱잉 랩을 대표하는 곡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듯 제목부터 직관적인 노래는 그에 걸맞은 한번 들어도 귀에 착 감기는 선율과 접근 쉬운 사랑 이야기로 보편의 소통을 파고들었다. 그의 이름이 힙합 신 안에서만 울리지 않는 이유다. (이홍현)

비비, 88라이징(BIBI, 88rising) ‘The weekend’

경쾌한 포 온 더 플로어(Four on the floor) 리듬에 그루브 넘치는 베이스. 트렌드에 탑승한 전형적인 디스코 넘버다. 특기할 만한 점은 비비의 보컬. 그간 선보였던 앳된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췄다. 대신 정확히 노트를 찌르는 성숙한 보컬만이 자리할 뿐. 짧게나마 허스키하게 목을 긁는 모습은 그야말로 비비의 발견이다.

‘The weekend’는 비비에게도 88라이징 사단에게도 최선의 그리고 최고의 결과다. 전자는 마니악한 감성을 넘어 팝 멜로디를 소화하며 보컬의 스펙트럼을 늘렸고, 후자는 그들의 음악을 그려낼 새 목소리를 찾아냈으니. 우린 이것을 건강한 시너지라 부른다. (정연경)

버둥 ‘씬이 버린 아이들’

버둥을 처음 들었을 때를 떠올린다. 낮은 저음과 복고풍의 신시사이저가 주가 되는, 잘 들리고 잘 붙는 멜로디의 향연. 어디선가 부단히 노를 젓다 이제야 동력 받아 떠오른 듯한 그의 정규 1집 < 지지않는 곳으로 가자 >는 단연 올해의 발견이다.

타이틀 ‘씬이 버린 아이들’은 그중에서도 정점에 놓인다. ’00’, ‘공주 이야기’ 등 매끄러운 수록곡이 많지만 이 곡은 뭐랄까, 몇 년 몇 해가 지나고 계속 듣고 싶은 혹은 계속 들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어제는 고개를 저었고 오늘은 웃으며 반기면 난 어떻게 해야 해’. 씬에서 살아가며 쉽게 바뀌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그는 ‘버려진’다고 표현했지만 그 접근은 어둡기보다 오히려 밝다. 아무리 공격해도 부서지지 않고 스스로 무너지지도 않는 단단한 관점이 노래 안에 있다. 그래서 곱씹고 곱씹을수록 진해진다. 인상적인 시작이자 기억해야 할 출발. (박수진)

디핵, 파테코(D-HACK, PATEKO) ‘Ohayo my night’

“우리 그냥 결혼하면 안 될까? 돈은 내가 열심히 벌 테니까.”. 브레이브걸스 ‘롤린’ 이후 다음 역주행 곡은 서툰 사랑 고백 노래 ‘Ohayo my night’이었다. 2016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래퍼 디핵과 신예 프로듀서 파테코가 2020년 6월 공개한 이 노래를 발매 당시 주목한 이는 극소수였다. 하지만 간결한 멜로디, 투박한 노랫말 속 꾹 눌러 담은 진심은 1년의 시간을 건너 틱톡,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적극 활용하는 10~20대들의 마음을 훔쳤다. “일단 음악 포기하지 말아 봐 곧 뜨니까!!!”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절박했던 노래의 운명이 순식간에 역전된 순간이었다. 한 해 동안 스트리밍 차트를 휩쓸고 노래방을 섭렵한 ‘Ohayo my night’은 씨스타 효린, 러블리즈 류수정 등 숱한 이들의 답가까지 더해지며 2021년의 스테디셀러로 기억될 준비를 마쳤다.

뮤직비디오 속 디핵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일등 신랑감’과 거리가 먼 ‘덕후’다. 캠핑카와 오락실, 뒷골목과 시골길을 오가는 그는 연신 고개를 푹 숙이고 영상에 일본어 자막을 넣는다. ‘너를 사랑해’의 확신 대신 ‘너를 사랑하고 있어’라 애원하는 그의 모습은 영원한 사랑을 꿈꾸다가도 현실의 벽에 주눅 들고 마는 2021년 대한민국 20대의 자화상이다. 비자발적 비혼에 좌절하다 ‘나 혼자 산다’에 위안받던 우리 세대, 서툰 사랑조차도 꿈꾸지 못하며 메말라가던 우리 청춘에게는 ‘Ohayo my night’처럼 투박하고 지질하더라도 진실한 고백이 필요했다. 그래, 비록 좁은 내 방 천장이라도, 내가 그린 우주 속에서 분명 우리 둘은 별과 우주잖아. (김도헌)

얼라이브 펑크(Alive Funk) ‘To-kyo (Feat. 서사무엘)’

소리를 향한 장인의 열망과 상업을 위한 음악가의 고뇌가 고루 담긴다. 가상 악기의 종말을 고한 문제작 < Di-Ana >의 프로듀서 얼라이브 펑크가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도모한 프로젝트, ‘팝업 스토어’의 시작을 알린 첫 공개곡 ‘To-kyo’는 그런 복합적인 위치에 존재한다. 편안함과 아늑함이 주된 감성으로 자리하지만 공기층에 세세하게 분포한 잔향의 입자에서는 완벽한 사운드스케이프를 위한 음악가의 선한 집착이 배어 나온다.

서사무엘과 펼친 정갈한 시너지적 덧셈이다. 비트는 가수의 역량을 극한으로 끌어내고, 퍼포머는 제작자의 의도를 기대 이상으로 보답한다. 도쿄와 ‘Too-kyo(きょ); 매우 공허하다’를 이용한 재치 있는 말장난과 로파이를 머금은 도회적 단상, 그리고 지친 현대인의 욱신거리는 허전함을 덤덤히 노래하는 가사는 가볍듯 가볍지 않은 공감의 통증을 유도한다.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담백하고 고찰적인 알앤비 트랙. (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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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김도헌의 Twist And Shout

2021년 음악을 이해하는 키워드

새해의 첫 번째 달도 반 이상이 지나갔다. 여전히 코로나 19의 위협이 개인의 삶을 짓누르고 있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던 2020년과 달리 백신을 개발하고 비대면 시기에 맞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등 희망의 싹을 찾을 수 있는 2021년이다.  

음악 산업 역시 글로벌 팬더믹의 가운데 지속적인 적응과 혁신, 신기술 투자로 활로를 개척했다. 동시에 대중과의 소통 활로가 막힌 창작가들과 공연, 페스티벌 업계는 연일 안타까운 소식에 한숨을 내쉬고 있는 아이러니한 광경이다. 

남은 345일 동안 우리는 어떻게 음악을 듣게 될까, 그리고 음악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네 가지 키워드로 2021년 음악 산업을 전망한다. 

스포티파이 국내 진출, 치열해질 오디오 시장 경쟁

지난해 12월 18일, 세계 최대의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올해 상반기 내 국내 서비스 론칭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2019년 3월부터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해온 스포티파이는 약 2년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발을 디딘다. 6천만 곡 이상 보유곡, 40억 개 이상 플레이리스트, 3억 2천만 명 이상 유저를 보유한 골리앗의 등장이다. 

적지 않은 음악 감상자들이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을 고대해왔다. 명성, 풍부한 해외 음원, 타 서비스들과 비교 불가능한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분명한 강점이다. 물론 멜론, 지니, 벅스, 플로, 바이브 등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들과의 경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격적인 할인 혜택과 통신사 연계를 통해 고정 이용층을 갖춘 토종 서비스들에 밀려 고전한 애플 뮤직(Apple Music)의 전례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하지만 스포티파이의 시선은 그 너머를 향해 있다. 

스포티파이는 보도자료를 통해 케이팝의 글로벌 인기를 견인하는 스포티파이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매년 음원 스트리밍 트렌드를 결산하는 스포티파이 플래그십 캠페인 ‘랩드(Wrapped)’를 통해 자체 ‘2020년 케이팝 결산’ 자료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여기에 스포티파이가 최근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팟캐스트다.  2019년 4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여 팟캐스트 업체를 인수한 이래로 스포티파이는 꾸준히 독점 콘텐츠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물론 이 행보에 대한 전망은 해외 시장에서도 찬반 논란을 부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에 음원 서비스 시장 확장의 목적과 더불어 글로벌 오디오 시장에서의 케이팝 콘텐츠 선제 확보 및 전초기지 건설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2014년 케이팝 허브 플레이리스트를 처음 선보인 이래 스포티파이에서 케이팝은 청취 비중을 2,000% 이상 늘렸고, 1,800억 분 이상 스트리밍 되었으며 1억 2천만 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확보했다. 

스포티파이 한국 서비스는 케이팝 기획사들과의 기민한 협력과 발 빠른 소통을 통해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소개할 수 있다. 스트리밍 업계는 물론 팟캐스트, 오디오북, 유튜브 및 OTT 서비스들까지 스포티파이의 등장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기업 + 기획사 합작 플랫폼, 게임과 음악 

동시에 2020년은 케이팝 온라인 플랫폼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해였다. 상호 간에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손을 잡은 SM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는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비욘드 라이브’를 론칭하며 온라인 콘서트 시장에 발을 디뎠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자체 개발 플랫폼 위버스(Weavers)를 통해 BTS와 산하 아티스트들의 온라인 콘서트, 굿즈, 홍보 및 뉴스를 포괄했다. 한국 아티스트뿐 아니라 영화감독 JJ 에이브럼스의 딸로 유명한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뉴 호프 클럽, 영블러드 등 신진 해외 아티스트들까지 위버스에 합류했다. 

NC소프트의 야심작 ‘유니버스’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CJ ENM과의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알리며 본격적인 행보를 알린 유니버스는 인공지능 음성 합성, 모션 캡처 등 다양한 IT 기술 기반의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콘서트, 현장 투표 등 팬덤 공간으로의 요소를 동시에 갖췄다. 300만 명 이상의 사전 예약자를 확보한 유니버스에는 강다니엘, 몬스타엑스, 아이즈원, 우주소녀, (여자)아이들이 합류 예정이다. 

유니버스에 더욱 시선이 가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음악과 게임의 합작 흐름 덕이다. 소니 뮤직이 2020년 트래비스 스캇의 가상 콘서트로 화제를 모은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지분을 일부 인수한 데 이어, 워너 뮤직은 지난 12일 1억 5천만 명 이상의 유저를 확보한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에 대한 5억 2천만 달러 상당의 투자에 참여했다. 릴 나스 엑스, 에이바 맥스 등이 로블록스에서 온라인 콘서트를 가졌다. 

현재 NC는 유니버스 사전 등록에 참여한 이들에게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 & 소울, 프로야구 H2 등 자사 게임 쿠폰을 제공하며 신규 케이팝 플랫폼과 기존 게임 서비스의 융합을 의도하고 있다. 대규모 자본과 기술의 투자를 확보한 케이팝은 음악을 넘어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콘텐츠 제공 시스템으로의 확장을 꿈꾼다. 

사라진 콘서트와 공연장, 코로나 이후 전망은?  

분명 빛은 밝다. 하지만 그림자는 더 짙다. 케이팝의 성장은 팬데믹을 기회로 삼은 일부의 경우다. 다수 음악 산업 종사자들은 전례 없는 최악의 시기에 신음하고 있다. 특히 대면 콘서트가 사라지며 전 세계 공연 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가운데, 우리의 삶 속 크고 작은 추억과 기억을 안긴 공연장들 역시 속속 문을 닫고 있다.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음악 팬들을 설레게 했던 대다수 페스티벌과 내한 공연은 연기를 거듭하다 씁쓸한 취소 소식을 남겼다. 1998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재즈 클럽 ‘원스 인 어 블루 문’이 영업을 종료한 데 이어 홍대 앞 상징적인 공연장 ‘브이홀’도 코로나 19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퀸라이브홀, 무브홀, 에반스라운지도 문을 닫았다. 이태원의 밤을 책임졌던 소프 서울, 케이크샵 등 다양한 베뉴들도 ‘집합 금지명령’ 앞에 차디찬 한 해를 보냈다.

자연히 온라인 콘서트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빅히트, SM, JYP, YG 등 케이팝 기획사들은 가상현실 및 특수효과의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며 온라인 콘서트로 대규모 투어의 아쉬움을 달랬다. 한국 인디 신 역시 잔다리 페스타, 테이프 앤 포스트 등 스트리밍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고자 분투했다. 그러나 오프라인 콘서트보다 더욱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온라인 콘서트가 모두의 대안이 될 수 없음도 분명했다.

세계적으로 대면 공연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독일에서는 3회에 걸친 거리두기 정책 하의 실내 공연 테스트를 통해 안전성을 시험했으며, 1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도 1,000명의 지원자가 ‘실험’에 참여했다. 영국과 일본은 일찌감치 2021년 자국 페스티벌의 라인업을 공개하는 중이다. 그러나 코로나 19 유행 종식 이후에도 대면 콘서트가 돌아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틱톡과 소셜미디어, 카탈로그와 싱글 시대

현실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가상의 소셜 미디어다. 15초짜리 짧은 숏-폼 영상으로 출발한 틱톡(Tiktok)은 음악 산업의 핵심 서비스. 국제보건기구(WHO)도 코로나 19 확산을 막는 홍보 플랫폼으로 틱톡을 선택했을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그 영향력은 거대하다. 우리도 지코의 ‘아무노래’를 통해 틱톡의 인기를 체감한 한 해였다. 

조쉬 685, 메간 더 스탤리온, 트래비스 스캇, 도자 캣, 로디 리치 등 2020년의 뜨거운 이름은 모두 틱톡으로부터 출발했다. 2021년 첫 메가 히트곡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drivers license’ 역시 인기 근간에 틱톡이 있다. ‘바이럴’은 과거와 현재를 가리지 않는다. 크랜베리 주스를 마시며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청년이 1977년 플리트우드 맥의 ‘Dreams’를 2020년 빌보드 싱글 차트 12위까지 견인할 줄 누가 알았으랴. 

틱톡과 소셜 미디어, 스트리밍의 유행은 대중음악의 핵심 콘텐츠를 앨범에서 싱글로 되돌리고 있다. 1960년대 비틀스가 앨범의 미학을 확립한 이후 연전연패하던 싱글은 디지털 음원의 등장과 함께 힘을 키워오다 스트리밍 시대 다시금 주류의 문법 중심을 되찾았다. 이제 잘 만든 앨범보다 잘 ‘큐레이션 된’ 플레이리스트가 더욱 힘을 얻는 시대다. 

따라서 광대한 과거 음악의 바다에서 콘텐츠를 엄선해 현대의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큐레이터’들의 역할이 각광받고 있다. 코로나 19로 투어 수입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올드 뮤지션들 – 밥 딜런, 닐 영, 플리트우드 맥 등 -이 저작권 회사에 본인의 카탈로그를 판매하는 흐름도,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돌아오는 과거의 명곡들도 2020년대의 음악이 ‘창작’보다 ‘활용’, 긴 호흡의 작품보다 단편의 멀티 콘텐츠를 향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