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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The 1975) ‘Part of the band’ (2022)

평가: 3/5

눈에 띄는 변화다. ‘Chocolate’, ‘Love me’ 같은 댄서블한 팝 록으로 21세기 대세 밴드가 된 The 1975가 방향을 틀었다. 이미 전작 < A Brief Inquiry Into Online Relationship >에서 실험적 면모를 보였으나 어디까지나 전자음악에 기반한 사운드임에 반해 오는 10월께 나올 다섯 번째 정규앨범 < Being Funny In A Foreign Language >의 전초전 격인 ‘Part of the band’는 어쿠스틱의 질감을 살린 아트 팝이다.

첼로와 바이올린, 색소폰이 혼란스레 조화롭다. 어지럽게 늘어놓으면서도 악기의 고유색을 살린 사운드 디자인이다. 포크 풍으로 접어드는 구간은 작곡 당시 함께 공연했던 피비 브리저스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근작을 프로듀싱했던 그룹 펀의 멤버 잭 안토노프의 영향이다. 화제의 주인공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미셸 자우너가 목소리를 보탰고 느닷없이 프랑스 시인 랭보와 폴 벌레인이 등장하는 노랫말은 보르헤스 소설처럼 자유롭다. 십 년 차 밴드의 신곡은 정체(停滯) 거부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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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1975 ‘Notes On A Conditional Form'(2020)

평가: 3/5

좋게 보자면 화려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허황됐다. 밴드의 근간이 되는 캐치한 팝 선율 아래 앰비언스와 1980년대 차가운 신스팝과 뉴웨이브, 브릿팝의 센치한 기타 리프와 빈정거림, 인더스트리얼의 광포함, < Kid A >의 실험과 UK 개러지가 차례대로 등장하는 것이 마치 호화 패션쇼 런웨이를 향해 걸어 나오는 모델들을 연상케 한다. 호평 일색이었던 전작의 성공을 통해 거대한 주제 의식을 밴드 스타일에 융합하는 공식을 확립한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다. 동시에 현 세대를 대표하는 밴드로 기록되고자 하는 무의식의 욕망은 앨범을 과하게 만든다. 

확실히 < Notes On A Conditional Form >의 초반부는 도전이나 실험보다는 해체에 가깝다. 이노의 앰비언트 위 새 시대 저항의 상징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이제는 맞설 시간입니다’라 선언하고 나면 나인 인치 네일스와 마릴린 맨슨으로 분한 팀 리더 매티 힐리가 ‘People’을 내지르고, 시규어 로스의 우아함을 빌려 만든 ‘The end’의 휴식 시간을 거쳐 ‘Frail state of mind’로 ‘Tootimetootimetootime’의 익숙함을 가져오는 식이다. 앨범 후반부 집중 배치된 일렉트로닉 트랙도 흔한 시도는 아니다. 

이런 방종함이 앨범 전체를 지배했다면 꽤 당혹스러웠을테지만, 영리하게도 밴드는 차분한 앰비언트 스킵 ‘Streaming’과 파인그로브(Pinegrove)의 음악과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The birthday party’로 앨범을 빠르게 정돈한 후 다재다능함을 과시한다.

‘Yeah i know’에서는 ‘Idioteque’의 톰 요크가 되었다가 이어지는 ‘Then because she goes’로는 풍성한 브릿팝 시대의 여운을 가져보기도 하고, ‘Jesus christ 2005 god bless america’의 연약한 포크 기타 연주 위에선 피비 브리지스(Phoebe Bridges)와 함께 조곤조곤 심오한 듯한 이야기를 나눈다. 1집이 그들이 그리웠을 팬들을 위해 ‘Me & you together song’과 ‘Tonight (I with I was your boy)’같은 친숙함도 잊지 않는다.

1980년대 MTV 스타 밴드들과 실험가들의 소리를 동시에 구현하고 1990년대 UK 개러지부터 테크노까지 섭렵하면서도 밴드의 색을 잃지 않으니 실로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대단하다. 하지만 균형감과 진솔한 고백이 있었던 전작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모든 면에서 과하다. 

우선 22트랙 1시간 21분의 대장정부터가 압박이다. 도입부의 짧은 앰비언트 트랙들과 수미상관을 이루는 ‘Bagsy not in net’, ‘Don’t worry’ 등 몽롱한 곡들이 집중도를 떨어트리고, ‘Jesus’와 ‘Playing on my mind’, ‘The birthday party’와 ‘Roadkill’ 같이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곡들도 있을 뿐더러 강화된 ‘It’s not living (If it’s not with you)’처럼 들리는 ‘If you’re too shy (Let me know)’처럼 전작의 잔향도 깊다. 다양한 장르를 담고 있음에도 선명하지 않은 톤을 고수하는 사운드메이킹 역시 탄력을 떨어트리는 요소.

메시지도 장황하다. 매티 힐리 스스로의 연약함으로 출발해 온라인 세대를 고찰한 < A Brief Inquiry Into Online Relationships >의 폭넓은 공감선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환경 문제, 전체주의, 고독, 마약 중독의 경험 등이 어지러이 소용돌이치고 어렵게 은유된다. ‘The birthday party’의 구구절절 일화보다 ‘It’s not living (If it’s not with you)’가 훨씬 경각심이 있고, 순수한 밴드 초기 시절을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Me & you together song’의 발랄한 사랑과 마무리 트랙 ‘Guys’가 앨범에서 가장 선명하다. 제약 없는 창작의 사운드와 달리 메시지에선 강박이 느껴진다. 

매티 힐리는 작품 발매 후 애플 뮤직과의 인터뷰에서 < A Brief > 발매 후 1975가 라디오헤드와 비교된다며 전작의 성과를 다시 재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그 고뇌의 과정을 거쳐 등장한 < Notes On A Conditional Form >에 대해서는 “스파이더맨 쫄쫄이 티셔츠를 입던” 시절로 돌아간, 가장 순수한 앨범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1990년대 음악 영웅들의 발자취를 성실히 밟고 있다는 점에선 동의하나 오히려 이 때문에 앨범은 대단한 것들을 바삐 따라갈 뿐 대단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승승장구하던 1975에게도 그들의 선배들이 그러했듯,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s)’ 천천히 세상을 내려다봐야 할 때가 왔다. 

– 수록곡 –
1. The 1975
2. People 
3. The end (Music for cars)
4. Frail state of mind 
5. Streaming
6. The birthday party
7. Yeah I know
8. Then because she goes 
9. Jesus christ 2005 god bless america
10. Roadkill
11. Me & you together song 
12. I think there’s something you should know
13. Nothing revealed / Everything denied
14. Tonight (I wish I was your boy)
15. Shiny collarbone
16. If you’re too shy (Let me know) 
17. Playing on my mind
18. Having no head
19. What should I say
20. Bagsy not in net
21. Don’t worry
22. Gu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