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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Heize) ‘Happen’ (2021)

평가: 2.5/5

2015년 방송된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 언프리티 랩스타 2 >의 준결승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삼킨 헤이즈는 1년 후 ‘돌아오지마’의 역주행 열풍을 시작으로 ‘비도 오고 그래서’와 ‘저 별’ 등의 히트곡을 발표하며 승승장구했다. 싸이가 설립한 피네이션으로 둥지를 옮겨 발표한 미니 앨범 < Happen >은 대중성을 기반으로 하되 연주곡을 제외한 모든 곡을 작사해 뮤지션의 자의식도 드러내며, 헤이즈가 ‘강남스타일’의 공동 작곡가 유건형과 함께 만든 앨범의 타이틀 곡 ‘헤픈 우연’이 음원 사이트 상위권에 올라 음원 강자임을 확인했다.

이문세의 ’희미해서‘와 트와이스의 ’Cry for me’의 가사로 작사가의 능력을 입증한 헤이즈는 이번 앨범에서 시간과 공간, 대상이 아리송한 다차원적인 사랑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끝이 애처롭게 떨리는 음성은 연애의 약자 입장이었음을 암시하고 작은 기억의 조각에도 속앓이 하는 가사 내용은 외강내유의 실제 성격과 닮아있다. 같은 주제를 다루며 생기는 저밀도의 지점들은 ‘언젠가 우리 볼 수 없게 되면 빗물이 되어 내게 올 거라던 그 약속을 지켰나요'(‘빗물에게 들으니’)라는 시조를 연상하게 하는 문체의 다양성으로 보완한다.

창모와 개리, 김필과 안예은까지 다양한 피처링 뮤지션이 눈길을 끌지만 그들이 구사하는 음악 색을 펼칠 자리가 충분하지 않다. 현악 오케스트레이션과 베테랑 래퍼 개리의 지원사격이 돋보이는 ‘처음처럼’과 타령에 가까운 창법으로 주목받는 안예은의 가창에 가야금 소리가 더해져 동양적 분위기를 자아낸 ‘빗물에게 들으니’만이 협업이 빛을 발한 경우. 시티팝의 분위기를 드리운 ‘Why’는 개성파 뮤지션들 사이에서 독자적으로 곡을 끌고 가는 헤이즈의 힘을 보여준다.

기리보이와 타블로 등 곡마다 배정된 화려한 프로듀서 진은 개별 곡의 노출도를 높이나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프로듀싱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덜하다. 연애의 경험을 묶어 서사의 일관성을 가져가지만 외려 싱글들을 콜라주한 모음집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대중적 감각과 싱어송라이터의 영역을 확보한 헤이즈이기에 앨범의 유기성을 책임지는 총괄 프로듀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수록곡 –
1. 헤픈 우연
2. 처음처럼 (Feat. 개리)
3. 감기 (Feat. 창모)
4. Why
5. 미안해 널 사랑해 (Feat. 김필)
6. 빗물에게 들으니 (Feat. 안예은)
7. 어쨌든 반가워
8. Destiny, it’s just a tiny d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