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수란, 치즈 등 여러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작곡, 편곡으로 참여하며 작곡가 및 프로듀서로서의 입지를 다졌던 어린 날의 이력은, 오히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준을 슬럼프로 이끌었다. 이는 첫 번째 정규 앨범 < Today’ s > 이후 1년의 공백기를 가질 만큼 길고도 거셌다. 그 종착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결국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인고의 시간은 산뜻하고 쾌활하게 그려진 < Ending >, 즉 극복기에 도달한다.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으면서도 과하지 않은 사운드로 일관성을 띠고, 촘촘한 구성으로 완성도를 높인다. 일렉트로닉 기타 리프를 배경 삼은 ‘Opening’으로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세련된 코드와 멜로디 진행으로 미니멀한 사운드의 단조로움을 비껴간다. 서로 다른 조성의 투 파이브(2도에서 5도로 가는 진행)가 연속으로 진행되며 일시적 전조 효과를 심어 한 차례 꼬아내지만, 자연스러운 멜로디로 대중성을 획득한다.
시티팝 스타일의 ‘날씨의 하루’는 다소 보편적인 코드 진행과 사운드를 지니고 있으나 유연하게 흘러가는 멜로디로 알앤비의 색채를 더한다.
완성도 있는 음악은 탄탄한 음악성으로부터 비롯된다. ‘Now’는 팝 스타일의 틀 안에서 다양한 리듬을 선보인다. 엇박으로 쪼개지는 기타 스트로크와 당김음을 활용한 베이스 연주는 삼바 리듬을, 4/4박자로 정박에 떨어지는 드럼 연주는 하우스 리듬을 내포한다. 그 위에 트럼펫 리프로 재지(Jazzy)함을 더하는데, 이를 결국 하나로 묶는 건 알앤비 스타일의 보컬이다. 그는 단순히 듣기 좋은 것을 넘어서 악기와 리듬을 치밀하게 배치하는 영리한 프로듀서다.
앨범은 멈춰있던 과거를 회상하기보다 극복해낸 현재에 집중한다. 1년간의 공백기를 거쳤음에도 욕심은 감추고 잘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내어놓았다. 앨범을 감싸고 있는 쾌활한 분위기 이면에는 길었던 슬럼프가 있었고, 트렌디한 대중성 이면에는 면밀하게 짜인 음악적 구성이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 Ending >이다. 결국 방황의 끝은 양질의 음반을 낳았다.
-수록곡-
1. Opening (Feat. Moti)
2. 날씨의 하루
3. Now (Feat. THAMA)
4. Anywhere
5. Beautiful (Feat. Gaho, Moti, 정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