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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라디오를 켜봐요] Vol. 5 – 이즘 에디터의 라디오 시그널

전성기는 지났다. 스마트폰의 중심으로 무수히 쏟아지는 영상 플랫폼과 OTT 서비스에 더 익숙한 젊은 층에게 ‘라디오’는 세대를 나누는 낡은 매체의 기준처럼 다가올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 오늘날에도 라디오는 수많은 팬과 함께 굳건히 존재한다. 매일 꾸준하게 습관처럼 챙겨 듣는 마니아부터 문득 향수에 젖어 다시금 찾아오는 방문객 그리고 그 아날로그적인 특색에 반해 접하기 시작하는 호기심 많은 입문자까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작디작은 전파 속 흘러나올 음악과 이야기를 기다린다.

9년 전, 이즘에서 진행한 [라디오를 켜봐요] 시리즈의 마무리를 짓는다. 특집을 처음 시작할 때와는 많은 것이 바뀌었고 필자마저 전부 다르지만 저마다 라디오를 들으며 자라왔다는 사실만큼은 모두 같다. 저마다 추억과 애정이 꼬깃꼬깃하게 담긴 사연과 함께 이즘 필자들이 기억하는 ‘시그널 송’을 조심스레 소개한다. 자, 지금 이 주파수를 고정하기 바란다.

KBS 2FM 나얼의 음악세계 / 나얼 ‘Love dawn’
KBS 2FM에서 진행된 < 나얼의 음악세계 >를 들은 사람은 분명 흑인 음악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다지 유명하지도 않은 오래전의 알앤비를 묵묵히 틀어주던 나얼의 진행은 흑인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이라면 버티기 힘들 정도로 지루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새벽엔 좋은 음악이 있었다. 나얼 솔로 정규 1집에 수록된 인스트루멘탈 ‘Love dawn’은 침전하는 기분을 음악으로 집중시키는 시그널이다. 이 곡의 차분한 사운드를 듣고 있으면 순수함을 향한 그날의 동경이 떠오른다. (김호현)

KBS 2FM 볼륨을 높여요 / 바버렛츠 ‘Summer love’
학업에 집중하리라 마음을 먹기만 하면 주변의 온갖 것들이 흥미롭게 느껴지고는 한다. 그래서 그랬을까, 저녁 식사를 마치고 펜을 집어들 때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KBS 2FM의 < 볼륨을 높여요 > 속 악동뮤지션 수현의 목소리는 애석하게도 매일같이 나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그렇게 들뜨는 마음을 애써 외면하다가도 수현과 바버렛츠의 ‘Summer love’가 방송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면 나는 손에 쥔 펜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넷의 산뜻한 하모니가 나의 결심을 번번이 무너뜨릴 만큼 달콤했으니까. (이승원)

MBC FM4U 태연의 친한 친구 / 텐시러브(Tensi love) ‘Cake house’
학창 시절 조용한 자습실에서 두근대며 문자 사연을 보내던 기억은 꽤나 강렬하다. 라디오를 처음 접했던 중학생은 당시 소녀시대 태연이 진행하던 MBC FM의 < 친한 친구 >에 사연을 보냈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MP3 이어폰으로 전파를 찾았다. 흘러가는 야간 자율 학습 중에 3부 오프닝 곡 텐시러브의 ‘Cake house’가 흘러나왔고 무료한 시간을 버티게 해준 청취 이후에도 기계음으로 가득한 초창기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자주 흥얼거리곤 했다. 비록 사연은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라디오가 주는 동시성과 생동감은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다. (손민현)

KBS 클래식FM 세상의 모든 음악 / 마이크 배트(Mike Batt) ‘Tiger in the night’
모 뮤직바 사장님의 단골 질문은 “< 세상의 모든 음악 > 알아요?”다. 마침 질문받을 당시 늘 듣던 종류 밖의, 클래식, 재즈 외 다른 여러 나라의 음악이 궁금하던 차였다. 덕분에 그 이후 오후 6시면 KBS 클래식FM을 찾았다. 시그널 음악은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마이크 배트(Mike Batt)가 작곡하여 로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Tiger in the night’. 하프와 오보에, 클라리넷이 두런두런 모이는 모양은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DJ의 변함없는 인사말과 어울린다. 얼마 전, 사장님은 나와는 오래 보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건네왔다. 새삼스러웠다. 같은 주파수로 접어들 때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여러 수단 중에서도 라디오는 밤의 호랑이처럼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다. (신하영)

KBS 2FM 이기광 가요광장 / 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 ‘Winter games’
노래 듣는 것에 권태를 느낄 때는 라디오로 기분을 환기하곤 한다. 운이 좋으면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을 발견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근황을 듣거나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한다. < 이기광의 가요광장 >은 점심시간에 편안한 목소리와 트렌디한 선곡으로 라디오로서 역할은 물론 연예계 활동으로 다져온 입담을 통해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다. 하루 중 가장 생기 있는 시간대에 걸맞게 시그널 송은 위대한 작곡가 데이비드 포스터의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주제가 ‘Winter games’를 사용한다. 시카고의 ‘Hard to say I’m sorry’,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 등 그의 수많은 대표곡에 비하면 덜 유명하지만 파워풀한 건반은 태양이 가장 높이 떠 있는 시간에 울려 퍼져 활력을 더한다. (백종권)

SBS 러브FM 정엽의 LP카페 / 정엽 ‘회전목마’
레코드판을 수집하는 입장에서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이름이다(DJ와 같은 ‘엽’자를 써서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 개인 소장 바이닐을 가지고 실제로 공개 방청까지 다녀왔다. 턴테이블을 통해 음악을 틀어준다는 것과 더불어 다양한 라이브 무대가 특징이다. 디제이가 가수인 점을 살려 오프닝 시그널은 정엽의 노래가 SBS 러브FM의 103.5 MHz를 타고 매일 밤 저녁 6시 5분에 흘러나온다. ‘회전목마’라는 제목에 맞춰 놀이공원에서 들릴 법한 도입부 뒤 분위기는 잔잔하게 가라앉으며 진행자의 목소리와 프로그램의 무드에서 일맥상통하는 따스함이 전파를 타고 단번에 퍼진다. 아날로그, 라디오, LP, 음악, 뉴트로, 레트로. 옛것이 현재로 돌아온 지금의 대중문화를 반영해 그 시절의 자글거리는 감성을 간직했다. 오늘도 ‘카페’에 들러 음악 한 모금을 마신다. (임동엽)

KBS 1FM 생생 클래식 / 모차르트(Mozart) ‘The London sketchbook, K.15a’
누군가의 우아함을 사모하다 덩달아 고상해지는 경우가 있다. KBS TV <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의 열혈한 애청자인 나는 유려한 말솜씨를 가진 진행자 윤수영 아나운서를 동경하게 됐고 곧 그가 KBS 1FM < 생생 클래식 >의 오랜 MC라는 걸 알게 됐다. 정오를 알리는 이 라디오는 모차르트가 런던에 머물 동안 쓴 스케치 시리즈로서 제목이 없어 a부터 ss번까지 문자로 대신해 부르는 희유곡의 ‘K.15a’를 시그널로 삼았다. 영국의 지휘자 네빌 마리너의 통솔 아래 관현악기가 수다스럽게 빗발치며 한낮의 태양을 환희한다. 가끔 삶을 축복하고 싶을 때 들을 만한 음악이 추가됐다. 타인의 기품, 다정함, 전문성을 닮고 싶어 맞춰 놓은 주파수가 클래식 문외한에게도 취향이란 걸 심어주었다. (박태임)

MBC FM 임국희의 팝스퍼레이드 / 러브 언리미티드 오케스트라(Love Unlimited Orchestra) ‘Love’s theme’
1980년대 중반, 매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MBC FM에서 방송된 < 임국희의 팝스퍼레이드 >는 나에겐 반 토막 프로그램이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1부는 듣지 못했기 때문에. 아나운서 출신인 임국희 디제이의 약간 냉정한 진행과 선곡되는 노래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시원한 현악기로 시작하는 시그널 음악이 마음에 들었다. 이 곡은 저음으로 유명한 소울 가수 배리 화이트가 이끌었던 러브 언리미티드 오케스트라(Love Unlimited Orchestra)의 초기 디스코 스타일의 ‘Love’s theme’이다. 내가 주말을 기다렸던 이유 중 하나는 정각 오후 4시에 세련된 이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였다. (소승근)

MBC FM4U 세상을 여는 아침 최현정입니다 / 타카피 (T.A.-COPY) ‘케세라세라’
새벽 다섯 시. 하루를 온전히 마무리한 퇴근자의 안도와 이른 출근길의 불안과 설렘이 뒤섞이는 지점에 ‘세상을 여는 아침 최현정입니다’가 있었다. 아나운서 최현정은 특유의 나긋한 목소리로 각자가 지닌 선을 이어주며 청취자를 다독였다. 무엇보다 생각이 깊어질 무렵. 펑크 밴드 타카피가 부른 2부의 여는 곡 ‘케세라세라’는 직선적이고도 흥겨운 리듬으로 고민에 빠진 이들을 ‘될 대로 돼라’며 응원했고 작곡 학원에 다니고자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초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생에게 더할 나위 없이 큰 격려가 됐다. 오랜 세월이 지나 잠시 잊고 있었지만 불현듯 떠오른 그때의 온도와 풍경이 여전히 생생하다. (손기호)

CBS FM 한동준의 FM POPS / 어 플록 오브 시걸스(A Flock Of Seagulls) ‘Space age love song’
중학교 시절 처음 접한 CBS 음악FM의 < FM POPS >는 도회적이었다. 디스크자키 김형준의 쿨함은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서늘한 시간과 어울렸고 프로그램이 소개한 레벨 포티투(Level 42)의 ‘Love games’ 덕에 퓨전 재즈와 소피스티-팝에 매혹되었다. 나른한 오후 2시를 유쾌 상쾌로 깨우는 < 한동준의 FM POPS >에 이르기까지 방송의 시작을 알리는 노래는 같았다. 리버풀 출신 뉴웨이브 밴드 어 플록 오브 시걸스의 ‘A space age love song’은 신시사이저와 각종 소리 효과, 펑키(Funky) 기타의 합세로 가슴을 두드렸다. 제목처럼 공상과학적 사운드스케이프였다. 리드 보컬 마이크 스코어의 헤어스타일을 비롯해 멤버들의 패션도 시각적이었다. (염동교)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 비엔나 심포닉 오케스트라(Vienna Symphonic Orchestra) ‘(I can’t get no) satisfaction’
나에게 ‘Satisfaction’은 롤링 스톤즈가 아니라 비엔나 심포닉 오케스트라의 곡이다. 당연히 < 배철수의 음악캠프 > 때문이다. 해외 음악을 접하겠다는 일념으로 무턱대고 라디오를 듣게 되면서 ‘Satisfaction’은 내 안에 오프닝 시그널 송으로 먼저 뿌리를 내렸다. 마치 ‘헛, 둘, 셋’처럼 들리는 인트로부터 위트 넘치는 베이스, 현란한 현악 연주가 차례로 날리는 일격에 당하고 나니 나중에 찾아 들은 원곡과는 친해질 수가 없었다. 사실 오케스트라 버전도 2분 30초를 넘어가면 마치 마스크 벗은 맨얼굴을 처음 보는 느낌이다. 배철수 DJ의 “출발합니다!” 없이는 영 어색하다. (한성현)

MBC FM4U 푸른밤 종현입니다 / 샤즈(Shazz) ‘Heaven’
자정이 되기 직전 끝난 야간 자율 학습, 지친 하루가 끝나면 기숙사 룸메이트는 MP3로 라디오를 틀었다. 시그널송 샤즈(Shazz)의 ‘Heaven’으로 시작하는 MBC FM4U < 푸른 밤 종현입니다 >. 피아노 선율이 이끄는 포근한 재즈 사운드는 오늘과 내일 사이의 아늑한 공간으로 초대했다. 매일 도착하는 사연들과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목소리는 다정하고 진중했다. 라디오는 늦은 새벽까지 공부할 때면 적막한 틈을 메웠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우리의 또 다른 친구가 되기도 했다. 여전히 ‘Heaven’을 들으면 3년 동안 자정을 지켜줬던 DJ의 사려 깊은 말들이 떠오른다. (정수민)

MBC 표준FM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 / 폴 모리아(Paul Mauriat) ‘Please return to Pusan port’
몇몇 기억은 어렴풋한 흔적으로 시작해 평생을 함께하는 문신이 된다. 어린 시절 차에 타기만 하면 뒷자리로 꾸물꾸물 넘어가 어머니에 기대 누운 채 그 조용한 떨림을 만끽하며 한가로이 졸던 나는 부모님이 즐겨 듣던 라디오 <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 >의 시끌벅적한 만담을 자장가로 삼곤 했다. 1984년 출항을 알린 이 장수 프로그램의 시그널은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폴 모리아가 첫 내한을 앞두고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경음악으로 편곡한 버전이다. 아직도 그 도입부만 들으면 강석과 김혜영의 힘찬 오프닝 멘트와 함께 여러 광경이 산발적으로 떠오른다. 반쯤 감긴 시야 너머로 핸들을 잡고 계신 아버지의 커다란 뒷모습, 앞유리창에 부딪혀 사방으로 퍼져 나가던 햇살, 그 사이를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가로수까지. 원곡의 쓸쓸함이나 편곡의 경쾌함보다 내게는 기분 좋은 포근함으로 기억되는 이유다. (장준환)

MBC 표준FM 이윤석, 신지의 싱글벙글쇼 / 코요태 ‘순정’
인생 절반 이상을 < 싱글벙글쇼 >로 써 내려간 강석과 김혜영, 30년 넘는 세월의 호흡을 단숨에 이어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전설을 고스란히 따라갈 수는 없는 법. 진행자를 교체해가며 방향을 잡아간 지 10개월이 지난 2021년 3월 뜻밖의 시그널이 울려 퍼졌다. 우렁찬 말 울음소리와 함께 ‘디스코 타임’을 알리는 코요태의 명곡 ‘순정’, 혼성 콤비의 부활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원곡자인 신지와 개그맨 정준하는 시트콤 < 거침없이 하이킥 >에서 이미 연기로 합을 맞춰본 만큼 재치 넘치는 만담으로 점심시간을 달궜고 20여 년 전 인기곡까지 소환하며 청취자층을 폭넓게 끌어안을 수 있었다. 2022년 9월부터 정준하 대신 동료 이윤석이 신지와 함께하고 있는 ‘최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은 여전히 그 시절 그리고 오늘날의 순정을 담아 유쾌한 전파를 날리고 있다. (정다열)

MBC 표준FM 조PD의 비틀즈 라디오 / 루카 콜롬보(Luca Colombo) ‘Blackbird’
< 조PD의 비틀즈 라디오 >와 함께한 새벽 두 시는 불투명한 미래가 주는 압박에서 잠시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심야 라디오가 지닌 포근함이 심적 안정을 제공했고 우상으로 삼았던 비틀스의 음악에 집중할 수 있어 더없이 아늑했다. 매일 밤 리버풀 청년들의 위대한 유산을 소개해준 조정선 디제이는 최고의 명사였으며 방송의 문을 연 폴 매카트니의 걸작 ‘Blackbird’는 잠 못 드는 새벽 네 명의 비틀과 나를 이어준 징검다리가 되었다. 원곡과 달리 찌르레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프로그램 시그널은 이탈리아 기타 명인 루카 콜롬보의 핑거스타일 커버 곡을 사용했다. (김성욱)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 제프 & 마리아 멀더(Geoff & Maria Muldaur) ‘Brazil’
기타 반주가 한쪽 귀를 어루만지며 시작한다. 휘파람과 함께 모든 세션이 합쳐지면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라는 나긋나긋한 오프닝 멘트가 들린다. 기분 좋은 아침을 만드는 음악과 목소리. 테리 길리엄의 영화 < 브라질 >의 삽입곡인 제프 & 마리아 멀더 부부의 ‘Brazil’은 암담한 회색 도시에 내리쬐는 따스한 한 줄기 햇살이 잘 표현된 곡이다. <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 또한 빌딩 숲에 둘러싸인 채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의 편안한 쉼터다. 수더분한 말씨로 사연을 읽어주는 ‘아침창 아저씨’ 김창완과 부드러운 포크 ‘Brazil’의 오랜 동행은 20년 넘게 이어져 지금까지도 순조롭다. (김태훈)

MBC FM4U 4시엔 윤도현입니다 / 윤도현밴드(YB) ‘오늘은’
윤도현의 목소리는 멋지고 입담도 화려하다. 하지만 < 4시엔 윤도현입니다 >를 처음 들었을 때 무엇보다 내가 반긴 건 시그널 송 ‘오늘은’이었다. 11년 전 중학교 시절 처음 듣고 자유분방한 가사에 반한 ‘오늘은’. 경쾌하면서도 어딘가 나른한 데가 있는 이 노래를 하교 후 해가 지기를 기다리며 4시에 들었는데 11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시간, 우연히 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 4시엔 윤도현입니다 >에서는 노래가 보컬 없이 반주만 나온다. 그래서 열심히 대본을 준비했을 윤도현 디제이와 작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면 오프닝 멘트는 깡그리 무시하고 왕왕대는 기타 연주에 맞춰 그저 이 노래의 벌스(Verse)를 읊조리곤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YB의 곡도 ‘오늘은’이지만 윤도현도 가장 아끼는 곡이 ‘오늘은’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묘한 유대감이 든다. (이홍현)

정리 : 장준환
이미지 편집 : 백종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