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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IU) ‘Strawberry moon'(2021)

평가: 3.5/5

전적으로 가사의 승리다. 익숙한 피아노 기반의 도입이나 간결한 기승전결이 드러나는 작법은 초기 아이유 음악의 가장 평균적인 모델이라 칭할 수 있을 테지만, 총명하게 두각을 드러내는 노랫말이 차별성을 부여했다. ‘Love poem’ 이후 아이유식 작사법이 온전히 역량을 발한 곡이 등장한 듯하다. 부드러운 시적 문장과 본인만의 독특한 비유는 물론, 한발 뒤로 물러나 조용히 흡수되는 배경음은 일종의 이퀄라이저처럼 유연하게 변화하며 순간순간 가사의 울림을 최적화한다.

두 번의 지점을 짚을 수 있다. 첫 번째는 ‘팽팽한 어둠 사이로 / 떠오르는 기분’ 구절로 돌입하자 순식간에 진공 상태로 돌변하는 사운드다. 무중력이라는 지점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명료하게 표현하며 몰입의 환경을 마련한 구간이다. 두 번째는 바로 뒤 이어지는 하이라이트다. ‘커다란 strawberry moon 한 스쿱’, 혹은 ‘가로지른다’의 단어를 위트있게 변형한 ‘바람을 세로질러’와 같은 가사는 곡이 의도한 몽환적 현장을 생생히 구체화하고 공감각적 체험을 유도한다.

무엇보다 단 한 번의 청취만으로 귀와 입에 달라붙은 노래 자체가 오랜만이다. 각자의 개성이 중요시되고 색다름이 가치로 작용하던 2021년이었지만, 엄연히 전 연령층을 한 데 품을 수 있도록 쉽고 포용적인 음악이 필요했던 찰나다. 그런 의미에서 별다른 부가 요소 없이도 활약을 이끈 ‘Strawberry moon’은 대중음악이라는 단어의 기준점을 적절히 충족한, 그리고 아이유라는 아티스트의 역량이 여러모로 다방면에 위치함을 증명한 곡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