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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No Time To Die’(2020)

평가: 3.5/5

빌리 아일리시 현상을 논할 때 흔히 그의 읊조리는 보컬은 과감한 스타일, 몽환과 우울의 정서에 가려 간과되곤 한다. 편견에 일일이 답하는 대신 제62회 그래미 어워드에서의 ‘When the party’s over’ 무대로 모두를 ‘입 닫게’한 빌리는 오는 4월 개봉할 새로운 007 영화 < 노 타임 투 다이 >의 주제가로 쐐기를 박는다. 

오빠 피니어스가 건반을 통해 한 발자국씩 어둠으로의 발걸음을 디디면, 빌리 아일리시가 체념과 우울 대신 배신에의 분노와 결연한 다짐의 선명함으로 불을 밝힌다. 여느 때보다 선명한 목소리는 탄탄할뿐더러 그 감정의 깊이는 심연과 같다. 침실에서 녹음된 남매의 음울함은 웅장한 오케스트라 세션과도 자연스러운 궁합을 뽐낸다. 

007 시리즈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주제가를 부른 가수라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빌리와 피니어스는 분명 이 시대가 원하는 목소리와 감성을 가졌고, ‘No time to die’는 그것이 고전의 문법에도 유효함을 증명하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