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특집 Feature

[한국 대중음악의 재발견] 한명숙의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

“마음에 둔 사람, 오늘은 유달리 눈길이 간다.
눈에 띄는 색깔의 셔츠, 말수 적은 그 사람…“

도통 모를 사람의 마음,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는 최고 난제다. 동서고금 가슴앓이 노래한 음악 부지기수지만 우리 대중음악 가운데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만큼 애창된 노래가 있을까? 음악을 넘어 영화로도 히트했고 한국 노래 중 최초 해외 리메이크된 K-pop의 원조, ‘노오란~’만 나와도 몸이 들썩인다.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1961/한명숙

1961년 한명숙이 최초 부른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 1964년에는 프랑스 인기가수 이베트 지로가 리메이크했다. 불어로 번안하지 않고 우리말 가사를 그대로 불렀다. 일본 여가수 마무라 미츠코도 <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 黄色い シャツ >를 일본어로 번안해 불렀다. 식을 줄 모르는 노래의 인기, 전성기 한명숙은 동남아시아 일대까지 누볐다. “동남아 순회공연을 막 끝내고 돌아온 ‘아무개’를 소개합니다~” 할 때 그 아무개가 바로 한명숙이었다.

한복 입은 프랑스 가수 이베트 지로

음악적으로 보면 이 곡이 사랑받는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우선은 장르 혹은 스타일이다. 한명숙 원곡이 히트할 당시 대세는 일본 엔카풍의 트로트. 이 노래는 미국 음악인 스윙과 힐리빌리 스타일을 선택했다. 만약 트로트였다면 곡의 확장, 재해석, 그 기대수명까지 달라졌을 것이다.

제법 빠른 템포지만 간결한 가사로 여유를 확보한 것도 탁월하다. “노오란~, 샤쓰 입은~, 말 없는~, 그 사람이~ …” 부르는 사람은 호흡조절과 율동을, 듣는 사람은 리액션, 연주자들은 새로운 표현 – 오블리카토나 세션 – 을 더할 수 있다.

손석우 작품집, Words and music by 문구가 있다,

이 곡과 함께 기억해야 할 위대한 작곡가 손석우 (1920 ~ 2019). 한국 최초 라디오 드라마 주제곡인 ‘청실홍실’과 김현식도 리메이크했던 ‘이별의 종착역’ – 1960년 손시향 원곡 – 모두 그의 작품이다.

기타리스트이기도 했던 손석우는 작곡은 물론 작사에도 있었다. 글이 내포한 음률을 작곡 과정에서 최적·극대화한 그의 스타일은 우리 대중음악사의 판도를 바꾼다. 1인 작사·작곡의 시대, 팝송에서나 보던 Words and music by ~를 본격화한 이가 바로 손석우다.

“좋은 노래는 어려운 말은 없는데 가슴에 확 와요. 시나 가사가 감동을 주면, 자연히 그 시가 멜로디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 손석우 인터뷰 中
* 출처 – [다큐멘터리]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의 작곡가 손석우 특별전 / 박성서

영화 < 노란 샤쓰 입은 사나이 > 포스터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는 이듬해인 1962년 제목 살짝 바뀐 영화 < 노란 샤쓰 입은 사나이 >로 그 인기를 이어간다. 엄앵란이 출연해 당대 10만의 관객이었다니, 원 소스 멀티 유즈 성공사례다. 이는 모두 원곡의 힘이다. 가사, 멜로디, 음악적 완성도 뿐만 아니라 썸 타는 스토리는 언제나 그 결말이 궁금하다.

록부터 재즈까지, 어떤 편곡을 거쳐도 정체성을 잃지 않는 불멸의 마성,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는 60여 년 시간에도 스마트한 청춘이다.

프로필
TV 전주방송 프로듀서 송의성. TV로는 < 개그를 다큐로 받느냐? >의 그 다큐를, 라디오로는 < 테마뮤직 오디세이 >라는 1인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록스타를 꿈꾸던 청춘의 시간은 가고, 요즘은 크로매틱과 방구석 잼으로 여생(?)을 즐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