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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구(GongGongGoo009) ‘ㅠㅠ’ (2022)

평가: 3.5/5

자신이 좋아하는 숫자를 활동명으로 정한 래퍼 공공구는 단순한 작명과 달리 밀도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음악을 채운다. 시류를 따르지 않고 고고한 길을 걸어 2017년부터 힙합 신의 주목을 받은 그는 2019년에 국내 흑인 음악 플랫폼인 힙합엘이에서 진행한 신인 발굴 프로젝트 < The:Rise >에 얼굴을 비추며 더 높은 곳으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대형 기획사의 홍보 없이 이뤄낸 결실이다.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2017년 믹스테이프 < 회색단지 >를 공개하고 5년의 연성을 거친 EP < ㅠㅠ >는 완성도에 대한 의지와 솔직함으로 견고하다. 개인적인 가정사와 음악가로서의 고충 등이 자칫 일기장으로 전락할 수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임에도 독특한 방식으로 특별함을 더한다. 앞선 곡의 구절을 인용해 다음 가사를 전개하고 수미상관의 서사적인 장치가 몰입도를 높인다. 유기성을 띄는 트랙들은 마지막 곡 ‘ㅠㅠ’로 수렴하며 하나의 에피소드를 완성한다.

온전히 공감을 사기에는 다소 한정적인 소재들이지만 돈과 사랑에 대한 주제로 약점을 극복한다. 단순히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끼워 넣은 트랙이 아닌 서사에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며 빈틈을 메운다. 금전적으로 고통받는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모습을 그린 ‘돈가져와’,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랑을 떠나보낸  ‘나방’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곡들은 적절한 순서를 지키며 불안정한 내면의 스토리라인을 선명하게 그려 나간다. 

밀도 있는 구성은 재생이 멈추고도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힙합의 유행 이래로 넘쳐나는 래퍼의 홍수 속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음반은 ‘작품’의 조건을 충족한다. XXX의 < Language >가 떠오르는 미래지향적인 사운드, 김심야와 저스디스와 유사한 느낌의 랩 메이킹 등이 신선함을 떨어뜨리는 점은 매꿔 나아가야할 과제이지만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속마음을 털어놓는 래퍼의 등장을 기다린 팬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데뷔작이다.

-수록곡-
1. 괴물  
2. 돈 가져와
3. 돈 가져와 2 
4. 집에서 짐
5. 산책
6. 나방  
7. 진화  
8. 북극곰
9. 헤쳐모여 
10. 뒤 
11. 상담 내용 
12. Skit 
13. 집중 
14. 마지막처럼  
15.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