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Album KPOP Album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 ‘HOODSTAR 2’ (2020)

평가: 3/5

힙합 진영이 여자, 명품, 고가의 자동차를 다루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부와 명성을 과시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남성적 스토리텔링은 하나의 클리셰이자 축적된 관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그 관습에서 다른 질감으로 소재를 다루는 래퍼다. 성공을 향한 그의 집착은 처절함을 넘어서 처연함을 안겨주고 주제에 대한 극한의 밀어붙임은 그의 과거를 궁금하게 한다. < HOODSTAR >와 < 선택받은 소년 : The Chosen One >으로 정체성을 확립한 그는 < HOODSTAR 2 >로 슈퍼스타의 야망을 드러낸다.

앨범 전체의 트랩 비트는 ‘돈을 왕창 벌어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자’는 지향점만큼 선명하며 랩 음악 초심자들도 쉽게 감지할 수 있는 라이밍이 더해진다. 뿌리, 루이(Louis), 구찌로 라임을 맞추는 ‘Uneducated arirang’은 아리랑의 가락에 오토튠을 칠한 명품 예찬 송이고 성명을 발표하듯 자신을 각인시키는 ‘U n e d u c a t e d k i d ’ 는 ‘know, more, clothes’로 운율을 조성한다. 명료한 발성을 통한 의미전달 덕분에 허황되어 보이는 내용이 유쾌하게 들린다. 그의 특출함이다.

“음악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생각을 갖고 했다”라는 인터뷰처럼 그의 노랫말엔 독기가 서려 있다. ‘I’m back’의 ‘백정으로 태어나서 돼버려 fuckin’ 양반’이란 구절로 입신양명의 욕망을 드러내고 ‘Street kid’에서 ‘난 1등이 안 되면 시작도 안 했어, push the limits’로 폭발적인 추진력도 보여준다. 박재범의 참여로 대중성을 확보한 ‘God bless’의 ‘착하게만 살 수는 없잖아. 성경책을 뜯어 말아 피던 난데’라며 신의 축복을 자조적으로 일축하고 평범한 길에서 이탈한 정신세계를 표현한다.

그의 멈출 줄 모르는 기세는 직설과 가벼움 사이를 진정성으로 줄타기한다. “내 음악으로 위축된 한국 힙합을 깨고 싶다”라는 포부만큼 이번 목표는 야심 차다. 쉬이 잊히지 않는 유별난 정체성에 좋은 비트를 선택하는 안목과 귀에 잘 들어오는 가사 전달까지 장착한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이제 성공적인 도약을 준비한다.

– 수록곡 –
1. Uneducated arirang
2. I’m back
3. U n e d u c a t e d k i d
4. Street kid (Feat. CHANGMO)
5. God bless (Feat. Paul Blanco & 박재범)
6. Work work (Feat. The Quiett)
7. IQ 80 freestyle
8. BMW (Feat. Northfacegawd)
9. Full of pain
10. First class

Categories
Album KPOP Album

넉살 ‘1Q87’ (2020)

평가: 3.5/5

< 작은 것들의 신 >과 < 쇼미더머니 > 이후 넉살의 자아는 여러 방면으로 갈라졌다. 방송에 출연해 유쾌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선 예능인 넉살, 1987년 연희동에서 태어난 인간 이준영, 4년 7개월의 공백 기간을 가졌던 래퍼 넉살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분열되기도 합쳐지기도 했다. 넉살은 이 다면의 삶과 경험을 그와 꼭 닮은 소설 ‘1Q84’로부터 가져온 아이디어와 결합한다.

긍정적인 태도와 희망을 품고 있던 데뷔작과 달리 신보의 기저 무드는 어둡다. 현재의 자신을 격렬한 시간의 흐름 속으로 빠트리는 ‘Bad trip’으로 넉살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프로듀서 버기(Buggy)가 주조한 거친 베이스의 왜곡 속 악에 받친 듯 톤을 교차하는 데서 결코 그의 공백기가 평온하지 않았음을 짐작한다. 그 과정에서 ‘Am I a slave’처럼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와 힘겨웠던 과거를 교차하여 현실을 돌아보기도, 음울의 최대치인 ‘나’ 같은 트랙에서 끝없이 바닥을 뚫고 내려가 보기도 한다. 

넉살은 혐오, 광기, 편견, 질병에 병들어가는 현대 사회에도 검은 퀘스쳔 마크를 띄운다. ‘Bad trip’과 함께 앨범의 뼈대를 형성하는 ‘Akira’의 염세적인 태도가 대표적이다. 아프로비트의 리듬감으로 펑키(Funky)하게 다듬어낸 이 트랙에서 넉살은 ‘모두가 미쳐가고 있어’를 외치고 훅을 담당한 개코는 ‘그냥 출근이나 할래요’라며 붉은 오토바이를 타고 무채색의 도시를 질주한다. 

그렇기에 앨범은 ‘1Q84’와 더불어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1984’와도 가까워진다. 다만 그 정서는 과격한 비판보다 우원재와 오디가 참여한 ‘Won’ 속 ‘대충 살고 싶어 나 좀 내버려두어’의 조소와 가깝고 어떻게든 새로운 하루를 살아나가는 현대인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맞닿아 있다. 외부 관찰이 아니라 내부에서 시스템의 일원임을 인정하는 휴머니즘적 태도다. 이것이 넉살의 새 작품이 어두울지언정 음울하지 않고, 용이한 접근성과 사유의 조각을 같이 제공할 수 있는 으뜸의 요인이다.

앨범 중반부터 후반까지 잔잔한 테마 아래 진행되는 인간 이준영의 고백으로부터 그 인간적인 터치와 활기를 찾을 수 있다. 클래식한 붐뱁 스타일 비트 위 삶의 공간, 일상의 궤적을 그리는 ‘연희동 Badass’에서의 넉살은 악동의 타이틀 아래 여느 때보다 자유로이 랩을 뱉고, 이어지는 비스메이저 동료들과의 ’브라더’에서 형제애를 과시하며 세간의 시선과 개인적 고민을 떨쳐버리고 희망을 품는다. 코드 쿤스트의 차분한 비트 위 사랑의 다양한 의미를 고민하는 ‘너와 나’, 자전적인 메시지의 ‘거울’을 거쳐 마지막 트랙 ‘추락’의 흐름 역시 넉살 개인은 물론 그의 삶을 듣는 이들에게 허무함 대신 새로운 의미를 고민하게 만드는 구성이다. 

복잡다단한 지난날들의 경험과 느낌, 심경을 고백하는 자전적인 작품이다. ‘말론 브란도’, ‘리썰 웨폰’, ‘갈릴레오’ 등 독특한 개인의 기호를 메시지에 대거 활용하고 톤을 넘나들면서도 또렷하고 날 선 랩 스킬이 기본을 탄탄하게 잡고 있어 ‘뮤지션 넉살’의 정체성을 다시금 각인하는 의미도 있다. 

비록 그 하고픈 말이 일관되어있다는 느낌은 약하고 완결된 서사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것이 결국 털고 일어서야 할 시간의 한 페이지였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기도 하다. 그렇게 < 1Q87 >은 모노 톤의 물음표로부터 출발하여 굳은 느낌표로 각인된다. 여느 확장 속에도 굳게 중심에 위치할 정체성, 넉살이 결코 ‘팔지 않아’라 외칠 소중한 자산 말이다.

– 수록곡 –
1. Bad trip
2. Am I a slave
3. Won (Feat. 우원재 & ODEE)
4. Akira (Feat. 개코)
5. Crack kids (Interlude)
6. Dance class
7. 연희동 Badass
8. 브라더 (Feat. Don Mills & Los)
9. 나
10. 거울 (Feat. 화지)
11. 너와 나 (Feat. 거미)
12. 추락 (Feat. DeVita)

Categories
Album POP Album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To Pimp A Butterfly'(2015)

< good kid, m.A.A.d city >의 큰 성공과 ‘컨트롤 대란’의 시발점으로 유명한 벌스, ‘나는 뉴욕의 왕이다’는 켄드릭 라마를 한순간에 스타덤에 오르게 했다. 모든 세간의 이목은 그에게 집중되었고, 선 공개된 싱글 ‘i’와 ‘The blacker than berry’는 그가 들려줄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켰다. 그리고 발매일보다 일주일 먼저 깜짝 공개된 < To Pimp a Butterfly >는 이러한 기대를 보란 듯이 넘어섰다. 여러 평단의 찬사는 이미 전작의 것을 넘어섰다.

스펙트럼이 달라졌다. 앨범을 아우르는 사운드는 이전과 동떨어진 펑크(Funk), 재즈, 블루스, 알앤비의 것인 데다 ‘Swimming Pool’과 ‘m.A.A.d city’만큼의 강렬한 임팩트도 없다. 그럼에도,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는 당연히 곡이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와 독보적인 그의 래핑, 그리고 이들을 재단한 수준 높은 프로듀싱이다. 전작부터 함께한 프로듀서진과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와 퍼렐 윌리엄스 등 유명 뮤지션과의 호흡은 각각의 곡들에 개성을 불어넣었다.

하퍼 리(Harper Lee)의 소설 <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에서 따온 앨범의 제목과 보리스 가디너의 ‘Every nigga is a star’를 샘플링한 첫 트랙의 도입부에서 주제는 명확히 제시된다. 앨범엔 흑인의 고된 삶에 대한 서술과 그들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대한 고발, 비난의 메타포로 가득하다. 또한, 우수로 가득 찬 자아의 성찰과 흑인 엠씨로서의 입장과 막중한 책임감에 대한 그의 사색은 비판적이고 계몽적인 메시지를 내포한다.

고민의 흔적이 여러 트랙에서 나타난다. 힘겹게 높은 지위와 부를 얻은 흑인들을 몰락시키는 사회제도를 고발하는 ‘Wesley’s Theory’를 시작으로, 이들을 핍박하고 제도화하는 부의 속성을 비판하는 ‘Institutionalized’, 내러티브의 형식으로 빈민의 고난을 이야기하는 ‘How much a dollar cost’를 지나 ‘Complexion’은 피부색이 가져다주는 편견의 무의미함을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자기 비판적인 태도는 여전하다. ‘u’에서는 그의 출신지 컴튼(Compton)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일들을 잊고 현실에 안주하는 자신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표출하고, ‘The blacker than berry’에선 자신을 위선자라고 깎아내리며 흑인사회에서의 존중의 중요성을 강요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가진 힘과 파급력에 대해 고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내비치며 곡이 주는 메시지의 설득력을 배가한다.

텍스트를 펼쳐내는 래핑 또한 탁월하다. 다채로운 플로우와 라임을 유지하면서도 주제의식을 벗어나지 않는 단어의 선택은 전작에 이은 작사가로서 뛰어난 재량을 보여주고, 톤을 자유분방하게 변경하며 여러 화자를 오가는 래핑은 마치 그가 곡 안에서 ‘연기’를 하는듯한 착각에 들게 한다.

가사를 곱씹어봐야 진가를 발휘하는, 결코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될 앨범이다. 시대를 성실히 성찰하고 생각하는 아티스트의 ‘흑인의, 흑인에 의한, 그러나 모두를 위한’ 메시지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근래 흑인 인권을 위해 이렇게 광대한 목소리를 낸 사람이 있었을까. 감히, 마틴 루터 킹의 환생이다.

– 수록곡 –
1. Wesley’s theory (Feat. George Clinton & Thundercat) 
2. For free? (Interlude)
3. King kunta 
4. Institutionalized (Feat. Bilal, Anna Wise & Snoop Dogg)
5. These walls (Feat. Bilal, Anna Wise & Thundercat) 
6. u
7. Alright
8. For sale? (Interlude)
9. Momma
10. Hood politics
11. How much a dollar cost (Feat. James Fauntleroy & Ronald Isley)
12. Complexion (A Zulu love) (Feat. Rapsody)
13. The blacker the berry 
14. You ain’t gotta lie (Momma said)
15. i
16. Mortal man

Categories
Interview

딥플로우 인터뷰

2011년만 해도 딥플로우는 EDM만 흘러나오던 ‘홍대 놀이터 옆 코쿤 사거리’에서 호스트 MC로 일하며 힙합과 함께 생존하고자 외로이 투쟁하던 래퍼였다. 4년 후 그는 이 파토스를 인생 전체로 확장한 <양화>를 발표하며 한국 힙합의 중심에 섰다.

평단과 대중의 찬사, ‘당산대형’이라는 굳건한 페르소나 구축, ‘작두’. 그러나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었다. “Crew에서 Company, 두목에서 사장님”(‘대중문화예술기획업’)의 훈장을 얻은 것은 쾌거였으나 거리를 두던 예능 프로그램 출연 후로는 ‘배신자’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감수해야 했다.

변화 속 자신을 돌아본 <FOUNDER>로 딥플로우는 <양화> 이후 지난 5년의 시간을 술회한다. 사업가, 래퍼, 아들, 레이블 대표의 일대기를 입체적으로 펼치며 그간의 질문에 시간의 무게로 답을 한다. 서교동 비스메이저 컴퍼니(Vismajor Company)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그는 거듭 ‘내 이야기’를 힘주어 언급했다.

<양화> 이후 5년 만의 정규작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양화> 이후 정규 음반을 계속 내야겠다는 의무감이 없었어요. “아이디어가 생기면 내야겠다”하는 막연한 마음만 있었죠. 방송 나가고 ‘다모임’ 활동도 하면서 창작욕이 일부 해소된 것도 있었고요. 그러다 정규작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겼고, 3년 전부터 작업을 시작해 약 2년간 과정을 거쳐 앨범을 발매하게 됐습니다.

발매가 늦어진 데 다른 이유는 없었나? 그 해 <양화>에 쏟아진 엄청난 반응을 의식했다거나.

순전히 제 선택이었습니다. 제가 사장인데요 (웃음). 컨펌받을 사람도 없고 앨범 내라고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20대 초부터 랩을 했으니 거의 20년 가까이 한 셈이라 언제든 제가 만들 수 있을 때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죠.  

모든 작품은 아티스트가 살아가는 환경, 시대와 충돌하며 빚어진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특히 <FOUNDER>처럼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라면 더욱 그렇다. <양화> 이후 5년 동안 딥플로우에게도 그런 사회적 화학 작용이 분명 있었을 텐데. 

<양화>는 30대 초반의 제가 20대 초부터 30대 초까지의 삶을 담은 앨범이었죠. 발매 당시엔 “나는 내 할 말을 다 했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분명 화학 작용이 있었죠. 변화에 휩쓸리기도, 뛰어들기도 하면서요. 그렇게 제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앨범 아이디어를 구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래 제목만 보면 거의 경제학 앨범이다. 그것도 슬픈 경제학. 앞서 언급한 화학 작용의 결과임이 분명해 보인다.

앨범을 만들며 제 이야기, 제 변화에 집중했습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도 이 작품은 변명이 되겠구나 싶었고, 그래서 ‘이 앨범은 VMC 식구들에게 하는 말, VMC 식구들에게 헌정하는 앨범’ 이라는 점에 집중해서 작업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 힙합은 거리의 메시지가 아니라 ‘나의 메시지’를 담는데 집중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앨범도 그런 현상을 잘 대변하는 작품으로 들리고.

최근에 젊은 친구들이 가져오는 음악을 들어보면 정말 ‘음악’, ‘즐거움’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더라고요. 가사를 쓸 때도 메시지보다는 테크닉과 소리의 차원에서 단어를 활용하고요. 힙합의 시대정신이 바뀌고 있다는 건 몇 년 전부터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거기에 가치 판단을 하는 건 아니에요. 이런 시대가 됐고, 저도 최근에 즐기고 있습니다. 새로운 친구들은 그런 음악을 하고, 저는 제 음악을 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중이에요.

<FOUNDER>는 <양화> 이전부터 이후의 오랜 시간 경과, 아주 어려웠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담아낸 앨범이다. 사운드도 고전 소울을 가져오며 그 느낌을 의도한 것처럼 들리는데. 

우선 제가 샘플링을 좋아해서 과거 음악을 많이 들었습니다. 누구 노래인지,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고 그냥 많이 들었어요. 소울, 재즈, 펑크(Funk), 블루스 등등 처음에는 샘플을 따기 위해 듣던 음악이 어느 순간 엄청난 라이브러리로 쌓이고, 제 취향으로 굳어지게 됐죠. 어디 가서 분위기를 내기 위한 음악을 틀어달라고 하면 저는 꼭 소울 음악을 틀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그냥 가져오는 것보다, 내가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영화 ‘파운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듯 영화는 과거 할리우드 갱스터 영화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마틴 스콜세지의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맞아요. 스콜세지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소울 음악을 선택한 것도 영화 느낌의 톤 앤 매너를 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어요. 앨범 커버도 고전 할리우드 영화 포스터 풍으로 그렸고, 그런 영화의 사운드트랙 같은 노래를 만들고자 했죠. 프로듀서에게  <FOUNDER>가 영화처럼 들렸으면 좋겠다고 주문했어요. “영화 같은 걸 해야 해!”, 아예 “OST처럼 들렸으면 좋겠어.”라고도 말했어요.

앨범을 지휘한 프로듀서 반루더(Van Ruther)는 <양화>를 프로듀싱한 티케이(TK)와 동일 인물이다. 전작과 완벽히 다른 장르와 밴드 셋, 트랙을 만들고 랩을 얹는 과정이 모두 새로웠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나.

반루더가 다했죠 (웃음).원래 반루더는 건반으로 작업하는 친구, 피아노맨이에요. 그래서 처음 가져온 곡들은 피아노 기반의 느낌이 강했어요. 저는 마초적인 느낌을 담기 위해 기타를 넣어달라고 강력 주장했죠. 그래서 기타 위주로 테마를 짰어요. 그러면서 록처럼 들리진 않았으면 좋겠고…. 반루더가 이번 앨범의 장르와 사운드 감을 잡기 위해 제 취향의 음악을 듣고 공부하며 백여 곡 정도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미디로 곡의 뼈대를 잡아 비트를 만들고 그 위에 제가 랩을 녹음한 후 세션 작업을 진행했어요. 랩 이후엔 제가 거의 관여를 안 했어요. 제가 어려울 건 없었어요. 반루더가 어려웠죠.

앨범에는 1970년대 스택스 레코드(Stax Records)과 멤피스 소울, 마빈 게이, 필리 소울 등 다양한 스타일이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Blueprint’의 경우 모타운의 느낌도 나는데.

맨 마지막 트랙이라 특별히 모타운 스타일을 강하게 주문했어요. ‘커튼콜’ 같은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녹음에 들어가니 이미 BPM이 80 중반대로고정되어 있었죠. 랩 녹음을 바꿀 수도 없고, BPM을 바꿀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의도했던 것처럼 나오진 않았네요(웃음).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힙합에 가까워졌죠. 블루 매직(Blue Magic) 풍의 필리 소울 풍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멋지지만,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의 시카고 사운드 풍 곡이 하나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 생각도 했는데 예제가 너무 많았어요. 프로듀서가 자기가 구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선택을 한 거라고 봐요. 

4월 21일 앨범 세션 밴드 프롬올투휴먼과 함께 ‘네이버 NOW’에서 <FOUNDER>의 곡들을 라이브로 선보였다. 인상적인 무대였는데, 어렵지는 않았나.

오케스트라 같은 대형 무대를 꾸린다면 모를까 지금은 크게 어렵진 않아요. 의도적으로 MR로 하는 라이브는 거절하고 있습니다. 

작사에 시간이 걸렸을 줄 알았는데 사운드 차원에서 작업이 오래 걸린 인상이다. 

가사는 6개월 만에 다 썼어요. 제게는 빠른 페이스였죠. 주제가 워낙 명확한 콘셉트 앨범이었고, 트랙리스트를 미리 만든 다음 가사를 썼기에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쉽지 않았던 곡, 혹은 가장 공들인 곡이 있다면. 

‘Low budget’이 녹음하는 데 어려웠던 기억이 나네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은 긴 스토리를 압축해서 들려줘야 했기에 단어 고르는 과정이 오래 걸리기도 했고요. 이외엔 제게는 쉬웠던 것 같습니다. 프로듀서가 앨범을 꾸며주는 후반 작업이 어려웠죠. 가사를 다 쓴 건 작년 6, 7월이었는데 발매는 올해 4월이었으니까요.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Big deal’의 랩이 마음에 듭니다. ‘VAT’도 좋고요. 

한때 딥플로우는 ‘쇼미더머니’로 대표되는 미디어와 힙합의 유착 관계에 반감을 숨기지 않은 대표적인 래퍼였다. 많은 래퍼들이 방송에 출연해 유명세를 얻고 인기를 누리는 와중에도 그는 “그게 내가 <양화>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불문율’)”라 일갈하며 “진짜 어울려 딥플로우와 힙합 말이야”(‘잘 어울려’)라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 우리는 TV에 나온 딥플로우, ‘쇼미더머니’에 나온 딥플로우, ‘언프리티 랩스타’에 나온 딥플로우의 모습을 목격했다. ‘변절자’라는비판, 변화의 흐름에 대해 딥플로우는 “지금은 제가 한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담담히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록과 힙합 모두 마찬가지지만 일종의 ‘저렴한 순수성’이란 게 있다. 미디어 출연, 거대 자본과의 협력은 곧 타락으로 보는 시각이다. 최근 딥플로우는 그 순수성 부분에 있어 가장 논쟁이 되는 래퍼다. 

과거에는 이런 여러 활동을 하면 순수함에 위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직도 그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그렇다고 해서 예전에도 TV 출연 자체가 무조건 배신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저렴한’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가 거기에 있다. 대중음악은 대중 상대로 설득을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그 설득의 방법 중 하나가 TV 출연이고. 어떻게 보면 본인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미디어에 자신을 노출하는 건데 ‘순수성’을 수호하는 입장에서는 비판의 대상이다. 

‘쇼미더머니’를 예로 들자면 그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 힙합 신에는 분명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았고, 저도 동일한 생각이라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게 ‘쇼미더머니’를 넘어 ‘아예 미디어에 나오면 안 된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되더라고요. 물론 제가 한 말이 달리 해석되고 퍼지는걸 다 주워 담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제 생각은, 우리의 활동이 백 퍼센트 순수 창작예술이라면 저만 듣고 만족하면 되겠지만 결국엔 남에게 들려주는 대중음악이잖아요. 이제는 사실 제 음악을 알리기 위해 계단을 한 발 딛느냐와 열 발 딛느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그런 시각이 딥플로우를 언더그라운드라는 공간에 가둬놓는 것은 아닐까.

‘딥플로우는 붐뱁을 추구한다’, ‘딥플로우는 언더그라운드의 수호신이다’…. 그런데 제가 기자 회견을 하고 성명서를 낼 수도 없잖아요(웃음). 흘러가게 놔두는 편이죠.

‘쇼미더머니’에 대한 생각은. 
결과론적으로는 사람들에게 힙합을 많이 알렸죠. 방송 당시엔 몰랐지만, 대략 10년이 지난 지금 보니 새롭게 랩을 하고 힙합을 하는 아이들이 많아졌을뿐더러 그들에게 ‘쇼미더머니’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것 같습니다. 물론 래퍼들에게 독과점화 된 플랫폼 등 부정적인 영향도 있어요. 하지만 시대는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 대거 등장했던 한국 힙합 래퍼들이 현재 3, 40대에 접어들며 과거를 회고하는 듯한 메시지가 두드러지고 있다. “30대 꺾인 래퍼 라인업”으로 출발하는 ’36 dangers’ 역시 의미심장하다. 

타의 반 자의 반으로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 게 얼마 되지 않았어요. 다모임 활동을 하면서 묘한 연대감을 느꼈죠. 저도 VMC에서 보일링 프로젝트(Boiling Project)를, 더콰이엇은 랩 하우스(Rap House)를 진행하며 각자 나름의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다가왔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그냥 각개전투였다면, 이제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다음 세대에게 줄 영향을 결정한다’는 생각이죠. 나비효과처럼요. 자아성찰을 많이 하게 돼요.

딥플로우의 랩은 과거부터 20대 초중반에서 흔치 않은 묵직한 플로우와 음색을 갖고 있었다. 30대의 이야기를 하는 <FOUNDER>에선 ‘넉넉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본인의 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 주위 사람들은 워낙 제 랩에 노출되어있다 보니 익숙해해요. 사실 항상 궁금하거든요. 사람들이 내 랩을 어떻게 생각할지, 내가 랩이 어떻게 들릴지를요. 모니터링 과정에서 워낙 좋아해 주는 친구들도 있지만 힙합을 많이 접하지 않은 분들은 제 스타일이 지루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그게 내 랩의 단점이구나’ 싶을 때도 많아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분야는 무척 많은데, 하나의 모드로 굳어져있는 게 아닌가 싶거든요. 그런 점들을 밀도 있게 잘하고 싶은데, 쉽지 않습니다(웃음).

마지막으로 <FOUNDER> 이후의 딥플로우를 전망한다면.

사업가 딥플로우와 래퍼 딥플로우 모두 연결이 되어있어요. 활동 없이 경영만 하면 제가 회사의 핵심 인물이라 사업이 안 될 거고, 그렇다고 활동 안 하고 경영만 할 수도 없죠. 꾸준히 좋은 작품을 발표하며 VMC의 생명을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인터뷰 : 임진모, 김도헌, 임동엽, 이홍현
정리 : 김도헌
사진 : 임동엽

Categories
Album KPOP Album

빌스택스(BILL STAX) ‘DETOX'(2020)

평가: 3.5/5

바스코(Vasco)는 정규 앨범 제목을 < 덤벼라 세상아! >라 지을 정도로 거친 래퍼였다. ‘쇼미더머니’ 출연 후 초심을 찾기 위해 이름을 빌스택스(BILL STAX)로 바꾼 그는 여전히 세상에 덤비고 있다.

2018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후 자숙하는 대신 오히려 ‘Idungivaㅗ’라는 도발과 함께 한국에서의 대마초 합법화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 억지가 아니라 의료용 대마의 필요성, 마약 사범에 대한 진지한 교육과 사회 전반의 인식 재고를 주장하며 국민 청원까지 작성할 정도로 진지하다.

한 술 더 떠 새 앨범 < DETOX >의 콘셉트와 주제조차 대마초로 삼았다. 숱한 래퍼들이 고개를 숙이고 반성의 의사를 비치는 와중에도 아랑곳 않고 거리낌 없이 ‘국내 최초 대마초 앨범’ 타이틀을 획득했다.

분명 거친 반항인데 작품의 태도는 아주 여유롭다. 대마초 합법화의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희석한 덕이다. 대마 흡연자의 위험한 삶이 아니라 ‘대마 흡연’만이 예외일 뿐 ‘Wake n’ Bake’처럼 여타 래퍼들과 동일한 일상을 공유하는 삶이다. 하이(High)한 A사이드 사티바(Sativa)와 릴랙스(Relax)한 B사이드 인디카(Indica)로 작품을 나눠 감정의 흐름을 노래하는 등 의도가 분명하나, 그 속에서 대마초를 소재 제공의 정도로 억제하고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나간 점이 유효하다.

천연덕스레 ‘떨 라이프’를 주장하는 빌스택스의 모습에 거부감은 줄어든다. ‘DJ DOC ‘슈퍼맨의 비애’ 속 ‘어젯밤 우리 엄마 아빠 부부싸움에 잠을 잘 수가 없네…’를 빌려 대마 흡연을 와사비의 맛에 비유하는 ‘WASABI’와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흥얼거리며 무기력한 감정을 토로하는 ‘Lonely stoner’를 대비하는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Wickr me’처럼 과감하다가도 ‘허경영’의 허황된 주장을 소재로 직접 찍은 그라임(Grime) 스타일 비트 위 랩을 뱉다 ‘한국거가 아닌거’라며 별종임을 선언하는 모습은 미워하기 어렵다. 아미네(Aminé)의 ‘Caroline’을 닮은 ‘TNF’의 흥도 자연스럽고 앨범을 마무리하는 ‘[Thur’sday]’의 멜로디라인은 선명하다.

분명 ‘한국거가 아닌거’지만 수많은 ‘외국거’들의 흔적은 들린다. 현재 최고 주가의 트랩 비트 위 과거의 자신을 지워버린 새로운 플로우로 무장한 빌스택스에겐 40대 기성 래퍼보단 트렌디한 20대 초반 이모 랩(Emo Rap) 뮤지션들이 더 가깝다.

이는 ‘답답해’, ‘Price tag’ 등으로 축 늘어지는 B사이드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탄탄한 랩과 프로듀싱에 비해 기시감이 짙어져 의외로 작품 단위의 독창성을 깎는다. ‘한국의 대마초 앨범’이라는 간판을 떼고 나면 숱한 해외 트랩과 대마초 서사에 비해 새로운 지점이 많지 않다. 국내 힙합 신에서 흔치 않은 스타일을 개척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으나, ‘WASABI’나 ‘Lonely stoner’처럼 ‘외국거’ 보다 ‘한국거’를 외친 트랙의 감흥 정도는 아니다.

과감한 청사진을 그리고 이를 음악으로 선언했다는 데 음반의 의의가 있다. 부정적인 이미지에 고개 숙이는 대신, 허허실실 하면서도 치열한 반론을 제시하며 허술하지 않은 결과물로 커리어의 새 전기를 열고 사회 담론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향후 빌스택스의 행보에 따라 가치가 요동칠 수밖에 없는 앨범인 것도 사실이다. 금세 흩어질 뿌연 대마 연기보다 그 아래 창작자의 성실함에 성패가 달려있다.

– 수록곡 –
1. Side A : SATIVA
2. WASABI (Feat. Boy Wonder) 
3. Wicker me
4. 허경영 (Feat. Tommy Strate) 
5. 한국거가 아닌거 (Feat. Lil Frost)
6. TNF (Feat. lobonabeat!, Furyfromguxxi, Boy Wonder)
7. Side B : INDICA
8. Wake n’ bake
9. Lonely stoner (Feat. 염따, Rakon) 
10. 답답해
11. Price tag
12. [Thur’sday] (Feat. Ted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