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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ZM이즘x문화도시 부평] #27 나의 노랑말들

웹진 이즘(IZM)이 문화도시 부평과 함께 하는 < 음악 중심 문화도시 부평 MEETS 시리즈 >는 인천과 부평 지역 출신이거나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순차적으로 인터뷰하는 시리즈 기획이다. 지금까지 이곳 출신의 여러 뮤지션들이 자리해 자신의 음악 이야기와 인천 부평에 대한 추억을 들려주었다. 이번 스물일곱 번째 주인공은 엉뚱발랄한 상상력의 3인조 밴드 나의 노랑말들이다.

“난 누나의 노랫말들이 좋더라.”
“잉? 나의 노랑말들?”


베이스를 연주하는 러버맨과 보컬, 작사, 작곡을 겸하는 백노루양의 우연한 해프닝에서 출발한 그룹, 나의 노랑말들. 이들의 정체성은 백노루양의 가사, ‘누나의 노랫말들’에 있다. 밖으로 쉽게 표출할 수 없는 감정들의 일기장 < 행복회로 > 시리즈로 스스로 찌질한 노래라 규정할 만큼 키치한 매력을 발산한 이들은 차근히 작업을 이어가며 부산 인디 신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려가고 있었다.

듀오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보다 화려한 무대, 더욱 큰 인기를 갈구하는 이들은 올해 초 드러머 뚜드를 영입하며 3인조로 팀을 재편했고, 거처까지 인천 부평으로 옮겨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향 땅을 벗어나 중부의 또 다른 해양 도시로 올라온 세 청년. 홍대 인근 카페에서 열정과 현실이 공존하는 상경기를 나누며 훗날의 도약을 다짐했다.

▶ 왼쪽부터 뚜드(드럼), 백노루양(보컬, 작사, 작곡), 러버맨(베이스, 코러스 보컬)

나의 노랑말들은 어떻게 결성하게 된 팀인지.

러버맨 : 고등학생 때 부산에서 음향 스태프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 당시 노루(백노루양) 님이 행사팀으로 왔었다. 그 이후 몇 번 마주치면서 친해졌고 무대에 같이 서기도 했다. 그러다 코로나로 오프라인 공연이 줄다 보니 그 대안으로 같이 곡을 써서 음악창작소 음반 제작 지원 사업에 신청해 보자고 제안했다. 덜컥 선정이 되면서 급히 팀을 꾸렸고 그렇게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다.

그룹의 근간이 되는 ‘누나의 노랫말들’, 작사를 비롯한 곡 작업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러버맨 : 노루 님이 써둔 가사로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려 놓으면 내가 기타랑 베이스를, 뚜드 님이 드럼을 얹으면서 악기를 배치하고 정렬한다. 그 위에 가이드 보컬이나 추가로 생각한 멜로디를 펼치면 대략적인 틀이 갖춰진 데모가 완성된다.

백노루양 : 평소에 생각나는 단어나 구절이 있으면 휴대폰에 적어놓고 적절히 조합하거나 완전히 비틀어서 만드는 편이다. 일상은 물론이고 만화에서도 영감을 많이 얻는다. 돈까지 내가면서 웹툰을 구독할 정도고 밴드 홍보를 위해서 직접 연재하기도 했다. 최근엔 바빠서 거의 못 올리고 있지만 말이다. (웃음)

그렇게 채워가고 있는 < 행복회로 > 시리즈,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음악인지.

백노루양 : 솔직히 말하면, 느낌 가는 대로 만든 곡들을 모아 발매한 시리즈라 원대한 무언가를 계획한 것은 아니다. 우리 색을 어떻게 잡아가야 할 지 고민하던 중에 초기의 ‘퉤퉤’나 ‘띠부띠부씰’과 비슷한 계열의 곡은 < 행복회로 터지는 중 >에, 조금은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를 곡들은 < 행복회로 불타는 중 >에 수록하여 두 개의 노선으로 나눠서 공개했다.

러버맨 : 팀 결성부터 첫 EP < 행복회로 돌리는 중 >까지의 과정이 매우 즉흥적이었다. 때문에 발매 당시엔 음악적인 무언가 다져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공개한 < 행복회로 터지는 중 >과 < 행복회로 불타는 중 >도 뼈대에 살을 덧대는 과도기 격의 작품에 가깝다. 처음부터 시리즈물을 기획한 건 아니다.

그래서일까,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

백노루양 : 누구나 매일매일 기분이 달라지듯이 성장하면서 생각하는 것도 달라지지 않나. 나는 어떤 게 좋다가도 조금만 지나면 금세 다른 게 좋아지는 사람인 것 같다. 어느 한 가지로 인생을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계속 변하니까.

뚜드 : 소속 멤버가 아닐 때도 부산에서 알고 지내던 팀이어서 몇 번 공연을 봤었는데, ‘퉤퉤’의 가사는 정말 충격이었다. 속뜻이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단순히 외설적인 내용을 표방하는 게 아니더라. 심오한 의미 속에 기본적으로 우울한 기조가 있다. 밝은 노래를 쓰더라도 긍정보단 부정에 가까운 수식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탁한 배경에 여러 블록들을 쌓아올리는 느낌이다.

올해 초부터 정식으로 드러머 뚜드를 영입했다.

러버맨 : 둘이서 라이브 무대를 온전히 채우기 부족하다고 느꼈다. 여기에 드럼만 있어도 뭔가 더 많은 에너지를 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합류를 부탁하게 됐다.

백노루양 : 둘 밖에 없었을 땐 어딜 가더라도 뭔가 기가 죽고 위축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젠 쪽수가 하나 더 생겨서 든든하다. 그리고 다른 밴드들처럼 여럿이서 우르르 몰려다녀보고 싶기도 했다.

3인조 재편 후 느낀 변화는.

러버맨 : 다가올 정규 앨범 작업을 하면서 느낀 건데 종전 음반들에 비해 록의 색채가 강해졌다. 기존 곡들처럼 유쾌한 기조도 유지하되 사운드는 록적인 면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

뚜드 : 러버맨이나 나나 록 사운드를 좋아하다 보니 음악 뒷부분으로 갈수록 고조되는 빌드업 구조를 더 탄탄히 이끌어 가려고 하게 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심벌 소리도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앨범을 꼽는다면.

백노루양 : 다프트 펑크와 고릴라즈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앨범 단위로 듣지는 않는다. 앞서 얘기했듯이 좋아하는 게 맨날 달라져서 노래를 들을 때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서 듣는 편이다. 오늘은 미국 애니메이션 < 스티븐 유니버스 > OST 모음집을 들으면서 왔다.

뚜드 : 기본적으로 메탈 같은 강렬한 록이 취향에 가깝다. 밴드적으로는 미국 하드 록 그룹 얼터 브릿지의 ‘Poison in your veins’를 가장 좋아한다. 국내로 넘어오면 발라드도 굉장히 즐겨 듣는 편이다.

러버맨 : 러버맨이란 활동명은 내가 좋아하는 비틀스 < Rubber Soul >과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 ‘River man’의 앞뒤를 합친 이름이다. 이외에도 폴 매카트니 앤 윙스의 < Band On The Run >, 그리고 메가데스의 < Rust In Peace >, 오아시스의 < Definitely Maybe > 정도를 말할 수 있겠다.

별도의 공연 없이 오직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홈레코딩으로 제작한 솔로 앨범이 있는데 여기에도 그때그때 좋아했던 음악 취향을 녹여냈다. 첫 앨범인 < Nine Is Lucky Number >는 브릿팝이나 드림팝, 두 번째 작품 < Rubberland >는 스래시 메탈이나 하드코어 펑크의 느낌을 강하게 살렸다.

여담이지만 두 분 닉네임의 탄생 비화를 또 안 들어볼 수 없겠다.

백노루양 : 나의 경우에는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플라잉 노루’에서 따왔다. 말 그대로 날아다니면서 로켓을 쏘는 노루인데 그냥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노루들이 밤에 은근히 기행을 즐기는 모습 역시 어딘가 나와 닮아있는 것 같았고. (웃음)

뚜드 : 그냥 드럼을 두드리니까 ‘뚜드러’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거기에서 ‘러’까지 뺀 ‘뚜드’가 입에 잘 달라붙어서 예명으로 정했다.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러버맨 : 초등학교 5학년 즈음에 한 친구가 브릿팝을 소개해 줬다. 라디오헤드나 오아시스 같은 유명 팀들을 시작으로 이것저것 찾아 들어보기 시작했고, 점점 깊이 들어가다 보니까 기타를 너무 치고 싶었다. 그래서 중학생 때 부모님을 졸라서 어쿠스틱 기타를 사게 됐고 이후에 다른 악기들과 화성학 교본을 독학으로 익히면서 지금처럼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뚜드 : 드럼 스틱을 처음 잡아본 건 대학생 때다. 동아리 가두 모집이 열렸을 때 친구가 옆에 있어 달라고만 해서 밴드 동아리 부스에 앉았는데 활발한 선배들의 입담에 넘어가 얼떨결에 신청하게 됐다. 신청서에 좋아하는 악기를 쓰는 칸이 있었고 막연히 드럼을 적어 냈다. 중학교 때부터 일본 밴드 래드윔프스의 드럼 소리를 좋아했는데 은연중에 떠올랐다. 그렇게 시작한 드럼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고 군 전역 후 아예 드럼 쪽으로 진로를 틀게 되었다.

백노루양 : 중학생 때 잠깐 플루트를 배운 것 말고는 음악과 연이 없었다. 그러다 취미로 알아봤던 밴드 활동을 하면서 재미를 붙였고 러버맨에게 미디를 배워서 음악을 직접 만들 수도 있게 되었다. 배움에 있어 꽤 소극적인 자세로 살아왔던 내겐 상상도 못 했었던 일이었는데 옆에서 러버맨이 알려주는 걸 조금씩 따라 하다 보니까 어떻게든 하게 되더라. 너무나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확실히 음악에 있어선 모두 독립적으로 성장한 느낌이다. 인디 뮤지션으로서 힘든 부분이 있다면.

러버맨 :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크다. 올해는 대중음악 인력 분야 지원사업 덕분에 노루 님이랑 ‘랏도의 밴드뮤직’에서 6개월 계약직으로 일하게 되었다. 운 좋게 정기적인 수입도 생기고 정규 앨범 제작도 할 수 있게 됐는데, 이런 수혜를 못 받고 완전 독립적으로 음악을 하려고 했다면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다. 인디 신에서 계신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실 거다.

백노루양 : 게다가 음악을 하면 정기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일한다고 공연 하나를 놓칠 때마다 우리를 알리고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을 놓치는 거나 다름이 없다. 지금이야 같은 음악 분야 회사라 이해해 주지만 지원 사업이 끝난 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물론 당장 돈 많이 못 번다고 후회는 없다. 음악 하는 죄로 돈을 못 번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납득시킨다.

이런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소통 창구를 다각적으로 활용 중이다. 특히 매주 일요일마다 인디음악 플랫폼 ‘랏밴뮤’에서 진행하는 라디오 < 무지개 같은 선데이 나이트 >가 꽤 인기를 끌고 있다.

러버맨 : 이 역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참여하게 된 경우다. 당시 랏밴뮤에서 지역 아티스트들을 모셔서 라디오 겸 라이브를 꾸미는 프로젝트 < 이상고온현상 >을 진행했었다. 그때 일일 DJ로 참여하며 연이 닿았다가 감사하게도 10월 즈음에 정규 DJ 제안을 주셔서 거의 1년 가까이 매주 일요일 밤 2시간을 책임지고 있다.

라디오 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러버맨 : 라디오도 라디오지만 플랫폼의 매력이 더 큰 것 같다. 랏밴뮤 청취자 중에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대중 사이에서 하위문화를 얘기하면 반응이 없을 수 있지만 그런 흐름에 익숙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어서 그런지 단합력이 매우 좋다.

뚜드 : 청취자 입장에서 볼 때 채팅 쳐주시는 분들이 밈을 굉장히 좋아한다. 매주 밈이 하나씩 생성되고 그게 쌓이니까 방송이 더 재밌어지는 것 같다. 직접 출연할 때도 이런 부분을 알고 참여해서 더욱 시너지가 난다.

백노루양 : 시답지 않은 헛소리도 유쾌하게 받아주는 친구들이랑 노는 기분이다. 잘게 쪼개진 나의 디지털 친구들. (웃음) 이제 벽이 사라져서 청취자분들이랑 채팅으로 서로 놀리고 그런다.

부산에서 활동하다 인천 부평으로 올라오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러버맨 : 작년 6월에 마포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인디음악 프로젝트 < 2021 인디열전 >에 출연했는데 그 이후에 부산보다 서울에서 자잘 자잘 한 접점들이 많이 생겨났다. 오고 갈 때마다 시간과 경비가 많이 소모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거점을 옮겨서 활동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인천 외에도 주변 도시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부평을 택한 이유는.

러버맨 : 우선 주요 공연 거점이나 랏밴뮤 사무실까지 이동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가 관건이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경제적인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했다. 서울은 너무 비싸다 보니까 그 주위로 찾아보게 되었고 음악 관련 지원이 많다고 느껴진 문화도시 부평으로 터를 옮기게 됐다. 실제로 곧 열릴 예정인 공연 < 페스티벌 륙 >도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공연이다.

확실히 공연 횟수가 늘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백노루양 : 공연 때 노란색 옷이나 말 가면을 맞춰 입고 오시는 분들도 있다. 직접 슬로건을 제작해서 펼쳐주는 등 팬분들이 이벤트 준비도 많이 해주셨는데 그때마다 음악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뚜드 : 아무래도 팀 합류 이후에 처음으로 참여했던 공연이 제일 인상 깊다. 새로 들어왔다는 소식을 알리는 일환으로 무대에 나올 때 포승줄에 묶여 백노루양에게 이끌려 나왔었다. (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러버맨 : 예정되어 있는 공연들을 소화하면서 다가올 정규 앨범 < 행복회로 고치는 중 > 작업에 힘을 쏟게 될 것 같다. 종전의 음악들과 상이한 부분도 있고 그만큼 가능성이 확장된 느낌을 많이 받아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

러버맨 : 원래는 스타덤에 올라서 인기몰이를 하고 싶기도 했는데 라디오를 하면서 그런 욕심이 오히려 사라졌다. 지금 같은 생활을 오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백노루양 : 나는 여전히 스타가 되고 싶다. 음악으로 들어오는 돈이 개인당 한 달에 이백만 원만 됐으면 좋겠다. (웃음) 그리고 무엇보다 아프지 말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다 가고 싶다.

뚜드 : 음악적인 활동으로 일정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는 것만큼 행복한 게 있을까.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삶까지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축복인데 나도 그 축복을 받아보길 꿈꾼다.

진행: 정다열, 장준환, 정수민
정리: 정다열
사진: 정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