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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Album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Fine Line'(2019)

평가: 3.5/5

과거로의 회귀를 선언하듯 정통 로큰롤을 전면에 내세웠던 1집 < Harry Styles >가 자신의 입맛대로 음악을 써 내려가겠다는 선전포고였다면 2년 만에 발매한 이번 소포모어는 그 다짐에 덧대 훌륭한 음악적 능력까지 펼쳐낸다. 스타일은 기존의 록에서 조금 더 유연한 장르를 채택. 록보다 팝 록에 가까운 사운드 운용을 선보이고 이외에도 피아노 록과 컨트리, 밴드 퀸이 연상되는 다층의 코러스, 블루지한 기타라인 등을 꺼내와 다채로운 색감을 더했다. 들을 거리는 많고 선율은 선명하니 해리 스타일스의 목표는 확실하다. 이 작품은 범대중적 감상을 노린다.

그에 대한 방증은 곡마다 뚜렷한 후크라인에서 찾을 수 있다. 응축된 에너지가 쏟아져 나오듯 강력한 호흡을 선사하는 오프닝 곡 ‘Golden’은 가성과 진성, 그로울링을 오가는 해리 스타일스의 보컬 사이 또다시 그의 목소리를 코러스로 삼아 ‘떼창’ 포인트를 만든다. 연이은 ‘Watermelon sugar’ 역시 노래가 진행됨에 따라 베이스, 일렉트릭 기타, 브라스 등의 사운드를 두껍게 올리며 탄성 있는 후렴구를 터트린다. 길지 않은 러닝 타임에 확실한 한 방을 가진 멜로디 라인까지 지녔으니 이 팝송이 주는 중독성을 피할 도리가 없다.

다만 이는 2분간의 긴 기타 솔로를 넣은 6분짜리 대곡 ‘She’나 의도적인 불협화음으로 음반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Fine line’에서도 나타난다. 여기서 주목해 봐야 할 건 그의 이 선율감이 오로지 리스너를 위한 목적으로 수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째, 훌륭한 사운드 밸런스가 눈에 띈다. 196, 70년대 정취가 풍기는 ‘Canyon moon’은 휘파람과 클랩 비트로 여흥을 살리고 악기 양금과 비슷한 부류인 해머덜 시머(Hammered ducimer)로 복고의 풍취를 들여온다. 퀸이 연상되는 오버 더빙으로 문을 여는 ‘Treat people with kindness’는 또 어떤가. 펑키한 악기의 어우러짐 속에 첼로, 퍼커션을 끌어와 뮤지컬과 같은 황홀경을 탄생시켰다.

둘째, 곳곳에 솟아 있는 자기 독백이다. 그중 주목해 봐야 할 싱글은 ‘Light up’ 찰랑거리는 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와 피아노의 합작이 근사한 아우라를 풍기지만 이 곡은 무엇보다 그 이상의 메시지를 가졌다. ‘Do you know who you are’란 가사가 반복되는 와중 남성과 여성에 둘러싸인 해리 스타일스를 조명하는 뮤직비디오는 그의 성 정체성 관련 잡음에 대한 멋진 해답이다. 헤어짐 이후의 감정을 다룬 ‘Cherry’, 원치 않은 사람으로 변해가는 안타까움을 그린 ‘Falling’, 나를 비난 하지 마라 일갈하는 ‘To be so lonely’를 거쳐 음반은 ‘Sunflower, vol. 6’으로 기쁨의 감정을, ‘Adore you’로 애틋한 사랑까지 노래한다. 즉 이 작품에는 해리 스타일스 자신의 웃고 우는 삶의 애환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시작에서 이 음반을 보자. 아이돌 출신 뮤지션에서 솔로 커리어를 확장해 감에 있어 해리 스타일스의 굳히기는 유효하고 강렬하다. 팝의 메인 요소인 굵직한 멜로디도 놓치지 않았고 노래를 끌고 가는 음향의 배합도, 귀를 즐겁게 할 효과음의 무게도 적당하다. 고, 저를 오가는 감정의 폭을 꼼꼼하게 들인 가사와 자신이 즐겨 들었던 크로스비 스틸스 내시 앤 영(Crosby, Stills, Nash And Young) 풍의 포크록,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시키는 쨍한 창법, 데이비드 보위와 짐 모리슨을 경유한 작풍 등 그는 여기서 과거의 유산을 먼지 한 톨 없이 현대적으로 끌어오는 것까지 성공했다. 틴 팝을 부르던 아이돌의 현재. 그는 팝 스타와 록 스타의 경계에서 멋지게 줄을 타는 중이다.

– 수록곡 –
1. Golden
2. Watermelon sugar
3. Adore you
4. Lights up
5. Cherry
6. Falling
7. To be so lonely
8. She
9. Sunflower, vol. 6
10. Canyon moon
11. Treat people with kindness
12. Fine 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