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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HOLYDAY) ‘Holy'(2023)

평가: 3/5

오케이션의 < 탑승수속 >에 올라타며 한국 힙합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프로듀서 홀리데이가 드디어 첫 정규 앨범을 내놓았다. 하이라이트 레코즈에서 출발해 2019년 비스메이저 컴퍼니에 합류하며 경력 내내 숱한 영역을 개척해온 그는 이번에도 역시 다양한 음조에 손을 내밀었다. 어느새 신의 베테랑으로 자리 잡은 지금 시점에 발매한 신보 < Holy >는 그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본인의 넓은 음악 스펙트럼과 목소리를 얹은 래퍼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한다.

서로 치고받는 붐뱁에 집중하다가 나른한 트랩이 이어받는 등 이리저리 너울거리는 흐름을 종잡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음반의 주인이 드럼과 베이스를 중심으로 소리의 질감을 유사하게 유지해 나름의 질서를 부여했다. 더하여 곡의 뒤편마다 마련해둔 여러 아웃트로는 각기 개성 넘치는 10개 트랙을 묶는 또 하나의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래퍼의 특성에 어울리는 리듬을 짓는 비트메이커의 역할과 이를 결과물로 엮어내는 프로듀서의 의무에 모두 충실했다는 증거다.

당연하게도 각자 색채가 뚜렷한 래퍼들은 가장 적합한 선택지를 제공받았다. 맥대디, 오디(ODEE)와 신스(SINCE)처럼 타격감 있는 랩을 구사하는 이들에게는 박자 사이 여백이 강조된 ‘Tag’와 ‘Guilty pleasure’를 선사해 거친 언어의 매력을 강조했다. 더군다나 홀리데이는 섬세한 감성에 특화된 손님에게도 스스럼 없이 중책을 맡겼다. 쉴 틈 없는 랩으로 채운 쿤디판다 뒤 론(ron)에게는 ‘Bluffin’의 완급 조절을, 비스메이저 레이블의 마지막 방점을 찍는 ‘Last call’에서는 딥플로우 옆자리에 신예 잠비노를 배치하며 아련하고 신선한 맛을 보탠다.

후방 지원을 충실히 수행한 홀리데이는 독특한 악기와 곡 운용 능력으로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내기도 한다. 입맛을 돋우는 넉살과의 오프닝 ‘Spotlight’와 팔로알토와 합을 맞춘 ‘Wavin’에 삽입된 포근한 신시사이저 사운드는 멜로디를 자유롭게 변용하고 지배하는 역할을 한껏 강조한 대목이다. 후렴구 없이 특이한 진행으로 흘러가는 ‘How you feel’에서는 독립된 인트로와 우원재의 목소리를 부드럽게 이어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작 후반부에 < Holy >의 깔끔하고 도회적인 지향을 본인이 나서서 잘 정리해둔 모습이다.

어색한 조합을 탄탄한 랩이 메꾼 ‘Anti’, 다른 트랙과 비교했을 때 신참들이 중심을 잡은 ‘Rum and drum’ 정도는 다소 어수선한 구역이지만 17명이나 참여한 것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수긍이 가능하다. 이곳저곳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피쳐링을 한 아름 담아 영리하게 음반을 채웠고, 이 인원을 조화롭게 분배하고 조합해내는 데 성공했다. 검증된 프로듀서가 자기 이름을 내건 만큼 기본에 충실하며 한 걸음 더 성큼 나아간다.

– 수록곡 –

  1. Spotlight (Feat. 넉살)
  2. Tag (Feat.맥대디, 한국사람, oygli)
  3. Bluffin (Feat. ron, Khundi Panda)
  4. Wavin (Feat. 팔로알토(Paloalto))
  5. Anti (Feat. 염따, QM, 펀치넬로)
  6. Guilty pleasure (Feat. ODEE, SINCE)
  7. Rum and drum (Feat. J.Yung, YOUNG SKI)
  8. How u feel (Feat. 우원재)
  9. Last call (Feat. 잠비노, 딥플로우)
  10. Divine t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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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일 & 지스트(TOIL & Gist) ‘Toast'(2023)

평가: 3.5/5

지난 몇 년간 릴 핍(Lil Peep)과 릴 우지 버트 등 이모(Emotional) 힙합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의 영향이 전 세계로 빠르게 뻗었다. 국내에서는 싱잉 랩의 인기가 기폭제 역할을 하면서 수많은 음악가가 감성적인 랩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고 프로듀서 토일은 그 선봉에서 즉각적인 트렌드 반영과 대중적인 멜로디의 융합으로 빠르게 힙합 신 중심에 섰다. 

지난해 힙합플레이야와 힙합엘이가 공동 주관한 < KHA 2022 >에서 올해의 프로듀서를 수상한 토일이 같은 레이블 소속이자 < 고등래퍼3 > 출신의 래퍼 지스트와 합작 앨범 < Toast >를 발매했다. 두 사람의 이름을 융합해 건배라는 뜻을 만들어낸 제목이다.

앨범은 프로듀서로 참여한 < 쇼미더머니 10 >에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남겨놓았다. 방송을 통해 보여준 곡의 장르가 스펙트럼이 좁았던 모습처럼 여전히 지난 시간 반복해왔던 스타일을 재생산한다. 다만 경연에 비해 자율성이 주어진 프로젝트인 만큼 본인의 음악을 구현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직접 대입해 장점을 극대화한다.

래퍼로 등장했지만 알앤비 가수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지스트와의 합작인 만큼 앨범을 힙합에 한정하지 않고 보컬 위주의 곡들로 채웠다. 첫 번째 곡 ‘Friends with benefits’부터 랩이 등장하지 않고 ‘Puzzle’에는 1인 밴드 가수 치즈가 참여하며 힙합을 확실하게 뒷 배경으로 보낸다. 애매한 중심을 지키기보다는 완전히 선로를 변경해 확실한 방향성을 취한다.

전략은 성공적이다. 한 우물을 파 수원을 발견한 듯 비트의 완성도는 높아졌으며 보컬의 선명한 멜로디는 호스트나 피처링 할 것 없이 적절한 녹음 방식과 이펙트로 완전히 곡에 녹아든다. 1990년대 뉴잭스윙을 흡수한 ‘이상형’이나 2000년대 초중반 미디움 템포 알앤비에 현재의 색을 입힌 ‘정리정돈’은 음반의 일체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유행을 빠르게 반영해 듣는 재미를 더한다. 토일은 완성도에서 나오는 자기복제와 개성의 한 끗 차이를 만들어내 진화했다.

-수록곡-

  1. Friends with benefits
  2. 끝말잇기 (Feat. Skinny Brown)
  3. Return (Feat. sokodomo)
  4. Puzzle (Feat. CHEEZE)
  5. 이상형 (Feat. 토이고)
  6. 반복재생 (Feat. Jason Lee & Chan)
  7. 정리정돈 (Feat. Jayci Yucca)
  8. 처음 마주쳤을 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