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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어 뮤직 ‘BRB’ (2022)

평가: 3/5

두 소속 아티스트와의 결별 인사다. 래퍼 식케이와 갓세븐의 멤버 제이 비(Jay B)는 ‘BRB’를 마지막으로 하이어뮤직과의 동행을 마친다. 인연의 끝은 마침표보단 쉼표에 가깝다. ‘Be right back'(곧 돌아올게)의 줄임말인 곡의 제목이 계속해서 이어질 그들의 관계를 암시한다. 직장동료로서 쌓아왔던 유대감 또한 담아냈다. 특히 레이블의 초기 멤버이자 대부분의 커리어를 함께한 식케이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자신감뿐만 아니라 지난 시간 동안의 감사함을 잊지 않고 전한다.

하이어뮤직의 대표이자 아티스트인 차차말론(Cha Cha Malone)과 프로듀서 듀오 그루비룸이 합작한 비트는 마지막 인사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회사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은 2020년 두 번에 나눠서 발매한 컴필레이션 앨범 < Red Tape >의 강렬함과 < Blue Tape >의 청량감 사이에 위치한 콘셉트로 그들이 다채로운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집단임을 재증명한다. 각각 열 여섯 마디씩 자리를 맡은 래퍼들은 비슷한 음색과 랩 스타일이 겹치는 탓에 개개인의 독특한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다만 유사한 컬러감 속에서도 자신만의 모양으로 시선을 뺏는 김하온의 재능과 박재범의 노련함은 곡이 가지는 특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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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케이 (Sik-K) & pH-1 & 박재범 & 김하온 (HAON) ‘깡 Official Remix'(2020)

평가: 2/5

3년 전 실소를 자아냈던 ‘후배들 바빠지는 중!’의 자기 최면이 정말로 이뤄질 줄 누가 알았으랴. 박재범과 그의 레이블 하이어 뮤직의 식케이, pH-1, 하온은 허황된 에고와 시대착오적인 퍼포먼스로 새 시대 웃음 필수 요소가 된 ‘깡’에 심폐소생술을 시도한다. 행운의 졸작은 인기가 더해지면 비운의 걸작처럼 여겨지지 않던가. 젊은 래퍼들의 활약과 ‘입술 깨물기 금지, 꾸러기 표정 금지, 과거에 머무르지 않기’ 등 일명 ‘시무 20조’만 잘 따르면 꽤 괜찮은 곡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법하다.

매끈한 박재범의 보컬과 트렌디한 멤버들의 랩이 듣는 것조차 민망했던 원곡의 위화감을 상당수 중화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깡’은 그 정도 노력으로 살릴 수 있는 수준의 곡이 아니다. ‘한국 다람쥐’ 혹은 ‘헌드레드 달러 빌’을 연호하는 인트로 음성, 개연성 없는 보컬 파트로의 전환 모두 삭제하고 트랩 비트 하나만 살려 랩 트랙으로 만들어도 호평하기 어려웠을 곡인데, 구조는 그대로 두고 목소리만 달리 한 셈이라 호박에 줄을 긋는 정도밖에 안된다. 곡의 새 주인은 하이어 뮤직인데 불현듯 갑자기 비의 랩과 목소리를 들을 것만 같다. 

한 줄 한 줄 모두 해부되어 조롱당하는 노랫말을 애써 가져와 파편적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이 리믹스가 유행에 편승하려는 흥미 위주의 결과물임을 말해준다. 한 번 피식하고 지나갈 정도라면 나쁘지 않으나 곡은 음원 차트 순위권에 오르며 ‘화려한 조명’에 감싸지고 있다. 후배들은 굳이 이런 곡에 바빠질 필요가 없다. 웃음의 목적이 아니라면 이제 ‘깡’은 그만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