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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피(Huckleberry P) ‘라 데시마 (Feat. 한요한)’ (2021)

평가: 3/5

트로피에 새긴 글귀처럼 돈보단 공연에 진심이다. 스페인어로 ‘열 번째’라는 뜻의 ‘라 데시마’는 프리스타일의 강자 허클베리 피가 꾸준히 선보이는 콘서트 < 분신 >을 축구 경기에 빗대며 온몸을 불사르는 힙합 페스티벌의 서막을 알린다.

록 스타일의 일렉트릭 기타 위에서도 완급 조절이 탁월한 랩 드리블은 거칠게 긁는 한요한의 목소리와 함께 달려간다. 물론 전자음으로 찍어낸 함성이 심금을 휘젓지는 못하지만 이 허술함 마저도 의도적 기획이다. 수천 명이 한꺼번에 뛰어놀 그날의 경기는 분명 누군가에게 ‘난생처음 보는 광경’일 수 있다. 축제의 재미를 아는 아티스트는 소중한 순간을 경험할 관중들을 위해 그들 스스로가 소화해야 할 파트를 남겨둔다. 직접 공연장을 방문할 관객들을 위한 작은 배려와 팬 서비스는 다가올 무대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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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 ‘The Blowing'(2021)

평가: 3/5

비스트에서의 독립, 프로듀싱을 맡아온 멤버의 탈퇴, 그리고 3년 7개월의 긴 공백기라는 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며 하이라이트는 더욱 단단해졌다. 오랜만에 컴백한 이들은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어쩔 수 없지 뭐’로 이어져 온 밝고 에너지 넘치는 사운드는 잠시 접어두고 차분하게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며 긴 기다림을 겪었던 시간들을 천천히 되짚는다. 화려한 생존신고보다는 메시지와 감성에 집중하며 하이라이트의 2막을 펼친다.

멤버의 변동으로 필연적일 수밖에 없던 음악의 변화는 비스트 시절부터 이어져 온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연스레 이뤄졌다. 멤버 이기광이 작곡에 참여한 타이틀곡 ‘불어온다’는 피아노 연주가 이끄는 미디움 템포에 트로피컬 리듬을 가미해 비트 중심의 부드러운 전개를 취한다. 쉽게 각인되는 멜로디와 강한 중독성이 특징이었던 기존의 곡들과는 차별화 된 구성이다. 사운드의 변화가 하이라이트의 곡으로서는 신선함을 주지만 곡 자체는 최근 유행하는 전자음을 활용한 것에 지나지 않아 타이틀곡으로서의 주체적인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앨범 전반에 진하게 남아 있는 비스트 음악의 잔향이 정체성을 완성한다. ‘밤이야’는 ‘아름다운 밤이야’,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로 이어져 온 리드미컬한 댄스곡 라인을 계승하며 ‘Wave’는 ‘12시 30분’, ‘I’m sorry’로 대표되는 하이라이트만의 애절한 발라드 감성을 재현한다. 익숙한 분위기의 곡들이 반가움을 주면서도 의도적으로 질감을 하향조절한 ‘미안’, 재즈와 트로피컬의 조합으로 재미를 준 ‘Surf’로 변칙을 시도하며 추억과 새로움의 공존을 들려준다.

길었던 공백기를 고려하면 과한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컴백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했을 것이다. 타이틀곡이 충분한 매력을 담아내지 못하지만 변화와 안정 사이의 균형을 이룬 곡들로 보완하며 복귀에 존재감을 심었다. 무엇보다 프로듀싱을 전적으로 담당해 온 멤버의 빈자리를 메워냈다는 것만으로 앨범의 의미는 충분하다. < The Blowing >은 오랜 기다림이 성장을 위한 시간이었음을 증명하며 하이라이트의 새 출발을 산뜻하게 알리는 봄바람이다.

– 수록곡 –
1. 불어온다
2. Wave
3. 밤이야
4. 미안
5. Disconnected
6. Su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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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디스 & 팔로알토(JUSTHIS & Paloalto) ‘4 the youth freestyle’ (2021)

평가: 3.5/5

거침없는 래퍼 저스디스와 하이라이트 레코즈 대표에서 뮤지션으로 돌아온 팔로알토가 다시 뭉쳤다. 두 젊은이의 자기 고백을 성공적으로 담아낸 < 4 the Youth >의 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힙합이라는 장르에서 래퍼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 4 the Youth >의 머리말 ‘4 the kids (Intro)’를 닮은 둔탁한 비트 위에서 그 어떤 후렴이나 미사여구도 없이 5분 동안 랩만을 쏟아낸다. 지루함과 진부함으로 치부하기에는 진중함의 크기가 다르다.

과거 앨범을 상기하는 1차 목표로는 충분하니 그 이상의 가치를 찾을 차례. 소절만으로 구성한 음악은 적응하기 어려운 어색함으로 가득하지만 의심할 여지가 없는 실력은 이를 반증하듯 음악 감상에 있어서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을 보증한다. 즉석에서 자유롭게 랩을 하는 프리스타일(Freestyle)의 의미를 뛰어넘어 음악적 자유를 꿈꾸는 듀오, 저스디스 & 팔로알토가 뭉친 이유를 다시금 증명하는 랩 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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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알토(Paloalto) ‘Let the story begin’ (2020)

평가: 2.5/5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설립자이자 대표로서 10년의 세월 동안 한국 힙합을 지탱해온 팔로알토가 짓누르던 부담을 내려놓고 본업으로 돌아간다. 싱글 ‘Let the story begin’은 사업가로서 모습을 덜어내는 사직서이자 다시 뮤지션으로 나아가기 위한 청사진이다.

다만 2분 44초의 짧은 플레이 타임 속 풀어낸 소회는 사뭇 진지하나 메시지에 집중한 나머지 곡의 흐름이 느슨하다. 가사 없이 과거의 순간으로 채운 후렴구와 높낮이의 변화 없이 일정한 플로우로 진행되는 세 개의 절은 명확한 발음 아래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그에게 현재와 다른 뚜렷한 변곡점을 제시하지 못했다. 특별할 것 없는 결과물에 아티스트의 고민마저 빛바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