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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 비비안 웨스트우드(1941-2022)

2022년 12월 29일 영국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사망했다. 브랜드의 옷은 가지고 있지 않아도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웨스트우드의 핵심은 반골 기질.이는 펑크(Punk)와도 직결된다. 평범과 온건을 거부한 행보는 ‘영국 패션의 대모’와 ‘펑크 록의 귀부인’이라는 별명을 안겨줬다.

시각 예술가 겸 디자이너이자 섹스 피스톨즈와 뉴욕 돌스를 제작한 펑크 록의 막후세력 말콤 멕라렌(Malcolm Mclaren)과 웨스트우드는 ‘우리는 반항적인 것, 심장이 고동이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간에 흥미가 있다’고 외쳤다. 이들이 세운 패션 부티크 < Sex >와 < Seditionaries >는 영국 펑크 씬의 기폭제였다.

< Never Mind The Bollocks .. Here’s The Sex Pistols >(1977) 단 한 장의 음반으로 펑크 아이콘이 된 섹스 피스톨즈는 말콤 비비안 커플의 프로젝트와 같다. 금기시되는 문양의 티셔츠와 거친 질감의 가죽 재킷, 메탈 소재의 과도한 장신구는 톡 쏘는 펑크 로커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심지어 ‘신이시여 여왕과 파시스트 체제를 구하소서’같은 논쟁적 슬로건을 티셔츠에 프린팅했다. 펑크 록과 비비안의 의상은 반항과 파격 이념을 공유했다.

해적에 낭만적 이미지를 씌운 < Pirates > 시리즈를 통해 거친 펑크에서 탈피했다. 화려한 프릴과 펄럭이는 셔츠, 해적 모자로 대표되는 이 시기 의상은 뉴웨이브 아이콘 아담 앤트가 이끈 아담 앤 더 앤츠와 신스팝에 월드비트를 결합했던 밴드 바우 와우 와우(Bow Wow Wow)의 스타일을 제공했다. 18세기와 19세기의 낭만주의에서 착안한 뉴 로맨틱스(New Romantics)도 웨스트우드의 스타일과 직간접적 연관을 맺으며 새로운 문화를 구축했다. 웨스트우드의 디자인은 이후에도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지속했다.

그의 카리스마는 많은 여성에게 영감을 주었다. 영국 펑크 밴드 더 스리츠(The Slits)의 기타리스트 비브 알버틴(Viv Albertine)은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롤 모델로 꼽았다. 여성 예술가들의 영웅 패티 스미스는 웨스트우드 추모 공연을 열었고 프리텐더스의 크리시 하인드와 영블러드 등 세대를 막론한 음악가들이 추모글을 남겼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패션과 음악, 애티튜드를 아울러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뮤지션의 곡들

섹스 피스톨즈 ‘Anarky in the UK’ (1977)
각종 사건과 기행으로 연일 소식지에 이름을 올렸던 섹스 피스톨즈는 후에 포스트 펑크 밴드 퍼블릭 이미지 리미티드를 결성한 조니 로튼(본명 존 라이든)과 저평가된 기타리스트 스티브 존스와 2018년 제1회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에 참여한 베이스 연주자 글렌 매트록, 드러머 폴 쿡으로 구성되었다. 탈퇴한 매트록 대신 가입한 시드 비셔스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펑크 패션을 잘 구현한 인물이다.’God save the queen’과 더불어 글렌 매트록이 작곡한 앨범의 대표곡 ‘Anarky in the uk’는 과격한 가사와 사운드로 아나키즘을 청각화했다. 후에 메가데스가 날카로운 스래시 메탈로 커버하기도 했다.

시드 비셔스 ‘My way'(1979)
특유의 퇴폐미로 펑크 록의 아이콘이 된 시드 비셔스. 게리 올드만 주연의 < 시드와 낸시 >(1986)란 영화가 나올 만큼 시대에 회자한 그는 21세에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조니 로튼, 스티브 존스와 달리 후속 활동이 미미했으나 한 장의 정규 음반 < Sid Sings >(1979)를 남겼다. 라이브 음반의 활기로 가득 찬 < Sid Sings >는 조니 썬더스(Johnny Thunders)의 ‘Born to lose’와 스투지스의 ‘I wanna be your dog’ 등 선배 펑크 로커를 커버했다. 시드 비셔스 버전의 ‘My way’는 제멋대로 가창과 원초적 기타로 시나트라의 고전미를 뒤틀었다. 실력이 아닌 개성으로 대중의 이목을 붙든 사례. 뮤직비디오의 후반부 총격 장면도 충격적이다.

클래시 ‘London calling'(1979)
펑크 록의 반골 기질에 지적인 비판의식을 더한 클래시는 레게와 포스트 펑크로 사운드도 확장했다. 섹스 피스톨즈처럼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나 보컬리스트 조 스트러머(Joe Strummer)가 디자이너의 팬이었으며 다른 멤버들도 비비안의 옷을 즐겨 입었다. 대중음악사의 대표적 더블 앨범이자 펑크 록 명작의 첫 손으로 꼽히는 < London Calling >(1979)은 레게풍의 ‘Rudy can’t fail’과 직선적 ‘Clampdown’ 등 독특한 곡들로 가득 차 있다. 펑크 록의 단순성과 포스트 펑크의 진보성가 공존하는 앨범의 대표곡은 ‘London calling’으로 믹 존스의 기타 음계가 불길함을 조장했다. 배철수는 영국 어느 축구장의 ‘London calling’의 떼창에 전율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퍼블릭 이미지 리미티드 ‘Death disco'(1979)
섹스 피스톨즈의 마지막 순간 ‘무언가 속은 듯한 기분이 들지 않아?’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조니 로튼은 영국 대중음악의 대표적 독설가다. 본명 존 라이든으로 결성한 퍼블릭 이미지 리미티드는 진일보한 포스트 펑크로 섹스 피스톨즈와는 다른 차원의 영향력을 남겼다. 라이든의 얼굴이 담긴 앨범 커버로 기억되는 < Public Image Ltd >(1978)에 이은 소포모어 작 < Metal Box >(1979)는 독특하게도 12인치 엘피 석 장으로 발매되었고 전위적 록 음악이 60분 러닝타임을 채웠다. < Metal Box > 앨범엔 ‘Swan lake’라는 제목으로 수록된 ‘Death disco’는 덥(Dub)과 펑크(Funk)를 뒤섞은 구성으로 차이코프스키의 선율을 뒤틀었다. 라이든의 시니컬한 음색이 반복적인 베이스와 기타 연주를 파고든다.

재팬 ‘Quiet life’ (1979)
뉴 로맨틱스와의 연관관계를 한사코 부인하지만 재팬이 ‘시각적 밴드’임을 부정하긴 어렵다. 비비크림을 잔뜩 바른 듯한 진한 화장의 데이비드 실비안과 인상파 베이시스트 믹 칸(Mick Karn), 후에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포큐파인 트리에 가입하는 리처드 바비에리(Richard Barbieri)는 실력은 기본, 이미지의 중요성도 인지했다. 이들은 1978년부터 1981년까지 짧은 기간 순도 높은 디스코그래피를 이룩했고 < Gentlemen Take Polaroids >(1980)와 < Tin Drum >(1981)같은 수작을 남겼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연상하게 하는 앨범 재킷의 1979년 작 < Quiet Life >는 지적인 아트 팝 사운드로 로버트 프립, 류이치 사카모토와 협업했던 데이비드 실비안의 음악색을 드러냈다. 영국 싱글차트 19에 그친 ‘Quiet life’는 포스트 펑크에서 신스팝 시대로 넘어가는 변곡점을 포착했다.

비세이지 ‘Fade to grey'(1980)
런던의 뉴웨이브 밴드 비세이지는 불어로 ‘얼굴’이란 팀명처럼 시각적이었다. 이름처럼 기이한 프론트퍼슨 스티브 스트레인지(Steve Strange)의 역할이 컸다. 본래 나이트클럽 주인이었던 그는 컬처 클럽의 보이 조지와 쌍벽을 이루는 과한 분장으로 시선을 끌었다. 시각적 존재감에 비해 상업적 측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정규 1집 < Visage >(1980)에 수록된 ‘Fade to grey’는 도입부에 깔린 불어 낭독과 공상과학적 사운드로 아우라를 남겼다. 밴드의 음악적 중심이자 후에 울트라복스를 이끌었던 밋지 유르(Midge Ure)가 솜씨를 발휘했고, 8위에 오르며 비세이지의 유일한 영국 싱글차트 탑 텐 히트곡이 되었다. 현대미술을 연상하게 하는 전위적인 뮤직비디오는 아트록 밴드 10cc 출신 케빈 고들리와 롤 크렘의 작품이다.

아담 앤 더 앤츠 ‘Dog eat dog'(1980)
독특한 해적 의상과 비음 섞인 가창으로 1980년대를 풍미한 아담 앤트는 솔로 경력 이전에 아담 앤더 앤츠의 프론트퍼슨으로 활약했다. 말콤 멕라렌이 제작한 이 밴드는 아프리카 부족의 리듬을 체현한 부룬디 비트(Burundi Beat)로 차별화 되었다. 두 번째 정규 앨범 < Kings Of The Wild Frontier >(1980)는 ‘Antmusic’과 ‘Los lancheros’, ‘Kings of the wild frontier’ 등 톡톡 튀는 곡들로 가득하다. 1980년 영국 싱글차트 4위까지 오른 ‘Dog eat dog’은 크리스 휴즈(Chris Hughes)와 테리 리 마이얼(Terry Lee Miall) 두 드러머의 부룬디 비트가 압권이다. ‘Dog eat dog eat dog eat’를 반복하는 유쾌한 후렴구엔 밴드 간 경쟁 과열을 풍자한 뼈가 들어있다.

말콤 멕라렌 ‘Buffalo gals'(1982)
섹스 피스톨즈와 뉴욕 돌스, 아담 앤트를 키워낸 말콤 멕라렌은 7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뮤지션이기도 했다. 록과 댄스, 리듬 앤 블루스를 중구난방으로 헤집은 음악 스타일은 파격을 앞세웠던 정체성과 닮았다. The World’s Most Famous Team이 제공한 힙합과 월드비트를 섞어 기묘한 1집 < Duck Rock >(1983)아트 오브 노이즈의 건반 연주자 앤 더들리와 트래버 혼, 토마스 돌비 등 특급 뮤지션의 참가로 작품성도 높았다. 영국 싱글차트 9위에 오른 ‘Buffalo gals’는 스크래칭과 드럼머신의 전형적인 1980년대 브레이크 댄스를 담았고 에미넴 ‘Without me’에 단서를 제공했다. 영국 싱글차트 3위까지 오른 히트곡 ‘Double dutch’와 더불어 앨범을 상징하는 곡이다.

바우 와우 와우 ‘Do you wanna hold me'(1983)
말콤 멕라렌이 기획한 또 하나의 밴드 바우 와우 와우(Bow W. 아담 앤 더 앤츠의 드러머였던 데이브 바바로사(Dave Barbarossa)의 탐탐 드럼이 구현한 부룬디 비트와 보컬 안나 르벨의 연극적 톤이 획일적 신스팝을 탈피했다. 르벨의 헤어 스타일과 해적 의상으로 시각적 충격파를 쏘았던 그들은 1981년 에두아르 마네의 < 풀밭 위의 점심식사 >를 오마주한 1집 < See Jungle! See Jungle! Go Join Your Gang Yeah, City All Over! Go Ape Crazy! >를 발표했다. 음악성을 압축한 ‘Go wild in the country’가 영국 싱글차트 7위를 기록했고 빌보드 22위까지 올라 미국 시장을 두드린 ‘I want candy’로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2집 <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 Going >(1983)이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수록곡 ‘Do you wanna hold me?’는 탄력적인 리듬과 르벨 특유의 긍정적 기운으로 밴드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스팬다우 발레 ‘True'(1983)
런던 출신 밴드 스팬다우 발레는 화려한 외모와 의상으로 뉴 로맨틱스의 주축이 되었다. < Journey To Glory >(1981)와 < Diamond >(1982)의 준수한 성적 이후 발표한 정규 3집< True >(1983)는 영국 앨범차트 1위와 빌보드 앨범차트 19위를 수확했다. 기타리스트 겸 메인 송라이터 게리 캠프(Gary Kemp)의 소울과 펑크(Funk)에 대한 관심은 관악기의 비중을 높였고 섬세한 소피스티케이티드 팝 사운드와 블루 아이드 소울을 융합했다. 켐프가 작곡한 ‘True’는 영국 싱글차트 1위와 빌보드 핫100 4위를 거둔 스판다우 발레의 대표곡으로 6분 30초의 긴 러닝타임 내내 세련된 분위기를 공급한다. 보컬리스트 토니 해들리(Tony Hadley)의 비단결 보이스도 그 어느때보다 부드럽다.

보이 조지 ‘Sold'(1987)
‘펑크를 비롯해 문화적으로 우리를 이끌었던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기립니다.’ 보이 조지가 트위터에 올린 추모글이다. 중성적 매력을 가장 잘 구현한 팝계의 아이콘 보이 조지는 소울과 펑크(Funk) 성향의 뉴웨이브 밴드 컬처 클럽의 프론트퍼슨으로 ‘Karma chameleon’과 ‘Miss me blind’ 같은 히트곡을 배출했다. 솔로 경력으로는 닐 조던의 영화 < 크라잉 게임 > 삽입곡 ‘The crying game’과 빌보드 넘버원을 기록한 레게 풍 ‘Everything I own’이 사랑받았다. 솔로 데뷔작 < Sold >(1987)의 타이틀 곡 ‘Sold’는 영국 싱글차트 24위에 그쳤으나 비장한 사운드와 역동적인 곡 전개로 솔로 활동의 출사표를 알렸다.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보이 조지는’ 보이 조지와 컬처 클럽’ 명의로 발매한 2018년 작 < Life >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메인 이미지 작업: 백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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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IZM 뮤직 아카데미] 흑인음악 이야기

강의소개
이즘이 새로운 음악 강좌 [흑인 음악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흑인 음악은 무엇인가요? 흑인 음악이라 불리는 리듬 앤 블루스, 소울, 펑크, 디스코 등은 어떻게 생겨나서 현재 대중음악의 대세가 되었을까요? 각 장르가 생겨난 역사와 대표곡을 함께 읽고 듣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큰 스피커로 함께 모여 제대로 음악을 듣고, 배우는 시간일 될 것입니다. 문의 사항이 있다면 언제든 아래의 번호로 연락해주세요! 더불어 연이어 공개될 강의에도 많은 관심 바랍니다.

* 일시: 2022년 6월 30일 ~ 8월 4일 (매주 목요일, 6주 과정) 저녁 7:00 ~ 9:00
* 장소: 빅퍼즐 문화연구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370-26, 2층)
* 강사: 이즘 대표 겸 라디오 작가 소승근 (한동준의 FM POPS 작가로 활동 중)
* 수강료: 15만원 (개별 강좌 신청 가능 / 강의 1회 당 2만 5천원)
* 수강신청 기간: 2022년 5월 16일 ~

* 문의/신청: 010-9460-2573
신청 링크: (클릭 시 새 창으로 연결됩니다)

커리큘럼
1. 알앤비와 소울의 위대한 여정 1
2. 알앤비와 소울의 위대한 여정 2
3. 흥겨움의 끝판왕 Funk
4. Funk를 대중화한 디스코의 명곡들
5. 비트와 가사로만 음악을 한다! 랩의 역사
6. 흐린 기억 속으로 사라진 80년대의 고품격 알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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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승근의 하나씩 하나씩 Feature

우리나라에서는 자주 들을 수 없는 1970, 80년대 펑크(Funk)의 명곡들



  •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 로빈 씩의 ‘Blurred lines’, 마크 론스과 브루노 마스의 ‘Uptown funk’, 브루노 마스의 ’24K magic’과 ‘Treasure’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죠? 모두 펑크(Funk) 음악이라는 거죠. 이 노래들은 모두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래미도 수상해 상업성과 음악성 모두 공인 받은 대중의 음악입니다.

    1960년대 소울 음악에서 파생한 펑크(Funk)는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흑인의 자긍심을 드러내고 자신들의 뿌리를 찾으려는 일종의 문화적 현상이었죠. 1990년대에 흑인음악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펑크(Funk)는 찬밥신세였습니다. 실용음악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실기시험을 볼 때 대부분 16비트의 펑크(Funk) 음악을 연주하는 이유는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재밌고 자신의 능력을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흑인음악이 예전과 달리 대중화되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위대한 펑크(Funk) 뮤지션들의 노래 중에서 국내에선 흥겨운 노래보다는 ‘After the love has gone’이나 ‘Three times a lady’, ‘Easy’, ‘Cherish’처럼 발라드 곡들이 한정된 인기를 얻었죠. 그래서 신나는 노래를 좋아하는 저는 국내 라디오 프로그램에 늘 불만이었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어서 펑키(Funky)한 곡들을 자주 들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직접 찾아서 듣지 않는 한 들려지지 않는 펑크(Funk)의 명곡들은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그동안 어두운 지하실에서 연명하고 있는 펑크(Funk)의 명곡들을 밖으로 꺼내 빛을 비추어주고자 합니다. 리스펙!


    Sly & The Family Stone의 ‘Thank you’
    제임스 브라운과 함께 펑크(Funk) 음악의 1세대 뮤지션으로 평가받는 밴드입니다. 공식적으론 1966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활동했지만 이들의 전성기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로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이 기간에 ‘Everyday people’, ‘Stand’, ‘Dance to the music’, ‘Family affair’, ‘Hot fun in the summertime’, 그리고 인순이가 ‘Higher’로 번안했던 ‘I want take you higher’까지 고속 질주했던 슬라이 & 더 패밀리 스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1970년 빌보드 넘버원 ‘Thank you’는 자주 들을 수 없습니다. 제목 ‘Thank you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영국 가수 다이오의 노래를 떠올릴 정도죠. 자넷 잭슨의 1989년도 히트곡 ‘Rhythm nation’에서는 ‘Thank you’의 리듬을 샘플링해 이들을 헌정했습니다.


  • Commodores의 ‘Machine gun’
    라이오넬 리치가 리더로 있었던 코모도스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펑크(Funk) 밴드지만 그 노래들은 ‘Three times a lady’나 ‘Easy’, ”Still’, ‘Sail on’, ‘Night shift’ 같은 발라드 노래들입니다. 그루브가 넘치는 ‘Brick house’나 ‘Lady’, ‘Machine gun’은 명함도 못 내밀죠. 이들의 데뷔곡 ‘Machine gun’은 1974년에 발표해서 빌보드 싱글차트 22위까지 오른 코모도스의 첫 번째 히트곡인데요. 무그신시사이저를 앞세운 연주곡입니다. 마크 월버그가 주연한 1997년도 영화 < 부기 나이트 >에 삽입돼서 뒤늦게 그 빛을 발하게 됩니다.


    Earth Wind & Fire의 ‘Sing a song’
    ‘지풍화’는 우리나라에 펑크(Funk)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969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결성된 이들의 대표곡은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September’, ‘Boogie wonderland’, ‘Let’s groove’의 3부작이 있고 또 데이비드 포스터와 함께 한 불세출의 발라드 ‘After the love has gone’이 있지만 이들의 유일한 빌보드 넘버원 ‘Shining star’와 1976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5위를 차지한 ‘Sing a song’을 언급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혼섹션이 멋진 ‘Sing a song’은 필 콜린스의 넘버원 싱글 ‘Sussudio’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곡이죠.


    Kool & The Gang의 ‘Get down on it’
    쿨 & 더 갱도 우리나라에서는 어스 윈드 & 파이어나 코모도스와 처지가 비슷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들의 애청곡은 ‘Cherish’라는 업템포 발라드거든요. 물론 ‘Celebration’과 ‘Fresh’가 라디오에서 간혹 들려오긴 하지만 이 두 노래만큼 훌륭한 1982년에 빌보드 탑 텐 싱글 ‘Get down on it’은 좀처럼 들을 수 없습니다. 절제된 비트 위에서 펼쳐지는 제임스 J.T. 테일러의 리듬감 넘치는 매끄러운 보컬이 이 노래의 정수입니다.


    Heatwave의 ‘Boogie nights’
    1975년 영국에서 결성된 히트웨이브는 1970년대 후반에 ‘Boogie nights’, ‘Groove line’, 그리고 발라드 ‘Always and forever’로 인기를 얻은 밴드인데요. 이 히트곡들을 만든 팀의 건반주자이자 리더인 로드 템퍼튼은 나중에 마이클 잭슨의 ‘Rock with you’, ‘Off the wall’, ‘Thriller’, 조지 벤슨의 ‘Give me the night’, 제임스 인그램과 패티 오스틴의 ‘Baby come to me’ 같은 노래들을 작곡하게 됩니다. 그리고 코모도스의 ‘Machine gun’에서 언급한 영화 < 부기 나이트 >의 제목은 바로 이 노래에서 따온 겁니다.


    Ohio Players의 ‘Love rollercoaster’
    1959년 오하이오에서 결성된 오하이오 플레이어스는 오랜 무명 시간을 보내고 1970년대 중반이 돼서야 빛을 본 대기만성 형 밴드입니다. ‘Funky worm’, ‘Fire’, ‘Skin tight’, ‘Sweet sticky thing’ 같은 히트 싱글이 있지만 이들을 대표하는 노래는 1976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넘버원에 오른 ‘Love rollercoaster’입니다.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는 애정관계를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에 비유한 이 노래는 1997년에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리메이크해서 우리나라에 알려졌습니다.


    Funkadelic의 ‘One nation under a groove’
    펑카델릭의 리더 조지 클린턴은 미친 사람입니다. 정상이 아니죠. 그룹 하나를 건사하기도 힘든데 조지 클린턴은 동시에 두 개의 밴드를 운영했거든요. 바로 펑카델릭과 팔러먼트입니다. 팔러먼트의 대표곡 ‘Give up the funk’도 우리 라디오에선 찬밥신세지만 이 글에서는 제가 개인적으로 훨씬 더 좋아하는 ‘One nation under a groove’를 선정했습니다. 1978년에 발표되어 빌보드 싱글차트 28위까지 밖에 오르지 못한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점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음악은 절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둘째는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펑크(Funk) 음악은 ‘One nation under a groove’를 따라했다는 것입니다.


    Marvin Gaye의 ‘Got to give it up’
    1977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노래는 긴 암흑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예전 국내 라디오 피디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펑키(Funky)한 디스코 넘버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지레짐작했기 때문이거든요. 확실히 당시 전 세계를 주름 잡았던 디스코 노래들인 비지스나 케이시 & 더 선샤인 밴드의 곡들보다는 훨씬 더 펑키(Funky)합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표절한 로빈 씨크의 2013년도 히트곡 ‘Blurred line’가 대한민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시대와 세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반증이겠죠. 절제됐지만 세련된 리듬은 마빈 게이의 비극적인 죽음과 선명하게 대비되어 더 슬프게 들리는 노래입니다.


    S.O.S. Band의 ‘Take your time (Do it right)’
    1977년 조지아 주에서 결성된 펑크(Funk) 밴드 에스오에스 밴드는 이 노래 하나만 각인시키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홀연히 사라진 의연한 그룹입니다. 이 노래를 제외하곤 빌보드 탑 40에 오른 곡이 단 하나도 없는 완벽한 원히트원더 뮤지션이죠. 하지만 ‘Take your time’이라는 명곡을 남기고 사라졌으니 억울하진 않을 겁니다. 1980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3위까지 오른 이 노래는 신시사이저와 슬랩 베이스 연주가 압권이죠.


    Gap Band의 ‘Big fun’
    1974년 오클라호마에서 결성된 갭 밴드는 빌보드 싱글차트 탑 텐 히트곡이 하나도 없습니다. 히트 싱글의 기준인 탑 40에 오른 노래가 두 곡밖에 없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펑크(Funk) 밴드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대표곡 ‘Early in the morning’과 ‘You dropped the bomb on me’, ‘Party train’은 국내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고 이 푸대접을 생활화한 실천지향형 그룹이죠. 하지만 1986년에 빌보드 싱글차트에 오르지 못했지만 영국차트 4위를 차지한 ‘Big fun’은 갭 밴드의 최고의 노래입니다. 경박하지 않고 먹이를 향해 다가가는 호랑이처럼 육즁한 리듬은 차원이 다른 흥분을 선사하죠. 1986년에 AFKN 라디오를 통해 이 곡을 우연히 듣게 된 건 인생의 행운이었습니다.


    Brothers Johnson의 ‘Stomp’
    기타리스트 조지 존슨과 베이시스트 루이스 존슨 형제로 구성된 브라더스 존슨은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활동했는데요. 그들의 노래뿐만 아니라 마이클 잭슨이나 샤카 칸 같은 훌륭한 가수들의 음반에 연주자로 참여하면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아티스트입니다. 1989년에 퀸시 존스가 리메이크한 ‘I’ll be good to you와 1977년에 빌보드 탑 텐에 오른 ‘Strawberry letter 23’도 멋지지만 1980년에 발표해서 빌보드 7위를 기록한 ‘Stomp’야 말로 브라더스 존스 음악의 정점이죠.


    Cameo의 ‘Word up’
    1970년대 중반 뉴욕에서 결성된 카메오는 1986년에 발표해서 빌보드 싱글차트 6위를 차지한 ‘Word up’이 대표곡입니다.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영화 <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의 휘파람을 앞부분과 중간에 삽입해 비장미를 연출한 ‘Word up’은 흑인음악임에도 대단히 록적인 느낌입니다. 신시사이저와 베이스 기타의 두터운 슬랩 베이스, 드럼을 강조해 비트와 리듬을 끌어올려 당시에도 시끄러운 펑크(Funk) 곡으로 들렸으니까요. 하드록 밴드 건이나 랩메탈 밴드 콘이 리메이크한 건 당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파이스 걸스의 멤버였던 멜라니 C와 댄스 팝 그룹 리틀 믹스, 심지어는 독일 출신의 컨트리 그룹 보스호스 등 수많은 후배들이 커버하며 위대하면서 시대를 앞서간 곡임을 확증해주었습니다.


    Brick의 ‘Dazz’
    1972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결성된 브릭 역시 히트곡이 많지 않은 펑크(Funk) 밴드입니다만 1976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3위를 기록한 ‘Dazz’는 단언컨대 명곡입니다. 촌스럽지 않은 그루브 위에 재즈의 터치, 심지어는 플루트 같은 클래식 악기를 도입해 펑크(Funk) 음악의 지평을 확대했죠. 제목 ‘Dazz’가 댄스와 재즈의 합성어라는 것만 봐도 이들이 지향했던 음악 스타일을 알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