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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라이프(Westlife) ‘My hero’ (2021)

평가: 2.5/5

다년차 아티스트에게 필연적으로 ‘변화’와 ‘고수’라는 기로가 찾아온다고 가정한다면, 2018년 재결성 소식을 알리며 활동을 재개한 팝 보컬 그룹 웨스트라이프의 선택은 전자에 가깝다. 에드 시런이 작곡에 참여해 EDM 스타일로의 개편을 꾀한 ‘Hello my love’을 전작 < Spectrum >의 타이틀로 내건 것부터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는 충분했다. 실제로도 이 작품에 속한 ‘Dance’나 ‘L.O.V.E.’ 등의 트랙은 그룹이 가진 연차와 네임밸류를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당시 현존하는 팝 경향에 맞닿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12번째 정규작 < Wild Dreams >의 발매에 앞서 선공개된 ‘My hero’는 중도의 입장에 가깝다. 그들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건반과 공명을 버무린 진득한 발라드를 주된 작법으로 내걸었지만, 현 주류 시장에 어울릴 만한 공정을 거쳤다. 이름이 비슷한 히트 넘버 ‘My love’와 비교해보면 분명한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 팝 신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애드 시런과 초기작부터 연을 맺어온 스티브 맥(Steve Mac)의 참여가 정직하게 반영된 결과인 셈이다.

창의적인 멜로디나 화음부에서의 임팩트는 조금 부족하다. 다만 향후 발매될 앨범을 위한 소개로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20년 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수많은 장수 그룹 중 지금의 웨스트라이프는 분명히 자생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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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 위켄드(Swedish House Mafia, The Weeknd) ‘Moth to a flame’ (2021)

평가: 3/5

2012년 ‘Don’t you worry child’로 EDM의 황금기를 옹립했던 3인조 그룹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와 작년 복고 유행을 이끌었던 위켄드의 만남은 이중적인 전조다. 싱글은 세 명의 디제이가 9년 만에 발매할 정규 앨범을 예고하는 동시에 < Starboy >에서 EDM 듀오 다프크 펑크와 협업해 1980년대 사운드를 접목했던 위켄드의 다음 앨범을 위한 탐색전이다.

‘그는 자기가 잠들면 네가 나에게 전화하는 걸 알까?’라며 위태로운 사랑을 그리는 노랫말과 날카로운 전자음은 위켄드의 ‘Take my breath’를 계승한다. 의도적인 공백에 자리한 신시사이저는 보컬 사이에 녹아들어 가수의 목소리가 가진 울림을 키우고 점점 쌓이는 공명은 단조로움을 줄여준다. 불에 온몸을 던지는 나방과 같이 단번에 이끌리는 곡은 아니지만 절제된 매력으로 천천히 불씨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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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웬티 포 케이 골든, 릴 테카(24KGoldn, Lil Tecca) ‘Prada’ (2021)

평가: 3/5

떠오르는 신예 래퍼가 돌아왔다. 작년 틱톡의 혜택을 받은 ‘Mood’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의 주인공이 된 2000년생 신인 트웬티 포 케이 골든(24kgoldn)의 신곡이다. 너드 래퍼로 유명한 릴 테카를 피쳐링으로 낙점했다. 올해 초 발매한 정규 앨범 < El Dorado >를 조국에서 50만 장 팔아치우며 미국 음반 산업 협회(RIAA)에서 골드 인증을 받은 데에 이어 또 한 명의 유망주와 함께 자신이 원 히트 원더가 아님을 입증하고자 한다. 

소재는 돈 자랑이다. ‘Mood’가 로맨스와 권태를 주제로 한 것과 내용의 측면에서 다르다. 하지만 얼개는 비슷하다. 중독성 강한 후렴이 귀를 사로잡고 비슷한 리듬의 벌스가 채워진 뒤 2절에서 힘껏 목을 긁어 싱잉을 전달한다. 잘 들리는 훅(Hook)에서 오는 흡인력이 강하다. 히트 이상의 개성은 모호할지라도, 제법 괜찮은 곡을 쓸 줄 아는 뮤지션임은 톡톡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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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드(Pond) ‘9’ (2021)

평가: 3.5/5

21세기의 네오 싸이키델리아는 호주가 꽉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멀록스와 테임 임팔라, 킹 기저드 앤드 리저드 위저드같은 호주 출신 밴드들은 1960~1970년대 사이키델릭 뮤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하나의 조류를 형성했다. 퍼스 출신의 14년 차 밴드 폰드 역시 우주에 접속하는듯한 소리샘과 그에 상응하는 4차원적 가사로 위 대열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의 9번째 정규 앨범 < 9 >는 곡 구성과 연주 방식에 있어서 통상적인 규격을 벗어났던 과거 익스페리멘털 록의 전위성을 품은 전작들에 비해 현대적인 전자음악의 비트를 수용하여 시대적 흐름과 조응했다.

책임감과 원망, 사랑을 주제로 2019년에 내놓은 콘셉트 앨범 < Tasmania >에 비해 신보는 사운드의 통일성에 덜 구애받는다. 늘 그래왔듯 광범위한 스타일을 다루되 전반적으로 빠른 비트가 돋보이고 댄스플로어에 울려 퍼질 ‘Pink lunettes’와 MGMT가 연상되는 ‘Human touch’가 전자 음향의 사이키델리아를 구현했다. 록의 색채가 옅어진 자리에 일렉트로니카가 들어서는 구도는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밴드 플레이밍 립스의 2010년대 작품들과 비슷하다.

폰드의 동력은 자유분방함과 유연성이다. 작·편곡, 프로듀싱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일차 목표로 한 이들은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로서의 강점을 살려 독창적인 음악성을 구축했다. 독특한 코드 진행의 사이키델릭 팝 ‘Amerca’s pop‘과 월드비트를 수용한 ’Rambo’의 악곡은 정해진 규칙은 없다는 양 자유롭게 뻗어 나가고 ‘Song for Agnes’의 일그러지는 괴팍함도 잔상을 남겼다. 그간 5장의 정규 앨범에서 프로듀싱을 담당한 테임 임팔라의 케빈 파커에게서 독립한 이번 앨범은 개성파 밴드의 온전한 음악색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폰드는 킹 기저드 리저드 위저드의 난해함과 테임 임팔라의 감수성을 절충했고 소리의 연구를 이어가는 한편, 현대성을 끌어안아 대중과의 접점을 남겨두었다. 일견 백화점식 구성의 산만함을 수반하는 음악 스타일이지만 과거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사운드적 요소와 다양한 장르를 몽환적인 음향으로 매듭지어 일관된 수준을 보증해왔다.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악곡 전개가 전자음악의 잔향을 강하게 드리운다는 점에서 폰드의 < 9 >는 현대적 감성을 향한 지향점이 명확하다.

– 수록곡 –
1. Song for Agnes
2. Human touch
3. America’s cup
4. Take me Avalon I’m young
5. Pink lunettes
6. Czech locomotive
7. Rambo
8. Gold cup / plastic sole
9. To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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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릴 나스 엑스(Lil Nas X) ‘Montero'(2021)

평가: 3.5/5

정면돌파, 정면돌파, 정면돌파
2019년 ‘Old town road’로 릴 나스 엑스가 전 세계 음악 신을 강타할 때 그의 장기 집권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느새 음악 세일링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틱톡(TikTok) 등의 바이럴 마케팅이 크게 작용해 만든 빌보드 싱글 차트 19주 연속 1위란 새역사가 그저 시대와 시류가 우연히 만나 빚어진 결과로 읽혔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원 히트 원더. 그 이상의 가능성을 점치지는 않았다.

갖은 인식과 편견을 뒤집었다. 데뷔 후 처음 발매한 EP < 7 >(2019)의 수록곡 ‘Panini’가 차트 5위에 안착하는가 하면 이후 내놓은 싱글 역시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다. 이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한 일은 그의 음악 행보의 한 분기점이다. 1999년생으로 어린 나이에 이룩한 성공과 흑인 그리고 성 소수자로서 안고 지녀야 했던 고통, 고민이 음악의 핵심이 됐다. 사랑의 대상이 남성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내면의 불안감 감추지 않고 꺼낸다. 속내를 다 비추는 거리낌 없는 정면돌파가 두꺼운 팬덤을 일궜다.

본명을 음반의 제목으로 삼은 것 또한 그가 택한 또 하나의 정면돌파다. 메간 더 스탈리온과 함께한 ‘Dolla sign slime’에선 자신을 ‘달러($) 기호’에 비유하고 도자캣과 함께한 ‘Scoop’은 뜻대로 화제의 중심에 선 나를 과시한다. 시쳇말로 요새 잘나가는 래퍼들과 손잡고 시원하게 성공을 자축했다. 반면 음반의 후반부에 위치한 ‘Tales of Dominica’, ‘Void’를 비롯해 특히 ‘Sun goes down’은 상처와 아픔에서 나아가 어린 시절 자신이 겪은 괴롭힘을 보다 적극적으로 노래한다. 다운 템포의 자전적 발로가 그를 지상 세계로 끌어내렸다.

즉, 릴 나스 엑스는 손 닿을 수 없는 스타가 아니라 ‘나’를 투영해 볼 수 있는 내 옆에 있는 스타다. 퀴어 영화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을 끌어와 만든 리드 싱글이자 차트 1위 곡 ‘Montero’는 차세대 퀴어 앤섬으로 손색없을 거침 없는 비유로 중무장했다. 남자 뱀과 만난 대가로 지옥에 떨어진 주인공이 사탄을 유혹하고 끝내 정복한다는 설정의 뮤직비디오는 퀴어에게 쏟아지는 일면의 조롱을 전복한다. ‘Industry baby’도 용감무쌍하다. 핑크색 죄수복을 입고 때로는 알몸으로 춤을 추며 ‘또다시 히트곡을 냈다’ 외치는 모습에선 아티스트의 면모가 빛난다.

음반에는 스웨그와 소울이 교차한다. 마음껏 화려하고 또 마음껏 우울한 온전한 고백이 가득 차 있다. 또한 ‘That’s what I want’와 같은 곡에선 인상적인 래핑으로, ‘One of me’에선 중저음의 목소리를 살려 멜로디를 부각, 다양한 장르를 고루 들여왔다. 이에 덧댄 단단한 퍼포먼스 역시 일품. 지금 릴 나스 엑스에게는 부족한 것이 없다. 가끔 그 방법이 도발적이고 그래서 위태롭게 보일지언정 핵심의 메시지와 노래의 주인공인 나를 잃지 않는다. 약하고도 강한 음악 신의 라이징 스타. 그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수록곡 –
1. Montero(Call Me By Your Name)
2. Dead right now
3. Industry baby
4. That what I want
5. The art of realization
6. Scoop(Feat. Doja Cat)
7. One of me(Feat. Elton John)
8. Lost in the citadel
9. Dolla sign slime(Feat. Megan Thee Stallion)
10. Tales of Dominica
11. Sun goes down
12. Void
13. Dont want it
14. Life ater salem
15. Am I dreaming(Feat. Miley Cy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