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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The College Dropout’ (2021)

평가: 5/5

한 시대를 이끌어갈 천재의 등장

대중이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던 2000년대 초, 카니예 웨스트는 칼을 갈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 프로 활동을 시작해 로카펠라의 스태프 프로듀서로서 신생 레이블의 도약을 도모하며 업계의 제일가는 작곡가로 성장한 그이지만, 그 이상을 꿈꿨다. 제이 지의 < The Blueprint >, 앨리샤 키스의 ‘You don’t know my name’ 등 많은 히트작을 낳았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야심은 무대 뒤가 아닌 비트 위, 직접 가사를 뱉는 데에 닿아 있었다.

그러나 당시 힙합 신은 카니예 웨스트에게 래퍼 자리를 내어줄 만큼 분위기가 자비롭지 못했다. 거칠고 마초적인 래퍼가 공고하게 주 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제이 지가 있었고, 피프티 센트를 비롯한 갱스터 랩이 인기였다. 그에 반해 카니예의 배경을 보자. 대학교수인 어머니와 미술 대학까지 진학한 나름의 학력을 가진 중산층이지 않은가. 안정적인 환경이 래퍼가 되는 데에는 제동을 거는 법이다. 모두가 그에게 비트만 따내려 했지 로커스(Rawkus Records)도, 캐피톨(Capitol Records)도 래퍼로 그를 원하지 않은 이유다.

신예의 도전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인 로커펠라와 그 수장 데이먼 대시의 역할이 중추적이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엄밀히 말해 이 데뷔작의 제작은 결정적인 한 사건에 기인한다. 2002년 가을, 카니예 웨스트는 늦은 새벽 작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마주 오는 차량과 정면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거의 그를 죽일 뻔한 사고로 턱과 다리에 심한 골절을 입고 입원 신세를 졌다. 본의 아니게 맞이한 시간과 자유. 스물다섯 열정 많은 청년은 이를 인생의 ‘터닝 포인트’쯤으로 여긴 듯하다. 사고 후 2주 만에 선공개 싱글 ‘Through the wire’ 작업에 나섰고, 이는 힙합 역사를 영원히 뒤바꾸어 놓을 앨범의 신호탄이 됐다.

< The College Dropout >의 파급력은 여러모로 막강했다. 우선, ‘칩멍크 소울(chipmunk soul)’ 프로덕션을 대중화하는 데에 기여한 앨범이다. 칩멍크 소울이란 알앤비&소울 보컬을 샘플링해 음정과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해체, 재배열을 거쳐 비트에 녹여내는 작법을 말한다. 저스트 블레이즈와 함께 제이 지의 < Blueprint >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그의 이 주특기가 본작에서야말로 제대로 꽃피었다는 게 중론이다. 1990년대 중반 우탱 클랜의 프로듀서 르자가 방법을 제시했다면 카니예는 그걸 일정 경지로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수록곡 열두 곡에 사용된 열네 개의 샘플에서 공동작곡 두 곡을 제외하면 모두 셀프 프로듀싱. 래퍼로서의 출사표이지만, 이를 아우르는 프로듀로서의 압도적인 역량이 우선이다.

진가는 당시 힙합 신의 주된 내용을 크게 벗어난 랩에서도 두드러졌다. 16세기 삽화 책에 영감받은 배경에 앙증맞은 곰 인형으로 마감질한 커버와 줄무늬 폴로 셔츠를 빼입고 나온 외형처럼 앨범은 곧 힙합 관습의 타파를 의미했다. 향락과 폭력성의 철저한 배제! 그는 여기서 ‘갭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Spaceship’) 평범한 대학 중퇴생 신분을 감추지 않는다. 그 보통의 시선을 당당히 드러내며 인종, 교육, 종교 등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담았다. 이는 나아가 후대 힙합이 포용하는 캐릭터성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졸업식에 쓸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선생님의 부탁 ‘Intro’를 돈벌이에 찌든 또래의 넋두리 ‘We don’t care’로 맞받아치는 순간 작품에 대한 예고는 끝난 것이다. 예사롭지만 이 뼛속까지 삐딱한 젊은이의 날 선 비판과 유머는 로린 힐 ‘Mystery of iniquity’를 흥겹게 가져온 ‘All falls down’에서 미국 사회의 물질주의를 꼬집고, ‘Two words’에서는 사랑도 브레이크도 없는 무자비한 조국(‘United States, no love, no brakes’)을 쥐어뜯는다. ‘모두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지만 부자들이 가장 자존감이 낮’고 ‘마약 거래로 백인들만 주머니를 두둑이 채우’는(‘All falls down’) 사회는 청년의 눈에 그저 조롱거리에 불과하다.

결정타는 ‘Jesus walks’다. ‘예수만 빼고 다 이야기해도 된대'(‘They say you can rap about anything except for Jesus’)라 미디어의 획일화를 비판하고 종교적 가치관을 축약하는 곡이다. 총과 마약으로 득실대던 힙합 신에 신실한 찬송가다. 그는 아무래도 ‘쿨’해 보이는 것 따위에는 안중에도 없었던 듯하다. ‘Never let me down’에서 민권 운동 시대를 싸운 선조를 향해 경의를 표하고, 매우 유기적인 배치로 학력주의를 비꼰 여섯 개의 스킷 트랙으로 이 모든 전개가 실제로 대학을 중퇴한 그의 시간적 배경을 뒤로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Family business’가 따뜻한 가족 이야기로 화자와 청자 사이의 묘한 유대감을 만드는 것은 덤이다.

그러나 이 걸작의 가치는 단 한 순간, ‘Through the wire’를 거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교통사고 일화를 세밀하게 풀어놓는 노래 속 그의 랩은 실제로 ‘턱에 철사를 단’ 채 녹음해 발음마저 어눌하다. 놀라운 수준의 입체감, 실재감이다. 샤카 칸의 히트곡 ‘Through the fire’를 샘플링해 치밀하게 피치와 위치를 매만진 비트는 힙합 역사상 가장 멋진 칩멍크 프로덕션일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비극을 승리로 맞바꾸는 챔피언'(‘But I’m a champion, so I turned tragedy to triumph’)의 자세로 음악을 향한 열의를 강변하고 있는 이 데뷔곡을 카니예 커리어 사상 최고의 싱글이라 칭하고 싶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올랐고 히트 싱글 ‘Slow jamz'(1위), ‘All falls down'(7위), ‘Jesus walks'(13위)를 배출했으며 판매고는 400만 장을 넘겼다. 평단의 호응은 그 이상이었다. < 스핀 >과 < NME > 등 다수 매체가 입을 모아 음반을 그해 베스트 앨범 리스트에 상위권으로 안착시켰고 그래미는 최우수 랩 앨범과 최우수 랩 노래 등 3개 부문 상을 안겼다. 롤링스톤이 작년 개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500장’에서는 74위에 오르며 후대에 끼친 파급력을 인정받았다. ‘All falls down’에 피쳐링한 실리나 존슨과 로카펠라 A&R 키암보 조슈아(Kyambo Joshua)는 ‘제이 콜과 켄드릭 라마 등 리리시즘 래퍼에게 큰 영향을 준 클래식’이라 평가했다.

극적인 인생 서사나 거친 자기과시 없이도 자연스럽게 녹여낸 자기에 대한 기록과 사회 참여, 눈앞에 펼친 현재의 담담하고도 날카로운 저술. < The College Dropout >은 힙합 신에서 관습에 섣불리 매몰되거나 음악적 자아와 실제 자아가 충돌해 ‘가짜’가 되고 마는 뮤지션이 범람할수록 그 위력이 거대해질 앨범이다. 확실한 주무기, 선구적인 문법으로 옹골차게 메꾼 히트 넘버만으로도 마냥 즐겁고 또 놀랍다. 21세기 힙합을 선도할 천재는 이토록 영민하고도 화려한 등장으로 그가 일으킬 파장을 예고했다.

– 수록곡 –
1. Intro (Skit)
2. We don’t care 
3. Graduation day
4. All falls down (Feat. Syleena Johnson) 
5. I’ll fly away
6. Spaceship (Feat. GLC, Consequence) 
7. Jesus walks 
8. Never let me down (Feat. Jay-Z, J. Ivy) 
9. Get em high (Feat. Talib Kweli, Common)
10. Workout plan (Skit)
11. The new workout plan
12. Slow jamz (Feat. Twista, Jamie Foxx) 
13. Breathe in breathe out (Feat. Ludacris)
14. School spirit (Skit 1)
15. School spirit
16. School spirit (Skit 2) 
17. Lil Jimmy (Skit)
18. Two words (Feat. Mos Def, Freeway, The Boys Choir of Harlem) 
19. Through the wire 
20. Family business 
21. Last c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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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Jungle) ‘Loving In Stereo'(2021)

평가: 4/5

전 세계 음악 시장의 트렌드가 복고로 향하기 전인 2013년, 당시 20대의 영국 백인 청년 조쉬 로이드 왓슨과 톰 맥팔랜드가 몰두한 프로젝트는 1970년대의 디스코 음악이 중심이었다. 1990년대 애시드 재즈에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었던 그들은 펑크(Funk)와 디스코를 기반으로 수십 년 전 그루브를 세련되게 재해석해 사운드의 신구 조화를 주무기로  삼았다. 영국 인디 차트에서 19위를 기록한 데뷔 싱글 ‘Busy earnin’’이 수록된 첫 앨범으로 신선함을 확보한 이들은 듀오에서 7인조 밴드로 규모를 확장한 후 후속 음반 < For Ever >를 발표했다.

소포모어 작품은 조쉬와 톰이 겪은 이별의 슬픔을 역설적으로 번득이는 디스코로 풀어내며 진화한 음악성을 드러낸 반면, 이번 < Loving In Stereo >는 전작에 자연스레 녹아 든 침울한 분위기를 뒤집는다. 바이올린 선율로 비장한 연출을 선보인 서곡 ‘Dry your tears’를 전진배치 하고 템포를 높인 디스코 풍의 곡 ‘Keep moving’으로 유기적 구성을 취해 낙관적 복귀를 선언했다. 소울풀한 리듬을 중심으로 사이키델릭한 요소를 절묘하게 가미한 ‘All of the time’과 이들의 여유로운 기운을 이식한 ‘Lifting you’가 한층 가벼워진 분위기를 조성한다.

뉴웨이브 사운드를 연상시켜 기타에 주목한 트랙 ‘Truth’ 외에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다. ‘Romeo’에서는 래퍼 바스를, 알앤비 싱어 프리야 라구의 목소리를 빌린 ‘Goodbye my love’는 그들이 처음 시도한 협연으로 확장된 음악 스펙트럼이 엿보인다. 각각 올드스쿨 힙합과 부드러운 톤의 보컬을 결합함에서도 균질한 결과물을 추출해 담백한 프로듀싱 감각도 입증한다.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훨씬 이전의 음악 스타일을 이제 막 서른을 넘긴 이들이 구사한다는 사실 자체도 흥미롭지만 정글은 신구세대를 병합했다. 레트로 열풍에 접어든 시대의 풍조가 소구점으로 작용했고 정교한 샘플링을 통해 구성한 리드미컬한 웨이브는 젊은 세대에게도 짙은 호소력을 발휘한다. ‘Can’t stop the stars’ 속 오케스트라 연주가 풍성했던 앨범의 문을 닫기까지 정글이 발산한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는 끝내 세월의 간극을 메웠다.

기분 좋은 활력을 갖춘 복고풍 음악의 향연, < Loving In Stereo >가 내포한 경쾌한 에너지는 우울한 현재와 대비되며 평범했던 일상을 그립게 한다.

-수록곡-

  1. Dry your tears
  2. Keep moving
  3. All of the time
  4. Romeo
  5. Lifting you
  6. Bonnie Hill
  7. Fire
  8. Talk about it
  9. No rules
  10. Truth
  11. What d’you know about me?
  12. Just fly, don’t worry
  13. Goodbye my love
  14. Can’t stop the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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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ABBA) ‘I still have faith in you’ (2021)

평가: 3.5/5

솔직히 아바의 신곡과 새 앨범 심지어 ‘아바(Abba)타’ 공연까지 현실화되지 않길 바랐다. 프리다와 아그네사 두 여인의 고음 하모니 그리고 두 남자의 곡 주조 역량이 고령에 흔들릴지 모른다는 조마조마함 때문이 아니라 과거에 남겨놓은 걸작들이 (지금도 음미하기에)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나이 들었어도 다시 음악 하는 쾌감은 숭고하며,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바를 편애해온 사람은 누구라도 긴장, 불안, 초조라는 자연반사적 속박 속에 듣지 않았을까.

뭐 결과물은 실망스럽지 않다. 특히 클라이맥스 코러스는 과거처럼 경이의 입체감은 아니더라도 지금 어떤 음악보다 고퀄! 중박은 된다. 자이언트 타력은 아니더라도 파워 그리고 5분20초의 길이도 괜찮다. 다만 곡 흡수력은 중간. 그것도 前 아닌 現 아바임을 감안하면 70점 이상 줄 수 있다. 풀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준 것만으로도 승리. 반가움과 상호귀속 가능성까지 모든 게 무난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기분은) 안돌아왔으면 하는 쪽에 기울어있다.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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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Donda’ (2021)

평가: 3.5/5

인생이 시험의 연속이었다. 도널드 트럼프를 향한 열렬한 사랑과 그의 몰락, ‘노예제도는 선택이었다’ 망발과 직접 출마한 2020년 대선. 테일러 스위프트와 질긴 싸움과 탈진으로 인한 입원, 킴 카다시안과 이혼까지. 어디서부터 콕 집어 이야기하기 어려울 만큼 카니예 웨스트는 숱한 기행과 사건으로 스스로 자초한 논란 속 씨름을 이어왔다. 아티스트는 음악으로 난항을 딛고 도약한다지만 < The Life Of Pablo > 이후 5년간 기억할만한 개인 커리어 상의 수작도 없었다는 것이 설상가상이었다. 연속된 물의와 부진 속 그는 대중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인간’, ‘괴짜’, ‘관심병 종자’쯤으로 치부되는 데에 익숙한 듯 보였다.

그러나 개의치 않다는 듯 음악적 이상은 장대해져 갔다. 현실 세계에 싫증이 난 그에게는 주의를 돌릴만한 무언가, 의지할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종교에 집중했다. 신앙심을 공고히 다져 가스펠 힙합의 장을 선포했다. 2016년 < The Life Of Pablo >가 그 예고편이었고 < Jesus Is King >은 나아갈 선로를 선명히 각인한 서막이었다. ‘Lost in the world’의 길 잃은 영혼과 어머니를 부르짖은 ‘Only one’ 이후 자신을 신(‘I am a god’)이라 칭하는 거만 속 내재한 나약한 자아를 거대한 영적 존재에 영합하여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 Donda >는 그러한 카니예 웨스트의 최근 행보를 집적하는 앨범이다. 성형 수술 부작용으로 2007년 사망한 어머니 이름이 제목의 영감이며 문법 역시 가스펠 힙합이다. 직전작과 비교해 훨씬 풍성한 들을 거리와 힙합 요소를 부각한 점은 반갑다. 그러나 그의 열 번째 정규 앨범이라는 점, 그것도 지난 한 달 내내 소셜 미디어 피드를 장악한 경기장 크기의 리스닝 파티와 세 번 연기 끝에 마침내 세상에 나온 야심작이라는 기대치 앞에 앞서는 실망감이 있어 우선 언급하고 싶다.

첫째로, 몹시 길다. < Ye >가 7곡 23분이었던 것과 극명히 비교되는 < Donda >의 2시간가량 방대한 분량은 일순 환대를 불러일으키지만 이내 피로감에 휩싸인다. 모든 노래가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Jonah’에서 ‘Junya’로 이어지는 초중반부가 가장 허점으로, ‘Jonah’의 연속적인 친구 사망과 자신 처지를 노래하는 릴 더크와 보리(Vory)의 가사는 분명 뜻깊지만 강성의 스웨그 곡들 사이에 배치돼 스쳐 지나가고 만다.

오르간 사운드에 간소한 랩을 엮은 ‘Junya’는 ‘준야 와타나베가 내 손목 위!’ 훅을 반복하며 ‘음, 음’ 추임새로 마디를 채우지만 여타 카니예 노래들만큼 치밀하지 않다. 신실한 신앙 곡 사이 급작스럽게 흐름을 깨는 ‘Tell the vision’, 신심과 과시를 경유하는 ‘Praise god’의 언어도 의도가 불분명하다. 종교에 영향받은 영묘한 사운드와 일렉트로닉한 비트 두 갈래로 크게 나뉜 음향적 콘셉트는 거친 < Yeezus >와 최근 가스펠 사이의 타협점을 마련하려는 취지나, 양 축을 왔다 갔다 하는 탓에 메시지는 흐려지기 일쑤다.

둘째로, 그의 랩이다. < Donda > 속 어디에도 의자에 허리를 바짝 당겨 듣게 하는 카니예의 킬링 벌스가 없다. 콘셉트에 맞춰 노래로 승부를 거는 곡이 상당수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활달한 랩 트랙 ‘Off the grid’마저 플레이보이 카티와 파비오 포린의 젊은 에너지에 주객을 전도해버린다. 사정이 이러니 트래비스 스캇과 베이비 킴에게 벌스를 양보한 ‘Praise god’이 아쉽고, ‘Donda’와 ’24’에서 의지한 선데이 콰이어 서비스 합창과 ‘Pure souls’의 로디 리치, 셴시아(Shenseaa) 대용도 포용과 화합이라는 기독교적 이치에는 부합할지라도 상당히 장식적으로 느껴진다. 5년 전 < The Life Of Pablo >에서 켄드릭 라마를 눌러버린 벌스의 ‘No more parties in LA’와 경건한 랩을 뽐낸 ‘Saint pablo’를 상기하면 더욱 크게 다가오는 약점이다.

그래서 음반은 거대한 담론이나 의미에서 통째로 청취하기보다 오히려 마음에 드는 곡을 골라 듣기 적합한 백화점식 구성이 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면에서 작품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Hurricane’은 후렴의 예쁜 선율을 어루만지는 위켄드 보컬과 어두운 악기 편성으로 산뜻했던 전작과의 차이를 새기며 유의미한 변곡점을 마련한다. 로린 힐 ‘Doo wop’을 간편하게 재해석한 ‘Believe what I say’도 상기한 모호한 트랙 뒤에서 상반된 날카로움을 전한다. 다소 상투적이지만, 안정적인 팝 코드 진행에 웨스트사이드 건의 처절한 랩을 얹은 ‘Keep my spirit alive’의 감흥도 짙다.

노골적으로 신을 예찬하는 후반부 곡들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완성도로 < Jesus Is King >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점도 좋다. 완벽한 목사 빙의의 ‘Jesus lord’는 9분가량 복음을 전파하는데, 편안한 사운드에 모친과 사별 뒤 생의 마감까지 고민한 메시지가 맞물려 부담 대신 감명으로 다가온다. ‘Come to life’는 카니예의 현재를 압축한다. 킴 카다시안과 파경에서 파생된 감정을 매끄러운 싱잉과 순백한 피아노 연주로 연출한 노래에서 그는 꿈꾸는 음악적 이상을 상당수 실현해낸다. 그 도모 방식이 새로운 스타일 개척이나 혁신적 문법 도입 대신 안정화 전법에 가까워 이전만큼 파급력을 지니지는 못하더라도 말이다.

< Donda >는 나오기 전에도, 나오고 나서도 말이 많다. 발매 후 카니예는 SNS에 음반사 유니버셜 뮤직 그룹이 자신 허락 없이 음반을 공개했다고 주장했으며 혹자는 이에 < The Life Of Pablo >에서 실행된 앨범 업데이트 현상을 기대한다. 해외 다수 평론 매체가 비판 근거로 제시하는 마릴린 맨슨과 다베이비 섭외 논란도 토론해볼 만하다. 각각 성폭행 혐의와 동성애 혐오 논란으로 규탄되고 있는 둘을 피쳐링으로 대동한 것은 회개와 성화(聖化)의 언약이 되어야 할 앨범에 설득력을 상당 부분 떨어뜨리는 방해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음악적, 그리고 그 외적 화젯거리에도 한 가지는 자명하다고 말하고 싶다. 상한선에 오른 것 같았던 카니예의 역량에 아직은 한계가 임박하지 않았다는 것만큼은 확고히 시사한다는 것을 말이다. 카니예 웨스트의 전체 커리어에서 유의미하게 기록될 음반일지는 두고 봐야 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 그에게 있어서 더없이 중요한 한 걸음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 수록곡 –
1. Donda chant
2. Jail 
3. God breathed
4. Off the grid 
5. Hurricane 
6. Praise god
7. Jonah
8. Ok ok
9. Junya
10. Believe what I say 
11. 24
12. Remote control
13. Moon
14. Heaven and hell 
15. Donda
16. Keep my spirit alive 
17. Jesus lord
18. New again
19. Tell the vision
20. Lord I need you
21. Pure souls
22. Come to life 
23. No child left behind
24. Jail pt 2
25. Ok ok pt 3
26. Junya pt 2
27. Jesus lord p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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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펙트(Respect)

평가: 4.5/5

2006년 <드림걸스>(Dreamgirls)의 히로인 제니퍼 허드슨(Jennifer Hudson)이 돌아왔다. 소울 음악의 여왕(Soul Queen)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사후 연기를 위해서다. 전설의 가수를 극적인 틀에 담아낸 전기 영화에서 그는 아레사의 분신이라 할 만큼 주인공을 온전히 체화해냈다. 오스카와 그래미상을 이미 석권한 바 있는 그의 연기력과 가창력이 다시금 빛을 발한다. 우상인 소울 아이콘의 노래를 재창조한 것은 물론, 사실에 근거한 아레사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허드슨 자신의 존재감을 여실히 입증했다.

목사 CL 프랭클린의 딸이자 지역 프로듀서 남편 테드 화이트(Ted White)의 아내로서의 삶이 극적인 전개의 토대를 이루는 한편, 분신 제니퍼 허드슨은 흑인 보컬리스트로서 폭넓은 음악 스펙터드럼을 가진 아레사 프랭클린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노래 ‘Respect'(1967)를 통해 블랙 팬더(Black Panther)운동,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 페미니스트와 시민의 권리항쟁 운동의 메신저로 대중들에게 각인된 음악 인생의 단면에 관객들이 공감하게 이끈다. 프랭클린이 거의 20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화면에 보여주고자 했던 노력의 산물에서 시청자는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알고 전설적 인물을 기리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극의 주인공은 사실, 가수였을 뿐 아니라 작곡가였으며 그 자체로 음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예술혼을 타고난 아티스트였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믿음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데 있어서 천부적 재능은 그의 영적 뿌리였으며, 교회에서 영성 가득한 찬송가를 부르며 가수로서의 재질을 다질 수 있었다.

첫 곡인 ‘There is a fountain filled with blood'(피가 가득한 샘이 있습니다)를 비롯해, ‘I never loved a man(The way that i loved you)'(나는 남자를 사랑한 적이 없어요(내가 당신을 사랑한 방식)), ‘Do right woman, do right man’, ‘Dr. feelgood(love is a serious business)’, ‘Ain’t no way’, ‘(You make me feel like a)natural woman’, ‘Take my hand, precious lord’, ‘Precious memories’, ‘Amazing grace’, ‘Here I am(singing my way home)’과 같은 곡들이 사운드트랙의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이유이다. 영적인 가스펠과 블루스 송들에서 아레사의 음악적 근본이 복음성가에 있었음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역동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허드슨의 보컬과 톤에서 프랭클린 고유의 창법이 그대로 전해질 정도다.

1944년 뮤지컬영화 에 쓰인 ‘Ac-cent-tchu-ate positive’와 냇 킹 콜(Nat King Cole)이 처음 부른 ‘Nature boy’는 1940년대의 스탠더드 재즈 송으로, 스윙이 있는 재즈와 보사노바 리듬 기반의 재즈 곡조가 일품이다. 두 번째 노래는 이 영화를 위해 허드슨이 각별히 다시 부른 원곡들 중 하나로 사용되었다. 제니퍼가 캐롤 킹(Carol King)과 함께 쓴 ‘Here i am (singing my way home)’과 더불어 앨범에 실린 사운드트랙 넘버.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이 부른 원곡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Respect’는 후렴구를 비롯해 유쾌한 탄생기와 더불어 전설적인 원형 사운드와 비교해 들을 만하다. 이어지는 ‘Sweet sweet baby (since you’ve been gone)는 싱글차트 5위까지 오른 노래로, (1968)에 수록된 리듬 앤 블루스, 같은 앨범 B면에 실린 ‘Ain’t no way’와 함께 원곡에 가깝게 다시 불렸다. 원래 오티스 레딩에게 줄 계획이었으나, 아레사가 싱글로 발표해 R&B차트 정상에 등극하면서 그래미 수상의 영예까지 안겨준 노래 ‘Chain of fools'(1967), 동시대 히트 팝송 제조기 제리 고핀과 캐롤 킹(Gerry Goffin&Carole King) 파트너가 써준 곡으로 1967년 R&B차트 2위에 오른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 원곡의 그루브와 펑키한 리듬과 곡조가 살아 있는 ‘Spanish harlem’까지 주옥같은 명곡들이 스토리의 얼개를 이루며 영화를 관통한다.

레이디 소울의 명불허전 시그니처 송들을 커버하는 것 외에도 제니퍼 허드슨은 자신의 스타일로 작성된 신곡 ‘Here i am (singing my way home)’을 재조명했다. 이 곡은 캐롤 킹과 제이미 하트만(Jamie Hartman)과 함께 허드슨이 합작했다. 가스펠과 소울의 원초적 감성을 보유한 곡에서 허드슨은 영적 감흥이 넘치는 가창력을 들려준다. 소울 레전드의 정신을 이어받아 자신을 그 안에 완전히 융합해냈다.

범접 불가의 “넘사벽” 아이콘을 있는 그대로 재연해내는 과업은 제니퍼에게 가수로서 축복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거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우상으로 완벽하게 변신 성공한 허드슨은 영화의 제목처럼 ‘존경’받기에 손색이 없는 배우이자 가수로 진가를 다시 확증했다. 아레사 프랭클린의 선택이 옳았음을 제니퍼 허드슨은 영화 속 부활로 화답한 셈이다.

– 영화에 사용된 음악 목록
1. There is a fountain filled with blood
2. Ac-cent-tchu-ate the positive
3. Nature boy
4. I never loved a man (The way i love you)
5. Do right woman, Do right man
6. Dr. feelgood
7. Respect
8. Sweet sweet baby (Since you’ve been gone)
9. Ain’t no way
10.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
11. Chain of fools
12. Think
13. Take my hand, precious lord
14. Spanish harlem
15. I say a little prayer
16. Precious memories
17. Amazing grace
18. Here i am (Singing my way home) – Jennifer Kate Hud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