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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로신크란츠(Claire Rosinkranz) ‘Don’t miss me’ (2021)

평가: 3/5

최근 몇 년간 대중음악 현장에선 소셜미디어 틱톡을 중심으로 한 바이럴 마케팅이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였고, 릴 나스 엑스와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 여러 스타를 탄생시켰다. 2004년생 싱어송라이터 클레어 로신크란츠도 1인 미디어를 통한 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입지를 다지며 상승기류에 올라탔다. 두 번째 미니앨범 < 6 Of A Billion > 이후 4개월 만인 11월 발매된 신곡 ‘Don’t miss me’ 역시 전작들의 기조를 이어 간결하고 빠르게 Z세대를 겨냥했다.

2분이 조금 넘는 짧은 분량이지만 짜임새 있다. 쉬는 구간 없이 멜로디로 가득 채운 구성과 상처받기 싫어 진지한 사랑을 거부하고 썸만타고 싶은 마음을 풀어낸 직설적인 가사 모두 불필요한 시간 낭비 없이 솔직하게 취향을 소비하는 현재와 닮아있다. 반복되는 편곡의 틈새마다 들리는 전기기타 라인도 재미를 주는 지점. 특정 입맛에 맞춰진 요리답게 다수가 깊게 음미할 여지가 모자라지만 직접 만든 결과물로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는 능력은 분명 눈여겨 볼만하다. 흐릿한 소문이 구체적인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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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시런(Ed Sheeran) ‘=’ (2021)

평가: 2.5/5

지난 10년을 요약할 ‘유니콘 아티스트’를 뽑는다면 에드 시런이 당당히 그 후보에 올라갈 것이다.‘Blower’s daughter’를 부른 데미안 라이스의 발자취를 좇았던 센세이션한 데뷔작 < + >를 신호탄으로 포크에 매몰되지 않고 저변을 넓힌 < x > 그리고 팝적인 터치를 강화한 < ÷ >까지 각종 시상식과 차트를 섭렵하며 다음 세대에게 영감을 전할 만큼의 지위에 올라섰다. 오롯이 본인 노래로 영국의 심장부 웸블리 스타디움을 뜨겁게 달굴 수 있는 팝 스타는 서른이란 나이와 함께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바로 결혼과 출산, 한 여자의 남편이자 딸 아이의 아버지가 된 것이다.

오프너에서부터 ‘나는 어른이 됐고, 이젠 아빠가 됐어’(Tides)라며 성숙해진 삶을 고백한다. 사랑의 결실을 감격에 찬 목소리로 노래한 ‘First time’과 소중한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Love in slow motion’, 오르골처럼 흐르는 귀여운 멜로디의 자장가 ‘Sandman’까지 이제 막 단란한 가정을 꾸린 그의 콧노래는 가족을 향한다. 가장의 결의는 익숙한 레퍼토리를 소환하며 시간의 역행으로 이어진다. < ÷ >의 연장선에 배치한 위 네 곡의 세레나데는 기타 중심의 간단한 멜로디로 초기 작법을 따르며 장르 융합에 발군의 감각을 선보인다.

고전적 방법론을 작동시키더라도 사랑으로 물들인 핑크빛 유토피아는 에드 시런의 발목을 잡는다. 과잉된 감정을 주입한 ‘The Joker and the Queen’은 연말 특수를 겨냥한 발라드에 그칠 뿐 ‘Perfect’의 뒤를 잇기엔 역부족이다. 드럼 앤 베이스 재질의 ‘Collide’와 달콤한 신스라인을 앞세운 ‘Be right now’로 템포를 높여 다변화를 꾀하려는 접근마저도 앨범 전체를 지배하는 사랑이라는 화두가단조롭게 다가와 궁금증을 앗아간다.

그럼에도 빌보드 차트 최상단을 장기 집권한 ‘Bad habits’의 흥행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비슷한 갈래로 1980년대 팝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Shivers’, ‘Overpass graffiti’가 상승기류를 타고 기록한 높은 스트리밍 횟수는 그의 탁월한 멜로디 주조 능력을 방증한다. 듣기 수월한 팝 스타일의 기조에도 결코 트렌디함을 경시하지 않고 재차 솜씨를 발휘해 결과물들을 준수한 성적표로 귀결시켰다.

주관적인 관찰을 직선적인 멜로디로 치환했던 10년간의 연산 작업은 나름의 결론을 도출한다. 비좁은 시야로 응시한 가족애와 상업적 수확을 노린 술책. 과거 자신의 본능을 따라 눈부신 활공을 펼쳤던 싱어송라이터의 답안은 결국 진부한 성공 공식을 벗어나지 못한다. < = >는 대중음악가로서 건재함을 과시한 에드 시런의 면모와 달리 최소한의 재료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감싸 안아주던 청년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제아무리 더하고 곱한들 ‘빼기(-)’를 배제한 무조건적 수용은 덜어냄의 미학을 다시금 일깨운다.

수록곡-

1. Tides
2. Shivers
3. First times
4. Bad habits
5. Overpass graffiti
6. The Joker and the Queen
7. Leave your life
8. Collide
9. 2step
10. Stop the rain
11. Love in slow motion
12. Visiting hours
13. Sandman
14. Be righ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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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Bite me’ (2021)

평가: 2.5/5

돌아왔다. 웰컴 투 2000년! 얼마 뒤 발매할 정규 7집의 선 싱글인 ‘Bite me’는 데뷔 초 에이브릴 라빈의 모습 그대로를 복각한다. 팝 펑크. 달려 나가는 드럼과 에너지 넘치는 사운드가 그때 그 시절을 소환, 향수 가득한 멜로디를 들려준다. ‘Sk8er boi’, ‘My happy ending’, ‘Girlfriend’ 등 비슷한 질감을 가진 곡들이 연이어 떠오르는 와중 이 귀환이 유독 반갑게 느껴진다. 이별, 섹스를 논하는 가사는 어설프게 사랑을 논하지 않고 강하고 세게 이 만남의 주도권이 내게 있음을 말한다. 늘 그랬듯 끌려가지 않고 영합하지 않고 내 것을 하는 팝스타의 행보가 반갑다.

가장 잘하는 것을 손에 쥔 에이브릴 라빈이 서서히 시동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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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소닉(Silk Sonic) ‘An Evening With Silk Sonic’ (2021)

평가: 3.5/5

브루노 마스와 앤더슨 팩은 서로 음악적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음악 만들기의 본능적 즐거움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번 신보는 그 즐거움의 찰나를 생생히 담아냈다. 선배 펑크(Funk) 밴드들이 그래왔듯 연주와 프로듀싱을 몸소 해냈고 기타를 맨 마스 옆 팩은 드럼을 두들겼다. 그룹의 작명과 앨범의 문을 연 ‘Silk sonic intro’의 내레이션 등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한 인물은 전설적인 베이스 플레이어 부치 콜린스. 이렇듯 최정상급 팝스타와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는 1970년대로의 시간여행을 제안하는 < An Evening With Silk Sonic >을 통해 자신들의 음악 원천을 가감 없이 공유했다.

지향점은 명확하다. 1970~80년대를 수놓았던 소울과 펑크의 별자리를 복원하는 것. 모타운 혹은 스택스 출신 소울 뮤지션으로 분장한듯한 앨범 커버와 레트로의 물결로 가득한 사운드 프로덕 션 등 콘셉트가 확고하다. 빌보드 싱글차트 1위까지 오른 ‘Leave the door open’은 벨벳처럼 감미로운 선율로 1970년대의 필리 소울을 오마주하고, 현악 세션과 아프리칸 리듬을 버무려 커티스 메이필드를 소환한 ‘Skate’도 눈에 띈다. 부드러운 손길에 마모되어갈 때쯤 레니 크라비츠의 역동성을 이식한 ‘Fly as me’와 톡 쏘는 펑키 기타를 전면 배치한 ‘777’처럼 쾌활한 트랙들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다.

두 사람의 보컬 하모니가 두드러진다. 폭주 기관차처럼 호소를 강구하는 마스의 가창이 장르성이 뚜렷한 1970~80년대 소울 펑크와 잘 달라붙는지 의문이 들 때쯤 팩의 감각적인 톤이 들어서 균형을 맞춘다. 코모도스의 ‘Sail on’과 아이슬리 브라더스의 ‘That lady’가 이룩했던 하모니의 쾌감을 그들 방식으로 체현했다.

‘Leave the door open’과 ‘Skate’, ‘Smokin out the window’로 이어진 세 곡의 선공개 싱글과 1분짜리 인트로를 빼면 총 다섯 곡이 남는다. 꽉 찬 풀 렝스 앨범을 기대했던 이들에겐 아쉬움으로 남을만한 지점. 다만 ‘Blast off’의 사이키델릭한 기운과 부치 콜린스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앨범에 여운을 남기고, 다음 행선지를 향한 기대감의 자리를 비워둔다. 

레트로가 대중음악의 화두로 떠오른 지도 꽤 긴 시간이 지난 만큼 소재의 활용 범위와 접근법 또한 천차만별이다. 실크 소닉은 정공법을 택했다. 1980년대 생 두 명의 스타 뮤지션은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유행한 장르 문법을 섬세하게 본뜬 후 뮤직비디오와 SNS의 전략을 더해 대중에게 손을 내밀었다. 시간 여행의 제안은 용감한 모험임과 동시에 대중음악사의 연결성을 재확인하는 가늠자기도 하며 실크 소닉의 < An Evening With Silk Sonic >은 과거 명작들을 21세기에 소환하는 것만으로도 그 소임을 다한다.

– 수록곡 –
1. Silk sonic intro
2. Leave the door open
3. Fly as me
4. After last night (with Thundercat & Bootsy Collins)
5. Smokin out the window
6. Put on a smile
7. 777
8. Skate
9. Blast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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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 ‘Jubilee’ (2021)

평가: 4/5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음악에는 확고한 본바탕이 있다. 신경질적인 슈게이징 사운드로 날 선 감정을 표출했던 < Psychopomp >, 심연으로 가득 찼던 <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 > 두 작품은 어머니와의 사별에서 파생된 비극적인 심리를 저술한 아티스트 내면의 발로였다. 그러나 3년 만에 돌아온 신보 < Jubilee >의 첫인상은 사뭇 다르다. 속의 감정보다는 선명한 멜로디와 음악, 그 기운찬 느낌이 우선 다가온다. 노란빛의 채도 높은 앨범 커버처럼, 다채로워진 구조로 새롭게 변신을 꿈꾸는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다.

첫 트랙 ‘Paprika’부터 기존 노선과 선을 긋는다. 이전의 악 받친 보컬의 날카로움이 사라지고 우아한 곡조와 한껏 덩치를 키운 사운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천천히 찾아온 제정신, 나는 큰 매듭을 푸는 꿈에서 깨어났다”(“Lucidity came slowly, I awoke from dreams of untying a great knot”)처럼 가사는 변화와 삶을 향한 긍정, 그리고 예술가로서 창작에 대한 기쁨을 중첩한다. 축제의 한 폭을 도려내 오선지에 그린 듯 활달한 마칭 밴드의 소용돌이에서 심박수를 기막히게 떨어트리는 중반부의 완급조절, 그 위로 케이트 부시가 떠오르는 생동감 넘치는 멜로디와 가창으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감행한 도전을 성취로 맞바꾸어 놓는 데에 성공한다.

이어지는 수록곡도 과감하다. 저마다 개성적인 기악 편성과 곳곳에 변칙을 부여하는 능력이 절정에 달했다. 둔중한 베이스와 감칠맛 나는 기타의 그루브로 첫 트랙의 신선함을 길게 끌고 가는 1980년대 신스팝 스타일 넘버 ‘Be sweet’, 뜻밖의 발랄함을 발산하는 ‘Savage good boy’는 모두 예측을 깨부수는 곡들이다. 어쿠스틱한 ‘Kokomo, in’과 전자 피아노에 겹겹이 층을 낸 현악기로 담백함을 자아내는 ‘Tactics’ 역시 적절한 타이밍에 쉬어가는 구간을 마련해 흐름을 단단히 유지한다. 특히, 로파이한 무드에 포근한 관악기 솔로를 휘몰아친 ‘Slide tacke’는 앨범의 백미.

전환에 전환을 거듭하는 진행에도 내면을 철저히 견지하기에 더 특별하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손길은 활발해졌을지언정 그 속 미셸 자우너의 어투는 여전히 싸늘하고, 아슬아슬하다. 1집 < Psychopomp >의 ‘Jane cum’이 겹쳐가는 매서운 기타 디스토션의 ‘Sit’과 어두컴컴한 신시사이저의 깊은 골짜기가 멋들어진 ‘Posing in bondage’는 각각 섹슈얼한 상상과 상대를 향한 처절한 갈구로 비틀거린다. 대담했던 초반부에서 뒤로 갈수록 차분하고 섬세하게 종결되는 흐름도 자연스럽다. “지옥은 사랑할 사람을 찾고 나는 너를 다시 볼 수 없어”(“Hell is finding someone to love and I can’t see you again”)라 이별을 직접적으로 설파하는 ‘In hell’과 쓸쓸한 기타 연주 위로 외로운 자신을 인정하는 피날레 ‘Posing for cars’의 여운이 유독 차디찬 이유다.

스펙트럼은 넓어졌고 감성은 깊어졌다. 특유의 담담한 감정 응시를 유지한 채 화려한 곡조를 보태니 더없이 탄탄하고 응집력 있다. 변화무쌍한 구성과 그에 자연스럽게 따라온 커리어 상의 변곡점으로 이전보다 적극적인 평단의 호응과 스포트라이트까지 챙긴 것은 덤이다. 여러모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최고작. 아물지 않은 트라우마 속 꿈틀대는 음악적 열의와 야심이 일군 눈부신 자가 치유다.

– 수록곡 –
1. Paprika 
2. Be sweet 
3. Kokomo, in
4. Slide tackle 
5. Posing in bondage
6. Sit
7. Savage good boy 
8. In hell 
9. Tactics
10. Posing for c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