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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스미스(Sam Smith) ‘Love Goes'(2020)

평가: 3.5/5

샘 스미스의 스펙트럼은 넓다. 첫 정규작 < In The Lonely hour >(2014)의 ‘Stay with me’, ‘I’m not the only one’ 등의 발라드. 또한 그 이전, 디스클로저의 ‘Latch’, 너티 보이의 ‘La la la’에 목소리를 얹으며 증명한 일렉트로닉의 소화력까지. 가을의 풍경이 절로 그려지는 감성적인 보이스 칼라를 지녔지만 어떤 면에서 그는 분명 여름의 생기를 분출한다.

세 번째 정규 음반은 바로 그 여름과 가을을 담는다. 보너스 트랙을 포함하여 총 17개나 되는 수록곡에서 전면부는 댄스 위주의 밝은 노래로 후반부는 발라드. 그리고 다시 끝은 조금의 업 템포로 채웠다. 몇몇 인터뷰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듯 일렉트로닉, 댄스, 발라드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장르를 욕심껏 끌어왔다. 평균 중량도 적당하다. 이전 디스코그래피가 그랬듯 팝 제너레이션의 구미를 마구 당길 이지 리스닝형 노래를 전면에 매끄럽게 안착시켰다.

누구나 작품에 최고의 기량을 쓴다. 이 지점에서 음반은 다소 모호하다.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Dancing with a stranger’가 작년 빌보드 싱글 차트 7위에 올랐던 것을 제외하면 현재로서 힘 있는 싱글이 없다. 과거와 같이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들 속 ‘Diamonds’, ‘Another one’, ‘Dance’ 등의 듬직한 댄스곡들이 펼쳐진다. ‘For the lover that I lost’, ‘Breaking hearts’, ‘to die for’ 등은 부인할 수 없는 샘 스미스 표 고품격 발라드.

그럼에도 앨범이 떠오르지 못하는 것은 여기에 담긴 기량이 과거의 것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싱글 차트 2위에 오르며 인기를 끈 ‘Stay with me’의 꽉 찬 코러스가 ‘Breaking with hearts’. ‘Fire on fire’로 소환된다. 물론 ‘Love goes’, ‘kids again’ 등 중간중간 변주를 넣고 부피를 채운 매력적인 결과물도 있다. 풀-랭스로 음반을 듣고 디깅해야 만날 수 있는 숨어 있는 노래들이다.

샘 스미스의 브랜드 네임을 정확히 대변한다. 처음 대중에게 자신을 알린 댄스부터 이후 확실히 존재를 인식하게 한 발라드까지 다채로운 곡들을 가져왔다. 빼놓을 수 없는 가창 실력 역시 여전하다. 많은 것들이 꾸준히 생생한 와중 신선함이 무뎌진 것도 사실. 기존의 이미지와 작법의 반복이 그를 찾는 마음을 조금 식게 한다. 강렬한 첫인상과 그 잔상이 남긴 그때 그 시절로의 귀환. 향수가 짙고 오래 간다.

– 수록곡 –
1. Young
2. Diamonds
3. Another one
4. My oasis
5. So serious
6. Dance (‘Til you love someone else)
7. For the lover that I lost
8. Breaking hearts
9. Forgive myself
10. Love goes (Feat. Labrinth)
11. Kids again
12. Dancing with a stranger (Feat. Normani) (bonus track)
13. How do you sleep? (bonus track)
14. To die for (bonus track)
15. I’m ready (Feat. Demi Lovato) (bonus track)
16. Fire on fire (bonus track)
17. Promises (Feat. Calvin Harris) (bonus 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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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 콜리어(Jacob Collier) ‘Djesse Vol. 3’ (2020)

평가: 3.5/5

2016년, 영국에 천재 아티스트가 등장했다. 전공 악기인 피아노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와 루프 스테이션, 전자 악기를 사용해 원맨밴드를 만들어내며 유튜브를 활용해 세계로 뻗어 나갔다. 그래미에서도 총 4관왕에 오르며 입지를 다졌다. 자신의 방 안에서 모든 걸 이뤄낸 정규 1집 < In My Room >은 탁월한 아카펠라의 활용, 감각적인 편곡으로 제이콥 콜리어만의 지평을 열었다.

재즈를 기반으로 아카펠라, 포크, 펑크, 클래식을 조합해 다양한 사운드를 창조해낸 ‘Djesse’ 컬렉션의 세 번째 앨범이다. < Djesse Vol.1 >은 오케스트라의 폭넓은 활용으로 뮤지컬 스코어 같은 생동감을, < Djesse Vol. 2 >는 재즈, 팝뿐만 아니라 월드뮤직까지 섭렵해 다양성을 보였다. 네 번째 정규 앨범인 < Djesse Vol. 3 >는 신시사이저를 적극 활용해 앰비언스 사운드를 도입한다. 대중적인 멜로디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이질감 없이 조합했다.

앨범의 첫 곡 ‘CLARITY’로 다소 난해한 사운드의 충돌과 함께 우주로의 출발을 선언한다. 이후 앨범의 중반부에는 대중성을 배치했다. 제시 레예스(Jessie Reyez)와 티페인(T-Pain)이 참여한 ‘Count the people’은 어쿠스틱 악기를 배제하고 신시 사운드로만 꾸며져 완벽한 일렉트로닉을 선보인다. 코로나로 인해 월드투어가 미뤄지면서 싱글로 선발매되었던 ‘All I need’는 펑키한 피아노 리프와 슬랩 형태로 연주되는 베이스, 국내에서 ‘BRB’로 인기를 얻은 소울 가수 마할리아(Mahalia)의 보컬로 그루브를 싣는다. 상승하는 전조와 보편적인 작법을 벗어난 코드워크가 단연 돋보이는 곡.

곡들과 알맞게 배치된 아티스트들의 목소리와, 다수 존재하는 가상 악기 소스 안에서도 지저분하지 않은 사운드 메이킹으로 완성도를 높인다. 다니엘 시저(Daniel Caeser)가 함께한 ‘Time alone with you’는 아카펠라를 적극 활용했다. 소리의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사람의 목소리로도 사운드 스케이프를 폭넓게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니멀한 비트 위에 화려한 화성은 재미 요소를 더하는 포인트.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변주가 흐르는 ‘Sleeping on my dreams’는 마치 한 편의 그림을 그려놓은 뒤 음악을 덧입힌 듯 그 짜임새가 독특하다. 장난감을 작동하는 듯한 소리로 재치을 더하고, 후렴구 도입 부분에 겹겹이 쌓인 코러스로 성악의 요소를 더한다. 여기에 펑크 리듬을 가미해 댄서블한 전자음악을 선보인다.

고요한 우주를 연상시키는 마지막 곡 ‘To sleep’으로 앨범은 동면상태에 접어든다. 제이콥 콜리어는 < Djesse Vol. 3 >라는 우주를 맴돌며 자유롭게 유영한다. 무중력을 중력으로 채우고, 차가운 시공간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이렇듯 그만의 차별점은 기존의 것이 아닌 색다른 발상에서 온다. 사운드를 발견하고 창조하며 배치하는 과정을 통해 익숙함과 새로움을 조화롭게 꾸려나간다. 소리의 탄생과 역동하는 다채로움이 여기에 있다.

-수록곡-
1. CLARITY
2. Count the people (Feat. Jessie Reyez & T-Pain) 
3. In my bones (Feat. Kimbra & Tank and the Bangas)
4. Time alone with you (Feat. Daniel Caesar) 
5. All I need 
6. In too deep (Feat. Kiana Ledé)
7. Butterflies
8. Sleeping on my dreams 
9. Running outta love (Feat. Tori Kelly)
10. Light it up on me
11. He won’t hold you (Feat. Rapsody)
12.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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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션(Big Sean) ‘Detroit 2’ (2020)

평가: 3.5/5

빅 션은 랩 스타다. 라디오에 출연하는 카니예 웨스트를 무작정 찾아가 열여섯 마디 랩을 뱉으며 데뷔했던 그의 이야기는 곧 모두를 주목시켰다. 그에 호응하듯 빅 션 역시 히트 싱글을 주조하는 능력과 외향적 요소를 앞세우며 새로운 주인공의 탄생을 증명했다. 부족하다고 지적받은 앨범 단위의 완성도도 꾸준히 다듬었고, 2017년 < I Decided >란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상업적 성공, 연애 등 모두가 그의 화려한 사생활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의 이면은 보이는 것과 정확히 반대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겪었던 우울과 불안은 빛나는 그의 모습을 잠식했고 급기야 가해지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짧은 시간 활동을 멈추기에 이르렀다. 치유란 담론 아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빅 션은 2019년 발표한 싱글 ‘Single again’에서 실마리를 발견했고, 이번 앨범으로 구체적인 해답을 찾는다. 2012년 발매한 믹스테이프의 후속작이자 자신을 낳고, 품어냈던 고향의 이름을 빌려 철저하게 본인만을 담아낸 이기적인 작품. < Detroit 2 >다.

앨범의 진중한 분위기 아래 첫 번째 곡 ‘Why would I stop?’부터 다섯 번째 ‘Body language’까지의 가감 없는 드러내기는 강한 흡인력 가지며 청자를 집중시킨다. ‘Lucky me’는 단어 그대로의 행운과 반어적 표현으로 인생을 두 갈래로 읽어낸다. 마치 기도를 하듯 경건하게 진행되는 첫 번째 절과 중간지점부터 강한 트랩 사운드로 변모하는 비트 구성을 따라 피치를 올리는 빅 션의 래핑이 절정이다.

역경을 이겨낸 개인의 시선은 더 큰 테마로 나아간다. 소셜 미디어와 왜곡된 정보란 사회적 이슈부터 애인의 유산을 암시하는 등 다양한 상처를 되새기며,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깨달은 삶에 대해 공표하는 ‘Deep Reverence’이다. 2019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불합리로부터 LA 빈민가를 지킨 닙시 허슬의 목소리를 빌린 다짐은 디트로이트의 거리에 영감을 뿌리며 다시 채색될 빅 션의 청사진이다. 이후 관악 세션과 콰이어 위로 드웰의 보컬이 매력적인 ‘Everything That’s missing’에서 재차 뜻을 밝히며 서사를 이어간다.

에리카 바두, 스티비 원더의 음성을 통해 출신에 대한 애정을 표출한 빅 션은 ‘Friday night cypher’로 하나의 연대를 만든다. 프로듀서 힛 보이의 주도 아래 펼쳐진 변주 속 에미넴을 비롯한 디트로이트 출신 래퍼들의 외침이 거대하다.

스물한 곡이 수록된 긴 호흡이니만큼 어쩔 수 없지만, 중반부에 느껴지는 피로감은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영 떡과 함께 한 ‘Respect it’, 트래비스 스캇의 ‘Lithuania’로 이어지는 트랩 넘버의 세련된 소리를 앞세워 노린 반전은 자기과시로 점철된 가사가 앨범의 유기성을 무너뜨리며 실패한다. 다만 이탈한 궤도는 바로 등장하는 ‘Full circle’로 회복되고 < Detroit 2 >가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안정성을 부여한다.

샘플의 선택도 흥미롭다. 마이클 잭슨의 ‘Human nature’를 기반으로 한 ‘Don life’는 전자음과 묵직한 베이스의 활용, 무엇보다 릴 웨인의 참여가 더해져 만족스러운 재해석을 끌어낸다. 노 아이디(No I.D.)가 발굴한 1992년 개봉작 < Godzilla vs. Mothra >의 OST는 ‘The Baddest’의 실험적인 비트로 재탄생한다. 빅 션은 브라스와 잘게 나뉜 하이햇 위로 그려지는 비상식적인 선율과 경쟁하듯 주도권을 주고받으며 앨범 내 긴장을 유지한다. 뚜렷한 주제를 녹여낼 밑바탕을 고르는 안목이 뛰어나다.

자신의 치부를 들춰내길 마다하지 않는 점에서 이미 < Detroit 2 >는 생동하다. 빅 션 스스로가 구원받기 위해 기록한 일지(日誌)는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을 움직일 확실한 근거가 될 것이다.

-수록곡-
1. Why would I stop?
2. Lucky me
3. Deep reverence (Feat. Nipsey Hussle)
4. Wolves (Feat. Post Malone)
5. Body language (Feat. Ty Dolla $ign & Jhené Aiko)
6. Story by Dave Chappelle
7. Harder than my demons
8. Everything That’s missing (Feat. Dwele)
9. ZTFO
10. Guard your heart (Feat. Anderson .Paak, Earlly Mac & Wale)
11. Respect it (Feat. Young Thug)
12. Lithuania (Feat. Travis Scott)
13. Full circle (Feat. Key Wane & Diddy)
14. Time in
15. Story by Erykah Badu
16. FEED
17. The Baddest
18. Don life (Feat. Lil Wayne)
19. Friday night cypher (Feat. Tee Grizzley, Kash Doll, Cash Kidd, Payroll, 42 Dugg, Boldy James, Drego, Sada Baby, Royce Da 5’9″ & Eminem)
20. Story by Stevie Wonder
21. Still I rise (Feat. Dom Kenn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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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Nas) ‘King’s Disease’ (2020)

평가: 3/5

1994년 발매한 불후의 명반 < Illmatic >부터 지금까지 1974년생 래퍼는 거리의 구성원으로서 의견을 내길 주저하지 않았다. 당대의 차디찬 현실은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한껏 냉소적으로 만들었고 시적 표현으로 가꿔진 개인의 경험은 날카롭게 힙합 신에 파고들었다. 그렇게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스의 행보가 무색하게 블랙 커뮤니티의 상황은 변하지 않았고 이는 베테랑 래퍼에게 개연성을 부여하며 왕이 귀환해야 할 충분한 근거를 제시했다.

데뷔 이래 꾸준히 제련한 칼날은 여전히 빛을 발하지만, 나스는 무기를 거두며 폭력이 아닌 더 큰 인류애로 사태에 대한 정당한 지적과 조언을 시작한다. 카니예 웨스트와 함께한 2018년 작 < NASIR > 이후 이 년만이며 동부를 넘어 장르를 대표하게 된 그가 내뱉는 우아한 항쟁. 바로 < King’s Disease >다.

프로듀서 힛 보이가 주도적으로 재단한 부드러운 레드 카펫 위 나스의 걸음은 과장되지 않는다. 동시에 한 발 한 발을 의미 있게 내디디며 위엄을 지킨다. 앨범과 동명의 트랙인 ‘King’s disease’로 행차를 시작한 그는 퀸스 브릿지에 대한 존중을 내비치는 한편 굳건하게 자리를 지킨 본인을 칭송하고, 무수히 많은 도전자의 세태를 비판하는 형식으로 동료들이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한다.

‘Ultra black’은 지역에서 인종으로 확장된 시선이다. 무거운 주제에 비해 가볍게 코드를 집어내는 피아노 연주는 앨범을 통일하는 테마로 작동한다. 차분한 비트는 오히려 현재와 대비되며 심각성을 일깨우는 장치로 작동하며, 서사를 짙게 물들인다. 가수 그레이스 존스와 콜린 캐퍼닉의 행적을 기록하는 행위로 획득한 자긍심을 기반으로 ‘흑인은 부자가 되려면 가족의 일원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부정적인 이면을 ‘10 Points’로 반박하고, ‘The Cure’의 넘치는 응원을 통해 깊게 새겨진 상처의 치유를 시도한다. 죽어가는 흑인 남성과 남겨진 여성의 연대 필요성을 역설하는 ‘Til The war is won’의 관점도 감상의 중요한 지점.

일관된 분위기와 가사는 앨범의 유기성을 견고히 다지며 완성된 작품으로서 가치를 증명하지만, 개별 단위의 흡인력은 떨어진다. 메시지의 무게를 뒤받치지 못하는 평범한 곡들의 향연은 < King’s Disease >의 당위성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참여진에 대한 활용도 아쉬운 부분이다. 빅 션, 돈 톨리버는 개성이 뚜렷한 나머지 조화롭지 못하고, ‘All bad’에선 앤더슨 팩과 서로 다른 곡을 부르는 듯한 구성 속에서 힘겨루기까지 실패한다. 오랜 친구 AZ를 비롯한 The Firm의 멤버들과 그들의 프로듀서였던 닥터 드레가 반갑긴 하나 ‘Full circle’도 그저 그런 추억만을 상기시키며 흘러간다.

< King’s Disease >는 ‘Blue benz’, ‘Car #85’ 등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사가의 면모를 포함해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드러낸다. 다만 그 주체가 나스라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진실을 확고한 콘셉트 아래 편안하고 적확하게 다룰 수 있는 것 또한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마주한 그이기에 가능하다. 무엇보다 차별이 야기한 불균형의 무게추에 무게를 더 했다는 점에서 뜻을 지닌다. 발전을 논하며 그가 쌓은 탑을 깎아내리기엔 높이가 아스라하다.

-수록곡-
1. King’s disease
2. Blue benz
3. Car #85 (Feat. Charlie Wilson)
4. Ultra black (Feat. Hit-Boy)
5. 27 Summers
6. Replace me (Feat. Big Sean & Don Toliver)
7. Til the war is won (Feat. Lil Durk)
8. All bad (Feat. Anderson .Paak)
9. The Definition (Feat. Brucie B.)
10. Full circle (Feat. The Firm)
11. 10 Points
12. The Cure
13. Spicy (Feat. Fivio Foreign & A$AP F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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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맥스(Ava Max) ‘Heaven & Hell’ (2020)

평가: 3/5

복고, 그 기묘한 기시감


과거로의 회귀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Dynamite’, 타이틀부터 과거에 대한 향수를 표현하는 두아 리파의 < Future Nostalgia >,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거머쥐고 여전히 상위권에서 순항 중인 위켄드의 ‘Blinding lights’를 비롯해 2016년 브루노 마스를 그해의 아티스트로 각인한 < 24K Magic > 역시 복고를 키워드로 삼는다. 그들이 공통으로 품은 것은 댄스. 그중에서도 1980년대를 대변하는 디스코, 펑크(funk) 사운드다. 종종 댄스 이상의 함의가 있냐는 비아냥(?)을 받기도 하지만 남녀노소 모두의 구미를 당긴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음악 공유 사이트 ‘사운드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에이바 맥스를 확실히 주류화시킨 ‘Sweet but psycho’ 역시 디스코 그러니까 복고를 내세운다. 2018년 발매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역주행을 감행, 올해 초 빌보드 싱글차트 10위에 오르며 시쳇말로 대박을 쳤다. 편안한 선율에 ‘그녀는 사랑스럽지만 사이코 같아’하는 쉬운 가사를 무기로 본인의 인상을 선연히 남겼다. 이후 자그마치 2년에 걸친 예열 끝에 드디어 그가 첫 번째 정규 음반을 들고나왔다.

디스코, 댄스, 복고의 삼박자를 고루 밀어붙인다. 거기에 익히 밝힌 페미니스트로서의 가치관을 녹여 마치 2008년 데뷔 이래 레이디 가가가 그랬던 것처럼 여성의 자긍심을 세우는 메시지를 곳곳에 담았다. 본 조비의 대표곡 ‘You give love a bad name’의 메인 선율이 연상되는 ‘Kings & queens’는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로를 전한다. 댄스곡 ‘Naked’, ‘So am I’ ‘역시 진짜 내 모습을 봐라’, ‘부적응자여도 괜찮다’며 노래한다. 일각에서 그를 제2의 레이디 가가라 칭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처사.

그러나 지금으로서 위 선배의 아우라가 그에게 허울 좋은 감투로 남을 공산이 크다. 음반 제목이 은유하듯, 천국(Heaven)과 지옥(Hell)으로 콘셉트를 나눠 구성을 잡았지만 양면의 차이가 그리 드러나지 않는다. 분명 튼튼한 후크 라인을 쓰고 2000년대 초 브리트니 스피어스, 그웬 스테파니, 카일리 미노그 더 나아가 마돈나의 잔향을 품고 있지만 그 에너지가 지나치게 반복된다. 뮤지션 찰리 푸스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Tattoo’, 기타와 베이스로 중심을 잡은 ‘OMG what’s happening’이 연달아 디스코를 뽑아내고 이 흐름이 후반부 ‘Who’s laughing now’를 지나 ‘Salt’ 등으로 이어진다. 3분 남짓의 짧은 호흡으로 일관해 음반 단위 청취 및 응집력을 노렸지만 반복되는 기조에 역으로 힘이 빠진다.

앨범의 가운데 놓인 ‘Torn’은 아바의 ‘Gimme! gimme! gimme!’가 아른거린다. 이처럼 작품에는 기묘한 기시감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한쪽만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로 나름의 아이콘을 짜내고 댄스, 복고를 덧대 시작점을 깊게 파긴 했지만 넓은 범위의 리스너를 사로잡기엔 역부족. 치얼 업(Cheer up)을 전파하기엔 앞선 뮤지션들의 퍼포먼스가 워낙 강력했으며 앨범으로 승부를 보기엔 그 알참이 앞서 주목받은 싱글만 못 하다. 집중 조명 후 오랜 늘어짐이 독이 됐다. 내면 혹은 외면으로의 반복이 이어져 결국 흩어져버린 음반.

– 수록곡 –
1. H.e.a.v.e.n
2. Kings & queens 
3. Naked
4. Tattoo 
5. OMG what’s happening
6. Call my tonight
7. Born to the night
8. Torn
9. Take you to hell
10. Who’s laughing now
11. Belladonna
12. Rumors
13. So am I 
14. Salt
15. Sweet but psy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