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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전드(John Legend) ‘Bigger love'(2020)

평가: 3.5/5

음악계 대표 사랑꾼 발라더 존 레전드가 더 큰 사랑으로 돌아왔다. 2018년 발매한 캐롤 음반 < A Legendary Christmas >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7번째 정규 작이다. 타이틀의 ‘Love’란 단어가 대변하듯 작품에는 빼곡하게 사랑이 들어차 있다.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 곡이자 가장 큰 대중 히트곡 ‘All of me’을 필두로 아내와 딸에 대한 애정을 설파한 이전 작 < Love In The Future >(2013), < Darkness and Light >(2016)의 메시지를 그대로 이어왔다. 이 정형화에 (대부분 박한 쪽이긴 하지만) 유독 평론계의 평가가 엇갈린다. 미국의 음악웹진 < 피치포크 >는 이를 두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폭발하지만, 그 울림이 크지 못하다”고 평했다.

실제로 앨범의 에너지는 솟아난다. 다층의 코러스에 트랩 비트를 섞어 블루지하게 문을 여는 첫 곡 ‘Ooh laa’를 시작으로 트렌디하고 펑키한 사운드가 줄지어 이어진다. 또한 개리 클락 주니어의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록발라드 ‘Wild’나 1960년대 소울의 색감이 풍겨 나오는 ‘Slow cooker’ 등 옛 음악의 장르도 곳곳에 녹여 담았다. 16개의 결코 적지 않은 수록곡에 꼼꼼히 다양한 소리샘을 결합하고 ‘사랑’이란 주제로 알차게 묶어냈다. 다시 말해 청취의 즐거움을 살릴 기분 좋은 집중력과 응집력이 작품의 에너지원이다.

커리어 사상 가장 경량화됐다고 봐도 좋을 만큼 초반 곡들은 가볍고 산뜻한 팝 스타일을 고수한다. 닥터 드레의 ‘The next episode’를 샘플링한 ‘Actions’, 비슷한 톤으로 클랩 비트와 커팅된 매력적인 기타 리듬으로 펑키함을 살린 ‘I do’, 현악기, 베이스, 신시사이저가 리드미컬하게 뒤섞이는 ‘One life’까지 매끈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대중이 원한 건 그 너머의 무엇인 듯하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서 촉발된 시위와 코로나 19가 창궐한 팬더믹의 시대에 계속해서 부드럽고 달콤한 존 레전드의 음악은 신선함과 시대성의 측면에서 강력한 약점을 지닌다. ‘All of me’을 포함한 정규 4집 < Love In The Future >(2013) 이후 차트에서 그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존 레전드가 존 레전드 하는, 그 익숙함의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에 존 레전드는 “어지러운 지금 이 시대에 무엇보다 우리에겐 더 큰 사랑이 있다”며 앨범의 가치를 말한다.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에도 총괄 프로듀서로 함께한 라파엘 사딕, 앤더슨 팩, 원 리퍼블릭의 라이언 테더, 찰리 푸스 등이 그의 항해에 조력자로 합류했다. 자메이카 출신 레게 싱어 코피(Koffee)와는 댄스홀을 바탕으로 ‘Don’t walk away’를 노래하고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Conversations in the dark’는 뭉근하게 고조되는 흡입력이 감성을 자극한다. 시너지 좋은 멤버들과 손잡고 음반을 끌어가며 그로 인해 그의 항변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늘 해오던 비슷한 이미지의 곡조들이 충돌하며 내뱉는 힘은 늘 듣던 존 레전드의 장르적 클리셰 또한 즐기게 할 만큼 강하다. 그의 음악 스타일이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버린 오늘날 그럼에도 이 작품은 앞으로 나아간다. 어쨌든 귀를 간질이는 보컬 앞에서 예전만 하지 않은 차트 추이는 그리 큰 문젯거리가 아니다. 레전드가 만든 듣기 좋고 즐기기 좋은 음반.

– 수록곡 –
1. Ooh laa
2. Actions
3. I do
4. One life
5. Wild (Feat. Gary Clark Jr.)
6. Bigger love
7. U move, I move (Feat. Jhene Aiko)
8. Favorite place
9. Slower cooker
10. Focused
11. Conversations in the dark
12. Don’t walk away (Feat. Koffee)
13. Remember us (Feat. Rapsody)
14. I’m ready (Feat. Camper)
15. Always
16. Never 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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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오스본(Ozzy Osbourne) ‘Ordinary Man'(2020)

평가: 4/5

10년 만의 새 앨범에서 오지 오스본은 여느 때보다 비장하다. 숱한 위기를 딛고 돌아온 자신의 건재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50여 년간 죽음에 관한 노래를 불러온 어둠의 왕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실제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포도상구균, 상기도 감염증, 폐렴, 낙상에 이어 파킨슨병까지 그를 덮쳤다. 모진 세월을 통과한 1942년생 로커는 이렇게 외친다. “내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는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나는 평범한 사람으로 죽고 싶진 않아!”(‘Ordinary man’)

< Ordinary Man >은 오지 오스본의 생존 기록이다. 건강을 회복하면서 만든 앨범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담겼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순간을 떠올리는가 하면, 성큼 다가온 생의 마지막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비웃기도 한다. 파란만장했던 일생을 담담하게 돌아보는 대목에선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그렇다고 앨범 내내 진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음식에 빗대며 어서 먹어 치우라고 소리칠 때는 특유의 장난기가 돋보인다.

오지 오스본의 지난 앨범들처럼 이번에도 막강한 조력자들이 가세했다. 2019년 딸 켈리 오스본의 제안으로 이름도 잘 몰랐던 포스트 말론과 작업했던 그는(‘Take what you want’), 당시 좋은 인상을 남긴 포스트 말론의 프로듀서 앤드류 와트(Andrew Watt)를 섭외해 신보를 구상했다. 여기에 건즈 앤 로지스의 베이시스트 더프 맥케이건(Duff McKagan),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드러머 채드 스미스(Chad Smith)를 비롯해 슬래쉬, 찰리 푸스, 톰 모렐로(Tom Morello) 등을 연주자로 들였다. 엘튼 존, 포스트 말론, 트래비스 스캇에 이르는 피처링 라인업 또한 특급이다.

음반은 아티스트의 반세기를 집약한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도입부를 지나 육중한 연주를 퍼붓는 첫 곡 ‘Straight to hell’은 그의 전매특허다. ‘Goodbye’, ‘Under the graveyard’의 템포 전환, ‘Scary little green men’의 속도감 넘치는 그루브, 포스트 말론과 함께한 ‘It’s a raid’의 맹렬한 속주와 스크리밍 또한 익숙한 연출이다. ‘Today is the end’의 불길하고 음울한 무드는 블랙 사바스부터 이어진 전통에 가깝다. 세월의 풍파에 힘을 잃고 빛바랜 보컬은 카리스마와 테크닉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앨범 곳곳에선 여전한 광기가 번뜩인다.

발라드 트랙의 매력도 상당하다. ‘All my life’, ‘Holy for tonight’에서 그는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마지막 의지를 되새긴다. 늘 호기롭게 죽음과 파멸을 노래해 왔지만, 어느새 겸손해진 그의 태도에서 연륜이 드러난다. 앨범에서 가장 감정적인 순간은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엘튼 존이 함께한 ‘Ordinary man’이다. 두 사람은 찬란했던 과거를 추억하며 그들을 지지해준 주위 사람과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노인이 된 두 악동은 슬래쉬의 기타 세례 속에 생의 끝까지 비범하리라 선언하며 로커의 사명감을 내비친다.

더없이 솔직하고 담백한 앨범이다. 헤비메탈의 창시자로서 활약해온 지난날의 유산을 오롯이 담았고, 현재 진행형 아티스트들과 그가 살아있음을 유감없이 뽐냈으며, 앞으로의 다짐을 선명하게 기록했다. 오지 오스본의 과거, 현재, 미래가 한 장에 담겼다. < Ordinary Man >은 제목과 달리 그가 록 역사상 가장 평범하지 않은 인물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수록곡-

1. Straight to hell
2. All my life
3. Goodbye
4. Ordinary man(feat. Elton John)
5. Under the graveyard
6. Eat me
7. Today is the end
8. Scary little green men
9. Holy for tonight
10. It’s a raid(feat. Post Malone)
11. Take what you want (feat. Ozzy Osbourne & Travis Sc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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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Lady Gaga) ‘Chromatica'(2020)

평가: 3.5/5

팝스타의 ‘팝’스타화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돌아왔다. 컨트리 장르를 내세워 커리어 상 독특한 변곡점을 남겼던 정규 5집 <Joanne> 이후 무려 4년 만의 복귀다. 허나 그 공백의 체감이 그리 길지 않았다. 제2의 전성기를 안겨 준 영화 < 스타 이즈 본 >의 인기 덕택이다. 사운드 트랙이었던 ‘Shallow’는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했으며 그는 이후 그래미, 오스카 시상식의 수상자로 무대 위에 오른다.

늘 대중의 관심 안에 있었지만 그의 음악은 완벽히 대중적이지 않았다. 일렉트로닉, 댄스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가져왔던 1집 <The Fame>(2008), 2집 <Born This Way>(2011)가 데뷔 초 그를 세상에 각인시킨 건 키치하고 세상을 앞서(?)간 바로 그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음악 자체의 중독성도 한몫했겠지만 분명 독특한 외부적 요소가 주는 파괴력이 있었고 이게 역으로 가가 작품에 높은 활기를 가져다주었다. 키치한 차림으로 세상을 끌어당기고 이와 잘 맞는 시너지의 또 한 차례 키치한 그의 노래 ‘Bad romance’, ‘Telephone’, ‘Poker face’ 등이 세계를 울렸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Artpop>(2013)의 지나친 개성, 재즈로 의외의 장르 전환을 선보인 <Cheek To Cheek>(2014)을 거쳐 컨트리까지 섭렵했던 그가 그렇게 다시 본토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대놓고 대중을 지향한다. 국내 인기 아이돌 블랙핑크를 비롯해 아리아나 그란데, 엘튼 존 등 화려한 라인업의 피처링 진이 눈에 띄고 음악적 장르는 말 그대로 백 투 더 8090을 2020으로 경유해 당겨왔다. 디스코, 유로댄스, 하우스가 곳곳에서 생명력을 뽐내고 광폭한 EDM의 드롭이 요즘 날의 청취 입맛을 사로잡는다.

그 어느 때보다 밝고 에너지 넘치는 댄스 플로우의 한쪽에는 짙은 눈물 자국이 가득하다.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 자신들이 겪은 트라우마를 떨어지는 비에 빗대 노래하는 ‘Rain on me’, 대중 가수로서 늘 가면을 쓸 수밖에 없음을 토로하는 ‘Fun tonight’, 성폭력 등의 상처로 인한 아픔을 고백하는 ‘911’까지 곡의 제작 원료는 ‘아픔’이다. 이 발아하고 발화하는 개인성은 지난 <Joanne>과 연장 선상에 서 있지만 이 앨범의 속내는 더 깊고 더 연약하고 때론 더 강하다. 이 이질적인 양가성이 작품의 의미를 드높인다.

3개의 짧은 인터루드 ‘Chromatica’ 1~3을 사이사이에 배치에 앨범을 쫀쫀하게 이어붙이고 대부분의 수록곡을 3분 중반으로 끊었다. 그만큼 ‘전체연령가’를 목표한다. 인터루드는 자연스레 다음 곡과 이어지는데 특히 ‘Chromatica II’의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자연스레 이어지는 유로 디스코 풍의 ‘911’이 인상적이다. 미국의 인기 가수 셰어(Cher)의 대표곡 ‘Believe’가 떠오르기도 한다. 끝 곡 ‘Babylon’도 마찬가지다. ‘Born this way’의 뒤를 이은 퀴어 앤섬인 이 곡은 명백히 마돈나의 ‘Vogue’에 영향받았다.

장르의 활용에서 연유된 윗세대 선배와의 교류가 대중 취향을 전면에 내세운 가가의 목표를 잘 보여준다. 전면을 감싸고 있는 복고의 향취가 좀 더 새로운 것을 기대했을 누군가에게는 밋밋한, 그저 반복되며 고조될 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블랙핑크와 호흡한 ‘Sour candy’는 강하게 튀어나오는 가가의 음색과 블랙핑크의 목소리가 어긋나 전체 흐름에 잘 맞지 않는다. 자신을 상표 붙은 인형에 비교한 ‘Plastic doll’ 역시 가사의 묵직함이 없었다면 흐려졌을 노래다.

그럼에도 영리하다. 초기 스타일의 복고를 차용하나 ‘Free woman’, 엘튼 존과 함께한 ‘Sine from above’, ‘Replay’ 같은 곡에는 EDM의 드롭을 살려 트렌드를 반영하고 곡 단위를 넘어 앨범 단위를 지향하게 한 음반의 구성력도 좋다. 다만 작품의 승리는 가장 밝은 사운드를 담았지만 가장 어두운 자전적 이야기를 가사에 녹여낸 지점에서 기인한다. 16개의 수록곡, 45분이 채 안 되는 러닝타임. 짧고 강렬하게 리듬에 취해 뛰다 땀을 닦을 때쯤 가가의 메시지가 뒤늦은 울림을 준다.

이 진솔한 고백에 응답하듯 ‘Rain on me’는 빌보드 싱글차트에 1위로 데뷔했고 앨범차트 정상 역시 그에게 돌아갔다. 가가, 제2의 전성기가 더욱 높게 닻을 올린다.

– 수록곡 –
1. Chromatica I
2. Alice
3. Stupid love
4. Rain on me(Feat. Ariana Grande)
5. Free woman
6. Fun tonight
7. Chromatica II
8. 911
9. Plastic doll
10. Sour candy(Feat. Blackpink)
11. Enigma
12. Replay
13. Chromatica III
14. Sine from above(Feat. Elton John)
15. 1000 doves
16. Baby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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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ous Artist ‘TROLLS World Tour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2020)

평가: 4/5

2016년 개봉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최초의 뮤지컬 영화 < 트롤 >이 알려진 건 음악 덕이었다. 영화를 본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주제가 ‘Can’t Stop The Feeling!’은 모두가 알았다. 이 싱글의 인기가 속편인 < TROLLS World Tour >를 탄생시켰다.

자연히 제작사 입장에서는 작품의 성공을 견인한 음악에 더욱 힘을 실어야 했다. < TROLLS World Tour >의 배경부터가 록, 팝, 클래식, 컨트리, 펑크(Funk), 테크노를 상징하는 여섯 트롤 마을이다. 묘사도 구체적이다. 록 마을 요정들은 붉은 모히칸 머리를 하고 있고 펑크 마을 요정들은 팔리아먼트 펑카델릭의 UFO 스타일링을 가져와 번쩍번쩍 빛난다. (레드벨벳도 등장한다.)

< 트롤 >의 일등공신 저스틴 팀버레이크에게 사운드트랙 전체 프로듀싱을 맡긴 것 역시 음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화려했던 ‘Can’t stop the feeling!’과 달리 차분하지만 펑키(Funky)한 디스코 리듬으로 무장한 메인 싱글 ‘The other side’가 우선 귀를 잡아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 위 디스코 리듬을 덧칠하고 검증된 신예 시저(SZA)의 음색으로 다시금 히트를 조준한다.

저스틴이 선택한 또 다른 파트너는 한국계 미국인 어머니를 두어 우리에게도 알려진 드러머 앤더슨 팩(Anderson .Paak)이다. ‘The other side’의 디스코 리듬이 정적인 반면, 그와 함께한 ‘Don’t slack’에선 흥겨운 블루스 리듬 위 그루브한 노래와 랩으로 신나는 분위기를 주도한다. ‘It’s all love’ 또한 일렉트로닉 팝 사운드에 다채로운 코드 워크와 멜로디컬한 후렴구로 힙합과 발라드를 절묘하게 조합했다. ‘월드 투어’의 흥을 잘 돋운다.

주목할 점은 올드팝의 반가운 귀환. 각기 다른 여섯 마을 요정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 히트 팝을 부르며 음악 팬들에게 구애의 춤을 춘다. < 피치 퍼펙트 >의 주인공이자 ‘뮤지컬 장인’인 애나 켄드릭이 주축을 맡은 ‘Trolls wanna have good times’가 대표적인 곡. 신디 로퍼의 ‘Girls just want to have fun’과 쉭(Chic)의 ‘Good times’, 원 히트 원더 디라이트(Dee-Light)의 ‘Groove is in the heart’까지 팝, 펑크(Funk), 디스코, 일렉트로닉, 힙합을 유연하게 섞어 즐거움을 선사한다. ‘강남스타일’이 반가운 ‘Trolls 2 many hits mashup’도 놓치면 아쉽다.

대체로 현대적인 재해석이 두드러진다. 1982년 조지 클린턴의 앨범 < Computer Game >에 수록된 ‘Atomic dog’를 샘플링 한 ‘Atomic dog world tour remix’가 그 예다. 원곡의 장난스러운 신시사이저 리프를 전면에 내세워 유쾌함을 강조했고, 소울풀한 코러스 위에 앤더슨 팩의 율동적인 플로우로 곡에 생동감을 더했다.

다프트 펑크의 ‘One more time’ 또한 리듬은 그대로 차용하되, 다양한 신시사이저 음향을 사용해 사운드스케이프를 확장했다. 반면 로킹한 ‘Barracuda’, ‘Crazy train’, ‘Rock you like a hurricane’을 소화하는 트롤 바브(레이첼 블룸 역)는 원곡에 충실하며 파워풀한 보컬로 새로운 재미를 더한다. 새로움과 고전의 배합이 조화롭다.

< TROLLS World Tour >는 음악으로 다양성과 화합의 세계를 그린다. 헤비메탈부터 케이팝까지(!) 폭넓은 선곡이 이를 증명하며, 감각적인 신곡과 익숙한 히트곡의 조화로 신구세대를 아우른다. 과연 어린아이들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아이들이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요정 트롤들에게 집중할 때, 우리는 그 뒤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신나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테니까!

-수록곡-
1. The Other Side
2. Trolls Wanna Have Good Times
3. Don’t Slack
4. It’s All Love

5. Just sing
6. One more time
7. Atomic dog world tour remix
8. Rainbows, unicorns, Everything nice
9. Rock n roll rules
10. Leaving lonesome flats
11. Born to die
12. Trolls 2 many hits mashup
13. Varracuda
14. Yodel beat
15. Crazy train
16. I fall to pieces
17. Perfect for me
18. Rock you like a hurricane
19.It’s all love (history of funk)
20. Just sing (Trolls world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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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 애플(Fiona Apple) ‘Fetch The Bolt Cutters'(2020)

평가: 4/5

피오나 애플의 8년 만의 정규 5집이 발매와 동시에 음악신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의 음악 웹진 피치포크가 그의 신보에 최고 점수인 10점을 주는가 하면 여러 음악 사이트의 점수를 평균 내어 보여주는 메타 크리틱에서 역시 앨범은 100점을 획득했다. 영국의 가디언(Guardian)지에서는 만점을, 롤링스톤에서는 그 보다 살짝 못 미친 4.5점을 얻는 등 신작의 반응이 그야말로 어마무시하다.

하지만 작품은 엄연히 반대중적이다. 아니, 반대할 때의 반(反)이라기보다 아닐 비(非)의 비를 써 비대중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17살에 발표한 < Tidal > 이후 그의 음악이 줄곧 그래왔듯 이번 앨범 역시 표현의 화살은 밖이 아닌 ‘나’에게 찍힌다. 마치 그간 쌓아온 이야기를 응축해 한 번에 터뜨리고 순간에 영감 받아 일 휘로 휘갈긴 듯 직선적인 노래들은 청취자에게 쉽게 풀어 전달되기보다 지금 내 심정을 표현하는데 더 큰 무게를 둔다. 미술로 보면 표현주의요 영화로 보면 누벨바그의 작가주의. 한마디로 이 음반은 쉽지 않다.

그 양겹의 두터운 철가루를 털어내면 비소로 메시지가 귀에 들어온다. 그가 스스로 밝혔듯 이번 음반은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침묵을 거부하자”는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 각오는 다시 한 번 그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다. ‘Shameika’는 중학교 시절 느낀 외로움과 부당 대우에 대해 일갈하고 앨범명과 동명의 ‘Fetch the bolt cutters’는 ‘난 남들이 정해준 방향 속에서 자랐지 / 그들이 올 때 나는 가만히 서 있어야 해’ 고백하며 과거의 움츠러듬을, 동시에 이제 소리 내는 걸 망설이지 않을 것임을 목소리 높여 표현한다.

이 자기성이 온갖 곡의 영감이자 주제이고 에너지원이자 매개체다. 거친 상상으로 여성에게 쪽지를 건네는 ‘Ladies’, 록의 하드함과 아프로비트의 주술적인 리듬감, 타악기가 한데 뒤엉킨 ‘Heavy balloon’은 ‘나는 딸기처럼 퍼지고 / 완두콩처럼 기어올라 / 너무 오랫동안 빨아들여 왔고 / 나는 경계를 뚫고 터져 나와’ 소리친다. 개인성에 뿌리를 둔 비정형적인 가사가 쏟아지는 와중 사운드는 한 술 더 나간다. 홈 레코딩으로 완성된 만큼 집안 곳곳의 물건이 사운드의 한 조각으로 자리하는데 이 투박함과 거침없음이 앨범의 또 하나의 동력이다.

‘Cosmonauts’에 담긴 두껍게 퍼지는 음악적 아우라와 변주. 앞 선 곡의 거대한 전위성을 금방이라도 잊은 듯 ‘For her’이 갖고 있는 재기발랄한 코러스와 박수소리. 목소리조차 악기의 하나로 자리해 기묘하게 마무리되는 ‘Replay’까지, 앨범 곳곳에는 정제되지 않은 활력과 파괴적인 소리들이 자리한다. 그리고 이 비균질적인 조합이 하나로 뭉쳐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기괴함 속에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된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실험적이고 그래서 더 곁을 주기 어려운 음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음반의 가치는 그 실험성의 장벽 너머 존재하는 메시지와 그림 그리듯 흩뿌려진 여러 사운드의 배합을 거쳐 그 꼭대기에 놓여있는 피오나 애플의 진두지휘에서 완성된다. 13개의 수록곡이 그의 손아귀에 꽉 묶여있다. 소리는 힘차고 메시지는 더 힘차다. 눈치 보지 않는 그의 창작력이 마이웨이 싱어송라이터의 기록적인 승전보를 울린다.

– 수록곡 –
1. I want you to love me
2. Shameika
3. Fetch the bolt cutters (추천)
4. Under the table (추천)
5. Replay
6. Rack of hits
7. Newspaper
8. Ladies (추천)
9. Heavy balloon (추천)
10. Cosmonauts
11. For hers
12. Drumset
13. On I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