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Album POP Album

글래스 애니멀스(Glass Animals) ‘Dreamland’ (2020)

평가: 2/5

빌보드 싱글 연간 결산의 정상을 오랜만에 밴드가 차지했다. 2020년 여름 발매된 글래스 애니멀스의 ‘Heat waves’가 숏폼 플랫폼에서의 인기를 시작으로 2022년 초 Hot 100 차트 1위를 거쳐 최종 승자가 된 것이다. (비록 수상은 불발되었으나) 4인조 밴드는 그래미 어워드의 신인상 부문에도 오르며 아는 이들만 알던 팀에서 주목받는 이름으로 떠올랐다.

통산 세 번째 정규 음반 < Dreamland >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Heat waves’로 기대한 만큼을 들려준다. 얇은 보컬과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그리고 드레이크가 ‘Hotline bling’을 부르던 2010년대 중반 힙합 스타일의 비트. 앨범은 이 키워드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덴젤 커리의 랩으로 분위기를 뒤집는 ‘Tokyo drifting’이나 긴장감을 품은 리듬의 ‘Your love (Déjà vu)’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동어반복에 가까워 러닝타임 끝까지 집중하기 어렵다.

방점은 디스코그래피에서 처음으로 개인적인 내용을 다룬 가사에 찍혀 있다. 프론트맨 데이브 베일리는 유년기의 상징을 열거하는 ‘Dreamland’로 문을 열며 모두가 추억에 잠겼던 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정신을 담아낸다. 한편 ‘Space ghost coast to coast’에서는 동명의 TV 애니메이션과 게임 목록에 학생 시절 겪은 총기난사 미수 사건을 병렬적으로 배치해 무조건적인 향수를 견제한다. 과거를 낭만적으로만 인식하는 복고 예찬 시대를 향한 날카로운 한방이다.

앨범은 점차 무거워져 어릴 적 친구 어머니의 가정폭력 피해를 노래하는 ‘Domestic bliss’까지 도달한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하는 이별 노래 ‘Heat waves’는 얼핏 뜬금없어 보이나 가사 뒤편에 위치한, 세상을 떠난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벼랑 끝에 놓였던 감정을 지하까지 끌고 간다. 친구의 생일인 6월마다 그를 생각한다는 후렴은 지난날에 집착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결국 현실의 고통에 대한 반작용임을 시사한다.

가벼운 드라이브용 앨범처럼 들리지만 가사가 깊고, 텍스트에 몰입하기에는 음악이 단조로워 목적지가 불분명하다. 역동적이던 전작 < How To Be A Human Being >에 비하면 확실히 밋밋한 작품이다. 그래도 밴드의 미래를 기대하게 되는 것은 보너스 트랙으로 추가된 활기 넘치는 싱글 ‘I don’t wanna talk (I just wanna dance)’처럼 미니멀리즘 트렌드를 탈피할 때 펼칠 잠재력이 보이기 때문이다. 성찰과 재정비의 시기에 대중의 선택을 받았으니 남은 것은 관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 수록곡 –
1. Dreamland
2. Tangerine
3. ((Home movie: 1994))
4. Hot sugar
5. ((Home movie: BTX))
6. Space ghost coast to coast
7. Tokyo drifting (With Denzel Curry)
8. Melon and the coconut
9. Your love (Déjà vu)
10. Waterfalls coming out your mouth
11. It’s all so incredibly loud
12. ((Home movie: rockets))
13. Domestic bliss
14. Heat waves
15. ((Home movie: shoes on))
16. Helium
17. I don’t wanna talk (I just wanna dance)

Categories
Album POP Album

시저(SZA) ‘SOS’ (2022)

평가: 3.5/5

장르 혼합을 시도하는 뮤지션은 많지만 온전히 자기 색채를 내는건 다른 문제다. 알앤비와 힙합, 록을 경유하는 음악적 취향은 장르 별 전문가의 조력으로 깊이감을 얻었고, 중심에 로파이 질감과 감각적인 가창이 있다. 켄드릭 라마와 함께한 < 블랙 팬서 > 삽입곡 ‘All the stars’와 도자 캣 공전의 히트송 ‘Kiss me more’로 각인된 싱어송라이터 시저의 소포모어 작 < SOS >는 아티스트의 성장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뭐라 딱 꼬집을 수 없는 사운드는 블렌딩의 결과다. 버라이어티 지 이제이 팰러니건(EJ Palanigan)의 ‘Varied Palette’란 표현처럼 드넓은 백지에 물감을 풀어헤친다. 자유로운 붓터치는 베이비페이스와 베니 블랑코를 비롯한 특급 프로듀서의 지도편달 아래 안정감을 구축했다. 돈 톨리버(Don Toliver)와 공연한 ‘Used’로 알앤비/힙합의 본진을 사수한 후 ‘Ghost in the machie’에서 피비 브리저스의 몽환성을 끌어안는다. 웰메이드 알앤비 앨범 < Ctrl >에 비해 확장된 사운드스케이프로 5년의 담금질을 공인했다.

근 3년의 작업 기간으로 트랙 수가 늘어났으나 3분 내외로 잘 다져진 곡들이 고루하지 않다. 인디 록을 도입한 ‘F2f’와 어쿠스틱한 ‘Nobody gets me’의 일관된 사운드 프로덕션은 통일감을 확보했고 곡의 마법이 아쉬워질 때쯤 ‘I hate you’와 ‘Good days’ 같은 기존 싱글과 등장한다. 베이스를 강조한 세번째 싱글 ‘Shirt’도 흡인력 있다.

웰메이드 알앤비 앨범 < Ctrl >에 이어 ‘Hit different’과 ‘Good days’ 같은 탁월한 싱글로 독자성을 획득했지만 < SOS >의 시사점은 남다르다. 녹진하고 진솔한 가사와 아날로그와 모던이 혼재하는 사운드로 스무개 트랙은 순도가 높고 자기주도권으로 메인스트림과 마니아 사이를 유연하게 줄타기한다. ‘세대의 재능’이라는 피치포크 에디터 줄리안 에스코베도 셰퍼드(Julianne Escobedo Shepherd)의 표현에 어울릴 법한 행보다.

-수록곡-
1.Sos
2.Kill Bill
3.Seek & destroy
4.Low
5.Love language
6.Blind
7.Used (Feat. Don Toliver)
8.Snooze
9.Notice me
10.Gone girl
11.Smoking on my ex pack
12.Ghost in the machine (Feat. Phoebe Bridgers)
13.F2f
14.Nobody gets me
15.Conceited
16.Special
17.Too late
18.Far
19.Shirt
20.Open arms (Feat. Travis Scott)
21.I hate u
22.Good days
23.Forgiveless (Feat. Ol’ Dirty Bastard)

Categories
Album POP Album

제이아이디(J.I.D) ‘The Forever Story’ (2022)

평가: 4/5

신의 스포트라이트와 ‘드림빌 특급 유망주’라는 칭호. 최근 몇 년 사이 일궈낸 힙합 팬들의 열띤 지지가 부담으로 다가올 법도 하지만 제이아이디는 그 모든 기대를 찬사로 맞바꾼다. 2017년 제이 콜이 이끄는 드림빌 레코드 입단을 발판 삼아 정규작 < The Never Story >와 < Dicaprio 2 >를 발매하며 주가를 올린 그의 신보는 그가 그저 유망주가 아닌 어느덧 신을 이끌 수 있는 리더로 성장했음을 천명하는 작품이다.

야심이 그 여느 때보다 거대하다. ‘네가 엄마를 위해 연주할 노래를 가져왔지 / 여자들에게 들려줄 노래도 가져왔지 / 약쟁이들에게 팔 것도 가져왔지'(‘I got the sh*t you could play for your mama / I got the sh*t you could play for the hoes / I got the sh*t you could sell to the trappers’)라는 ‘Raydar’의 가사를 보라. 이 말이 허풍이 아닌 게, 음반은 자기 과시 트랙과 진심 어린 발라드, 가슴 시린 가족 이야기까지 실로 다양한 주제를 아티스트의 일취월장한 역량과 연결 지어 눌러 담는다. 제이아이디의 커리어 최고작이라는 평가도 평단과 애호가들 사이에서 속속 나온다.

초반부의 자기 과시 트랙들은 래퍼로서의 제이아이디에 주목하는 구간이다. ‘Never’나 ‘Off deez’ 등 이전의 뱅어에서 드러난 그의 랩은 한 방 카운터보다 스피드와 잽에 능한 복서처럼 묵직하기보다 가볍게 툭툭 치는 듯한 발성과 촘촘한 플로우가 특징. 본작에서도 그 주무기는 강력하다. 무거운 베이스 위로 날렵하게 라임을 내리꽂는 ‘Raydar’, 이전과 비교해 힘을 뺀 랩이 21 새비지와 찰떡궁합을 이루는 ‘Surround sound’가 중독성 있다. 특히 2절의 예측 불가한 플로우 스위치로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펼친 ‘Dance now’는 올해 최고의 힙합 싱글 중 하나.

프로듀서 크리스토(Christo)가 총괄하고 캐나다 연주 밴드 배드배드낫굿, 베이시스트 썬더캣 등 재즈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프로덕션은 옛 재즈와 소울의 향취로 고풍스럽다. ‘Bruddanem’에서는 신스 펑크(Funk) 그루브 위 흡사 앤더슨 팩처럼 노래하기도 하고, 모스 데프가 피쳐링해 무게감을 살리는 ‘Stars’에서는 부유하듯 몽환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이 일품이다. 올드 힙합과 블랙 뮤직에 대한 헌사는 ‘Surround sound’에서 본격적으로 행해지는데, 아레사 프랭클린의 ‘One step ahead’를 모스 데프의 1999년 작 ‘Ms. Fat Booty’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샘플링했다. 옛 힙합 팬들에게는 반가움을, 신세대 리스너들에게는 신선한 감흥을 전달할 신구를 아우르는 전략이다.

음악적 완성도와 더불어 세밀하고 진심 어린 가사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주된 글감은 각별한 가족 이야기. 전작에서도 자전적인 메시지를 드러낸 바 있는 그이지만 본작에서는 일곱 남매로 자란 어린 시절 배경을 더욱 구체적으로 풀어내며 서사의 밀도를 높였다. ‘Crack sandwich’는 이웃과의 다툼을 통해 더욱 끈끈해진 남매의 일화를 생생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고, 음울한 비트와 제임스 블레이크의 몽환적인 후렴구가 공존하는 ‘Sistanem’에서는 돈을 벌고 유명해질수록 소홀해진 여형제와의 관계를 한탄한다. 이 분야에서 백미는 단연 ‘Kody blu 31’. 언뜻 빌 위더스의 ‘Lean on me’가 연상되는 포근한 멜로디로 일찍 세상을 등진 친구의 아들을 애도하는 노래는 ‘그럼에도 삶은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강인한 메시지를 새기며 단연 앨범에서 가장 진한 여운을 남긴다.

힘들었던 과거에 마냥 사로잡힐 수는 없기에, 그는 나은 미래를 소망하고'(‘Better days’) 인생의 많은 낙관에도 ‘사랑을 느껴라’ 청자를 독려한다.(‘Lauder too’) 그가 앞날을 향해 새긴 한 줄 희망의 언어가 보편의 메시지로서 제이아이디 자신을 넘어 우리에게 닿을 때 기품 있는 엔딩 크레딧이 장식된다. 만개한 기량과 깊어진 서사가 빛을 발하는 올해 최고의 랩 앨범 중 하나다. 드림빌 에이스의 성장이 절정에 달했다.

– 수록곡 –
1. Galaxy
2. Raydar
3. Dance now (Feat. Kenny Mason) 
4. Crack sandwich
5. Can’t punk me (Feat. EarthGang)
6. Surround sound (Feat. 21 Savage, Baby Tate) 
7. Kody blu 31 
8. Bruddanem (Feat. Lil Durk)
9. Sistanem 
10. Can’t make u change (Feat. Ari Lennox)
11. Stars (Feat. Yassin Bey, BadBadNotGood)
12. Just in time (Feat. Kenny Mason, Lil Wayne)
13. Money
14. Better days (Feat. Johnta Austin) 
15. Lauder too (Feat. Raven Lenae, Allen Kane)

Categories
Album POP Album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 ‘Elevation’ (2022)

평가: 3/5

2009년 작 < The E.N.D >는 광풍을 일으켰다. 팝 음악을 덜 듣는 한국의 고등학생들도 ‘Boom boom pow’를 흥얼거렸고 이 곡과 함께 ‘I gotta feeling’과 ‘Imma be’가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올랐다. ‘Where is the love?’와 ‘Let’s get it started’, ‘Shut up’으로 존재감을 터뜨린 세 번째 정규 앨범 < Elephunk >을 내놓은 지 꼭 6년 만이었다. < The E. N. D >의 일대 현상에 미치지 못했으나 영화 < 더티 댄싱 >의 수록곡 ‘(I’ve had) the time of my life’를 일렉트로 팝으로 바꿔 놓은 ‘The time (dirty bit)’을 대중에 각인했다.

휴지기를 거쳐 8년 만에 발표한 < Masters Of The Sun Vol. 1 >은 대장부 퍼기 대신 필리핀 출신 가수 제이 레이 소울(J. Rey Soul)을 영입해 만든 첫 작품이었다. 그룹의 입지가 내려간 지 오래고 상업적 반응도 미미했으나 본령인 힙합으로의 회귀를 반기는 팬들도 적잖았다. 라틴 음악의 경향성에 영합했다는 지점에서 2020년 작 < Translation >과 궤를 함께하는 신보 < Elevation >은 중독적인 댄스 팝의 연속으로 다시금 대중성을 모색했다.

힙합과 팝, 전자음악의 자연스러운 혼합은 블랙 아이드 피스의 강점이며 여기에 라틴 리듬과 레게톤을 더해 사운드의 폭을 넓혔다. 퍼기의 록적인 음색과 대비되는 제이 레이 소울의 감각적 가창과 랩이 ‘Double d’z’를 관통하고 레게톤의 대표 주자 대디 양키(Daddy Yankee)는 ‘함께 춤춰요’라는 뜻의 ‘Bailar contigo’에 장르 색을 입혔다. 리사 리사 앤 컬트 잼과 릭 제임스의 펑크(Funk) 샘플링에 기댄 전작과 달리 멤버들의 역량을 충분히 분출했다. 샤키라와 프랑스 출신 세계적 디제이 데이비드 게타로 드림팀을 꾸린 ‘Don’t you worry’는 그룹 본연의 국제성과 화합의 주제 의식을 드러냈다.

숱하게 들어왔던 기계음이 고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축적된 내공이 자극점을 꿰뚫지만, 기시감과 키치함을 느끼는 순간 흥분감은 사그라든다. 약점을 포착한 베테랑 프로듀서 윌 아이 엠은 빅비트 밴드 프로디지의 동명의 곡에서 최소한의 기타 사운드를 추출한 ‘Fire starter’와 미니멀한 라틴 트랙 ‘Filipina queen’으로 변주를 꾀했다.

윌 아이 엠 창작력의 고점과 퍼기의 카리스마가 합세한 최전성기의 위력에 미치지는 못했다. 비슷한 질감의 댄스 팝 행렬은 청각적 쾌감과 깊이감 부족의 양날 검을 안고 가나 ‘사반세기 그들 덕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싸앉고 춤췄는가?’ 공로를 상기한다. 앨범의 7번 트랙 ‘Guarantee’처럼 블랙 아이드 피스의 음악은 유쾌감을 보장한다.

-수록곡-
1. Simply the best
2. Muevelo
3. Audios
4. Double d’z
5. Bailar contigo
6. Dance 4 u
7. Guarantee
8. Filipina queen
9. Jump
10. In the air
11. Fire starter
12. No one loves me
13. Don’t you worry
14. L.o.v.e.

Categories
Album POP Album

토브 로(Tove Lo) ‘Dirt Femme’ (2022)

평가: 4/5

색깔이 뚜렷한 만큼 토브 로의 음악은 부담감을 동반했다. 두 곡의 싱글을 히트시킨 데뷔작 < Queen Of The Clouds >부터 미니멀한 < Lady Wood >, 퇴폐미를 고밀도로 농축한 < Blue Lips >까지 이어진 위협적인 이미지는 < Sunshine Kitty >로 뿌연 연기를 일부 걷어낸 후에도 끈적한 흔적을 남겼다. 그러나 메이저 음반사를 떠나 스스로 설립한 인디 레이블에서의 첫 작품 < Dirt Femme >은 사뭇 다르다. 제한 없이 펼친 창조력이 오히려 놀랄 만큼 근사한 음반을 만들어냈다.

거손 킹슬리(Gershon Kinglsey)의 ‘Popcorn’을 비틀어 치명적 아드레날린을 발산하는 ‘2 die 4’, 섭식장애의 악몽을 격렬한 에너지로 털어내는 ‘Grapefruit’ 등의 댄스 튠이 먼저 시선을 끈다. 2022년 발매된 팝 음반 사이 단연 뛰어난 멜로디를 자랑하는 여러 트랙 중 정점은 역시 이견의 여지없이 오프닝 트랙 ‘No one dies from love’가 차지한다. 1980년대 신스팝에 북유럽 전자음악의 향취를 끼얹어 고통 이상의 비극을 빚어내는 곡은 토 로의 최대 역작으로 봐도 무방하다.

다른 포인트는 육체적 쾌락 너머로 시야를 확장한 가사에 있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뮤지션은 ‘Suburbia’에서 규격화된 아내와 엄마가 되길 거부하면서도 그로 인해 놓치게 될 기회비용 또한 두려워한다. 적막한 반주의 ‘True romance’로 감정을 토해낸 그는 ‘Cute & cruel’에서 사랑을 하나로 규정짓는 대신 그 복잡함을 그대로 포용한다. 관습적인 프레임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더러운 여성(Dirt Femme)’을 자처했기에 획득한 지혜다.

그렇기에 협업 트랙에서 게스트의 색깔이 우선적으로 묻어나오는 현상은 주도권의 함락 대신 더 큰 자아 형성을 위한 수용의 과정이라는 표현이 더 걸맞겠다. 모국 스웨덴 출신 포크 듀오 퍼스트 에이드 킷과의 하모니는 어쿠스틱 기타와 이루는 뜻밖의 궁합을, SG 루이스가 주조한 두 트랙에서는 스타일을 막론한 소화력을 증명한다. 마냥 직진하는 대신 잠시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기를 택한 것이 기존 장벽이었던 피로도를 낮추며 더 많은 가능성을 제시하는 혜안이 되었다.

그동안 줄곧 간단한 키워드로 정의하게 되던 아티스트는 단번에 쉽사리 표현할 수 없는 존재로 거듭났다. 마치 직계 선배인 로빈(Robyn)이 그랬던 것처럼, 독자적으로 틔워낸 보금자리에서 스스로 쏘아 올린 축포가 음악적인 성취까지 동반한 셈이다. 팝 신에서 토브 로는 이제 다른 의미로 독보적인 이름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수록곡-
1. No one dies from love
2. Suburbia
3. 2 die 4
4. True romance
5. Graepfruit
6. Cute & cruel (Feat. First Aid Kit)
7. Call on me (With SG Lewis)
8. Attention whore (Feat. Channel Tres)
9. Pineapple slice (With SG Lewis)
10. I’m to blame
11. Kick in the head
12. How l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