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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더 스테이션(The Weather Station) ‘How Is It That I Should Look At The Stars’ (2022)

평가: 3/5

예상을 벗어난 고요함이다. 웨더 스테이션은 지난해 기후 위기에 대한 묵상을 담은< Ignorance >로 각종 미디어의 호평을 받으며 커리어 전환점을 맞이했다. 신보는 평범한 포크에 대중성을 섞어 결실을 맺은 직전의 성취 공식과 정반대의 결과물이다. 신시사이저를 입힌 세련된 포크가 전작의 동맥이었다면 속편은 팝의 요소를 제거한다. 흔들림 없이 잔잔하고 처연하기까지 하다.

원인은 시점에 있다. 음반은 2020년 3월 팬데믹이 세계를 덮치기 시작한 바로 그 무렵 전작과 동일한 시기에 탄생했다. 더블 앨범처럼 기획된 두 작품은 서로 암울한 기조를 공유하면서 표현 방식에 차이를 둔다. < Ignorance >가 기악의 화려함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번엔 그 이면에 숨겨져 있던 무채색 감정으로 화제를 돌린다. 획기적인 구성을 감독한 수장 타마라 린드먼의 진두지휘 아래 밴드는 사랑과 실존적 슬픔에 관한 발라드 모음집을 편찬했다.

기후 변화의 경각심을 고취한 ‘Endless time’처럼 무거운 주제 의식을 언급할 때도, 듀엣으로 솔직하게 사랑을 속삭인 ‘Talk about’도 마찬가지다. 첫머리 ‘Marsh’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뼈대가 같다. 비슷한 골조를 이루어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 트랙들의 핵심은 피아노와 재즈다.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반주를 초석으로 색소폰과 클라리넷 등 소수의 악기를 적소에 배치해 여백을 강조했고 나머지 공간을 경건한 낭독으로 채운 타마라 린드먼의 보컬이 깊이를 더했다.

다만 노래 간 경계가 불분명하다. 5명의 추가 세션을 동반해 라이브로 녹음된 앨범이 즉흥 연주의 생동감을 포획했음에도 멜로디가 유사해 무료함을 낳는다. ‘Ignorance’는 비교적 선명한 곡조가 눈에 띄지만 ‘Songs’와 ‘Loving you’의 경우 감초 역할을 책임진 섬세한 오케스트라 선율이 일정 문법의 되풀이와 느슨한 곡 짜임새 앞에 존재감을 잃는다.

웨더 스테이션은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낯선 환경 앞에서 사색에 잠긴다. 밴드는 상실과 허무가 만연한 현실 속 내면 깊은 곳으로 내려가 적막의 사운드스케이프를 탐구했다. 앨범은 회고적 관점에서 스스로의 불안을 드러내고 자연을 향한 우려에 시선을 돌려 스토리텔링을 탁월하게 이행한다. 최소한의 얼개로 형성한 반복 구조가 흥미를 절감할지라도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음악이 귀를 기울이게 한다.

-수록곡- 

1. Marsh
2. Endless time
3. Taught
4. Ignorance
5. To talk about
6. Stars
7. Song
8. Sway
9. Sleight of hand
10. Loving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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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 ‘Familia'(2022)

평가: 3/5

공전의 히트 송 ‘Havana’와 한때 연인이었던 숀 멘데스와 함께한 ‘Señorita’는 쿠바 혈통의 카밀라 카베요를 라틴팝 공주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성공 가도 아래 발표한 정규 2집 < Romance >는 아쉬운 상업적 성과를 남겼지만, 최근 논란에 있는 래퍼 다베이비가 피처링한 ‘My oh my’가 싱글 차트 12위까지 역주행했다. 2021년은 멘데스와의 이별과 영화 < 신데렐라 >의 개봉이 겹쳐 활동이 미미했지만 3년 만의 정규작 < Famila >는 음악적 뿌리를 찾으려는 야심으로 가득 차 있다.

팬데믹의 괴로움은 안으로의 회귀라는 계기를 주었고 온전히 스페인어로만 된 세 곡이 방증이다. ‘Lola’는 쿠바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민중들에게 경의를 표했으며 트럼펫 도입부가 돋보이는 ‘Celia’는 ‘살사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쿠바 출신 여가수 셀리아 크루즈에서 제목을 따왔다.

작년 7월에 선공개한 싱글 ‘Don’t go yet’은 랩을 첨가한 라틴 댄스곡이며 후반부에 쏟아지는 코러스가 생명력을 더한다. 에드 시런이 작곡과 보컬로 참여한 ‘Bam bam’은 시런의 리드미컬한 사운드에 쿠바 음악을 기반으로 한 살사와 21세기 라틴 음악의 주요 문법인 레게톤을 뒤섞는다.

비(非)라틴 트랙들은 무게감이 덜하다. 일렉트로니카 곡 ‘Quiet’은 평이하고 미니멀한 구성의 ‘Boys don’t cry’도 보컬만 선명해 라틴과 비라틴의 평형추 역할만 수행한다. 다만 윌 스미스의 딸로 유명한 배우 겸 가수 윌로우 스미스가 참여한 ‘Psychofreak’이 몽환적인 질감으로 감초 역할을 했다.

한층 성숙한 보컬은 다채로운 스타일을 아우른다. 빠른 템포의 곡들에선 라틴 팝 선배 가수 샤키라와 같은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농염한 음색으로 ‘즐거운 인생’이란 뜻의 ‘La buena vida’를 이끌어간다. 피프스 하모니 시절부터 < Camila >와 < Romance >에 이르기까지 영어로 된 곡을 주로 불러왔지만 이번 앨범에서 스페인어의 굴곡과 리듬감을 구현했다.

‘Havana’와 ‘Señorita’, ’My oh my’와 같은 라틴을 덧씌운 힙합 혹은 일렉트로니카로 정상을 맛본 카베요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고 그렇게 음악과 춤, 언어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마리아 베케라와 요투엘 같은 라틴 뮤지션들의 참여로 가족애를 강조했고 앨범 곳곳에 쿠바의 흔적을 남겼다. 국제적 성공을 거둔 스물다섯의 팝스타는 새 앨범 < Famila >를 통해 라틴 뮤직의 정통성을 모색했다.

– 수록곡 –
1. Familia
2. Celia
3. Psychofreak (Feat. WILLOW)
4. Bam bam (Feat. Ed Sheeran)
5. La buena vida
6. Quiet
7. Boys don’t cry
8. Hasta los dientes (Feat. Marica Becerra) 
9. No doubt 
10. Don’t go yet
11. Lola (Feat. Yotuel)
12. Everyone at his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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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Gayle) ‘A Study Of The Human Experience Volume One’ (2022)

평가: 2/5

2004년에 태어난 게일은 자기를 힘들게 한 사람들을 향해 노래로 욕을 한다. 두려움을 모르는 이 10대는 자신을 둘러싼 분노와 답답함, 불확실한 미래를 정화하지 않고 고스란히 분출해 다른 사람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하며 견고하게 재단된 사회 구조에 들어가기 직전에 모든 것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정제하지 않은 광폭한 언어로 일갈한다.

전 남자친구의 모든 것을 증오하는 ‘abcdefu’부터 새로운 인연에 대한 의심을 떨치지 못하는 ‘Luv starved’, 쉬운 사랑에 대한 후회를 언급하는 ‘Sleeping with my friends’, 거짓말로 섹스만 원하는 상대를 저격한 ‘Ur just horny’, 꼬여버린 인간관계에 대한 ‘E-Z’까지 ’19금’의 내용을 17살의 소녀가 폭로한다. 사전검열 시대였다면 금지곡으로 묶였을 노래들이다.

거침없는 자신감과 다부진 자존감이 팝 펑크와 팝록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음악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며 되바라진 뮤지션의 당돌함을 정당화한다. 프로그래밍으로 찍은 드럼과 디스토션 걸린 일렉트릭 기타 사이에서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인한 그는 빌리 아일리시,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색체에 자신의 음악 DNA를 투영해 현재의 음악 트렌드에 민감한 싱어송라이터라는 점 또한 부각한다. 틱톡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서 빌보드 싱글차트 3위까지 오른 ‘abcdefu’, 뮤트 백킹의 리듬 기타가 파워를 장착한 ‘Ur just horny’, 코러스가 아름다운 ‘Kiddle pool’은 밋밋한 나머지 수록곡들과 수준차를 드러낸다. 롱런을 위해 극복해야 할 지점이다.

역사적으로 음악은 보통 20년에서 25년을 주기로 재조명 받는다. 1950년대의 초기 로큰롤이 1980년을 전후한 시기에 다시 주목 받았고 1970년대의 디스코는 1990년대 후반에, 1980년대의 신스팝은 2000년대 후반, 1960년대 후반의 개러지 록은 1990년대 후반에 부활했다. 2022년 지금은 2000년을 전후한 시기에 인기를 얻었던 팝 펑크가 부상하고 있다. 게일은 그 틈새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획득했지만 음반 제작사는 2집의 상업적 성공을 위해 독기 빠진 순한 앨범을 원할 것이다. 이것으로 게일의 음악색은 옅어지고 자신의 언어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시간이 지나도 < A Study Of The Human Experience Volume One >은 게일의 대표 앨범이 될 것이다.

-수록곡-
1. Luv starved
2. Abcdefu (추천)
3. Sleeping with my friends
4. Ur just horny
5. E-Z
6. Kiddle pool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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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티프(Big Thief) ‘Dragon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 (2022

평가: 3.5/5

달콤쌉싸름한 포크 록으로 평단을 매혹시킨 데뷔작 < Masterpiece >부터 어두운 성장기를 그려낸 더블 앨범 < U.F.O.F. >와 < Two Hands >(2019)까지. 빅 티프의 음악엔 늘 불안이 존재했다. 쉼 없이 달리느라 긴장을 늦출 수 없었지만 3년의 휴식기를 거친 신작은 한층 이완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떨림이 잦아든, 부드럽게 진동하는 목소리와 연주에 곧장 빠져든다.

이들의 놀라운 역량은 왕성한 생산력과 더불어 특정 사운드에 갇히지 않으려는 실험정신이다. 양질의 20곡을 담은 신보는 빽빽한 트랙 리스트만큼이나 그 스타일도 다양하다. 경쾌한 바이올린이 주도하는 컨트리풍의 ‘Spud infinity’와 플루트 솔로를 도입한 ‘No reason’. 이들과 대조적으로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Blurred view’ 등 지루함을 방지하는 장치가 도처에 위치해 긴 러닝타임을 무색하게 만든다.

커버 아트 속 모닥불처럼 앨범엔 따뜻한 기운이 은은하게 감돈다. 멤버들은 마치 실제로 그 주위를 나란히 둘러싸고 앉아있는 듯 소박하게 노래한다. 긴밀한 유대감이 흐르는 캠프파이어의 현장은 1970년대 정취를 풍기는 포크 넘버 ‘Change’와 ‘The only place’로 전해진다. 온기를 장착한 이들은 솔직한 음악으로 상처를 감추지 않았고 서로의 감정을 연주하며 상흔을 어루만졌다.

결국 중심에는 프론트우먼 아드리안 렌커가 있다. 음반의 총감독인 그는 빛 한 줄 들지 않던 내면을 파헤친 전작들을 지나 야심 차게 창을 열었다. 트립 합, 사이키델릭, 월드 뮤직 등 가리지 않고 균형 있게 장르를 묶어내고 그 위에 기쁨과 죽음, 그리고 자연을 테마로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덧붙였다. 총 81분의 여정, 샘솟는 영감을 치열하게 적어 한 줄로 이어 붙인 그는 자신을 향한 대중의 기대치를 보기 좋게 뛰어넘었다.

신보는 어느 때보다 광범위한 영역 탐험을 목표한다. 들을 거리가 즐비하게 늘어선 앨범이 하나의 콘셉트를 특정하지 않았음에도 반짝이는 건 오히려 일관성을 해체한 파격 조치의 효과다. 빅 티프는 과거에 그랬듯 삶에서 벌어지는 일을 있는 그대로 직시했고, 가슴 깊이 아로새겼으며, 이번에도 마법 같은 음악으로 빚어냈다.

-수록곡-
1. Change 
2. Time escaping 
3. Spud infinity 

4. Certainty
5. Dragon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
6. Sparrow
7. Little things 
8. Heavy bend
9. Flower of blood
10. Blurred view
11. Red moon
12. Dried roses
13. No reason 
14. Wake me up to drive 

15. Promise is a pendulum
16. 12,000 lines
17. Simulation swarm
18. Love love love
19. The only place
20. Blue light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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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켄드(The Weeknd) ‘Dawn Fm’ (2022)

평가: 4/5

위켄드식 복고의 또 다른 변용, 라디오를 경유하다

(피비)알앤비 진영에서 노래하던 위켄드의 이름 앞에 ‘복고’가 붙기 시작했다. ‘Blinding lights’, ‘Save your tears’ 등 레트로의 둔탁한 반짝임을 담은 노래가 차트 정상을 수 놓았다. 종종 사랑의 아픔을 눅진한 보컬로 표현한 ‘Call out my name’이 대중의 시선에 닿긴 했지만 그가 보다 힘을 실은 건 미러볼이 떠오르는 댄스 음악이었고 댄스 팝이었다.

장르 선회가 있었지만 글감의 중심은 한결같았다. 지독한 사랑. 적나라하고 수위 높은 사랑의 과정이 위켄드 노래 전반을 감쌌다. 사랑이 또 다른 사랑으로 잊힌 연애의 변천사가 이 곡과 저 곡의 동력이 됐다. 춤추기 좋은 리듬, 질긴 사랑의 서사와 맞닿은 위켄드의 유려한 가창은 별다른 장애물 없이 그를 슈퍼스타 대열로 끌어 올린다.

이번 정규 5집 역시 ‘복고’와 ‘사랑’을 키워드로 삼았다. 다만 지금의 사랑은 외부가 아닌 내부로 향한다. 드디어 나를 바로 보고 인생을 논하기 시작한 위켄드. 발매 직후 해외 평단에서 쏟아진 뜨거운 박수갈채는 이 지점에서 촉발된다.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데 일조한 레트로풍 음악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촘촘한 ‘시선’을 담았다. 그것도 굵직하고 탄탄한 ‘Dawn Fm’이란 라디오 채널 콘셉트와 음반 전체를 꽉 묶은 매끄러운 곡 배치로 말이다.

같은 캐나다 출신 배우 짐 캐리의 오프닝 멘트로 문을 연 작품은 총 16개의 수록곡이 모여 한 편의 라디오 방송이 됐다. “빛을 향해 나아가고픈 꽉 막힌 터널에서 라디오가 길을 이끌어주는 걸 상상했다”는 한 인터뷰 속 그의 말처럼 과연 작품은 첫 곡과 끝 곡의 수미쌍관 사이 삶을 돌아보고 현재를 복귀하는 가사가 가득하다. ‘Gasoline’에선 ‘아직은 더 살아갈 이유가 있다는 걸 믿게 해 달라’ 외치고 디스코 리듬 위에 선 ‘Sacrifice’는 사랑을 위한 희생을 원치 않는다 선언. 과거의 위켄드와 결별한다.

웅장한 신시사이저로 포문을 여는 ‘Every angel is terrifying’이 그 핵심을 모두 응축한다. ‘모든 천사는 무섭다’ 정도로 번역되는 제목은 이상적인 천국이 사실 존재하지 않음을 꼬집고 ‘After life(사후세계)’를 광고하고 판매한다. 즉 현재의 삶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그의 메시지를 내비치는 것이다. 이외에도 ‘How do I make you love me?’와 한 곡인 양 이어지는 ‘Take my breath’는 매끈한 선율, 뛰기 좋은 댄스를 장착하고 1980년대 일본 가수의 시티팝 원곡을 샘플링한 ‘Out of time’은 나른한 무드로 음반의 이음새를 채워낸다.

확대할 포인트가 많은 앨범이다. 특유의 관능적 보컬이 돋보이는 ‘Best friends’나 완성도 높은 신스팝 ‘Less than zero’ 역시 간과할 수 없는 트랙. 릴 웨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퀸시 존스 등 피처링 진의 적절한 사용도 작품을 읽을 때 뺄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가장 큰 축은 위켄드식 복고가 새 국면을 맞이하였다는 것이다. 라디오를 경유해 사랑 너머 ‘인생관’을 회고하기 시작한 위켄드. 타이트하게 연결된 곡들을 흥겹게 따라가다 보면 자연히 그리고 또 선연히 차오르는 희망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음반을 메운 가사의 변화와 이를 적절히 담아낸 앨범의 배치가 뮤지션 위켄드의 성장을 증명, 보증, 확언한다.

– 수록곡 –
1. Dawn fm
2. Gasoline
3. How do I make you love me?
4. Take my breath
5. Sacrifice
6. A tale by quincy
7. Out of time
8. Here we go…again(Feat. Tyler The Creator)
9. Best friends
10. Is there someone else?
11. Starry eyes
12. Every angel is terrifying
13. Don’t break my heart
14. I heard you’re married(Feat. Lil Wayne)
15. Less than zero
16. Phantom regret by j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