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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더크(Lil Durk) ‘The Voice’ (2020)

평가: 2.5/5

트랩 힙합의 한 분파인 드릴 뮤직(Drill Music)을 대표하는 래퍼 릴 더크의 여섯 번째 정규 음반. 2010년대 초 발매한 양질의 믹스테이프로 시카고의 촉망받는 래퍼로 거듭난 그는 거친 생활을 경험하며 감옥에도 여러 차례 드나든 이력이 있는 갱스터 출신이다. 그에 반해 음악가로서는 매년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온 성실한 다작 아티스트인 그는 드릴 뮤직 특유의 어두운 허무주의를 노래하며 최근에는 드레이크와의 합작 ‘Laugh now cry later’로 확고한 인지도를 다지기도 했다.

그의 색깔로 특징지어진 멜로디컬한 래핑은 신보에서도 이어진다. 가라앉은 피아노를 중심 삼은 트랩 프로덕션 위 한층 간소해진 플로우가 안정적이다. 자신을 ‘거리의 목소리’라 칭하며 갱스터의 삶을 이야기하는 내용도 여전하다. ‘누가 죽는 게 쉽댔어’라 총살당한 그의 오랜 친구를 연민하는 ‘Death ain’t easy’, ‘나는 내가 믿는 사람에게 투표조차 할 수 없다’며 중범죄자가 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The voice’는 그의 감정을 잘 녹여낸 곡이다. 빠른 템포의 알앤비 트랙 ‘Stay down’에서 래퍼 블랙(6LACK)과 영 떡(Young Thug)을 대동해 좋은 합을 이루는 콜라보 감각도 주목할만하다.

그러나 이렇다 할 발전이 감지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프로덕션이 안정성을 보장하지만 특이점 없이 안전하기만 한 비트는 유튜브에 무료로 풀린 타입 비트처럼 밋밋하다. 스트링 세션을 쌓아 올린 ‘Coming clean’과 어쿠스틱 기타로 분위기를 환기하는 ‘Not the same’ 정도가 개성적인 사운드를 선사한다. 또한 멜로디의 감도가 그리 높지 않은 데다가 반복에 매진하고, 콘셉트에 맞춘 전략인지는 몰라도 랩 끝을 흐리는 발성과 어색하게 겹쳐진 오토튠도 몰입을 방해한다. ‘Laugh now cry later’나 퀸 나이자(Queen Naija)와 함께한 ‘Lie to me’에서 보여준 활기찬 퍼포먼스가 없어 수록곡 간의 경계가 흐릿하고 음반은 몹시 길게 느껴진다.

야심 차게 자신을 ‘시카고의 제이 지’라 칭한(‘The voice’) < The Voice > 속 그의 목소리에 커뮤니티를 대변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비슷비슷한 감성을 이루는 열여섯 수록곡에서 뮤지션으로서의 존재감이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작년 고인이 된 오랜 친구 킹 본(King Von)과 꾸린 ‘Still trappin”같은 뱅어가 그나마 중독을 의도하며 빌보드 싱글 차트 순위권에도 얼굴을 내밀었지만 이 역시 2013년 그의 대표곡 ‘Dis ain’t what u want’에 견줄 정도는 아니다. 이번에는 너무 정직했다.

– 수록곡 –
1. Redman
2. Refugee
3. Death ain’t easy 
4. The voice 

5. Backdoor
6. Still trappin’ (Feat. King Von) 
7. Stay down (Feat. 6LACK, Young Thug)
8. Free jamell (Feat. YNW Melly)
9. Misunderstood
10. Not the same
11. India pt. 3
12. Coming clean 
13. Going crazy 

14. Changes
15. Lamborghini mirrors (Feat. Booka600)
16. To be ho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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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 파이터스(Foo Fighters) ‘Medicine At Midnight'(2021)

평가: 3.5/5

현재라는 시제를 치열하게 다그치는 리빙 레전드

지금의 록의 시대가 아니다. 그래도 현재 록 음악계에서 ‘꾸준함’이라는 단어와 가장 적합한 인물이 누굴까. 바로 푸 파이터즈(Foo Fighters)의 데이브 그롤(Dave Grohl)이다. 깡마른 체구로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뒤에서 힘 넘치는 드러밍을 펼쳤던 그가 2021년 록 장르 최후의 보루가 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1995년 데뷔작인 < Foo Fighters >를 시작으로 이번 열 번째 스튜디오 앨범 < Medicine At Midnight >까지 30년에 가까운 활동에서 그들은 4년을 넘기지 않게 정규 작품을 지속해서 발매하고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투어를 이어왔다. 평작은 있을지언정 단 한 번의 졸작을 발표한 적이 없는 ‘록 레전드’다. 잘하는 것을 오래도록 지속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또 숭고한 과업인지 보여주는 록큰롤 베테랑이다.

< Wasting Light >(2011)로 취했던 그래미의 영광 이후 미국의 8개 도시를 주제로한 음악 지도이자, 음악사에 바치는 러브레터라 명명했던 < Sonic Highways >(2014)와 전설적인 스튜디오 사운드 시티와 그 핵심 엔진이었던 니브 콘솔, 그 속에서 쏟아져 나왔던 수 많은 마스터피스와 뮤지션들에 대한 존경을 담은 음악 다큐멘터리 < Sound City >(2013)는 규모가 큰 프로젝트였다. 너바나 활동 이후 푸 파이터즈 활동만 해도 25년이다. 지칠 법도 하고 쉬엄쉬엄할 만도 하지만, 여전의 기복이 없이 더욱 탄탄한 창작열을 불태울 수 있었던 이유는 전작인 < Concrete And Gold >(2017)에서부터 함께 합을 맞춰온 프로듀서 그렉 커스틴(Greg Kurstin)의 역할이 크다.

많은 뮤지션과의 작업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그는 < 25 >(2015)로 아델(Adele)을 전 지구적인 슈퍼스타로 올라서게 한 인물이며, 모든 음악인의 우상인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경의 < Egypt Station >(2018)과 브릿팝의 영원한 탕아 리암 갤리거(Liam Gallagher)의 성공적인 솔로 데뷔 작품 < As You Were >(2017)을 진두지휘한, 이제는 거장이라는 수사가 아깝지 않은 명 프로듀서다. 2017년 영국의 음악 잡지인 ‘뮤직 위크’의 인터뷰에서 “그렉은 음향, 소리에 대한 직감이 누구보다도 뛰어난 인물이다. 그는 빌어먹을(Fxxking) 천재다.”라며 격정적인 칭송을 아끼지 않는다. 이는 그롤이 그렉 커스틴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2020년 12월, 푸 파이터즈 유투브 계정을 통해서 ‘Kurstin x Grohl: The Hanukkah Sessions’이라는 커버 곡 콘텐츠를 공개하기도 했다. 유대교의 명절인 ‘하누카(Hanukkah)’ 혹은 ‘빛의 축제(Festival of Lights)’를 기리는 뜻으로 8곡의 유대인 뮤지션의 곡이 업데이트 돼 있다. 그렉 커스틴은 유대인이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 Foo Files >라는 타이틀의 스트리밍 음원을 발매했고, 주로 라이브 음원과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데모들이 주를 이뤘다. 총 10장의 이 시리즈는 밴드 25주년이라는 자축의 의미도 담고 있다. 동기간에 제작된 신작 < Medicine At Midnight >의 기조는 늘 그렇듯 ‘하던 대로’다. 조용한 멜로디의 트랙에서는 그의 이야기에 집중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확실한 쾌감을 전하는 곡에서는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그냥 때리고, 부스고, 내지른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록 음악 전형의 폭발은 푸 파이터즈 작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첫 번째 공개한 싱글은 ‘Shame shame’이라는 타이틀로 2020년 11월 선보였다. 사이키델릭한 코러스 위 기괴한 기운이 맴돈다. 어쿠스틱 기타 리듬 커팅 사이 데이브 그롤의 보컬은 굴곡 가득했던 삶을 반추하듯 차분하다. 그간의 곡들과는 이질감이 크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다면의 음악색은 그들이 가진 큰 장점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선보인 ‘No son of mine’은 분위기를 반전한다. 퀸(Queen)의 ‘Stone cold crazy’에서부터 모터헤드(Motörhead)의 < Ace of Spades >(1980), < Iron Fist >(1982)의 시기와 메탈리카의 < Kill ‘Em All >(1983)의 연주들이 순차적으로 교차하며 불을 지핀다. 이는 ‘메탈 DNA’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들의 선배들에 대한 헌사다.

2021년 1월 14일 52번째 데이브 그롤의 생일을 자축하며 공개한 ‘Waiting on a war’는 그의 둘째 딸인 하퍼 그롤(Harper Grohl)을 위해 쓴 곡이다. 딸을 학교로 데려다주는 중 “아빠, 이제 전쟁이 일어나요?”라는 질문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던 기억을 회상했다. 그롤은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느꼈던 똑같은 불안감이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음에 큰 좌절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 곡은 전 세계의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멋진 미래를 이어줘야 한다는 메시지와 의지를 담고 있다. 더불어 앨범 크레딧에는 친숙한 이름이 보인다. 종종 무대 위 깜짝 게스트로 출현했던, 첫째 딸 바이올렛 그롤(Violet Grohl)이다. 그녀는 9곡 전곡의 백 보컬 아티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고품격 하드록이 즐비하다. 우선 오프닝 ‘Making a fire’는 간결한 드러밍과 기타 리프, 신나는 여성 코러스 조합은 < Medicine At Midnight >의 경쾌한 스타터로 제격이다. 귀에 잘 들리는 록 리프가 넘실거리는 ‘Cloudspotter’는 푸 파이터즈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정석적인 하드록 넘버다. ‘Holding position’은 완숙한 노련미가 넘친다. 쉼 없이 새로운 톤의 리프가 등장하며 팝 기반의 멜로디, 건반의 오밀조밀한 조화가 멋지게 뒤섞인다. 이어지는 ‘Chasing birds’는 의외의 서정미가 돋보이는 레이드백(laidback) 트랙이다. 전체적으로 강성의 레퍼토리가 주를 이루지만 포근한 진행이 매력을 더하는 푸 파이터즈 식 발라드다. 이들이 왜 록의 베테랑인가는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트랙 ‘Love dies young’에서도 구성의 미가 돋보인다. 명료한 파워 코드와 따라 부르기 좋은 선율과 어쿠스틱 무드는 마무리로써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데이브 그롤과 테일러 호킨스(Taylor Hawkins)는 앨범의 레퍼런스를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1983년 작 < Let’s Dance >의 팝 기반 사운드를 지향했다고 한다. 그리고 디스코와 모던 댄스 레코드류는 지양했다. 이런 분위기는 앨범의 타이틀 트랙 ‘Medicine at midnight’에 잘 녹아있다. 특히 기타 솔로 파트는 ‘Let’s dance’의 그것과 닮아있다. 블루스의 명인 알버트 킹(Albert King)을 오마쥬했던 스티비 레이 본(Stevie Ray Vaughan)의 또랑또랑한 기타 톤과 연주를 크리스 쉐프릿(Chris Shiflett)이 멋지게 구현했다. 보위의 마스터피스는 그야말로 레퍼런스로써 훌륭한 교본이었고, ‘Medicine at midnight’ 그에 걸맞은 영민한 결과물이다.

록 패밀리의 든든한 지지는 당연히 좋은 음악에 있다. 지금의 트랜드와 인기를 끌고 있는 음악도 물론 중요하지만, 역행을 자처한 푸 파이터즈의 모든 행보를 앞으로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와 현재와의 연결. 그들은 대중 음악계의 핵심 과업을 이행하는 ‘행동가 집단’이 되었다. 그가 좋아했던 선배들의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며 좋은 곡을 써내고자 고심한다. 어쩌면 벗어나지 못할 악령처럼 그를 쫓았을 전설의 밴드 멤버였으며, 리빙 레전드 밴드를 이끄는 그지만 현재라는 시제를 치열하게 다그친다.

데이브 그롤과 푸 파이터즈는 과거와 지금을 잇는 몇 안 되는 고마운 존재다. 인생의 과업처럼 최첨단을 거부하고 시대를 거스른다. 그가 이야기하는 한 장의 레코드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 노래의 영향력은 시대와 동떨어진 고담이 되었고, 말 그대로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모든 음악 장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요즘이지만 ‘생음악’을 그대로 레코드로 구현하려 애쓰고 이를 바로 무대 위에서 연주한다. 이는 현재를 사는 음악가와 대중 모두가 잃고 있는 ‘순수성’에 대한 고찰이며, 그 고민은 그대로 우리 모두에게 전해진다.

* Medicine At Midnight 음반 해설지를 수정한 글입니다.

– 수록곡 –
1. Making a fire
2. Shame shame
3. Cloudspotter
4. Waiting on a war
5. Medicine at midnight
6. No son of mine
7. Holding poison
8. Chasing birds
9. Love dies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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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멘데스(Shawn Mendes) ‘Wonder'(2020)

평가: 3/5

남자가 파도 속에 허우적댄다. 물속으로 가라앉지만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하다. 현존 가장 잘나가는 젊은 팝스타 숀 멘데스의 네 번째 정규 음반은 바다처럼 깊은 사랑을 노래한다. 상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어도 그 근원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지난 1년간 뜨거운 공개 연애의 주인공이자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아티스트에게 가장 큰 음악적 영감이 되어준 연인 카밀라 카베요가 작품의 원천이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 숀 멘데스 스토리 >에서 이야기했듯, 하늘에 떠 있는 달처럼 미처 다 담지 못할 그녀에 대한 감정을 음반은 싣고자 한다.

일종의 콘셉트 앨범이다. 사랑의 균일한 주제 아래 다양한 일화를 엮어낸다. 그렇기에 그의 이전 곡들과 내용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지만, 대상이 명확한 덕에 표현은 보다 입체적이다. 상대에게 빠진 순간을 전작의 ‘Nervous’식 상황 묘사로 그려낸 ‘Higher’, 진지한 감정을 고백하는 프러포즈 송 ’24 Hours’, 복고적인 디스코로 섹스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Teach me how to love’ 등의 서사는 이전보다 유기적이고 대범하다. < Illuminate >의 시원한 고음과 < Shawn Mendes >의 간드러진 팔세토를 포용하고 기타맨의 이미지를 살린 ‘Can’t imagine’으로 부드럽고 나른한 중저음을 소화하며 더욱 발전한 보컬 연기를 내비치는 것도 음반의 특기점이다.

감정의 크기를 대변하듯 프로덕션의 활동반경도 이전보다 넓다. 그의 오랜 동료이자 프로듀서인 스콧 해리스(Scott Harris)와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의 < Fine Line >을 총괄한 작곡가 키드 하푼(Kid Harpoon)이 매만진 사운드는 그간 그 음악의 주축이었던 날렵한 기타의 경량화된 팝 작법 대신 한껏 덩치를 키운 외양을 그린다. 타이틀 ‘Wonder’는 대표적인 예다. 공간감 있는 백 보컬과 드럼을 가득 메워 교회 성가대 음악처럼 우람한 이 노래는 확실한 멜로디와 후렴에서 카랑하게 뻗는 하이톤이 더해져 안정적인 짜임새를 확보하고, 화사한 보컬을 겹겹이 쌓아 올린 ‘Dream’과 언뜻 퀸의 타격감이 겹쳐가는 ‘Look up at the stars’도 벅찬 사랑에 압도된 듯 웅장한 부피의 음향으로 행진한다.

이렇듯 한층 고풍스러워진 분위기가 음반의 콘셉트, 그리고 성인이 된 아티스트의 성장궤도와 잘 어울리지만, 한편으로는 덜 팝스럽게 들린다는 단점도 새긴다. 전체적으로 멜로디 감도가 높음에도 그의 입지를 공고히 했던 ‘If I can’t have you’나 국내에서 잘 알려진 ‘There’s nothing holdin’ me back’만큼의 맵시 있는 킬링 트랙이 없다.

또한, 깊은 감정을 전달해야 할 노랫말이 중간중간 ‘현자가 말했어 / 어리석은 사람만이 서두른다고’나 ‘네가 없으면 새들도 노래를 멈춰’처럼 밋밋하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문장으로 채워질 때는 진한 인상 전달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오랜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Call my friends’나 우상 저스틴 비버와 팝스타의 어두운 이면을 자기 고백적으로 풀어낸 ‘Monster’처럼 로맨스의 영역을 벗어나 개인의 고뇌를 털어놓은 노래가 오히려 흥미롭게 다가오며 작품의 신선도를 유지한다.

< Wonder >가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숀은 네 장의 정규 음반을 정상에 올린 팝 음악 역사상 가장 젊은 남자 뮤지션이 됐다. 트위터의 바인(Vine) 속 노래 잘하는 소년에서 지금의 슈퍼스타에 이르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그는 본작에서 잠시 멈춰서 감정을 응시하고, 담담하게 낭만의 언어를 쌓아 올렸다. 뮤지션과 그의 뮤즈가 함께 호흡하는 음반. 서툰 면도 있지만, 숀 멘데스는 사랑의 힘을 등에 업고 성장하는 중이다.

– 수록곡 –
1. Intro
2. Wonder 
3. Higher 
4. 24 hours
5. Teach me how to love
6. Call my friends
7. Dream 
8. Song for no one
9. Monster (Feat. Justin Bieber) 
10. 305
11. Always been you
12. Piece of you
13. Look up at the stars 
14. Can’t imag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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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BENEE) ‘Hey u x’ (2020)

평가: 3.5/5

베니(BENEE)는 아직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2017년 데뷔한 그는 싱글 ‘Glitter’와 ‘Soaked’로 조국 뉴질랜드에서 인기를 얻은 후 작년 두 장의 EP를 발매한 신예 싱어송라이터다. 발돋움을 한 건 ‘Supalonely’가 재조명을 받은 때부터였다. 작년 말 발매된 노래는 올해 틱톡(TikTok) 댄스 챌린지에서 활용되며 사람들의 호응을 끌었고,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도 39위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막 활동의 기지개를 켠 신인에서 Z세대 유망주로 떠오른 아티스트는 첫 정규 음반 < Hey u x >로 자신이 단발적인 틱톡 스타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출사표답게 강한 포부가 느껴진다. 우선, 음반 전체를 관통하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주목을 끈다. 그는 자기연민이나 내면의 번뇌 등을 중심축으로 삼지만,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기보다 느끼는 감정을 담담하게 털어놓는 편을 택한다.

작품의 포문을 여는 ‘Happen to me’는 ‘내가 비행기에서 죽지 않기를 바라 / 더 나은 방식으로 죽고 싶어’라 음울하게 노래하고, ‘Supalonely’의 연장처럼 다가오는 ‘Plain’에서는 ‘네 여자는 너무 평범해 / 쟤는 나보다 나은 게 없어’라며 전 애인과 그의 새 여자 친구에 대한 감정을 투덜댄다. 시크한 보이스 톤과 어두운 내용을 녹여낸 점에서 빌리 아일리시가 겹쳐가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인간적인 아웃사이더 감성이다.

전체적으로 간소한 악기 편성에 그루브 있는 리듬감을 더해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외양을 형성한다. 거기에 ‘Same effect’나 ‘If I get to meet you’, 호주 인디 팝 뮤지션 멀랫(Mallrat)과 함께한 ‘Winter’ 등에서 찰랑거리는 전기 기타를 동원해 인디 록의 무드도 보탠다.

어지럽게 음향을 충돌시켜 강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Sheesh’같은 곡도 있지만, 그럼에도 반복 청취가 가능한 건 멜로디가 명료하면서도 잘 들어오는 덕이다. ‘Supalonely’를 비롯해 ‘Snali’, 둔중한 리듬감을 터뜨리는 ‘Kool’ 모두 중독성을 담보하고 있다. 대부분의 곡이 3분 내외인 스트리밍 친화적인 접근으로 상당히 짧고, 그래서 디지털 세대가 쉽게 소비할 수 있다는 것도 음반의 강점이다.

2000년생의 어린 나이에도 완숙한 보컬 기량 역시 주목할 만하다. 트렌디한 팝에 특화된 창법이 캐치한 보컬 라인의 맛을 살리고, 그라임스(Grimes), 거스 대퍼튼(Gus Dapperton) 등의 객원 가수를 대동하면서도 그들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며 곡의 중심에 주인공으로 우두커니 선다. 리드미컬한 베이스와 드럼이 생동하는 ‘Night garden’에서는 흑인 음악 특유의 그루브까지 소화해내고, 음반의 백미인 ‘Plain’은 릴리 알렌(Lily Allen)의 한층 높은 톤과 래퍼 플로 밀리(Flo Milli)의 속도감 있는 랩을 배합해 모범적인 콜라보를 선사한다.

‘All the time’을 비롯한 끝 무렵은 한 단계 분위기를 늦추며 가수의 미성을 들려주지만, 동시에 선율의 힘이 떨어져 약간의 지루할 틈을 남기는 구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열세 수록곡을 저마다의 색깔로 촘촘히 메우며 그가 그저 원 히트 원더에 머물지 않을 것을 예고한다. 확고한 기본기, 개성을 지닌 신예다. 비범한 재능을 집결한 정규작이 총명한 팝 싱어의 탄생을 알린다.

– 수록곡 –
1. Happen to me 
2. Same effect
3. Sheesh (Feat. Grimes)
4. Supalonely (Feat. Gus Dapperton) 
5. Snail 
6. Plain (Feat. Lily Allen & Flo Milli) 
7. Kool
8. Winter (Feat. Mallrat) 
9. A little while
10. Night garden (Feat. Kenny Beats & Bakar)
11. All the time (Feat. Muroki)
12. If I get to meet you
13. C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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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스미스(Sam Smith) ‘Love Goes'(2020)

평가: 3.5/5

샘 스미스의 스펙트럼은 넓다. 첫 정규작 < In The Lonely hour >(2014)의 ‘Stay with me’, ‘I’m not the only one’ 등의 발라드. 또한 그 이전, 디스클로저의 ‘Latch’, 너티 보이의 ‘La la la’에 목소리를 얹으며 증명한 일렉트로닉의 소화력까지. 가을의 풍경이 절로 그려지는 감성적인 보이스 칼라를 지녔지만 어떤 면에서 그는 분명 여름의 생기를 분출한다.

세 번째 정규 음반은 바로 그 여름과 가을을 담는다. 보너스 트랙을 포함하여 총 17개나 되는 수록곡에서 전면부는 댄스 위주의 밝은 노래로 후반부는 발라드. 그리고 다시 끝은 조금의 업 템포로 채웠다. 몇몇 인터뷰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듯 일렉트로닉, 댄스, 발라드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장르를 욕심껏 끌어왔다. 평균 중량도 적당하다. 이전 디스코그래피가 그랬듯 팝 제너레이션의 구미를 마구 당길 이지 리스닝형 노래를 전면에 매끄럽게 안착시켰다.

누구나 작품에 최고의 기량을 쓴다. 이 지점에서 음반은 다소 모호하다.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Dancing with a stranger’가 작년 빌보드 싱글 차트 7위에 올랐던 것을 제외하면 현재로서 힘 있는 싱글이 없다. 과거와 같이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들 속 ‘Diamonds’, ‘Another one’, ‘Dance’ 등의 듬직한 댄스곡들이 펼쳐진다. ‘For the lover that I lost’, ‘Breaking hearts’, ‘to die for’ 등은 부인할 수 없는 샘 스미스 표 고품격 발라드.

그럼에도 앨범이 떠오르지 못하는 것은 여기에 담긴 기량이 과거의 것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싱글 차트 2위에 오르며 인기를 끈 ‘Stay with me’의 꽉 찬 코러스가 ‘Breaking with hearts’. ‘Fire on fire’로 소환된다. 물론 ‘Love goes’, ‘kids again’ 등 중간중간 변주를 넣고 부피를 채운 매력적인 결과물도 있다. 풀-랭스로 음반을 듣고 디깅해야 만날 수 있는 숨어 있는 노래들이다.

샘 스미스의 브랜드 네임을 정확히 대변한다. 처음 대중에게 자신을 알린 댄스부터 이후 확실히 존재를 인식하게 한 발라드까지 다채로운 곡들을 가져왔다. 빼놓을 수 없는 가창 실력 역시 여전하다. 많은 것들이 꾸준히 생생한 와중 신선함이 무뎌진 것도 사실. 기존의 이미지와 작법의 반복이 그를 찾는 마음을 조금 식게 한다. 강렬한 첫인상과 그 잔상이 남긴 그때 그 시절로의 귀환. 향수가 짙고 오래 간다.

– 수록곡 –
1. Young
2. Diamonds
3. Another one
4. My oasis
5. So serious
6. Dance (‘Til you love someone else)
7. For the lover that I lost
8. Breaking hearts
9. Forgive myself
10. Love goes (Feat. Labrinth)
11. Kids again
12. Dancing with a stranger (Feat. Normani) (bonus track)
13. How do you sleep? (bonus track)
14. To die for (bonus track)
15. I’m ready (Feat. Demi Lovato) (bonus track)
16. Fire on fire (bonus track)
17. Promises (Feat. Calvin Harris) (bonus 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