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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라슨(Zara Larsson) ‘Poster Girl’ (2021)

평가: 3/5

주제는 사랑, 재료는 전자음 기반의 트렌디한 사운드다. 깔끔하고 확실한 노선을 따라 열두 개의 총천연색 ‘팝송’을 수놓았다. 3분 언저리를 맴도는 수록곡들은 저마다 확실한 멜로디를 각인. 러닝타임 내내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어려움은 없다. 마음 편히 듣고 흥겹게 취하면 될 뿐.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빛을 보지 못했지만 자국인 스웨덴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10살 무렵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 탈랑 2008(Talang 2008) >에 출연해 소울풀한 가창으로 무대를 휘어잡으며 1위로 경연을 끝낸다. 이후 스웨덴에서만 공개한 정규 1집 < 1 >(2014)을 거쳐 2017년 < So Good >으로 당당히 전 세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가창력으로 주목받았으나 본격 활동을 시작한 후에는 보다 ‘젊은’ 사운드로 무장했다. 일렉트로닉 그룹 클린 밴딧과 함께해 국내에 좋은 반응을 일으킨 ‘Symphony’처럼 목에 힘을 풀고 전자음을 한껏 끌어와 선율을 짰다. 전자음을 중심으로 찰진 선율을 만들고 실력 좋은 가창은 한 편의 요소이자 포인트로 배치. 활기 넘치고 쨍한 색감의 작품을 만든다.

이 음반 역시 마찬가지다. 디스코 리듬을 바탕으로 펑키함을 살린 ‘Poster girl’부터 ‘Need someone’은 피아노와 베이스의 합이 근사한 울림을 가져온다. 넷플릭스의 영화 < 워크 잇(Work It) >(2020)에 쓰이며 주목받은 ‘Wow’는 굵은 베이스라인과 보이스를 교차하며 만드는 클럽튠이 일품. 이 외에도 미국의 래퍼 영 떡이 목소리를 보탠 ‘Talk about love’는 부드러운 알앤비의 매력을 짙게 살리는 두 보컬의 만남이 탄탄한 시너지를 낸다.

문제는 이 경량이 딱 그 정도의 중량만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적당한 무게감과 적당한 청량감. 그리고 적당한 톤 다운만이 담겼다. ‘네가 한 짓으로 더 멋져진 나를 봐’라고 외치며 현악기로 멜로디를 치고 나가는 ‘Look what you’ve done’을 기점으로 음반은 힘을 푸는데 이 힘 빼기가 전체의 윤곽을 뚜렷하게 꾸려내진 못한다. 열두 개의 오밀조밀한 틴 팝. 기승전결을 살리기 위한 곡의 배치 등 선택한 접근은 감각적이었지만 그 너머의 강렬함이 적다. 너무 깔끔해서 담백해지기만 한 건 아닐는지.

– 수록곡 –
1. Love me land
2. Talk about love (Feat. Young Thug) 
3. Need someone 

4. Right here
5. Wow
6. Poster girl 
7. I need love
8. Look what you’ve done
9. Ruin my life
10. Stick with you
11. FFF
12. What happens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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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스웨츠(Pink Sweat$) ‘Pink Planet’ (2021)

평가: 3/5

미국의 R&B 싱어송라이터 핑크 스웨츠(Pink Sweat$)는 첫 시작부터 성공적이었다. 2019년 발매된 데뷔작이자 첫 번째 미니앨범 < Volume 1 EP >를 발매하자마자 수록곡인 ‘Honesty’의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무려 4,589만 회를 기록, 스포티파이 바이럴 차트에 입성하며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 Pink Planet >은 그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다. 그의 정체성인 분홍빛으로 사방이 칠해진 도시를 건설한다.

핑크 스웨츠는 이름처럼 분홍색 옷을 즐겨 입고, 앨범 재킷과 뮤직비디오 곳곳에도 분홍빛을 더한다. 언뜻 분홍색은 시각적 요소로 음악과는 무관해 보이지만, 단순히 캐릭터 구축을 위해 색채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세상은 너무 어둡다. 서로에게 조금만 더 친절하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상상해봐.“라고 이야기하듯, 핑크 스웨츠는 음악을 통해 자신이 받은 긍정적 에너지를 다시 표출하고자 한다. ‘너를 위해서라면 어떤 최악의 일도 한다’고 말하던 ‘At my worst’나 사랑을 믿지 못하는 연인에게 확신을 이야기하는 ‘Honesty’의 정서가 그렇다. 

앨범은 다양한 채도와 명도의 분홍빛 사이를 자유롭게 채색한다. 색깔의 확장이자, 역량의 증명이다. 세 장의 미니 앨범과 한 장의 정규 앨범 사이 간극은 좁아 보이지만, 분명 이전의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전의 것이 아니기도 하다. 미묘한 변화가 핵심이다. 어쿠스틱 기타 기반의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사운드 소스의 폭이 넓어졌다. 가벼운 질감의 오르간과 합창으로 가스펠과 알앤비를 적절히 조합해낸 ‘Pink city’가 그 예. 진득한 6/8박자의 전형적인 알앤비에 스트링을 더한 ‘Heaven’도 마찬가지다. ‘내가 너와 함께할 때 마치 천국같이 느껴져’라는 가사로 로맨스를 더한다. 

미니앨범 < The Prelude >에서 보였던 일렉트로닉 성향 또한 유지한다. 나지막한 속삭임이 담긴 ‘Interlude’로 분위기 전환을 유도한다. 강렬한 신시사이저가 시작을 알리는 ‘Beautiful life’, 그루브 있는 비트의 힙합 알앤비 ‘Pink money’‘, 묵직한 신스 베이스로 감각적인 리듬감을 선사하는 ‘Icy’는 따지자면 채도 짙은, 강렬한 분홍빛에 가깝다. 밝고 잔잔한 어쿠스틱에 한정되지 않고 본인의 색깔 안에서 영역을 넓혀간다.

기분 좋은 음향 사이로 그려내고자 하는 건 앞서 언급했듯 긍정의 언어, 분홍빛 에너지다. ‘When we are ninety-two, the same as seventeen(우리가 92살이 될 때에도, 17살일 때와 같을 거야).’라는 사랑의 순수가 담긴 ‘17’, ‘Just know forever, I’ll be there for you(이것만은 평생 알아줘, 내가 네 곁에 평생 있을 거라는 걸)’라는 고백의 ‘Lows’는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랑의 정의다. 잠시라도 마음 편히 사랑을 노래할 수 있는 핑크 스웨츠의 낙원이 바로 < Pink Planet >이다.

-수록곡-
1. Pink city
2. Heaven

3. Paradise
4. Magic
5. So sweet
6. Chains
7. Interlude
8. Beautiful life
9. Pink money

10. At my worst
11. 17
12. Lows

13. Not alright
14. Give it to me
15. Icy
16. Pink family
17. At my worst (Feat. Kehlani)
18. Hone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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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리카 ‘Master Of Puppets’ (1986)

상업적 팝 메탈을 강타한 후련한 탱크 사운드

“그때 사람들이 들었던 음악은 스틱스나 REO 스피드웨건, 뭐 그런 것들이었어. 우리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이게 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전에 못 들어본 거잖아?’라고들 했지. 왜 그랬겠어? 이런 음악은 안 팔린다고 메이저 레코드사들이 내지 않으니까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이야.”

라스 울리히(Lars Ulrich)와 메탈리카는 야들야들한 록과 메탈이 판치던 당시 음악계의 풍토를 ‘능멸’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선 엄청난 볼륨의 폭발음이라야 했다. 그들은 80년대 메탈의 새 물결 이른바 NWOBHM에 기초해 70년대 펑크의 파괴력과 연주의 단순한 배킹(backing) 요소를 흡수한 새로운 틀의 음악을 주조해냈다. ‘세게 때린다’는 뜻의 스래시 메탈(thrash metal)이었다. 라스 울리히는 자신들의 83년 첫 앨범 <싹 죽여버려>(Kill’em All)를 ‘스래시 메탈 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앨범’이라고 자랑했다.

Fans Vote "Master of Puppets" Best Metallica Song in Band-Endorsed Poll |  Consequence of Sound

<마스터 오브 퍼피츠>는 본 조비의 ‘팝메탈의 흥행대작’ <슬리퍼리 웬 웨트>가 나온 85년 같은 해에 발표되었다. 결과는 뻔해 보였지만 팬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좋았다. 미국 차트 29위, 영국에선 41위에 오르는 준히트를 기록했다. 팝 메탈과 같은 ‘투우장의 황소’가 아닌 ‘전시의 탱크’ 사운드를 열망하고 있는 메탈 마니아들이 보낸 성원이었다.

메탈리카는 이 앨범의 스래시 탱크 사운드로 얼마 후 록과 메탈 음악계 최고 반열에 올랐다. 사실 84년 발표한 그들의 전작 <번개를 타라>(Ride The Lightning)에서 과격한 스래시는 이미 형식미가 구현된 바 있다. 그런데 <마스터 오브 퍼피츠> 앨범이 그것보다 우대되는 이유는 스래시 메탈의 원시성에 ‘예술성’을 부여했기 때문이었다.

앨범의 수록 곡들에는 스래시의 전형적인 폭음(爆音)이 질펀하다. 그러나 그 단계에 그치지 않고 파괴적 사운드에 ‘대오정렬’을 꾀하고 질서 있는 곡조를 확립함으로써 전무후무한 ‘아트 메탈’을 창조해낸 것이다.

이 음반은 LP 시절 국내에서는 불행히도 ‘정신요양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home, sanitarium) ‘처분할 영웅들'(Disposable heroes) ‘데미지 주식회사'(Damage Inc) 등 3곡이 금지 판정을 받아 팬들의 불만을 샀다. 누락된 곡을 대신해 영국 록 그룹 버지(Budge)의 ‘브리드팬'(Breedfan)과 모터헤드의 ‘왕자'(The Prince)가 메탈리카 버전으로 실렸다.

Metallica Archives | RVA Mag

라스 울리히는 앨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메탈리카에게는 어쩔 수 없는 약점이 있다. 곡을 짧게 하려고 무진 노력을 해도 도무지 짧은 곡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곡의 스타일이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보자면 1집이나 2집에 비해 더욱 성숙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 프로그레시브라고 할 대곡 지향적 구성은 물론이고 ‘주름진’ 스래시가 약간 다림질된 듯 펴졌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첫곡 ‘배터리'(Battery)는 커크 해밋(Kirk Hammett)과 제임스 헤트필드(James Hatfield)의 공격적인 기타 피킹과 라스 울리히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드러밍이 압권이다. 이 곡은 동시에 메탈리카 공연문화의 핵을 이루는 ‘헤드뱅잉’ 열풍을 몰고왔다(98년 4월 내한 공연 당시 이 곡이 앙코르되었을 때 고개를 마구 흔들어대는 ‘헤드뱅어’들에 의해 공연장의 다수 의자가 부서졌다)

타이틀 곡 ‘마스트 오브 퍼피츠’는 메탈리카 최고의 걸작이라고 할만큼 기승전결이 뚜렷했다. 제임스 헤트필드의 ‘보컬 카리스마’를 확인할 수 있는 이 곡은 ‘스래시의 찬가’로 꼽힌다. ‘정신요양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멤버들이 일컫는 ‘메탈리카식 발라드’의 미학이 꽃을 피우는 곡으로 자신은 멀쩡하다고 여기지만 주위에서는 정신병자로 인식해 병원에 갇히게 된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다뤘다.

미드템포로 시작되어 점점 속도감을 붙여 가는 ‘처분할 영웅들’은 전쟁터에 끌려간 한 소년에 대한 스토리이며 ‘나병환자의 메시아'(Leper messiah) 역시 사회에대한 항변으로 텔레비전이 주도하는 주류의 폭압적 문화에 대해서 비판을 가하고 있다.

긴장감과 서정성이 동거하는 곡 ‘오리온'(Orion)에서 베이스주자 클리프 버튼(Cliff Burton)은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 무겁고 차분한 진행 속에서 절정의 테크닉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86년 투어도중 버스 전복사고로 사망했고 그 자리에 제이슨 뉴스테드(Jason Newsted)가 들어왔다.

이 앨범은 메탈리카를 메탈을 넘어 록 전체의 신화적인 존재로 비상시켜주었다. 그러나 그룹은 스래시의 틀에 자신들이 함몰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한 때 스래시의 창조자라는 자부심을 피력했던 라스 울리히는 이 음반을 만들고 난 후 스래시란 말은 이제 그룹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확실히 우린 스피드 에너지 그리고 혐오감 제공이란 측면에서 스래시의 원조였다. 하지만 항상 우린 그러한 한정된 틀을 넘어서 왔다. 메탈리카는 항상 진보한다.”

진정한 메탈 음악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로 만든 그룹명과 달리 그들은 90년 거의 ‘메탈 발라드집’을 방불케 한 앨범 <메탈리카>에 이어 5년 공백을 깨고 발표한 <로드>(Load)로는 당시의 록 조류인 얼터너티브 록 리프를 과감히 수용, 스래시 마니아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나중에는 “현재 바하 브람스를 비롯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은 하고싶은 바대로 음악을 하는 자유를 위해 팬들의 스래시 소아병(小兒病)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팬들이 자신들로부터 스래시만을 원하게 만든 이 작품을 과감하게 역사 속에 안치(安置)시켜버렸다. 이 앨범을 만든 후 진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메탈리카가 조정한 목표는 바로 ‘<마스터 오브 퍼피츠>로부터의 해방’이었다. (2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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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타이(slowthai) ‘TYRON’ (2021)

평가: 4/5

충격적인 데뷔였다. 2019년, 모국의 브렉시트 정책을 비판한 첫 번째 앨범 < Nothing Great About Britain >으로 오피셜 차트 9위를 차지한 슬로타이는 영국 악센트로 내뱉는 날것의 플로와 날카로운 정치적 메시지로 순식간에 대중과 평단의 이목을 끌었다. 다만 머큐리 프라이즈 시상식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의 잘린 목 모형을 흔들며 논란을 일으키는 등 주목도와 비례하는 기괴한 행보는 그를 비난할 구실이 되었고, 슬로타이는 자신을 차분하게 돌아볼 시간을 갖는다. 그의 본명을 내세우며 거칠었던 외면에 묻힌 내면을 드러낸 두 번째 정규 < TYRON >이다.

짜임새부터 눈에 들어온다. 대문자와 소문자로만 적힌 제목으로 확실하게 영역을 나눈 앨범은 그를 대표했던 스타일, 힙합과 그라임으로 꾸려진 CD 1로 시작한다. 긴박한 샘플의 반복과 묵직한 비트로 구성된 ’45 SMOKE’로 출발하는 슬로타이의 래핑은 곧 반주의 변화를 거쳐 광기를 표출하고 트랩이 가미되며 스켑타(Skepta)의 중독적인 훅이 지배하는 ‘CANCELLED’과 에이셉 라키(A$AP Rocky)의 ‘MAZZA’에서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VEX’ 이후부터 CD 2 이전까지의 흡인력이 대단하다. 트랙 ‘WOT’은 짧은 플레이 타임 속 잘게 나눠진 신시사이저와 톤 다운된 목소리로 낮게 깔린 분위기를 형성한 뒤 몰아치는 랩이 돈이 아닌 음악을 통해 영원히 살아남고 싶은 다짐을 밝히는 ‘DEAD’까지 이어진다. 초조하게 소셜미디어, 나태, 고정관념 등에 대한 반감을 쏟아내는 전개가 다소 지칠 수 있지만 < TYRON >의 첫 파트는 곡마다 변주를 통해 쉴 틈 없이 긴장을 유지한다.

팽팽하게 당겨진 앨범은 ‘PLAY WITH FIRE’의 경쾌한 총성으로 끊어진다. 느슨한 박자 위로 ‘부정에서 찾은 긍정’이란 기존의 그와 다른 화두를 던지며 다음 페이지를 암시하고 자연스럽게 ‘i tried’로 연결된다. 보컬 소스와 로파이로 전달하는 슬로타이의 개인적 기록은 불행한 과거를 ‘다른 곳에 집중’해 벗어난 경험 ‘focus’를 지나 유기성을 획득하며 CD 2의 전반적인 서사를 가꿔간다. 노샘프턴 출신 아티스트의 절대 순탄하지 않았던 생애는 ‘push’로부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항상 주변에 머무는 것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nhs’까지 더해 처절하지만 따뜻하게 청자를 감싼다. 고단한 재생의 과정이 부드럽게 마음에 스며든다.

참여진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도미닉 파이크와 덴젤 커리의 후렴이 매력적인 ‘terms’와 공동 프로듀서 돔 메이커(Dom Maker), 제임스 블레이크가 선사하는 세상을 떠난 동생에 대한 추모곡 ‘feel away’는 공간을 가득 채우는 앰비언트 사운드로 몽환적이다.

어느 때보다 편안하지만 결국 분노와 절규로 귀결되는 마지막 트랙 ‘adhd’가 < TYRON >을 요약한다. 위로와 울분 등 어쩌면 일관되지 못하고 양분된 감정이 혼란스럽지만 이 또한 규정지을 수 없는 슬로타이. 아니 인간 타이론의 순수한 형태이다. 결핍을 양분 삼아 뻗어가는 뿌리에 어떠한 설득도 필요하지 않다.

-수록곡-
CD 1
1. 45 SMOKE
2. CANCELLED (With Skepta)
3. MAZZA (With A$AP Rocky)
4. VEX
5. WOT
6. DEAD 
7. PLAY WITH FIRE 

CD 2
1. i tried 
2. focus
3. terms (Feat. Dominic Fike & Denzel Curry)
4. push (Feat. Deb Never)
5. nhs 
6. feel away (Feat. James Blake & Mount Kimbie)
7. ad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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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Sia) ‘Music'(2021)

평가: 3/5

시아의 활동 범위가 이제 영화로까지 이어진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개봉 예정이 없지만 자국인 호주에선 지난 1월 14일 공개돼 먼저 관객을 만났다. 영화 < Music >. 2007년 직접 쓴 단편 소설을 각색해 만든 뮤지컬 형식의 극으로 작품 속 10개의 사운드트랙 역시 시아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작년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고 회고한 그는 이 창작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다. 즉, 9번째 정규 음반이자 감독 데뷔작 < Music >에 영향받아 쓴 동명의 앨범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맺음’을 담당한다.

우선의 숨 고르기 앞서 음반의 얼개는 다소 헐겁다. 스스로 이 정규 음반을 단순한 사운드트랙이 아닌 스튜디오 음반이라 명명했으나 전체적인 흐름과 에너지가 전에 비할 것이 못 된다. ‘Chandelier’라는 그해 최고의 히트 싱글을 탄생시킨 < 1000 Forms Of Fear >(2014)의 강렬한 퍼포먼스나 다른 가수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곡들에 새 숨결을 불어 넣은 < This Is Acting >(2016)의 신선한 구성. 혹은 < Everyday Is Christmas >(2017)의 쫀득한 멜로디와 화려한 색감이 어딘지 모르게 부족하다.

앨범의 구심력을 끌어올 구성보단 각 곡의 인상에 더 힘을 쓴 기색이다. 말하자면 보너스 트랙을 포함한 14개의 곡은 각자 저마다의 굴곡을 가지고 있다. 수록곡이 모두 모여 하나의 파도를 만들기보단 잔잔한, 크고 작은 14개의 물결이 모였다. 영화 속 영상과 만났을 때 확실한 화력을 장착할 곡들은 선공개된 싱글 ‘Together’, ‘Hey boy’, ‘Courage to change’ 등을 제외하곤 부피가 크지 않다. 시아의 검증된 작사, 작곡 실력이 이번에도 대번 그 힘을 보여준다고 할지라도 곡 사이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미드 템포의 일렉트로 팝 ‘Eye to eye’와 피아노를 바탕으로 점점 웅장해지는 ‘Music’이 교차하여 재생될 때 수록곡은 각자도생하며 선명히 기억에 남는 건 꾹꾹 눌러 사운드를 꽉 채운 노래가 될 뿐이다.

얼마나 새로운 모습이 있는가, 혹은 얼마나 더 인상적인 모습이 있는 가란 질문의 답은 쉽지 않다. 확실한 건 기세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영국 가수 두아 리파와 함께 작업한 ‘Saved my life’, 쭉쭉 뻗어 나가는 가창이 일품인 ‘Floating through space’, 힙합 비트의 ‘Play dumb’ 등 여전히 그가 좋은 곡을 쓴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민은 다시 시작점에 놓인다. 비단 ‘사운드트랙’만이 아닌 정규 앨범은 ‘사운드트랙’이어야 설명될 수 있는 빈틈들이 많다. 거칠지만 갈라지지는 않는 시아의 목소리, 전매특허인 매끈한 선율들이 담겨있지만 음반 전체의 이어짐이 부족하다. 때문에 작품의 메시지 또한 성기게 흘러간다. 영화의 스토리 없이 존재하기엔 힘이 약하다.

– 수록곡 –
1. Together
2. Hey boy
3. Saved my life
4. Floating through space(Feat. David Guetta)
5. Eye to eye
6. Music
7. 1+1
8. Courage to change
9. Play dumb
10. Beautiful things can happen
11. Lie to me
12. Oblivion(Feat. Labrinth)
13. Miracle
14. Hey boy(Feat. Burna Boy) [Bonus 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