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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에스 걸스(U.S. Girls) ‘Bless This Mess’ (2023)

평가: 4/5

토론토에서 활동하는 미국인 메간 레미(Meghan Remy)의 원맨밴드 유에스 걸스의 작풍은 배경만큼 독특하다. 2008년 데뷔 앨범 < Introducing… >을 발표한 지 7년 만에 과거의 바우하우스와 콕토 트윈스, 현재의 빅 티프와 바티스 스트레인지를 아우르는 음악 레이블 4AD와 손잡았다. 4AD의 소속 뮤지션을 통해 역으로 유에스 걸스의 개성을 읽을 수 있다.

신보 < Bless This Mess >는 몸이 반응한다. 도입부의 차분함에서 리드미컬로 점핑하는 ‘Just space for light’와 복고적 일렉트로 팝 ‘So typically now’는 2018년 작 < In A Poem Limited >의 디스코/펑크(Funk) 기조를 잇는다. 시시각각 변동하는 악곡에서 흡사 뉴웨이브 밴드 얼터드 이미지스의 클레어 고르건이 떠오르는 메간 레미의 음색과 건반이 중추적이다.

4AD와의 계약 전 오픈릴 테이프를 활용한 소곡들과 달리 확대됐고, 팽창됐다. ‘Tux (your body fills me boo)’와 ‘So typically now’엔 독자성 감소와 소구력이 병존한다. 일장일단인 셈. 전작 < Heavy Light >(2020)의 진중함을 한결 걷어내 접근성을 높였다.

미국 국가 ‘The star-spangled spanner’를 연상하게 하는 하드 록 기타에 힙합 비트와 “Breathing in, breathing out”의 후렴구를 접붙인 ‘Futures bet’, 쌍둥이 임신의 수기(手記) ‘Pump’는 장르 혼종에 변용 필터까지 씌운 별난 곡들이다. 추상화보다 구상화에 가까운 사운드 콜라주로 거리감을 줄였다.

소리의 재미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즐거운 레코드다. 아날로그 질감과 현대적 사운드 이펙트를 바삐 오가며 연구자 적 성향을 입증하고, 확장된 소리망안에서도 전위적 면모가 유효하다. 대중에 한 걸음 다가선 < Bless This Mess > 속 유에스 걸스의 아우라는 < In A Poem Limited >의 그것과 다름 없다.

-수록곡-
1. Only Daedalus
2. Just space for light
3. Screen face (Feat. Michael Rault)
4. Futures bet
5. So typically now
6. Bless this mess
7. Tux (your body fills me, boo)
8. R.I.P. Roy G. Biv (Feat. Marker Starling)
9. St. James way
10. Pump (Feat. Alanna Stuart)
11. Outro (the let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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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스킨(Måneskin) ‘Rush!'(2023)

평가: 2.5/5

“록 그 폭발하는 젊음의 미학”이란 불멸의 타이틀이 모네스킨만큼 잘 어울리는 근래 밴드는 없다. 사운드는 ‘쎄’고, 의상은 화끈하며, 무대는 뜨겁다. 젠더 구분을 무너뜨린 스타일리쉬한 의상과 모든 규범에 반기를 들려는 듯 바삐 악기를 때리고, 소리를 지르는 이들에게 마음까진 몰라도 시선을 빼앗기는 건 시간문제다. 록스타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1999년에서 2001년 출생의 평균 연령이 낮은 그룹이지만 카리스마 있는 퍼포먼스가 베테랑급이다. 이게 이들의 한방이다. 2015년 로마에서 고등학생 시절 결성한 그룹이 2021년 유로비전 송테스트에서 우승하고, 2023년 그래미 시상식 신인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성장한 데에는 남부럽지 않은 무대 매너가 한몫했다. 에너지. 강렬한 록을 기반으로 공연장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이관하는 에너지는 단숨에 이들을 주목하게 만든다.

신보는 이러한 세간의 관심에 대한 영리한 화답이다. 2장의 정규 음반을 가득 채웠던 모국어 이탈리아어의 비중은 확연히 줄었고, 사운드 질감은 조금 더 ‘팝’스러워졌다. 강하게 밀어 부딪히던 과거와 달리 메인 선율에 공을 들인 기색이 역력하다. 히트곡 메이커 맥스 마틴이 프로듀서로, RATM의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가 수록곡 ‘Gossip’에 참여하며 힘을 보탠 것 역시 앨범 변화에 일조했다.

시작부터 ‘내 마음을 가지고 싶으냐’ 물으며 내달리는 ‘Own my mind’, 톤 다운된 록 발라드 ’Time zone’, 비장미 넘치는 펑키한 기타 연주와 후킹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Baby said’가 정신없이 교차한다. 곡 러닝타임도 짧아 앨범에 박진감이 넘친다. 자유분방한 외침과 너절하지 않은 가사. 음반명처럼 ‘Rush’한 서두름이 여기저기 용솟음친다.

이 치기의 끝에 ‘Bla bla bla’, ‘Kool kids’가 서 있다. 이 곡들은 에너지로 밀고 나가던 이들이 여기에 함몰 됐을 때 어떤 결과를 빚어내는가에 대한 나쁜 예다. 우크라이나 평화를 기원하며 코러스로 멋진 음악 감각을 보여주는 ‘Gasoline’이나 뇌쇄적 매력을 펄펄 풍기는 ‘Feel’이 메시지, 이미지적 측면에서 질 좋은 성과를 낸 데 반해, 상기한 노래를 비롯한 몇몇 곡은 껍데기만 있고 내용물이 없다.

그리하여 껍데기는 가라. 단타로 훅훅 선율을 내리꽂으며 부각한 음악 파워에 같은 농도로 호응하는 수록곡 부재에 틈이 생긴다. 농도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 관건은 여기에 있다.

– 수록곡 –
1. Own my mind
2. Gossip (Feat. Tom Morello)
3. Timezone
4. Blab la bla
5. Baby said
6. Gasoline
7. Feel
8. Don’t wanna sleep
9. Kool kids
10. If not for you
11. Read your diary
12. Mark chapman
13. La fine
14. Il dono della vita
15. Mammamia
16. Supermodel
17. The loneli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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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 루이스(SG Lewis) ‘Audiolust & Higherlove’ (2023)

평가: 3.5/5

복고주의가 공고해진 이상 방법론이 중요해졌다. 어떠한 프로덕션으로 이질감을 최소화하느냐가 소통의 열쇠. 모던과 레트로의 교차점을 꿰뚫은 SG 루이스는 29세 나이가 무색하게 노련하다.  과거의 음악을 현대화한 두 번째 정규 앨범 < Audiolust & Higherlove > 속 음파는 파도 위 서퍼처럼 자유롭고 감각적이다.

SG 루이스는 제시 웨어의 2020년 수작 < What’s Your Pleasure? >과 같은 해를 휩쓸었던 두아 리파의 < Future Nostalgia >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신보는 이들의 음악에서 보여줬던 댄서블한 디스코/하우스를 깊게 탐구했고 팝의 이름 아래 재단했던 음악적 모험을 풀어헤쳤다.

래퍼 채널 트레스(Channel Tres)와 알앤비 음악가 샬롯 데이 윌슨(Charlotte Day Wilson)이 참여한 ‘Fever dreamer’는 플로어의 달굼과 개인 감상으로 병용될 곡이다. 휴먼 리그의 1984년 작 ‘Louise’가 떠오르는 ‘Oh Laura’와 펫 샵 보이즈 풍의 속도감 넘치는 ‘Missing you’는 1980년대를 향한 헌사. 존재의 현시를 의미하는 ‘Epiphany’와 팔세토가 돋보이는 ‘Another life’ 등 디스코와 신스팝의 해협을 넘나드는 고품질 음향은 2021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 Times >를 상회한다.

소수자의 음악으로 시작했던 디스코는 비지스와 도나 섬머에 의해 세계를 제패했다. 원류와 그 모양은 다를지언정 2010년대의 캘빈 해리스, 2020년대의 두아 리파가 상업적 성공을 통해 장르 명맥을 이어갔다. 값싼 댄스 음악이라는 오명을 벗긴 쉭처럼 영국의 젊은 프로듀서는 2020년대 디스코의 작가주의를 선언했다.

-수록곡-
1. Intro
2. Infatuation
3. Holding on
4. Call on me
5. Oh Laura
6. Missing you
7. Another life
8. Fever dreamer
9. Epiphany
10. Lifetime
11. Palin sailing
12. Vibe like this (Feat. Ty Dolla Sign)
13. Different light
14. Something about your love
15. Hone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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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 팝(Iggy Pop) ‘Every Loser’ (2022)

평가: 3.5/5

그러고 보면 이기 팝의 옆엔 늘 조력자가 있었다. 무대 위 광기와 달리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옆에서 다독여줄 사람이 필요했다. 펑크의 원조 격인 스투지스의 걸작 < Raw Power >(1973)과 약물 문제를 딛고 다시 일어난 솔로 데뷔작 < The Idiot >(1977) 와 ‘The passenger’를 수록한 < Lust For Life >(1978)에서 ‘의인’ 데이비드 보위와 협업했다. 스투지스의 동료였던 기타리스트 제이슨 윌리엄슨과 후기 수작 < Post Pop Depression >(2016)을 프로듀스한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의 조쉬 하미가 인복의 사례다.

외형적 이미지에 기반해 거친 펑크(Punk) 일변도일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이기 팝은 실험적인 디스코그래피를 꾸려왔다. 아트 펑크 < The Idiot >과 블론디 멤버 크리스 스타인이 제작한 1982년 작 < Zombie Birdhouse >가 그 증거물. 재즈 풍 < Apres >(2012)와 아방가르드 록 < Free >(2019)와 달리 신작 < Every Loser >는 근작 중 가장 명확하고 대중 친화적이다. 앨범의 도입부 격인 ‘Frenzy’와 ‘Strung out Johnny’부터 ‘잘 들리는’ 록을 지향했고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New Atlantis’와 ‘Morning show’로 세기 조절도 확보했다.

중심엔 32세의 젊은 프로듀서 앤드류 와트가 있다. 5 세컨즈 오브 썸머와 마일리 사이러스 같은 동세대 팝 록과 더불어 오지 오스본의 < Patient Number 9 >(2022)과 에디 베더의 < Earthling >(2022)를 제작한 와트는 과거 록과 현대 팝을 겸비했다. 이기 팝이 1993년 작 < American Caesar >를 통해 이미 시도한 바 있는 하드 록, 그런지에 대중적 색채를 덧칠했고 생생한 사운드 질감으로 소구력을 높였다.

록계의 마당발답게 드림팀을 꾸렸다. 전(前)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기타리스트 조쉬 클링호퍼가 기타와 건반을 두루 연주하며 와트와 함께 중심축 역할을 수행했다. 건스 앤 로지스의 베이시스트 더프 맥케이건과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드러머 채드 스미스의 리듬 섹션은 ‘Modern day ripoff’으로 1980년대 하드록을 소환했고, 팝 펑크의 대들보 트래비스 바커가 참여한 ‘Neo punk’는 MZ 로커들에 뒤지지 않는 아드레날린이다. 오지 오스본의 < Patient Number 9 >과 에디 베더의 < Earthling >과 연주자 명단이 겹친다는 점에서 앤드류 와트의 섭외력을 감지한다.

스투지스의 프로토 펑크 고전 ‘I wanna be your dog’과 영화 < 트레인스포팅 >(1996)에 삽입되었던 ‘Lust for life’ 처럼 이기 팝의 음악엔 젊음이 흐른다. < Apres >(2012)와 < Free >(2019)의 진중함 너머 직선적 에너지를 그리워했던 팬들에게 < Every Loser >는 선물로 다가온다. 칠십오 세 이기 팝은 연로하지 않았다.

-수록곡-
1.Frenzy
2.Strung out Johnny
3.New atlantis
4.Modern day ripoff
5.Morning show
6.The news for Andy (interlude)
7.Neo punk
8.All the way down
9.Comments
10.My animus (interlude)
11.The reg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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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SZA) ‘SOS’ (2022)

평가: 3.5/5

장르 혼합을 시도하는 뮤지션은 많지만 온전히 자기 색채를 내는건 다른 문제다. 알앤비와 힙합, 록을 경유하는 음악적 취향은 장르 별 전문가의 조력으로 깊이감을 얻었고, 중심에 로파이 질감과 감각적인 가창이 있다. 켄드릭 라마와 함께한 < 블랙 팬서 > 삽입곡 ‘All the stars’와 도자 캣 공전의 히트송 ‘Kiss me more’로 각인된 싱어송라이터 시저의 소포모어 작 < SOS >는 아티스트의 성장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뭐라 딱 꼬집을 수 없는 사운드는 블렌딩의 결과다. 버라이어티 지 이제이 팰러니건(EJ Palanigan)의 ‘Varied Palette’란 표현처럼 드넓은 백지에 물감을 풀어헤친다. 자유로운 붓터치는 베이비페이스와 베니 블랑코를 비롯한 특급 프로듀서의 지도편달 아래 안정감을 구축했다. 돈 톨리버(Don Toliver)와 공연한 ‘Used’로 알앤비/힙합의 본진을 사수한 후 ‘Ghost in the machie’에서 피비 브리저스의 몽환성을 끌어안는다. 웰메이드 알앤비 앨범 < Ctrl >에 비해 확장된 사운드스케이프로 5년의 담금질을 공인했다.

근 3년의 작업 기간으로 트랙 수가 늘어났으나 3분 내외로 잘 다져진 곡들이 고루하지 않다. 인디 록을 도입한 ‘F2f’와 어쿠스틱한 ‘Nobody gets me’의 일관된 사운드 프로덕션은 통일감을 확보했고 곡의 마법이 아쉬워질 때쯤 ‘I hate you’와 ‘Good days’ 같은 기존 싱글과 등장한다. 베이스를 강조한 세번째 싱글 ‘Shirt’도 흡인력 있다.

웰메이드 알앤비 앨범 < Ctrl >에 이어 ‘Hit different’과 ‘Good days’ 같은 탁월한 싱글로 독자성을 획득했지만 < SOS >의 시사점은 남다르다. 녹진하고 진솔한 가사와 아날로그와 모던이 혼재하는 사운드로 스무개 트랙은 순도가 높고 자기주도권으로 메인스트림과 마니아 사이를 유연하게 줄타기한다. ‘세대의 재능’이라는 피치포크 에디터 줄리안 에스코베도 셰퍼드(Julianne Escobedo Shepherd)의 표현에 어울릴 법한 행보다.

-수록곡-
1.Sos
2.Kill Bill
3.Seek & destroy
4.Low
5.Love language
6.Blind
7.Used (Feat. Don Toliver)
8.Snooze
9.Notice me
10.Gone girl
11.Smoking on my ex pack
12.Ghost in the machine (Feat. Phoebe Bridgers)
13.F2f
14.Nobody gets me
15.Conceited
16.Special
17.Too late
18.Far
19.Shirt
20.Open arms (Feat. Travis Scott)
21.I hate u
22.Good days
23.Forgiveless (Feat. Ol’ Dirty Bast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