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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Midnights’ (2022)

평가: 3.5/5

실로 야심 차다. 깊이 있는 포크 음악으로 작품성을 인정 받았던 < folklore >와 인디 록의 풍모를 지닌 < evermore >로 2020년을 휩쓸더니 다음 해엔 십 대 시절 발표했던 < Fearless >와 중기를 대표하는 앨범 < Red >를 테일러의 버전(Taylor’s Version)이란 부제를 달아 재발매했다. 10분이 넘는 ‘All too well (10 minute version)’은 자기 주도를 향한 일종의 선언. 감정에 관한 서사와 그에 상응하는 사운드로 콘셉트 앨범 적 성향이 짙은 신보 또한 장르의 스펙트럼과 음악적 깊이가 병존한다.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세 차례 받은 현재진행형 전설의 10번째 정규 앨범 < Midnights >이 그려낸 푸른 가을밤엔 고독과 몽환이 맴돈다. 전반적으로 어쿠스틱한 < folklore >와 < evermore >와 달리 1980년대의 신스팝을 토대로 칠 아웃과 드림 팝의 영역까지 뻗어나갔지만 때로 기악의 비중이 목소리를 압도했던 과거의 전자음악과 달리 가창의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

복고적인 사운드가 앨범 전체에 감돈다. 전자음의 무드 조성으로 라운지 뮤직의 성격을 띄지만, 레니 크라비츠의 딸로도 잘 알려진 배우 겸 뮤지션 조 크라비츠(Zoe Kravitz)의 코러스가 빛나는 ‘Lavender haze’와 과거 지향적 리듬 트랙의 ‘Anti-hero’가 흡인력 있다. 신시사이저의 너른 활용으로 한밤의 블루(Blue)를 그려냄과 동시에 직전 작품들과의 대비 효과도 모색했다.

특유의 가감 없는 표현법은 신보에도 적용된다. 만남과 이별의 여과물은 ‘나는 요즘 복수를 위해 화려하게 치장해(Lately I’ve been dressing for revenge)’라는 ‘Vigilante shit’과 디스 송 ‘Karma’처럼 직설적으로 드러나지만, 힙스터 여왕 라나 델 레이와 공연한 ‘Snow on the beach’처럼 허공에 부유하기도 한다. 어두운 앨범 안에서 ‘You’re on your own, kid’와 ‘Bejeweled’는 테일러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선사한다.

영혼의 단짝인 그룹 펀 출신 프로듀서 잭 안토노프와 지향점이 명확한 사운드를 구축했고 해당 장르의 소화력을 증명했다. 준수한 트랙들의 연속에도 테일러의 이름이 내거는 보편성이 장르의 심연에 가닿지 못해 신스팝 걸작으로 칭하기 망설여지나 아티스트의 긍정적 자의식과 야망을 다시금 목도한다.

-수록곡-
1. Lavender haze
2. Maroon
3. Anti-hero
4. Snow on the beach (Feat. Lana Del Rey)
5. You’re on your own, kid
6. Midnight rain
7. Question…?
8. Vigilante shit
9. Bejeweled
10. Labyrinth
11. Karma
12. Sweet nothing
13. Master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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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스(Pixies) ‘Doggerel’ (2022)

평가: 3/5

1988년부터 1991년까지 픽시스는 절륜했다. 이 시기에 내놓은 넉 장의 스튜디오 앨범 < Surfer Rosa >(1988), < Doolittle >(1989), < Bossanova >(1990), < Trompe le Monde >(1991)는 미국 인디록의 보석으로 남았다. 사나운 소리에 아름다운 선율을 버무린 이들의 음악은 청춘과 공명했고 예술성에 고취된 마니아들까지 사로잡았다.

무려 23년의 공백을 갖고 2014년에 발표한 < Indie Cindy >는 전성기 파괴력에 못 미칠지언정 밴드의 구심점 블랙 프랜시스(Black Francis)의 저력을 확인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듯 꾸준한 음반 발매로 얼터너티브 록의 자존심을 지켜가는 이들은 영국의 록 듀오 로열 블러드와 작업했던 젊은 프로듀서 톰 달거티와 2016년 작 < Head Carriers >와 2019년 작  < Beneath The Eyrie >에 이어 신작 < Doggerel >을 합작했다.

‘Debaser’와 ‘Velouria’ 의 파괴력을 억하는 이들에게 신작은 밋밋하지만, 작금의 픽시스는 지난 시절의 분노를 성찰로 풀어낸다. 엉터리 시(Doggerel)이라는 음반 제목처럼 특유의 난해한 노랫말이 가득하나 잘 다듬은 사운드와 편곡으로 변화를 타진한다. 황량한 분위기에 빔 벤더스(Wim Wenderrs)의 영화가 그려지는 ‘Thunder and lightning’ 속  ‘일단 그게 사라지고 나면 조수와 달이 함께 간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이교도 남자여 당신은 멀리 떨어져 있노라니(Once it’s gone you’ll know, tides and moons go, pagan man, you re miles away)’처럼 가사는 문학적이고 함축적이다.

픽시스는 분명 블랙 프랜시스의 팀이지만 훗날 얼터너티브 록 밴드 브리더스(The Breeders)를 이끄는 베이시스트 겸 보컬 킴 딜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었고 ‘Gigantic’과 ‘Silver’와 같은 대표곡에 발자취를 남겼다. < Head Carriers >부터 본격적으로 밴드에 승선한 새 여성 멤버 파즈 렌찬틴(Paz Lenchantin)은 딜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룰 뿐만 아니라 ‘Vault of heaven’, ‘You’re such a saduccee’같은 펑크(Punk), 하드록 사이에 발랄한 코러스를 흩뿌렸다.

한 곳에 매몰되지 않고 감정의 여러 부면을 아우르는 블랙 프랜시스만의 능력은 가사와 사운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신보도 얼터너티브 록의 틀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 첫인상을 강하게 심는 ‘Nomatterday’와 전성기의 흔적을 드리운 펑크(Punk) 록 ‘There’s a moon’, 나른한 기타 톤과 아프리칸 퍼커션이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Doggerel’가 다채로운 사운드스케이프를 확립했다.

블랙 프랜시스로부터 발현하는 밴드 특유의 냉소적인 톤은 여전하나 사운드스케이프의 전환을 꾀한다는 점에서 프로듀서 톰 달거티와의 동행은 실로 새롭다. 날선 펑크에 팝 록을 더한 2016년 작 < Head Carriers >와 고딕 록을 품었던 2018년도 음반 < Beneath The Eyrie >에 이은 여덟 번째 정규 앨범 < Doggerel >은 풍성한 편곡과 감성적인 사운드로 어쩌면 그간 닿지 못했던 신대륙에 기착한다. 그토록 혁명적이었던 픽시스는 사반세기를 지나 부드러움과 낭만의 세계에 진입했다.

-수록곡-
1.Nomatterday
2.Vault of heaen
3.Dregs of the wine
4.Haunted house
5.Get simulated
6.The lord has come back today
7.Thunder and lightning
8.There’s a moon on
9.Pagan man
10.Who’s more sorry now?
11.You’re such a sadducee
12.Dogger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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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XCX(Charli XCX) ‘Crash’ (2022)

평가: 3.5/5

늘 두 발짝 앞서 있던 팝의 선구자가 갑작스레 한 발짝 후퇴를 선택했다. 레트로 유행에 편승한 ‘Good ones’, 같은 팬덤을 공유하는 크리스틴 앤 더 퀸즈와 캐롤라인 폴라첵을 대동하여 드림팀을 꾸린 ‘New shapes’, 그리고 밈으로 유명한 ‘Cry for you’를 샘플링한 ‘Beg for you’까지. 남녀노소 과거로 뛰어들던 흐름에 동참하면서 인터넷 문화까지 노골적으로 겨냥한 행보는 자연스레 단어 하나를 떠오르게 만든다. ‘셀아웃(Sell out, 변절자)’.

여기까지가 정확하게 < Crash >가 의도한 그림이다. 대형 레이블에서의 마지막 음반을 위해 그는 ‘악마와의 계약’을 콘셉트로 잡고 상업성을 최상위 목표로 둔 이상적인 팝스타의 틀에 자신을 맞췄다. 싱글을 공개할 때마다 일일이 동봉한 개별 아트워크와 뮤직비디오, 리믹스 없이 새 트랙으로만 채운 디럭스 버전은 2010년대 초중반 가수들의 성실했던 앨범 활동을 그리워하는 팝 키덜트들의 아쉬움을 채워준다.

내실 있는 음악 덕분에 일련의 전략은 허위 광고에 그치지 않는다. 2019년 < Charli >의 첫 트랙 ‘Next level Charli’를 닮은 도입부에서 뉴 잭 스윙으로의 반전을 꾀하는 오프너 ‘Crash’는 화려한 기타 솔로를 추가하며 짜릿함을 극한으로 충전하고, ‘Good ones’는 유리스믹스의 ‘Sweet dreams (are made of this)’의 베이스라인을 재해석하면서도 날카로운 가성을 덧입혀 본인만의 색채를 뚜렷하게 새긴다. 성공을 위해 복고 트렌드를 이용은 하되 결코 몰개성적으로 휩쓸리지는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 Crash >는 그의 지난 음악 세계를 집대성하는 요약본이기도 하다. 데뷔작 < True Romance >의 어두움을 흡수한 ‘Lighting’에서는 완전히 체화된 하이퍼 팝의 리듬을 발견할 수 있다. 끈적한 1980년대풍 베이스의 ‘Yuck’으로는 사랑에 흠뻑 취한 가사를 그려내며 2014년 히트곡 ‘Boom clap’의 달콤한 추억을 되살리기도 한다. 스스로가 거쳐온 자취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뮤지션만이 만들 수 있는 커리어 1막의 훌륭한 피날레다.

명성을 안겨다 준 하이퍼팝에 ‘죽음’을 선포하며 시체가 놓인 관을 두고 군무를 췄던 ‘Good ones’의 뮤직비디오처럼, 찰리 XCX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거대 자본의 기회를 전격 활용해 소박한 마이너 스타로 만족하기보다 타락한 팝의 하수인으로 부활하기를 택했다. 타협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온 방면에서 끌어모은 노력은 팬들의 열렬한 지지와 함께 첫 번째 영국 앨범차트 1위라는 영예를 그에게 안겼다. 거래는 성공했고, 장례식은 축제가 되었다.

– 수록곡 –
1. Crash (추천)
2. New shapes (Feat. Christine and the Queens & Caroline Polachek)
3. Good ones (추천)
4. Constant repeat
5. Beg for you (Feat. Rina Sawayama)
6. Move me
7. Baby (추천)
8. Lightning (추천)

9. Every rule
10. Yuck (추천)
11. Used to know me
12. Tw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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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셀(Soft Cell) ‘Happiness Not Included'(2022)

평가: 3.5/5

1981년 발표한 데뷔작 < Non Stop Erotic Cabaret >는 앨범커버부터 음악까지 섹슈얼한 이미지로 가득했고 미국 소울 여가수 글로리아 존스의 곡을 커버한 ‘Tainted love’와 ‘Bedsitter’ 등의 히트곡을 배출하며 1980년대를 대표하는 신스팝 앨범으로 부상했다. 보컬 마크 알몬드와 연주자 데이비드 볼로 이뤄진 소프트 셀은 비록 데뷔작을 뛰어넘지 못했지만 1980년대에 발표한 넉 장의 정규 앨범으로 신스팝 역사에 이름을 각인했다. 2002년 18년 만의 복귀작 < Cruelty Without Beauty >를 내놓은 이들은 또 한 번 긴 시간을 지나 신작 < Happiness Is Not Included >로 돌아왔다.

중후해진 알몬드의 목소리는 주제 의식에 힘을 실었다. 소프트 셀 이후 활동이 미비했던 볼과 달리 알몬드의 디스코그래피는 < Stories Of Johny >(1985)와 < The Stars We Are >(1988)같은 아트 팝 수작을 포함 정규 앨범만 25장에 달한다. 전천후 뮤지션인 알몬드지만 소프트 셀 시절엔 볼의 기악에 얹은 가창과 가사에 집중했고 그 작업 방식은 이번 앨범에도 적용되었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다. ‘Hearts like a Chernobyl’과 ‘Bruise on all my illusions’는 사회 풍자로 가득하고 타이틀곡 ‘Happiness is not included’는 “영국은 노예 제도와 부당이득으로 세워졌다”라며 직설한다. 마음의 횃불(Torch)을 켜 타락한 사랑(Tainted love)을 나누던 혈기 왕성과 대비되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했다.

캐치한 멜로디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동양적 선율을 품은 클럽용 뱅어 ‘Nostalgia machine’과 1981년 히트곡 ‘Memorabilia’와 흡사한 ‘Polaroid’는 볼의 감각을 입증했다. 펫 샵 보이스가 참여한 ‘Purple zone’은 두 그룹의 개성을 적절히 혼합했고 폴 매카트니, 티나 터너와 협업했던 세션 연주자 게리 바너클의 색소폰은 차분한 전개의 ‘Light sleepers’에서 돋보인다.

< Happiness Not Included >는 전작 < Cruelty Without Beauty >와 마찬가지로 복고적인 신시사이저 음향을 지향했고 매끄러운 곡 전개와 또렷한 선율은 스타일과 무관한 흡인력을 지녔다. 6장의 정규 앨범을 관류하는 사운드적 연속성은 40년의 세월에도 퇴색치 않았다. 뇌쇄적인 목소리로 성(Sex)을 노래하던 두 청년은 환갑이 넘어 다른 목소리, 다른 주제로 1980년대 신스팝의 향수를 자극했다.

-수록곡-
1. Happy happy happy
2. Polaroid
3. Bruises on all my illusions
4. Purple zone (With. Pet Shop Boys)
5. Heart like Chernobyl
6. Light sleepers
7. Happiness not included
8. Nostalgia machine
9. Nighthawks
10. I’m not a friend of god
11. Tranquiliser
12. New e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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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 슬론(Sasha Sloan) ‘I Blame The World'(2022)

평가: 3/5

시작은 조력자였다. 시카고 출신 디제이 케스케이드를 시작으로 스티브 아오키, 그레이 등 EDM 뮤지션들에게 곡을 제공했던 사샤 슬론은 카밀라 카베요, 존 레전드로 장르 폭을 넓혔다. 2017년 EP < Sad News >로 싱어송라이터의 직함도 얻었고 2020년 첫 번째 정규 앨범 < Only Child >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팬데믹을 거쳐 2년 만에 나온 신작 < I Blame The World >는 조력자 이미지를 걷어냈다.

‘Sad Pop’. 샌프란시스코의 라디오 방송 KYLD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음악을 규정했고 이번 앨범에도 어두움이 관류하지만 지독한 우울로 빠지진 않는다.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라는 가사로 비관주의를 투영한 ‘I blame the world’와 선공개 싱글 ‘Wtf’는 가사와 상반되는 밝은 사운드를 지녔다. 그녀의 뿌리인 러시아 동토에 본거지 로스앤젤레스의 햇살이 내려앉은 듯한, 마냥 어둡지 않지만 밝다고 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리얼 악기와 전자 음향은 절제된 프로듀싱 아래 조화롭고, 좁은 음역의 가창은 답답함 대신 소곤소곤 공감대를 쌓았다. 미니멀한 사운드가 외려 담담한 울림을 주는 ‘One trick phony’와 어쿠스틱 질감의 ‘Hardest thing I’ve ever done’이 가창의 매력을 드러내며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뜻하는 뉴노멀, 지구온난화 같은 용어를 곡명으로 활용하는 재치도 보였다. 근원적 불안감을 노래하는 기조는 2년 전 발표한 정규 1집 < Only Child >와 비슷하나 조금 더 템포감 있는 팝 록이 주를 이룬다.

‘어찌하여 이토록 많은 아픔을 품었을까?’ 삶이 궁금해지는 음악은 세상이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라고 말해주지만 슬픔의 연합은 희망으로 피어난다. 마음 따스한 염세주의자 사샤 슬론은 ‘너만 그런 게 아니야’라고 손을 내밀고 < I Blame The World >는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도약대다.

-수록곡-
1. Intro
2. I blame the world
3. Adult
4. Live laugh love
5. Thank you
6. Wtf
7. New normal
8. Global warming
9. I h8 myself
10. One trick phony
11. Hardest thing I’ve ever d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