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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존(SAINt JHN) ‘Roses'(2020)

평가: 2/5

2019년 비욘세의 < The Lion King : The Gift > 속 ‘Brown skin girl’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린 세인트 존이 자신의 음악을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탑 5에 올렸다. 2016년 첫 발매 후 2018년 1집 < Collection One >에 실은 ‘Roses’는 무거운 힙합 비트가 특징이지만 2019년 말부터 인기를 끌어온 노래는 따로 있다. 장르를 하우스로 바꾼 ‘Roses(Imanbek Remix)’가 그 주인공이다. 릴 나스 엑스의 ‘Old town road’와 지코의 ‘아무노래’에서 보이듯 이 곡 또한 영상 전문 SNS 틱톡의 덕이 크다. 원곡의 트랩 사운드보다 리믹스의 반전 구간만이 배경음악으로 유행한 반쪽짜리 히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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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베이비(Lil Baby) ‘The bigger picture’

평가: 3.5/5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수많은 아티스트가 그를 추모하는 목소리를 냈고 릴 베이비 역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컨셔스 랩을 발표해 빌보드 싱글 차트 3위에 올랐다. 미국 애틀랜타 출신 래퍼인 그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흑백의 문제가 아닌 그 이상의 것, 즉 사는 방식 자체의 문제임을 우리에게 외친다.

극단적, 배타적 태도를 보이며 갈등을 심화하려는 이들이 등장하는 상황 속에서도 그는 ‘모든 유색 인종이 바보는 아냐, 백인들 모두가 인종 차별주의자는 아니지’라며 치우치지 않는 시선으로 사태를 읽어낸다. 스산한 트랩 비트에 특유의 멈블 랩을 얹어 그만의 스타일을 보여준 것도 주목할 부분. 영향력 있는 뮤지션이 어떤 태도로 음악을 해야 하는지를 넌지시 알려주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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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Beyoncé) ‘Black Parade’ (2020)

제임스 브라운 및 숱한 블랙 뮤직의 전설들도 그러했듯, ‘Formation’과 역사적인 코첼라 페스티벌로 21세기 블랙 프라이드의 정점을 기록한 비욘세 역시 최근에는 화려한 무대를 뒤로 하고 < 라이온 킹 > 실사 영화 사운드트랙 < The Gift >를 통해 ‘아프리카로 돌아가자’의 기치를 내거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미국을 뒤덮은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LivesMatter) 운동을 격려하며 준틴스(Juneteenth) 명절에 기습 공개한 행진가 ‘Black parade’도 그 기조 위에 있다. 

비욘세는 홀로 걷지 않는다. 검은 대륙의 신성한 바오밥나무, ‘마더랜드’의 영혼들과 전통 밴드, ‘황금왕’ 만사 무사와 마틴 루터 킹, 말콤 엑스부터 커티스 메이필드 같은 미대륙의 영웅들이 플루트와 호른 세션으로 빚은 전통의 리듬 위 묵직한 베이스 리프로 만든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는다. 코로나19 감염과 공권력의 야만적인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거리로 나선 모든 이들에게 찬사를 바치는 비욘세의 행렬은 ‘블랙 프라우드(Black Proud)’ 그 자체를 상징한다. 7월 31일 공개 예정인 ‘블랙 이즈 킹(Black Is King)’을 위한 전초전 역할도 겸한다. 

자부심 넘치는 멋진 곡임은 분명 하나 ‘Formation’ 이후 강성 일변도로 나아가는 비욘세의 세계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이 부른 분노 이면의 허탈감과 무기력까지 응시한 앤더슨 팩의 ‘Lockdown’이 현실과 더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현시대 가장 원대한 이상을 품고 있는 비욘세에게도 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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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나인(6ix9ine) ‘GOOBA’

영양가 없는, 자극적인 콘텐츠 그 자체다. 사운드나 가사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단세포 뇌에서 떠오르는 대로 내뱉으며 유아적인 자아를 자랑스럽게 내비친다. 강한 트랩 비트 위로 스크리밍하듯 랩 하는 모습이 영감이 아닌 폭력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다름 아닌 식스나인 본인의 행보 때문. 2019년 뉴욕의 폭력갱단 나인 트레이 블러드 (Nine Trey Blood)에서 활동한 혐의로 재판을 받을 당시, 자신은 오직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해 갱에 가입했고, 모든 문제아적 행동이 돈을 벌기 위한 연기였다고 진술하며 자신의 래퍼 페르소나 전체를 부정했다. 해당 재판의 형량이 코로나바이러스 특별사면으로 줄어들어 가택 연금에서 해제되자마자 다른 ‘관심종자’들을 비난하며 자신이 ‘영향력 그 자체’임을 주장하는 뻔뻔함이 가증스럽다. 세상에는 다른 좋은 음악이 충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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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No Time To Die’(2020)

평가: 3.5/5

빌리 아일리시 현상을 논할 때 흔히 그의 읊조리는 보컬은 과감한 스타일, 몽환과 우울의 정서에 가려 간과되곤 한다. 편견에 일일이 답하는 대신 제62회 그래미 어워드에서의 ‘When the party’s over’ 무대로 모두를 ‘입 닫게’한 빌리는 오는 4월 개봉할 새로운 007 영화 < 노 타임 투 다이 >의 주제가로 쐐기를 박는다. 

오빠 피니어스가 건반을 통해 한 발자국씩 어둠으로의 발걸음을 디디면, 빌리 아일리시가 체념과 우울 대신 배신에의 분노와 결연한 다짐의 선명함으로 불을 밝힌다. 여느 때보다 선명한 목소리는 탄탄할뿐더러 그 감정의 깊이는 심연과 같다. 침실에서 녹음된 남매의 음울함은 웅장한 오케스트라 세션과도 자연스러운 궁합을 뽐낸다. 

007 시리즈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주제가를 부른 가수라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빌리와 피니어스는 분명 이 시대가 원하는 목소리와 감성을 가졌고, ‘No time to die’는 그것이 고전의 문법에도 유효함을 증명하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