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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ash of the Year 2022

Splash of the Year : 한 해를 조각내 음악 신의 주목해 볼 사건을 뽑는 이즘 내 연례행사.

명쾌하게 정리하기 힘든 1년이 지나갔다. 코로나19를 딛고 일어난 국내 문화계가 서서히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동시에 안타까운 사건 사고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음악은 계속되고 삶은 흘러가니까.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한 스플래시와 함께 2022년 가요계를 돌아본다.

배신 또는 오해, 표절 논란
시작은 유희열이었다. ‘생활음악’ 프로젝트로 발표한 ‘아주 사적인 밤’이 류이치 사카모토의 ‘Aqua’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관련 의혹이 빠른 속도로 불거졌다. 그가 작곡한 성시경의 ‘Happy birthday to you’, < 무한도전 > 가요제 프로젝트 곡인 ‘Please don’t go my girl’ 등도 연이어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후에도 이무진 등 여러 뮤지션에게 표절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2022년 상반기는 여러모로 시끄러웠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레퍼런스’나 정확하게 판정할 수 없는 문제라는 반론도 곳곳에서 등장했고, 논란을 조회수 삼으려는 각종 유튜브 채널이 다소 억지 프레임을 씌우는 현상도 나타났다. 예술의 특성상 문제를 깔끔하게 종결하긴 힘든 노릇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표절’이라는 키워드가 모두의 의식 속에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드디어 돌아온 페스티벌과 공연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공연 문화가 서서히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언택트 공연 등 대체 수단이 등장했지만 현장의 맛을 대신할 수는 없는 법. 서울 재즈 페스티벌부터 인천 펜타포트, 부산 록 페스티벌 등 각종 행사가 개최되었고, 빌리 아일리시와 잭 화이트를 비롯해 여러 굵직한 뮤지션의 공연도 이뤄졌다. 풀리지 않은 규제로 마스크의 답답함은 있었으나 열정과 사랑으로 극복한 순간이었다. 아직은 완전한 정상화를 위한 예열과 시동 단계일 테지만, 억눌렀던 마음만큼 열기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트렌드의 중심이 된 1990년대
2010년대 초중반부터 시작된 1980년대 신스팝과 디스코, 펑크(Funk) 열풍은 2020년대 본격적인 폭발을 통해 국내에도 유입되었다. 변화를 촉발한 것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팝 펑크(Pop Punk)다. 2021년 블링크 182의 드러머 트래비스 바커를 주축으로 영미권의 머신 건 켈리,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이 이끈 장르의 재부흥을 K팝 또한 재빠르게 수용했다.

태연의 ‘Can’t control myself’와 최예나의 ‘Smiley’, 우즈(WOODZ)의 ‘난 너 없이’ 등이 강렬한 기타 사운드와 더불어 이모(Emo) 감성을 일부 벤치마킹한 비주얼을 내세웠다. 정점은 단연 (여자)아이들의 ‘Tomboy’. 앨라니스 모리셋 등 록 여성 뮤지션의 정신을 받아들여 매혹적인 팝 선율, 거침없는 펑크(Punk)의 태도를 모두 끌어안았다. 음원에는 삭제된 욕설까지 함께 소리치던 대학 축제 풍경은 화끈함의 극치였다.

가지는 다른 곳으로도 뻗어나갔다. 아이브의 ‘After like’는 댄스 음악 장르인 하우스 리듬을 기반 삼았고, 뉴진스의 ‘Attention’과 ‘Cookie’는 비슷한 시기의 힙합과 알앤비 장르를 채택했다. 큰 유행이 된 Y2K 콘셉트를 여러 팀이 전격 채택한 것은 덤. 윤하의 ‘사건이 지평선’이 역주행한 원인도 비슷하다. 일본 애니메이션 오프닝을 연상케 하는 아련한 분위기가 2000년대 초 TV 만화 채널을 추억하는 젊은 층의 향수를 자극한 것이다. 1990년대생의 문화가 차츰 향수의 대상으로 편입되고 있는 현상을 음악에서도 목격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마인드 셋, 거장의 귀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적어도 음악에서는 그렇다. 베테랑 뮤지션들이 돌아오면서 오랜 세월 쌓은 관록만큼이나 식지 않은 에너지로 대중을 놀라게 했다. 먼저 꾸준한 바이닐과 시티팝 유행에 힘입어 5월에는 빛과 소금이 26년 만에 새 정규 앨범 < Here We Go >를 발표했다. ‘공유’의 시대를 거슬러 음악을 ‘소유’하려는 자연적인 수요와 맞닿은 점에서 의미가 깊다. 송골매 또한 ‘열망’ 콘서트로 전국을 누비며 기성세대 못지않게 젊은 세대까지 관객석으로 초대했다. 7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11월 인천 공연까지 성행하며 곳곳에서 환호성이 이어졌다.

방송 업계에서도 컴백은 이어졌다. KBS의 < 불후의 명곡 >이 2012년 은퇴 선언을 했던 패티김을 초청해 3부에 걸쳐 특집을 꾸렸고, 그 또한 무대에 올랐다. 이미자 또한 TV조선의 러브콜을 받아 데뷔 63주년 기념 특별 공연을 개최했고, MBN의 트로트 프로그램에서는 심수봉을 심사위원으로 캐스팅하기도 했다.

그리고 역시 ‘가왕’은 ‘가왕’. 조용필이 스무 번째 정규 앨범의 예고편으로 신곡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을 선보인 데에 이어 KSPO 돔에서 밴드 위대한 탄생과 함께 압도적인 규모의 콘서트를 개최했다. 전혀 늙지 않은 음악으로 돌아온 그, ‘영원한 오빠’ 수식어는 2020년대에도 공고했다. ‘물리적 나이보다 마인드 셋이 중요’해진 오늘날의 새로운 가치를 느껴본다. 어찌 보면 키워드는 ‘귀환’이 아니라 ‘소통’이다.

여성 아이돌 르네상스
엠넷 < 프로듀스 > 시리즈의 성공 이후 여러 그룹이 팀 단위보다는 개별 멤버 위주의 팬덤 구축과 세계화에 힘을 서서히 쏟기 시작했다. 쉽게 읽히지 않는 ‘세계관’과 가끔 난해하기도 한 콘셉트에 여성 아이돌이 예전만큼 대중적 지지를 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흐름을 깨고 돌아온 2022년 걸그룹 르네상스는 그래서 더욱 반갑다.

‘Love dive’와 ‘After like’를 연속 히트시킨 아이브가 선두 주자로 올라선 가운데 같은 아이즈원 파생 그룹 르세라핌은 데뷔 초 여러 논란을 딛고 ‘Antifragile’을 흥행에 성공시키며 재빠르게 입지를 굳혔다. 남다른 방식으로 첫선을 보인 뉴진스 또한 ‘Attention’과 ‘Hype boy’로 동시에 돌풍을 일으키며 대세 자리를 놓고 전투를 벌였다. 스테이씨의 ‘Run 2 u’, 있지의 ‘Sneakers’, (여자)아이들의 ‘Tomboy’와 ‘Nxde’ 등 신세대 걸그룹의 치열한 각축전으로 바쁜 1년이었다.

선배들도 만만치 않았다. 레드벨벳이 ‘Feel my rhythm’으로 클래식 샘플링 트렌드를 이끌며 여전한 저력을 보여준 한편 블랙핑크는 미국과 영국 앨범 차트 1위에 모두 올라 글로벌 시장 점령을 이어 나갔다. 트와이스의 나연은 숏폼 플랫폼에서 안무 챌린지를 적극 활용해 첫 솔로 싱글 ‘Pop!’을 화려하게 터뜨렸다. ‘Forever 1’으로 15주년을 풍성하게 기념했던 소녀시대와 7년 만에 다시 모인 카라까지, 신예들과 익숙한 이름의 공존에 2022년 K팝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에 반해 타겟층이 일반 대중에서 구매력이 높은 팬덤으로 많이 기울어진 남성 아이돌은 상대적으로 싱글 차트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물론 각종 콘텐츠의 범람으로 소비자층이 세분화됨에 따라 ‘국민가수’나 ‘국민가요’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고, 애초에 보이그룹의 목표가 공연이나 음반으로 옮겨간 지도 오래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보이그룹의 목소리가 예전처럼 거리에서 울려 퍼지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꺾이지 않는 장기 지배, 힙합 정권 40년
얼마 전, 요즘 초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이 걸그룹 안무를 따라 한다면 남학생들은 지코의 ‘새삥’ 챌린지에 열심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국내 음악 시장에서 힙합이 이제 하나의 별종이 아니라 굳건한 주요 장르가 되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올해 무려 열한 번째 시즌을 방영 중인 < 쇼미더머니 >와 여러 밴드가 나선 경연 프로그램 <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 >의 시청률 차이만 봐도 명확하다. 해외 못지않게 국내에서도 주도권은 힙합에게 완전히 넘어왔다.

1980년대 중반 국내에 처음 알려진 이후로 서태지와 아이들을 타고 본격 유입을 겪은 힙합/알앤비는 40여 년 동안 꾸준히 자리를 넓히며 세력을 키웠다. 비오의 ‘Love me’, 빅 나티의 ‘정이라고 하자’, 그리고 크러쉬의 ‘Rush hour’ 등 차트에는 아직도 여러 히트곡이 포진해 있다. 록 페스티벌의 부활 사이 함께 돌아온 대구 힙합 페스티벌까지, 어느덧 익숙해진 힙합 강국의 면모다.

BTS 병역 논란
엄밀히 말하면 ‘가요’계 사건은 아니지만, 방탄소년단의 병역 문제가 올 한 해 계속해서 화두에 올랐다. 국위선양의 공로를 높게 사 병역 면제를 논하는 입장과 형평성을 거론하며 반대하는 측의 논쟁이 활발히 벌어지며 일반 대중에게도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유승준과 MC몽 등 남성 뮤지션의 입대 문제로 여러 차례 논란을 겪었기에 어쩔 수 없이 떠오른 문제였다.

사안은 결국 방탄소년단의 입대로 끝을 맺었다. 맏형인 진이 12월 13일 최전방인 연천 지역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것. 같은 날 솔로곡의 가사가 도마 위에 올랐던 멤버 슈가는 어깨 수술을 근거로 공익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멤버들의 계획은 아직 미정이나 그룹 활동의 중단 이후 여러 멤버가 솔로 음반을 발표하면서 개인 커리어를 확장해가는 중이다.

다른 예술/체육 분야의 병역 특례와 엮이며 제도 자체의 존폐 여부까지 나왔던 주제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풀리지 않는 숙제를 끄집어냈다. 성별과 세대 갈등까지 연결되는 두 글자, ‘군대’. 그러나 병역이 아직까지 ‘의무’인 국가에서 이를 일종의 ‘형벌’의 차원으로 보는 시선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 100분 토론 > 임진모 평론가의 말처럼, ‘대중에게서 기억되고, 인정과 사랑을 받는 것이 가장 큰 특혜’ 아닐까.

사각지대 속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아티스트 착취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최근 뉴스에서 떠오른 헤드라인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먼저 11인조 보이그룹 오메가엑스의 갑질 피해 소식이었다. 소속사 대표에게 멤버들이 폭행당했다는 사실이 해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려졌고, 이후 온갖 피해 내역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성희롱부터 시작해 코로나19 감염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으로 무대를 섰다는 사실, 온갖 폭언과 협박 내역이 밝혀졌다.

‘내 여자라니까’로 데뷔해 한때 ‘국민 남동생’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던 이승기 또한 소속사 후크 엔터테인먼트에게서 음원 수익을 전혀 정산받지 못한 사실이 언론에 드러났다. ‘적자 가수’라는 비하 발언을 했던 대표는 현재 수익 횡령 의혹까지 불거졌다. 상황이 채 식기도 전에 이번에는 한창 여러 방송에서 활약 중인 가수 츄가 소속 그룹 이달의 소녀에서 강제로 퇴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큰 물의를 일으켰던 연예인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중립적인 언어로 계약 해지 사실을 밝혔던 여러 선례에 비하면 ‘제명’과 같은 언어를 사용한 블록베리 엔터테인먼트의 글은 다소 악의적으로 보인다. 소속사의 입장문이 주변인들의 증언으로 반박되며 나머지 이달의 소녀 멤버들이 계약 해지 소송에 들어갔다는 소문도 퍼진 사이, 1월로 예정된 그룹의 컴백 소식이 갑작스레 공개되어 혼란을 야기했다.

한때 범람했던 가요계 계약 문제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음악과 뮤지션이 돈의 논리에 의해 지나치게 좌지우지되는 모습은 착잡함을 안긴다. 정녕 음악이 순수한 존재로 남을 수는 없을까, 바란다면 너무 비현실적인 것일까. 다가오는 2023년에는 조금 더 깨끗하고 공정한 음악 산업 소식이 많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본다.

이미지 편집: 정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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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올해의 팝 싱글

유난히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한 해다. 예상치 못 한 고지 점령과 아슬아슬한 추격전, 그리고 통쾌한 정상 탈환까지. 주연과 각본이 쉴 새 없이 바뀌며 반전의 반전을 이룩하던 1년간의 드라마는 어느덧 막을 내렸다. 그 크레딧을 천천히 살펴보며, 차트 내외곽에서 활약을 펼친 그 영광의 10곡을 소개하려 한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As it was’

새 출발 이후 곧바로 그룹 시절과의 단절을 완수한 해리 스타일스는 올해 ‘As it was’로 완연한 대세에 올라섰다. 자국인 영국에서는 10주 동안 1위를 차지했고, 미국 빌보드 핫 100 싱글 차트의 정상에서는 무려 15주 동안 군림하며 통산 4위의 기록을 세운 것. 심지어 솔로 아티스트로는 최장기간이다. 봄부터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앨범 제목 < Harry’s House >처럼 1위 자리를 마치 그의 집처럼 드나든 셈이다.

비결은 ‘무자극’이었다. 1980년대 뉴웨이브부터 요즘 인디 록까지 다양한 재료와 향신료를 한데 넣고 섞어, 따뜻하게 속을 데워주는 깔끔한 수프 같은 곡을 완성했다. 그 중심에 놓인 기름기를 쫙 뺀 해리 스타일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노래를 찾게 만드는 정겨운 맛을 내줬다. 정점을 찍은 인기와 물오른 실력이 엇갈리지 않고 동시에 만난 흔하지 않은 케이스다. 그러니 연기로의 외도보다는 음악에 집중해주시길. (한성현)

스티브 레이시(Steve Lacy) ‘Bad habit’

강단 있는 알앤비 록스타가 승리를 쟁취한 방법은 무엇일까. SNS, 챌린지, 차트 줄 세우기, 밈, 방송 등 노래의 성공적인 대중화를 위해 각종 플랫폼으로 홍보에 열을 올리는 작금의 시대에서 그가 선택한 방식은 당연하게도 ‘음악’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만을 좇는 ‘나쁜 습관’에 영원히 지속 가능한 음악으로 일갈을 가한다.

소울 그룹 인터넷의 멤버로 시작해 켄드릭 라마 등 이름난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일찍이 실력을 인정 받아 2022년 정상에 올랐다. 오롯이 음악만을 생각한 뚝심의 결과. 트렌드의 부정을 역설(力說)했지만, 역설(逆說)적이게도 스티브 레이시는 스스로 유행의 최전선에 섰다. 아무리 급변하는 세상이라도 좋은 음악은 살아남는다. (임동엽)

원리퍼블릭(OneRepublic) ‘I ain’t worried’

초기 히트 공식을 반복한 작법에 따라붙은 자기복제 꼬리표, 그에 따른 평가 절하에도 걱정 따위는 없었다. 폭넓은 장르 도입 너머 보편적 송라이팅을 최우선으로 추구했던 원리퍼블릭의 정성이 다시금 결실을 거둔다. 놀라울 만큼 쉽고 선명하다. 부단한 담금질의 산물인 생생한 멜로디를 연료 삼아 ‘I ain’t worried’는 37년 만에 개봉한 속편 < 탑 건 : 매버릭 >에 탑승해 스크린을 넘어 박스 오피스와 음악 차트 상공을 쾌속 비행했다.

원리퍼블릭의 ‘탑 건` 라이언 테더의 탁월한 프로듀싱 역량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중적 흡인력을 갖춘 록 선율과 경쾌한 휘파람 사운드를 끌어온 샘플링 기법, 공간감을 연출한 편곡까지 엘리트 조종사의 날 선 감각이 올해 절정에 달했다. 시리즈를 상징하는 사운드트랙 ‘Take my breath away’와 ‘Danger zone’의 아성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신흥 클래식 넘버. 찬사와 홀대를 양득하며 쌓아온 노하우가 결정적 한 방을 터뜨렸다. (김성욱)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The heart part 5’

켄드릭 라마는 음악의 사회적 기능을 믿는다. 밥 딜런과 보노의 궤를 잇는 흑인 사회운동가는 < Good Kid, M.A.A.D City >(2012)와 < To Pimp A Butterfly >(2015), < Damn >(2017)의 명반 퍼레이드로 평단의 찬사를 독식했고 랩 뮤직의 시초격인 소울 뮤지션 질 스콧 헤론(Gil Scott-Heron)과 퍼블릭 에너미가 주도했던 폴리티컬 힙합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의 파급력을 다시금 공고하게 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 Mr. Morale & The Big Steppers >의 프로모션 싱글 ‘The heart part 5’는 자전적 특성을 담은 ‘The heart’ 시리즈의 5번째 순서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사회의식이 강했던 선배 가수 마빈 게이의 1976년 작 ‘I want you’를 샘플링해 재즈와 펑크(Funk)적 색채가 다분하며 반복적인 리듬 아래 선언문과도 같은 언어를 채웠다. 분노와 일갈을 억누른 랩은 냉소적 시선을 견지해 더욱 날카롭고 성찰적이다. 딥페이크 기술로 화제가 된 뮤직비디오는 로스앤젤레스의 흑인 공동체를 위해 힘썼던 래퍼 닙시 허슬(Nipsey Hussle)과 살인 사건에 휘말렸던 전 미식축구 선수 오제이 심슨(OJ Simpson),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윌 스미스 등 6인의 표상으로 흑인의 삶을 아울렀고 갱 문화를 비롯한 흑인 사회의 그릇된 방향성에 사랑만이 해결법(I want you)임을 제시했다. (염동교)

도자 캣(Doja Cat) ‘Vegas’

도자 캣의 공세는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여러 히트곡을 배출한 2021년 < Planet Her >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아티스트는 영화 < 엘비스 >의 부름을 받아 입지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10위까지 올라간 ‘Vegas’는 전쟁터 같은 힙합 세계에서 도자 캣이 이제 슈퍼 루키를 넘어 독보적인 주연에 등극했음을 알린다.

전기 영화다 보니 트렌디한 힙합 사운드의 사용은 키워드만 보면 어색할지도 모른다. 작품에서 ‘Hound dog’의 원곡자 빅 마마 손튼(Big Mama Thornton) 역을 맡은 숀카 두쿠레(Shonka Dukureh)의 목소리를 샘플링한 영민한 비트와 후렴이 일말의 괴리감을 메꾼다. 시대와 인종의 장벽을 넘은 무대 위, 매서운 전달력과 흥겨운 싱잉 랩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래퍼의 실력도 역시 굳건하다. 복고 추세로도 모자라 옛 명곡의 적극적인 차용이 주류로 올라선 오늘날의 흐름 가운데 특히 빛나는 곡이다. (한성현)

덴젤 커리(Denzel Curry) ‘Walkin’

덴젤 커리가 2023 그래미 어워드 힙합 부문 후보에 이의를 제기했다. 자신의 음반을 포함해 올 한해 호평을 받았던 앨범들을 명단에서 제외한 데에 불만을 토로한 것. 어리광으로 치부될 수 있는 발언이지만 그에게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 Ta13oo >(2018), < Zuu >(2019) 등의 탄탄한 디스코그래피로 제이 콜, 켄드릭 라마 이후의 컨셔스 래퍼 선두 주자 타이틀을 노리는 그가 이번엔 < Melt My Eyez See Your Future >로 제대로 역량을 터뜨렸다.

그 중 ‘Walkin’은 단연 베스트 트랙이다. 부조리한 세상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을 가사에 담아 역설적으로 불합리한 사회를 고발한다. 정통 붐뱁에서 하이햇과 함께 트랩으로 변주하는 사운드, 그에 맞춰 플로우를 바꾸는 랩은 무거운 주제를 전달하면서 일말의 지루함도 허락하지 않는다. 켄드릭 라마의 ‘The heart part 5’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흑인 커뮤니티에 자극을 주며 어느 때보다 눈에 띄는 도약을 만들어냈다. 덴젤의 ‘Walkin’이 올해를 대표할 자격은 충분하다. (백종권)

푸샤 티(Pusha T) ‘Diet coke’

드레이크는 앨범을 (훨씬) 더 많이 팔았다. 릴 베이비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더 많은 노래를 빌보드 차트에 올렸다. 2022년 현재 힙합 신에서 푸샤 티보다 잘 팔리고 인기 있는 래퍼는 많다. 그러나 ‘Diet coke’에서 그의 랩을 듣는다면, 선정을 납득할 것이다.

일로매진(一路邁進)의 승리다. 노래는 그의 바위처럼 단단한 태도와 모든 음악적 특징을 압축한다. 맹수처럼 사나운 랩, 랩에 집중할 여유를 넉넉히 주는 반복되는 비트, 마약상의 경험에서 비롯된 공격적인 텍스트까지. 프로듀서 에이티에잇 키스(88-keys)가 18년 전 만들어 카니예 웨스트와 새로 손본 비트는 빈티지한 느낌을 물씬 자아내고 여기서 래퍼의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자신감과 여유가 넘친다. 축소, 경량화, 단발성이 득세한 힙합 신에서 이런 묵직하고 정직한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있는 래퍼는 많지 않다. 이게 기록이나 수치적 성적을 떠나, 푸샤 티가 항상 승리하는 이유다. (이홍현)

리조(Lizzo) ‘About damn time’

여성을 대표한 뮤지션은 많다. 1980년대 이후 마돈나가 줄곧 여성의 섹스(욕구)를 거침없이 발화 하고 레이디 가가는 ‘태어난 대로 살자’며 ‘Born this way’를 열창, 여성을 넘어 소수자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약간 결이 다르긴 하지만 메간 더 스탈리온, 도자 캣, 카디 비 등의 음악가는 자신의 ‘바디’를 음악적 어필 포인트로, 서슴없이 자기 과시를 행하는 중이다.

리조 역시 여성을 대표하고 자신을 과시한다. 하지만 그는 그간 다뤄지지 않았던 ‘몸’에 주목, ‘몸 긍정주의(Body Positive)’를 이끈다. 그를 이 분야의 대명사로 만든 앨범 < Cuz I Love You >가 그랬듯 이 곡도 몸의 두께와 상관없이 ‘음악은 키우고 조명은 낮추며’ 신나게 즐기자고 말한다. 1980년대 펑크/디스코 사운드를 골자로 트레이드 마크인 플루트 선율을 담은 점 또한 과거와 맥을 맞춘다. 이 연속성이 반복됨에도 올해 팝은 또다시 리조로 집약이다. 왜? 곡이 가진 독보적이고 힘 있는 메시지 덕분. 시대가 변하지 않는 한 그의 바디 찬가는 계속해서 시대를 대표할 것이다. (박수진)

수단 아카이브(Sudan Archives) ‘Selfish soul’

기록은 오직 인간에게만 허락된 신성한 행위다. 이 뜻깊은 작업을 활동명에 새겨 넣은 뮤지션 수단 아카이브는 방대한 음악 자료 수집을 통해 깨우친 가치를 단 2분 22초 안에 압축했다. 둥둥거리는 베이스로 맥이 뛰기 시작한 트랙은 소울 가득한 목소리, 가스펠 풍의 백 보컬, 그리고 박수 소리에 맞춰 그 박동을 빠르게 이어가고 이내 북동 아프리카의 바이올린과 조우하며 경쾌한 대비를 이룬다. 말미에는 짧은 랩까지 가미해 투철한 실험 정신과 장르를 끌어안는 포용성을 두루 발휘한다.

흑인 음악을 집대성한 만큼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그들의 공동체 의식을 투영한다. 각기 다른 헤어스타일을 소재로 풀어낸 노랫말은 그 형태와 색깔, 질감으로 다양성 존중을 피력하고, 흑인 여성들과 촬영한 뮤직비디오에서 수단 아카이브는 몸소 삭발과 핑크색 가발 쓴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주장에 힘을 싣는다. 흥미로운 ‘내용’, 간결하고도 짜임새 있는 ‘구조’, 여기에 사회를 관통하는 ‘맥락’까지. 기록의 3요소를 완벽히 충족한 현대식 민족음악 아래 새로운 무도회의 여왕이 탄생했다. (정다열)

엔칸토(Encanto) ‘We don’t talk about Bruno’

대중, 시장, 평단의 예상 밖 일치된 환대였다. 차차차 리듬을 내건 살사 음악은 친숙해서 신선하지 않고 가볍게 흘러 평가대상에서 밀려날 듯했다. 실제로 영화 OST를 쓴 작곡가 린 마누엘 미란다도 아카데미상 후보로 딴 곡을 제시했을 만큼 이 곡은 주변의 비핵심 트랙으로 간주되었다. 가수들도 영화 캐릭터의 보이스를 맡은 생소한 인물들이어서 대표곡 지위를 부여하지 않았음이 명백했고 왠지 여럿이 합창하는 곡에 승부를 걸지 않는 디즈니의 규범에도 부합하지 못했다.

반면 대중들은 이 야유적 어투의 쾌활한 아우성에 적극적 갈채를 건네면서 명곡은 범람했어도 디즈니에게 부재했던 빌보드 넘버원 싱글이란 나름의 영예를 안겼다. 무려 5주간 1위였다. (영국은 7주간) 진부할 수 있는 떼창은 오랜만에 접하는 완벽한 앙상블로 해석되어 코로나 시대에 갈구된 가족가치를 일깨우며 선전했다. 유머의 기민성, 가족 모두를 비추는 공평과 다양성, 굿 바이브레이션 사운드 그리고 미스터리 터치가 어우러진 한편의 완벽 크로스오버! 2022년을 사랑스럽게 했다.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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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올해의 가요 싱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2022년의 한국을 관통하는 슬로건이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던 코로나도 조금씩 걷히기 시작한 지금, 그간 꺾이지 않고 재도약을 위해 숨죽이고 있던 음악계는 그 여느 때보다 강한 자생 의지를 드러내며 움츠린 어깨를 펴고 있다. 숨겨둔 화력을 마음껏 뿜어내며 유독 따스함이 감돈 올해, 그 뜨거운 열기를 일조한 가요 10곡을 선정했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아이브 ‘Love dive’

남자 아이돌이 일대 부진의 늪에 빠진, 걸그룹 천하에서 아이브는 경쟁자들의 선풍적 인기몰이나 사회적 트렌드 세팅은 아니었어도 선례가 없을 독자적 표현프레임을 구축하며 웅비했다. 토대는 대중가요에서 거부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곡’ 흡수력의 부각. 가사를 빼도 이야기가 잡힐 정도의 ‘사운드 스토리텔링’을 구현해낸, 변화무쌍하고 벅찬 기승전결 구성이 그 시작이었다. 순식간에 인식의 단계가 인정의 단계로 점프하면서 한해 내내 음반과 음원의 폭발적 호응이 둘러쌌다.

부단한 가사 전달의 노고, 고저가 교차하는 보컬의 분발, 동시대 곡 어디에도 부재한 어두움(다크 팝?)은 비장함마저 피워 올렸고 열다섯-스물의 풋풋한 하이틴들임에도 30대들마저 끌어들이는 윗세대 소구력도 뿜어댔다. 그 어떤 포장과 퍼포먼스보다는 우선 곡이 양질이어야 한다는 음악 예술의 보편이성과 오랜 성공도식을 환기시켰다. ‘괴물’ 신인에 의한 ‘정상’가동이라는 비대칭의 지혜를 일깨우며 ‘올해의 신인’을 단박에 ‘올해의 아티스트’로까지 밀어 올린 ‘올해의 노래’!! (임진모)

크러쉬 ‘Rush hour’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올 한해 크러쉬의 ‘Rush hour’ 챌린지에 동참한 연예인을 줄 세운다면 운동장 한 바퀴는 거뜬할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유튜브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인플루언서까지 더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다. 제이홉이라는 슈퍼스타의 지원 사격, 제대 후 첫 복귀라는 화제성 등 그 파급의 진원을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승리의 근거는 완성도 있는 음악이다.

이토록 강렬한 크러쉬의 펑크(Funk)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정규 음반이 고요한 새벽에 내면을 들여다봤던 < From Midnight To Sunrise >이고 입대 직전에 발매했던 EP가 아련한 사랑 테마의 < With Her >임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방향 전환이다. 꾸준히 업템포의 리듬으로 고취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안무를 추는 크러쉬라니. 단순 바이럴을 위한 곡이 아닌 기악 요소의 적절한 배치와 매끄러운 변주, 이미 여러 번 검증을 마친 보컬의 유려한 콜라주이다. 컴백과 동시에 한 해를 대표할만한 노래를 완성했다. (백종권)

뉴진스 ‘Attention’

뉴진스(New Jeans)의 ‘New’라는 단어에 K팝에 반향을 일으키겠다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전복의 대상은 구세대부터 동세대까지 아우르되 모순은 직관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뉴트로, 하이틴 등 최신의 키워드를 거침없이 전면에 내세우며 입체적인 방식으로 차별성을 피력한다. 이미지적으로는 Y2K 감성의 피처폰, 고전 포털 사이트 등 2000년대 대표 청소년 문화가 현대의 생활양식에 자연스럽게 섞였고, 음악적으로는 1990년대 뉴 잭 스윙과 하우스 리듬을 현대적으로 믹싱한 비트에 다시 1990년대 알앤비의 향취를 얹었다.

그럼에도 미니멀하다. 다섯 명의 보컬이 하나의 음을 투과하여 화음을 이루는 코러스 외에는 멜로디를 최소화하고 10대 멤버들은 2030세대의 청소년기 문화를 위화감 없이 즐기며 청춘의 아름다움을 여과 없이 전달한다. 노스탤지어와 선구안의 결합은 관성적인 새로움으론 꿰뚫을 수 없는 대중의 잠재된 갈망을 자극했다. ‘민희진 걸그룹’이라는 기대와 부담을 환호로 맞바꿀 뿐만 아니라 본질적인 접근으로 현재 K팝 기획의 고착화된 패러다임을 뒤흔들었다. (정수민)

보수동쿨러, 해서웨이 ‘월드투어’

오늘날 인디의 근거지는 홍대가 아니다. 세이수미의 범지구적 활약을 거쳐 인디의 메카로 떠오른 부산은 검은잎들, 소음발광 등의 괴물 신인과 각양각색의 작업물을 내놓으며 독자적인 로컬 신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그중에서도 한 작은 클럽에서의 지연(知緣)으로 시작해 서로의 대표작과 지역색을 합한 지연(地緣) 앨범으로 돌아온 두 밴드,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는 부산 밴드 명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제의 아티스트다.

그 합작의 서막을 여는 ‘월드투어’는 올해의 발견이다. 딸깍거리고 자글거리며 각자의 톤을 자랑하는 기타는 광활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낭만의 로드 트립을 펼치고, 혼성 보컬을 자연스레 포갠 합창은 대가족의 ‘혈연’까지도 넘보는 듯하다. 8년 전,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캐러밴’이 밟은 서툰 글래스톤베리행 초행길이 떠오른다. 그때와 달리 홍대와 부산, 더 나아가 세계로까지 뻗어가며 발전을 거듭한 한국의 인디. 이제는 거짓이 아니게 된 ‘세계진출’과 그 소박한 염원과 설렘,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 있어도 / 다정한 친구가 되는 거야’라는 따뜻한 코멘트에는 오랜 인디 팬들이 경유할 수 있는 감동과 헌사가 담긴다. (장준환)

(여자)아이들 ‘Tomboy’

멤버 수진이 탈퇴하고 흔들리는 상황에서 발표한 ‘Tomboy’는 이전 노래들과는 달랐지만 (여자)아이들을 걸그룹 최상위 포식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위기에서 공개한 ‘Tomboy’가 국민 히트곡이 된 아이러니는 우여곡절이 많은 우리 인생과 닮았다.

다른 그룹들이 뭄바톤 비트를 바탕으로 한 제3세계 리듬과 드롭, 트랩 스타일을 탐닉할 때 (여자)아이들은 20여 년 전에 유행한 팝 펑크로 자신들의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어렵지 않은 안무와 쉬운 주요 멜로디가 히트 공식의 기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Tomboy’는 2022년 최고의 히트곡이다. 반대의견은 있을 수 없다. (소승근)

비오 ‘Love me’

‘Counting stars / 밤하늘에 펄’, 2021년 힙합계에 새로운 별이 떴다. < 슈퍼스타K >를 넘어 국내 대표 음악 경연으로 자리 잡은 < 쇼미더머니 >의 10번째 시리즈를 통해 화려하게 비상한 주역, 그가 바로 비오다. 단숨에 블루칩으로 떠올라 레드벨벳의 슬기, 소유 등 대중 음악 곳곳에 소리를 남기며 노래하듯 랩 하는 싱잉랩(Melodic rap)의 유행 속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저스틴 비버와 더 키드 라로이의 ‘Stay’를 닮은 비트 위에서 부드러운 톤으로 매끄러운 랩을 펼치며 자신의 매력을 온전히 발휘한다. ‘Counting stars’에 이어 에픽하이를 연상케 하는 멜로디 감각도 확실하게 돋보인다. 이런 젊고 유능한 뮤지션이 끊임없이 나오는 곳이 여기 대한민국 K-힙합 신(Scene)이다. 쇼미(< 쇼미더머니 >) 10년이 강산은 못 바꿔도 음악이 흐르는 물길은 바꿔버렸다. (임동엽)

빅 나티 ‘정이라고 하자 (Feat. 십센치)’

그리움을 완결된 추억으로 만들기 위해선 스스로 납득할 만한 단어로 그 마음을 정확하게 포착해야 한다. 빅 나티와 십센치는 그들의 식어버린 기억을 ‘정이라고 하자’고 말하며 감정을 똑바로 직시했을 때 생기는 어떤 미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사무치는 이별을 주제로 한 가사는 차트에 이미 가득하기에 관계의 세심한 극복을 다룬 이 곡이 크게 사랑받은 건 반가운 일이다.

적은 수의 코드와 귀에 쉽게 들어오는 멜로디라는 타율 높은 상업적 전략에 터 잡아 유행의 최전선을 달린 스타일의 흑인 음악 터치를 더했다. 대중의 마음을 선명하게 볼 줄 아는 가수들의 조합이라 곡의 내부 요소 간 앙상블도 적절하다. 빅 나티의 선율감이 도드라지는 보컬, 십센치의 언제나 풋풋한 감성, 그리고 따뜻한 어쿠스틱 편곡이 조화를 이룬다. 이보다 듣기 편한 곡을 상상하기 힘들다. (김호현)

윤하 ‘사건의 지평선’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던 어린 혜성은 방향을 잃고 궤도를 이탈했다. 그럼에도 윤하는 고독히 ‘우리’를 중심으로 공전했다. 간결하게 귀를 사로잡는 최근 트렌드와 정반대로 5분이란 시간 동안 숨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록 사운드의 ‘사건의 지평선’은 절대 흔들리지 않고 간직한 그의 음악 세계로 쌓아 올린 견고한 우주였다. 사건의 지평선 내부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도 외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표류했던 과거로부터 보낸 구조 신호가 마침내 두꺼운 경계를 뚫고 몇 광년을 거쳐 지금 도달했다.

굴곡진 인생을 말미암아 굵게 새긴 서사는 재개된 축제의 열기를 타고 울려 퍼져 거대한 필연처럼 대중의 마음과 감응한다. 희망은 언제나 곁에 머문다. 주변을 잠식한 절망은 분명 두텁지만, 그보다 밝은 빛이 존재하기에. 산전수전을 겪고도 포기하지 않았던 아티스트의 긍정적인 목소리가 명확한 지침서가 되어 모두를 내일로 이끌기 시작한다. 이에 윤하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손기호)

한로로 ‘입춘’

눈이 녹아 비가 되기 직전의 찰나, 새 출발을 알리는 봄이 본디 그러하듯 모든 시작엔 추위와 온기가 동시에 서려 있다. 갓 첫걸음을 내디딘 아리따운 스물셋 소녀 한로로 역시 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마주한다.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인사를 건네줘요’, 자신의 발화(發花)를 기록하기 위한 곡이라 밝힌 데뷔 싱글 ‘입춘’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한 설렘과 불안을 노래한다.

복잡한 속사정은 여리다가도 폭발하는 호흡 끝에 담겨 있다. 마음 녹여줄 누군가를 기다리던 목소리는 따스한 기타에 포개지며 피어날 준비를 마쳤고, 드럼이 꽃봉오리를 두드리는 순간 목청을 높여 작은 바람이 간절한 열망으로 피어오르게 한다. 간주를 장식한 일렉트릭 기타 솔로는 감정선을 더욱 극적으로 이끌어내고 직후의 가창에선 성대와 음을 살짝 비틀며 가슴을 냉랭히 찢어발긴다. 꽃놀이의 화사함으로 기억하던 계절의 현실은 차디찼지만 굳건한 뿌리의 민들레는 시들지 않았다. 오늘을 넘어 다가올 내일에 용기의 홀씨를 흩뿌린 올해 최고의 청춘 송가. (정다열)

조용필 ‘찰나’

한국대중음악사와 함께 걸어온 발걸음의 무게와 다르게 청춘처럼 산뜻한 ‘가왕’의 복귀다. < Hello >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조용필은 자신을 사랑한 이들이 빠져든, 그리고 빠져들 ‘찰나’를 조각하여 모두가 함께할 추억을 현재에 새겨 넣었다. 물론 2022년을 대표하는 자리에 거장의 이름을 올려둔 것은 역사적 가치나 명망에 따른 전관예우의 혜택은 아니다. 기대감을 늘 확신으로 뒤바꿔온 도전정신, 몇 번이고 격변한 시대와의 호흡 등 완숙해질수록 더 치열해지는 그 오랜 노력에 보내는 찬사다.

영원한 열정을 쏟아부었을 ‘찰나’ 역시 칭호에 걸맞게 절륜하면서도,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도하다. 도시의 밤공기를 머금은 듯 활기찬 록 선율과 옅게 흩뿌리는 코러스가 각자의 자리에서 화려하게 반짝이고, 그 가운데 환희에 찬 보컬이 유려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관록을 뿜어낸다. 갈고닦은 재료들이 단방향의 선율로 매끄럽게 조합되어 모든 세대의 귀를 만족시킬만한 트랙이 탄생했다. 정규 20집으로 향하는 왕도, 그 첫걸음에 울려 퍼진 행진곡은 역시 단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손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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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싱어송라이터 16인/16곡

격세지감. “21세기 대중 음악 신은 여성이 호령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성 뮤지션들의 위세가 대단하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 빌리 아일리시와 올리비아 로드리고 같은 대형 스타들의 군웅할거는 남성 뮤지션의 이름이 빼곡했던 1960~70년대 빌보드 차트를 전복했다. 그간 억눌러왔던 재능을 터트리듯 대중음악계의 우먼파워는 사기충천한다.

리스트에 오른 20세기 여성 싱어송라이터 16인은 남성 지배적인 대중음악계에서 직접 곡과 가사를 쓰고 노래까지 부르며 음악적 주도권을 확립했고 ‘자아를 음률(音律)로 표현한다’라는 아티스트의 본질을 이뤄냈다. 후배 여성 뮤지션들은 이들을 보며 음악의 꿈을 키웠고, 용기 낼 수 있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선각자와 계승자의 명곡 중 자작곡 혹은 공동 작곡에 해당하는 열여섯 작품을 골랐다.

조니 미첼 ‘Both sides now’ (1969)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디제이 배철수는 조니 미첼을 가장 위대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꼽았다. 60여 년에 걸친 포크와 록, 재즈를 아우르는 음악적 변화와 사상과 감정을 고스란히 반영한 노랫말은 싱어송라이터의 기준을 정립했다. 포크 록 걸작 < Clouds >와 그녀를 대표하기에 이른 < Blue >, 본격적으로 재즈 퓨전을 시도했던 1970년대 중반의 < Hejira >와 더불어 실험적인 신스팝 앨범 < Dog Eat Dog >까지 미첼은 정체(停滯)를 거부했다.

‘Send in the clowns’로 유명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주디 콜린스가 1967년 미첼의 자작곡 ‘Both sides now’를 취입해 빌보드 핫100 8위까지 오르며 선전했고 미첼은 본인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 Clouds >의 마지막 트랙으로 이 곡을 택했다. 소설가 솔 벨로의 < Henderson And The Rain King >에서 영감을 얻은 이 곡의 키워드는 구름이며 앨범 제목과도 연결된다. 고통 속에 아름다움이 깃든 삶의 양면성을 노래하는 이 곡은 시적 언어의 정수다. 최근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 코다 >의 중심 테마로 젊은 팬들에 가닿았고 미첼은 최근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후배 브랜디 칼라일과 이 노래를 불러 감동을 안겼다.

캐롤 킹 ‘It’s too late’ (1971)
최고의 여성 작곡가를 단언하기 어렵지만 캐롤 킹은 후보로 첫손에 꼽힐만하다. 전 남편 제리 고핀과 콤비로 더 셔를스(The Shirelles)의 ‘Will you love me tomorrow’ 리틀 에바(Little Eva)의 ‘The loco-motion’ 같은 명곡을 쏟아냈던 그녀는 1971년 명반 < Tapestry >로 작곡가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영역을 확장했다. ‘I feel the earth move’ 제임스 테일러와 입을 맞춘 ‘You’ve got a friend’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 같은 완벽한 팝송들로 채워진 이 앨범은 1972년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 수상으로 방점을 찍었다.

여자가 내리는 이별 선고는 시대를 고려하면 급진적이다. 작사가 토니 스턴(Toni Stern)은 ‘Fire and rain’의 제임스 테일러와 킹의 짧은 로맨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킹이 직접 연주한 피아노와 커티스 에이미(Curtis Amy)의 색소폰이 재즈를 덧칠하고 빈틈없는 선율이 대중성과 영속성을 움켜쥐었다. 당당한 여성상을 높이 산 롤링 스톤은 이 곡을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500곡 중 하나로 선정했다.

칼리 사이먼 ‘You’re so vain’ (1972)
커다란 입과 두툼한 입술이 인상적인 가수 칼리 사이먼의 가사지엔 진솔한 감정 표현이 가득하다. 1970년대에 걸쳐 꾸준히 히트곡을 발표해온 그녀는 전남편 제임스 테일러와 듀엣으로 부른 ‘Mockingbird’, 블루 아이드 소울 뮤지션 마이클 맥도널드와 함께한 ‘You belong to me’ 등 남성 뮤지션들과 좋은 합을 보여줬다. 빌보드 핫100 2위를 기록한 <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의 주제가 ‘Nobody does it better’도 대표곡이다.

“당신은 허영심 넘쳐요, 당신도 이 노래가 자신을 말하는 걸 알죠? 정녕 모르시나요?”라는 구절이 남자들의 가슴을 쿡쿡 찔렀고 사이먼은 할리우드 스타 워렌 비티를 세 명의 당사자 중 하나로 지목했다. 도입부의 꿈틀대는 베이스 연주는 비틀스의 멤버들과 협연했던 독일 출신 클라우스 부어만(Klaus Voorman)의 솜씨고 피아노는 사이먼이 직접 연주했다. 크레디트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숨길 수 없는 음색 덕에 대부분 팬이 믹 재거의 백업 보컬을 알아챘다. 사이먼의 유일한 빌보드 핫100 1위 곡인 ‘You’re so vain’은 2021년 롤링 스톤지가 선정한 500대 명곡에서 495위를 차지하며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돌리 파튼 ‘Jolene’ (1974)
자선 단체 뮤지케어스(MusiCares)의 2021년 콘서트는 돌리 파튼 트리뷰트로 꾸며졌다. 마일리 사이러스, 크리스 스테이플턴 등 스타 뮤지션이 대거 참여해 존경을 표했고 객석의 뮤지션들도 노래를 따라부르며 위대한 가수를 칭송했다. 1946년생, 여든의 나이를 바라보는 파튼은 컨트리 음악을 넘어 미국 대중 음악의 전설이다. 25곡의 빌보트 컨트리 차트 1위 곡으로 또 다른 컨트리 음악의 전설 레바 매킨타이어와 함께 꼭대기에 위치하고 그래미도 50번의 노미네이션, 11번 수상해 대중과 평단에 두루 사랑받았다.

그녀는 무려 3,000여 곡을 쓴 정상급 작곡가다. 많은 이들이 휘트니 휴스턴의 원곡으로 오인하는 ‘I will always love you’와 빌보드 넘버원을 차지한 ‘9 to 5’도 그녀의 작품이다. 경쾌한 곡조의 ’9 to 5’와 달리 ‘Jolene’은 ‘졸린, 제발 제 남편을 빼앗지 마세요’라고 애원하고 파튼은 실화 기반의 곡을 부르기 꺼렸다. 개러지 록의 부활을 이끌었던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절규를 담은 커버와 파튼이 직접 목소리를 얹기도 한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의 버전이 유명하다. 며칠 전 세상을 떠난 올리비아 뉴튼 존도 7번째 정규 앨범 < Come On Over >의 마지막 싱글로 이 곡을 택했다.

존 바에즈 ‘Diamonds & rust’ (1975)
1960년대 미국 반문화의 상징 존 바에즈는 사회상에 끊임없이 문제 제기한 포크 뮤지션 겸 인권운동가다. ‘밥 딜런의 동지’ 정도로 그치기엔 1950년대 말엔 마틴 루터 킹과의 교류, 1960년대 말 베트남전 반대 성명, 이후의 성 소수자 존중과 사형제 폐지 등 딜런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통기타 반주에 목소리를 더한 간결한 음악을 구사했던 바에즈가 풍성한 편곡을 시도했던 열여섯 번째 정규 앨범 < Diamonds & Rust >는 래리 칼튼(기타), 윌튼 펠더(베이스), 토토의 건반 연주자 데이비드 페이치같은 정상급 연주자들로 포크와 재즈를 섞은 세련된 사운드를 세공했다. 한때 연인이었던 딜런과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Diamonds & rust’는 사랑의 양면성을 다이아몬드와 녹으로 은유했고 바에즈가 내면적인 노래에도 강점이 있음을 증명했다.

재니스 이안 ‘At seventeen’ (1975)
만 16살에 데뷔 앨범을 발표할 정도로 천재성을 보인 재니스 이안은 1967년 ‘Society’s child ‘ 이후 빌보드 핫100에서 뚜렷한 성공을 못 거뒀지만 1975년에 발표한 < Between The Buttons >로 단숨에 전세를 역전했다. ‘At seventeen’ 이외에도 ‘From me to you’, ‘In the winter’ 등 흡인력 있는 곡들이 포진한 소프트 록의 명반이자 경력의 정점이다.

무도회의 퀸카들을 보며 ‘나는 왜 저렇게 안 될까?’ 좌절하는 십 대 소녀 이야기다. 파티 경험이 없는 이안은 사실적인 가사를 쓰기 위해 몇 달을 고민했고 여러 차례 퇴고 끝에 완성한 노랫말은 소녀들의 공감대를 끌어냈다. 열일곱을 노래한 스물셋의 이안은 보사노바 리듬에 실린 어쿠스틱 기타와 트롬본으로 격조를 높인 이 곡으로 1976년 제18회 그래미에서 최우수 여자 팝 보컬 상을 받았다.

패티 스미스 그룹 ‘Because the night’ (1978)
데뷔 앨범 < Horses > 속 흑백 사진은 패티 스미스의 쿨함을 상징한다. 상업적 성과는 미미했으나 밴 모리슨의 원곡에 살을 붙인 ‘Gloria’과 자유로운 사랑을 함의한 ‘Redondo beach’로 여성 펑크(Punk) 로커의 시금석이 되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한 축 존 케일이 제작을 맡아 아트 펑크적 성향이 짙은 이 앨범은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아르튀르 랭보와 비트 제너레이션의 대표 작가 앨런 긴즈버그의 영향으로 문학적이다.

패티 스미스 그룹의 명의로 3년 후에 발표한 정규 3집 < Easter >는 빌보드200 20위를 수확했고 뉴웨이브를 접목한 편안한 사운드는 친밀감을 더했다. 빌보드 핫100 13위까지 오른‘Because the night’의 뿌리엔 ‘더 보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있고 그가 < Darkness On The Edge Of Town > 제작을 위해 밑 작업만 해놓았던 곡은 당찬 펑크 록으로 환생했다. “당신의 명령 아래 내 기분은(The way I feel under your command)”이란 가사가 걸리지만 전반적으로 주도적이고 당당한 태도로 사랑을 갈구한다. 어떤 노래든 ‘패티 스미스 화’하는 능력을 ‘Gloria’에 이어 다시금 발휘했다.

마돈나 ‘Lucky star’ (1983)
마돈나는 명실상부 대중 음악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40년 가까이 차트를 호령해온 꾸준함은 비견할 데 없고 역경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신화적 인물이기도 하다. 함께 ‘58년 개띠 클럽’을 구축했던 마이클 잭슨, 프린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아왔으나 < Like A Virgin >, < Like A Prayer > 등의 명반을 배출하고 < Ray Of Light >, < American Life >로 음악적 다변화도 꾀했다.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가 약할 뿐 마돈나는 꽤 많은 곡을 스스로 써냈다. ‘Live to tell’, ‘La isla bonita’, ‘Frozen’, ‘Hung up’ 같은 대표곡들이 모두 그녀의 손길에서 나왔고 2집 < Like A Virgin >의 초대박 히트에 묻혔을 뿐 결코 경시할 수 없는 데뷔작 < Madonna >의 수록곡 ‘Lucky star’도 자작곡이다. 앨범의 유일한 탑5 히트곡이자 빌보드 댄스 차트 1위에 오른 이 곡은 펑키(Funky)한 기타와 신시사이저 리프에 꼼꼼한 사운드 프로덕션으로 5분이 넘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다. 남성의 육신을 빛나는 별에 은유했다는 평이 일반적이지만 뮤직비디오 속 마돈나의 자애적(自愛的)인 모습은 진짜 럭키 스타가 누군지 암시한다.

신디 로퍼 ‘Time after time’ (1983)
요란한 외모에 독특한 목소리로 캐릭터를 구축한 신디 로퍼는 많은 히트곡을 작곡한 특급 싱어송라이터기도 하다. 한때 마돈나의 라이벌로 거론될 정도로 특급 인기를 구가했던 그녀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발표한 1983년 데뷔작 < She’s So Unusual >로 일약 슈퍼스타가 되었다. 짧은 전성기로 라이벌리는 무색해졌으나 정통 재즈 < At Last >와 블루스 록 < Memphis Blues >를 발표하고 뮤지컬 < 킹키 부츠 >의 음악을 맡는 등 다재다능을 드러냈다.

1986년 정상을 차지한‘True colours’와 더불어 신디 로퍼의 유이한 빌보드 1위 곡 ‘Time after time’은 신나는 팝 록으로 채워진 < She’s So Unusual >에서 사뭇 이질적이다. 앨범의 마지막 퍼즐을 채우기 위해 록밴드 후터스의 보컬 겸 키보디스트 롭 하이만과 조우했고 실연의 아픔을 대화하듯 가사지에 써 내려갔다. 신시사이저와 간결한 퍼커션 연주가 구현한 애상적인 사운드 앞에서 팝계의 말괄량이조차 진중해졌다.

케이트 부시‘Running up that hill (deal with god)’ (1985)
에밀리 브론테의 동명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신묘한 곡 ‘Wuthering heights’로 데뷔한 케이트 부시는 독보적인 음악성과 카리스마를 갖췄다. 일찌감치 재능을 알아본 핑크 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길모어는 부시의 데뷔작 < The Kick Inside >에 참여했고 그로부터 음악 감독의 주체성을 흡수한 부시는 < The Dreaming >(1982), < The Sensual World >(1989) 같은 명반을 스스로 제작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 기묘한 이야기 >에 수록된 ‘Running up that hill (deal with god)’은 역주행 신화를 쌓으며 ‘2022년의 재발견’ 도장을 찍었다. 원제는 ‘Deal with god’이었고 대중음악계의 한 여성으로 느끼는 유리천장을 부술 수 있다면 신과 거래라도 하겠다는 울부짖음을 담았다. 가녀린 고음 보컬은 육중한 리듬 트랙 위를 활보하고 뉴웨이브 신스팝과 프로그레시브 록을 혼합한 사운드는 고유의 소리 문법을 정립했다. 1985년 작 < Hounds Of Love >는 이 곡 이외에도 ‘Hounds of love’,‘Cloudbursting’같은 개성적인 넘버들로 채워졌다.

브렌다 러셀 ‘Piano in the dark’ (1988)
악기 연주와 가창, 작곡에 능한 팔방미인 브렌다 러셀은 상기한 뮤지션들에 비해 인지도는 떨어지나 알앤비와 소울, 재즈를 아우르는 실력파 뮤지션이다. 1970년대부터 남편 브라이언 러셀과 함께 펑크(Funk) 밴드 루퍼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닐 세다카와 협업하며 숙련도를 높였고 1979년에 데뷔 앨범 < Brenda Russell >로 솔로 경력을 시작했다. 빌보드 알앤비 차트 20위까지 이 오른 앨범의 전곡을 써내며 성숙한 음악성을 드러냈다.

1988년 발표한 < Get Here >는 빌보드200 46위에 올라 상업적으로 가장 크게 성공했다. 장기인 건반 연주를 더 크루세이더스의 조 샘플, 옐로우자켓의 러셀 페런트(Russell Ferrante)에 맡겼고 마이클 잭슨의 < Thriller >에서 기타를 연주한 폴 잭슨 주니어와 베이스의 네이던 이스트 등 정상급 연주자가 소리 밀도를 책임졌다. 빌보드 팝, 알앤비, 어덜트 컨템포러리 세 카테고리에서 모두 10위권 안에 든 ‘Piano in the dark’는 유려한 가창과 편곡을 겸비했고 아레사 프랭클린, 패티 라벨에게 곡을 제공했던 조 에스포지토와의 파트너십도 훌륭하다. 알토 색소폰 연주자 데이비드 샌본과 함께한 ‘Le restaurant’도 앨범의 세련된 분위기에 일조했다.

트레이시 채프먼‘Fast car’(1988)
흑인이 부르는 포크 록은 이색적이었다. 가상의 주인공을 설정해 가난의 악순환을 이야기하는 방식과 어쿠스틱 기타 위로 흐르는 담담한 음성은 신인의 어설픔과 거리가 멀었다. 조숙한 데뷔작 < Tracy Chapman >과 빌보드 핫100 6위까지 ‘Fast car’에 힘입어 채프먼은 1989년 제31회 그래미에서 신인상을 비롯한 3관왕을 차지했다. 록 색채가 강한 4집 < New Beginning >(1995) 이후 하강 곡선을 그렸고 2008년도 앨범 < Our Bright Future >가 최근작이다.

채프먼의 진면목은 사회비판적 포크 음악의 부활에 있다. 제목부터 혁명을 담은 ‘Talkin about a revolution’ 물질문명을 비판한 ‘Mountains o things’ 등 사회적인 노래를 다수 발표했고, 백인우월주의에 근거한 인종차별을 일컫는 아파르트헤이트 피해자를 위한 모금 행사 등 인권 관련 행사에 참여해 급진적 성향을 드러냈다. 흑인, 여성의 제약을 딛고 포크의 저항 정신을 다시금 일깨웠다.

셰릴 크로우 ‘All I wanna do’ (1993)
컨트리를 기반으로 한 팝 록 앨범 < Tuesday Night Music Club >은 미국에서만 약 45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긴 무명 생활을 한 방에 날렸다. 윈 쿠퍼(Wyn Cooper)의 시 < Fun >을 참고한 ‘All I wanna do’는 뻔한 삶에서 벗어나길 갈망했고,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 수상과 빌보드 핫100 2위로 그 소망을 이뤘다. 앨범의 프로듀서 빌 보트렐(Bill Botrell)이 연주한 스틸 기타가 미래를 향한 낙관주의를 담았다.

크로우의 강점은 꾸준함이다. ‘If it makes you happy, ‘Soak up the sun’ 같은 히트곡을 공동 작곡한 음악적 동반자 제프 트로트(Jeff Trott)와 함께 거의 매년 자작곡을 내놓고 있다. 데뷔작의 신선함이 바란 자리에 연륜이 들어섰고 포크, 컨트리, 멤피스 소울 등 미국의 음악 유산을 탐색하고 있다. 2019년에는 스티비 닉스, 세인트 빈센트, 자니 캐쉬가 참여한 < Threads >로 경력을 압축했다.

앨라니스 모리셋 ‘You oughta know’ (1995)
1995년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서의 무대는 광포했다. 제인스 어딕션의 베이시스트 크리스 채니(Chris Chaney)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푸 파이터스의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와 함께한 격정적 퍼포먼스가 곡에 담긴 분노를 표출했다. 1995년 발표된 < Jagged Little Pill >은 약 3300만 장의 판매고와 ‘올해의 앨범상’을 비롯한 그래미 다섯 개 부문을 휩쓸었고 모리셋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록커로 우뚝 섰다.

그녀를 상징하는 명곡 ‘Ironic’(4위) 과 ‘ You learn’(6위)이 쾌활한 분위기를 지닌 데 비해 ‘You ought know’는 하드록의 정통성을 따랐고 그래미 ‘최우수 록 송’, ‘최우수 여성 록 보컬 퍼포먼스’의 영예를 안았다. 차버린 남자를 향한 날선 노랫말은 당당하고 억센 여인의 이미지를 부각했고, 당시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소속이었던 기타리스트 데이브 나바로와 베이시스트 플리가 거친 록 사운드를 제공했다. 청량한 댄스 팝을 부르던 십 대 소녀가 여전사로 변신한 순간이다.

뷰욕 ‘Hyperballad’(1995)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출신의 뷰욕은 대중음악계의 원 오브 어 카인드다.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힘든 이 뮤지션은 재능의 끝을 가늠하기도,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전위성을 바탕으로 한 음악 스타일이 그녀의 인장이고 음악을 시각화하는 뮤직비디오에도 최전선에 위치한다. 감독 라스 폰 트리에와 잡음이 있었지만, 영화로 어둠 속의 댄서 >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전방위적 재능을 입증했다.

1995년에 나온 2집 앨범 < Post >는 데뷔작 < Debut >에 비해 한층 성숙한 음악성을 확립했다. 1집을 함께 했던 넬리 후퍼 이외에도 매시브 어택의 트리키와 하우스 음악에 일가견 있는 그레이엄 메시를 프로듀서로 초빙해 다변화를 꾀했다. 강성 트립합‘Army of me’과 뮤지컬 스타일 ‘It’s so quiet’ 등 이채로운 곡 중에서 ‘Hyperballad’는 앨범의 백미다. 브라질의 재즈 뮤지션 유미르 데오다토의 현악 세션과 하우스 에이펙스 트윈 풍의 비트가 층위를 이루고 뷰욕은 몽환적 음성으로 남녀의 신비로운 역학 관계를 이야기한다. 미로 같은 소리 갈래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는 특유의 음악성을 집약했다.

사라 맥라클란‘Angel’(1997)
십여 년간 시행착오를 겪던 캐나다 출신 싱어송라이터 사라 맥라클란은 네 번째 정규앨범 < Surfacing >에서 응축했던 내공을 터트렸다. 돌파구가 된 이 앨범 이후로 2010년 작까지Shine On >까지 미국과 캐나다 앨범차트 탑10 안에 들며 안정적 커리어를 구축했다. 1997년에는 여성 솔로 뮤지션과 여성이 이끄는 밴드가 출연한 릴리스 페어(Lilith Fair)를 열어 3년간 약 1천만 달러의 자선금을 확보했다.

‘Angel’은 얼터너티브 록 밴드 스매싱 펌킨스의 키보디스트 조나단 멜보인의 사망 사건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천사의 품에서 편안하게 쉬세요’라는 추모와 함께 약물 이외의 탈출구가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이 곡은 19주간 탑10안에 머문 대표곡이다. 청아한 목소리와 피아노 연주가 천사의 부름처럼 들리는 이 곡은 ‘Building the mystery’ ‘Aida’ 같은 록풍의 수록곡과 다른 차분한 매력을 지녔다. 편안하고도 꿈꾸는듯한 분위기의 힐링 송이다.

이미지 작업: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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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무비즘] 더 로즈

코로나 기세가 조금씩 저물자 삭막했던 극장가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지구촌 곳곳에는 흥미로운 작품 소식들이 당차게 고개를 내미는 추세다. 이러한 스크린 흐름에 발맞춰 IZM이 무비(Movie)와 이즘(IZM)을 합한 특집 ‘무비즘’을 준비했다. 시대를 풍미했던 아티스트의 명예를 재건하고 이름을 기억하자는 의의에서 매주 각 필자들이 음악가를 소재로 한 음악 영화를 선정해 소개한다. 열 한 번째는 재니스 조플린을 기억하며 너무 일찍 시들어버린 장미를 애도하는 영화 < 더 로즈  >다.

짧은 시간 강렬하게 불꽃을 태우고 세상을 떠난 27클럽에는 1960년대를 호령한 ‘3J’가 있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와 도어즈의 프론트맨 짐 모리슨 그리고 < The Rose >의 실제 모델 재니스 조플린이다. 화려한 불빛 아래에서 노래하는 아티스트의 삶에도 어두운 면은 존재한다. 대중문화의 역사는 약물이나 마약으로 그 짙은 음영을 지우려 했던 아티스트들을 수없이 떠나보냈고 재니스 조플린 역시 그중 한 명이다. 가상의 슈퍼스타 ‘로즈’의 삶을 담은 < The Rose >는 조플린의 삶을 온전하게 그리고 있지는 않지만 블루스와 록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그의 인생 말미를 미약하게나마 조명한다.

슈퍼스타 ‘로즈’의 이야기

허스키한 목소리와 과감한 몸동작으로 무대 위를 누빈다. 시대상에 구애받지 않았던 자유로운 영혼은 노래하는 것을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계약이라는 족쇄가 그를 구속한다. 살인적인 스케줄은 기량 저하를 동반했고 어느새 처음 마이크를 잡았을 때의 순수한 즐거움마저 잃어버린다. 로즈는 1년의 휴식기를 원했으나 다음 일정이 그를 기다린다.

언론과 미디어에게 슈퍼스타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눈물을 흘려도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과 여기저기서 터지는 플래시 세례 앞에서는 가면을 써야 한다. 어느 것이 진짜 자신의 모습인지 모를 지경. 끊임없이 감정 기복을 겪으며 다시 무대 위에 오른 로즈는 오직 조명 속에서 노래 부를 때만이 온전한 자신이 된 기분이다.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피폐해진 심신을 달래야 한다. 여러 차례 이용했던 술과 마약도 일시적인 쾌락뿐이기에 그만두고 만다.   

팬들에게 사랑받는 가수가 되었지만 그의 솔직하고 방탕한 성격이 늘 환영받는 것은 아니었다. 극중 인물인 작곡가 빌리 레이와의 갈등은 로즈를 방황하게 만들었고 불안정한 감정은 자연스럽게 애정결핍으로 이어졌다. 사랑을 찾아 떠났고 고향으로 돌아가 보기도 했지만 예민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편히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결국 끊었던 약물에 손을 대며 심연으로 도피한다. 무대에 갈증을 느끼고 다시 사람들 앞에 섰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약을 복용한 뒤였다. 모든 것을 불태운 로즈는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노래를 부르다 생을 마감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 

< The Rose >의 결말과 달리 재니스 조플린은 할리우드의 한 호텔에서 헤로인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시간을 거슬러 그의 삶을 살펴보면 영화 속에서 그리고 있는 마지막 며칠보다 더 극적인 천재의 일생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텍사스의 보수적인 지역색과 다르게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과감히 드러냈던 조플린은 따돌림을 당했다. 특히 외모로 인해 놀림을 받는 일이 많았는데 다행히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블루스의 어머니라 불리는 마 레이니(Ma Rainey)를 비롯한 베시 스미스(Bessie Smith), 리드 벨리(Lead Belly) 등의 블루스 음반을 소개해 줬다. 자연스럽게 슬픔을 표현한 음악과 친해진 그는 상처를 달래기 위해 노래했고 1962년 대학 동료의 집에서 첫 레코딩 ‘What good can drinkin’ do’를 녹음한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싱글이 본격적인 음악 생활을 열어주었다. 재니스 조플린은 고향인 텍사스에서 벗어나 당시 히피문화가 팽배했던 도시이자 사랑의 여름의 요람이기도 한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그곳에서 사이키델릭 밴드 빅 브라더 앤 더 홀딩 컴퍼니를 만나게 되고 재능은 만개하기 시작한다. 1967년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에서 강렬한 모습을 보인 그와 밴드는 이듬해 ‘Summertime’과 ‘Piece of my heart’, ‘Ball on chain’ 등을 수록한 < Cheap Thrills >를 발매하며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한다. 놀림을 당하던 소녀가 정상을 찍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순간이었다. 

진주 속에 잠든 천재의 목소리

솔로 활동을 위해 새로운 백 밴드 코즈믹 블루스 밴드(Kozmic Blues Band)를 결성하고 음악 활동을 이어 나간다. 1969년 발매한 < I Got Dem Ol’ Kozmic Blues Again Mama! >는 사이키델릭 록이 주류였던 전작보다 더 블루스의 전형에 가까운 앨범이었다. 그 해 히피 문화의 절정을 달린 우드스탁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재니스 조플린은 다시 한번 록스타로써의 입지를 다지며 성공 가도를 이어간다.

계속해서 꽃길만을 걸을 것 같던 그는 1970년 새 앨범의 녹음을 위해 방문한 캘리포니아 할리우드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도어즈의 < The Doors >를 포함한 초기 다섯 개의 앨범을 프로듀싱했던 폴 앨런 로스차일드(Paul Allen Rothchild)와의 작업 중에 발생한 일이었다. 다행히 상당수 트랙의 녹음을 마친 덕에 음반은 1971년 1월 그의 죽음 석 달 후 < Pearl >로 세상에 공개된다. ‘Me and bobby Mcgee’와 ‘Cry baby’ 등을 수록한 앨범은 차트 1위와 더불어 4백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그의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남았다. 

여전히 숨 쉬는 푸른색 장미

독특한 개성과 겉모습으로 받은 따돌림이 어린 소녀에게 새파란 멍을 새겼다. 음악으로 치유하며 상처가 간신히 아무는 듯했지만 그사이 중독되어버린 약과 방탕한 생활로 몸은 무너져 갔고 더 이상 유약한 신체는 대중의 무거운 시선과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원제 < Pearl >로 각본이 제작되었던 < The Rose >는 유가족의 거부로 인해 각색된 스토리와 새로운 제목으로 스크린에 담겼다. 27년간의 소설 같은 삶이 온전히 담겨 있지는 않지만 주인공 로즈를 통해 재니스 조플린의 외롭고 고통스러웠던 마지막을 미력하게나마 확인할 수 있다.

영화와 음악계 그리고 뮤지컬 신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베트 미들러가 주연으로 열연했다. 새롭게 작사 작곡한 OST는 < Pearl >의 프로듀서 폴 앨런 로스차일드가 맡았다. 작품은 그 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음향상을 포함한 4개의 부문에 후보로 오르며 재니스 조플린을 기리기 위한 영화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 성공적인 송덕문이었지만 그의 음악과 인생 스토리는 영화보다 더 강렬한 힘을 지닌 채 역사에 남았다. 그가 열창한 블루스와 록은 시대를 불문하여 사람들의 가슴을 올렸고 급작스럽게 시들어버린 푸른색의 장미는 여전히 우리의 플레이리스트 안에 살아 숨 쉰다.     

-영화에 사용된 음악 목록-
1. Whose side are you on
2. Midnight in Memphis
3. Concert monologue
4. When a man loves a woman
5. Sold my soul to rock ‘n’ roll
6. Keep on rockin’
7. Love me with a feeling
8. Camellia
9. Homecoming monologue
10. Stay with me
11. Let me call you sweetheart
12. The r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