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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Taste of Love’ (2021)

평가: 2.5/5

생동감 넘치던 캐릭터로의 복귀다. 트와이스의 정체성을 만든 컬러 팝과 하이틴 콘셉트의 지속적인 답습은 이들에게 음악적인 변화를 요구했고 ‘Fancy’를 시작으로 과감하게 기존의 스타일을 버렸다. 트로피컬 하우스 장르의 ‘More & more’, 디스코 열풍에 합류했던 ‘I can’t stop me’를 거치며 새로운 경로를 탐색했지만 정착지를 찾지 못한 채 그룹의 통통 튀던 개성은 흐려졌다. 방향성을 고민하던 과정에서 해답을 찾지 못한 트와이스는 결국 이들에게 특화된 콘셉트 위주의 앨범으로 회귀하며 본래의 강점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청량한 여름의 분위기를 품은 타이틀곡 ‘Alcohol-free’는 시종일관 편안하다. 마치 빠른 템포와 난이도 높은 고음을 따라가기 벅찼던 ‘I can’t stop me’에서의 질주 이후 한 템포 휴식을 취하는 듯하다. 보사노바 풍의 살랑거리는 라틴 리듬은 멤버들의 맑은 보컬과 부드럽게 섞이며 한층 느릿한 그루브로 리듬감의 여유를 되찾는다. 무난한 만듦새의 시즌송이지만 평이한 구조의 멜로디는 제목을 따라가듯 무 알코올 음료처럼 심심한 맛이 감돈다. 되찾은 여유와 생동감의 요소는 뚜렷한 특색을 남기지 못한 곡에서 제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성숙한 분위기의 복고 사운드를 택한 수록곡들은 전작 < Eyes Wide Open >과 맥락을 같이 한다. 멤버들의 매혹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Scandal’은 ‘I can’t stop me’를 잇는 디스코 곡이며 듀스의 이현도가 프로듀싱 한 ‘Sos’는 ‘Say something’과 비슷한 레트로 시티팝을 들려준다. 찰랑거리는 신시사이저 소리로 재미를 준 ‘Baby blue love’ 역시 1990년대 신스팝의 기조를 취한다. 타이틀곡이 기존의 방향성을 비틀었지만 수록곡에 한해서는 그동안 쌓아온 세련된 변화의 흐름을 계속해서 밀고 나간다.

< Taste of Love >는 트와이스에게 치명적이었던 실력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앨범이다. 타이틀곡을 제외한 전 수록곡에 멤버들이 단독으로 작사에 참여했고 그들의 역량에 맞는 곡들을 수록해 전작의 단점을 보완했다. 안정감을 찾은 멤버들의 보컬에는 생기가 돌아왔고 시원한 멜로디의 곡들과 균형을 이루며 목적의 일부를 달성했다. 하지만 대중은 7년차 걸그룹에게 음악적 성취와 함께 성장의 결과도 기대한다.

– 수록곡 –
1. Alcohol-free
2. First time
3. Scandal
4. Conversation
5. Baby blue love
6. Sos
7. Cry for me (English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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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다가오는 무더위, 케이팝 10곡으로 여름 나기

올 여름에도 여행은 힘들 것 같다. 학생이건 회사원이건 꿀 같은 여름방학과 휴가를 이용해 잠시나마 무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한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들의 일상에서 여행을 빼앗아갔고 이번 여름도 어김없이 방구석 에어컨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래도 여름이 왔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하게 해줄 가장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매년 여름 태양의 뜨거운 열기를 시원하게 녹여주었던 아이돌의 신나는 여름 노래에 그대로 몸을 맡기는 것. 이들의 청량한 사운드로 우리들의 마음만큼은 시원한 해변으로, 휴양지 야자수 밑으로 단번에 보내줄 수 있다.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꿈같은 여름날의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이번 여름, 우리들의 심적 휴양을 책임져 줄 아이돌 가수들의 대표 여름 노래 10곡을 선정했다.

에프엑스 ‘Hot summer’ (2011)

에프엑스의 여름은 뻔하게 한가로운 휴양지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교실, 사무실, 방구석에서 갇혀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며 뜨거운 여름 그 자체를 노래한다. 수십 번 반복되는 가사 ‘Hot summer’는 듣는 이에게 시원함을 선사해 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이열치열의 에너지로 무더위에 정면으로 맞선다. 보통의 여름 노래는 청량한 사운드의 시원함을 느끼기 위해 듣는다면 ‘Hot summer’는 견디기 힘든 폭염 탓에 정신이 살짝 혼미한 상태에서 듣기 제격이다.

‘Hot summer’의 매력 포인트는 10년이 지나도 그 뜻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가사에 있다. 특히 ‘땀 흘리는 외국인은 길을 알려주자 / 너무 더우면 까만 긴 옷 입자’라는 구절은 당시 가사의 논란이 발생했을 정도로 큰 혼란을 야기했다. 결과적으로는 알쏭달쏭한 가사가 귓가에 자꾸만 맴도는 중독성을 만들며 유일무이한 시즌송을 만드는데 한몫 했다. 십 년이 지났음에도 무더위에 미쳐버린 여름의 순간들을 이보다 화끈하게 표현한 아이돌 여름 노래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씨스타 ‘Loving u’ (2012)

쿨 이후로 등장한 2010년대 여름의 절대강자. 수 년에 걸쳐 한 계절을 점령해 버린 아이돌은 씨스타가 최초였다. 다른 걸그룹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건강미와 섹시함, 그리고 메인보컬 효린의 시원한 가창력으로 탄생한 이들의 여름 노래는 계절을 청각화 하는데 탁월했다. ‘Loving u’로 시작된 씨스타의 썸머송 연대기는 ‘Touch my body’, ‘Shake it’로 정점의 궤도에 올라서며 해체하는 순간까지 여름의 왕좌를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았다.

씨스타와 여름의 상성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Loving u’는 사랑에 빠진 풋풋한 감정을 짧지만 낭만적인 여름의 순간으로 표현한다. 직접적으로 여름을 연상시키는 단어 없이 소유의 살랑거리는 목소리와 탄산 음료 같은 효린의 고음, 도입부부터 바다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브라스 사운드의 설렘만으로 완벽하게 만들어진 썸머송! 해체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름만 되면 여전히 씨스타의 노래를 찾게 될 정도로 이들의 존재감은 강력했다.

샤이니 ‘View’ (2015)

샤이니의 상징색 펄 아쿠아 그린으로 수놓은 여름의 뷰. 뜨겁게 정열적이지도, 특별하게 시원하지도 않은 이들의 여름 노래에는 은은한 청량감이 감돈다. 당시로서는 케이팝에서 생소했던 딥 하우스 장르로 간결함을 추구하며 신나고 경쾌해야 한다는 여름 노래만의 고정관념을 깨부순다.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은 곡의 구성은 자칫 심심함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공감각의 축제를 그린 종현의 언어유희, 감각적인 선율과 공간감을 채우는 멤버들의 보컬로 샤이니만의 개성이 담긴 여름 노래를 완성했다.

‘View’의 뮤직비디오에는 청춘들이 생각하는 낭만적인 여름 향기가 모조리 담겨 있다. 칠(Chill)한 여름의 푸른빛 색감,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스트리트 올드스쿨 패션, 휴양지에서 친구들과 만끽하는 풀 파티까지. 이들의 청춘 로드 무비는 사운드에 몽환적으로 스며들어 물속에서 숨 쉬며 헤엄치듯 환상 속에 들어온 느낌을 준다. 수많은 여름 노래들이 있지만 ‘View’가 가장 세련된 아이돌 여름 노래이자 샤이니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이유.

태연 ‘Why’ (2016)
태연에게는 사계절을 대표하는 곡이 하나씩 있다. 봄의 ‘사계’, 가을의 ’11:11’, 겨울의 ‘This Christmas’, 그리고 여름의 ‘Why’. 통쾌함이 감도는 시원시원한 가창력과 청량한 트로피컬 리듬으로 표현한 ‘Why’의 여름은 불쾌지수 높은 계절의 스트레스를 단숨에 날려준다. 국내에서 트로피컬 장르가 유행하기 이전에 발매된 탓에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후발주자들이 등장함에 따라 완성도 높은 여름 노래로서 평가 측면의 역주행이 예상된다.

‘Why’는 서사를 투영한 여름 노래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단순히 상쾌한 여름날의 휴가를 노래한 곡이 아니다. 도입부의 차분한 어쿠스틱 선율에서 후렴의 청량한 비트로 전환하는 구성은 갑갑한 현실을 벗어나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그린다. 이때 ‘Why’라고 끝없이 반문하는 태연의 목소리는 일상 탈출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지금 당장 떠나도 좋다는 용기를 심어준다. 올여름도 어디든 멀리 떠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렘을 부풀게 하는 노래.

여자친구 ‘너 그리고 나’ (2016)

학교를 졸업한 소녀들이 처음으로 맞은 자유분방한 여름.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로 이어져 온 ‘파워 청순’ 콘셉트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지만 강렬한 록 사운드와 박력 있는 기타 연주로 도로 위를 질주하는 듯한 시원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멤버들의 티 없이 맑고 담백한 음색은 순수한 사랑을 표현한 가사에 청량한 여름의 향기를 한 스푼 더해준다.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은 학교를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풀 빌라로 여행을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 장면들과 서정성을 갖춘 여름 노래의 만남은 익숙했던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여름 방학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약간의 긴장 그리고 나비처럼 날아오르고 싶은 설렘이 함께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계절. ‘너 그리고 나’에 깃든 시원한 에너지는 수줍은 소년소녀가 이번 여름에 앞을 향해 힘껏 내달릴 수 있는 동력을 실어준다.

레드벨벳 ‘빨간 맛’ (2017)

2017년 이후 여름 노래의 ‘국룰’은 ‘빨간 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름만 되면 TV 프로그램에서는 ‘빨간 맛’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1020 세대에게는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여름 노래일 정도로 상징성이 짙다. 레드벨벳은 씨스타 이후 계보가 끊겼던 썸머퀸의 바통을 이어 받으며 ‘빨간 맛’을 시작으로 ‘Power up’, ‘음파음파’까지 여름과 떼어놓을 수 없는 그룹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빨간 맛’이 그린 여름의 기승전결은 완벽하다. 야자수 아래 달콤한 과일 주스를 마시며 뛰어노는 한낮부터 금세 노을이 진 해변의 저녁까지. 빠른 후렴구부터 느린 템포로 여운을 주는 엔딩의 구성은 어느 여름날의 하루를 다채로운 맛으로 담는다. 여름의 질감을 가진 통통 튀는 가사로 표현한 시원하고 짜릿한 음악은 그 해 여름을 상큼하게 보내기 위해 꼭 들어야만 하는 당위성을 가진다. 누군가 여름이 어떤 맛이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빨간 맛’이라고 답할 것이다. 제목과 함께 흘러나오는 멜로디만으로 여름이라는 계절을 설명하기 충분한 강력한 썸머송!

위너 ‘Island’ (2017)

여름 노래의 진가는 당장의 뙤약볕 밑에서 들어도 눈앞에 하와이 해변에서 휴양을 만끽하는 장면을 그려줄 때 나타난다. 위너의 청량함을 대표하는 ‘Island’는 시원한 트로피컬 하우스 리듬으로 듣는 이들의 방구석 휴양지 여행을 가능케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진 지금, 이보다 여행을 꿈꾸는 자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곡이 또 있을까.

‘Really really’부터 위너와 떼어놓을 수 없는 조합이 된 트로피컬 장르는 ‘비행기 모드’, ‘무인도’, ‘보물섬’과 같은 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가사와 함께 여름 휴가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다. 쉴 새 없이 부딪히는 플럭 사운드는 내적 댄스와 함께 흥을 유도하며 강승윤의 여유로운 보컬과 이승훈의 자유로운 래핑은 트로피컬 분위기에 한껏 취하게 한다. ‘Island’와 함께 도로 위를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 휴양지에서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만끽할 수 있다.

트와이스 ‘Dance the night away’ (2018)

트와이스의 상큼함과 청량한 썸머송의 멜로디는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다. 한 여름밤 해변가에서 신나게 댄스 축제를 벌이는 모습으로 담은 트와이스의 여름은 밝은 에너지가 넘친다. 휴양지의 에스닉한 의상, 맨발로 모래사장을 자유롭게 뛰어노는 듯한 역동적인 안무, 멤버들의 맑고 시원한 보컬로 초대하는 여름 파티의 현장!

흥겨운 브라스 사운드가 이끄는 후렴구의 단순한 반복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여름 노래의 공식을 따르며 강한 중독성을 유발한다. ‘바다야 우리와 같이 놀아 / 바람아 너도 이쪽으로 와’처럼 자연의 요소를 품은 휘성의 독특한 노랫말도 곡의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8년 여름을 접수했던 ‘Dance the night away’는 여름마다 차트 역주행으로 소환되며 매년 어김없이 더위가 찾아왔음을 알린다.

세븐틴 ‘어쩌나’ (2018)

2세대 보이그룹을 대표하는 ‘청량돌’이 샤이니라면 3세대에는 세븐틴이 있다. 시원한 여름 분위기의 노래를 소화할 때 가장 자연스러운 이들은 여름에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이다. ‘어쩌나’는 데뷔 초 ‘아낀다’, ‘만세’, ‘예쁘다’로 이어져 온 세븐틴의 청량 콘셉트를 이어가며 무더위를 산뜻하게 녹여주었던 썸머송이다. 이전의 곡들은 소년미를 부각하는데 집중했지만 ‘어쩌나’는 여름이라는 계절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다.

부드러운 스윙 리듬과 신시사이저로 차분하게 여름의 분위기를 담았음에도 세븐틴의 유쾌한 에너지는 그대로 다. 13명이라는 다인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현란한 안무, 뮤지컬 같은 다채로운 구성의 음악,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풋풋한 감성에는 듣는 이를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가사 속 ‘찌더움이 없는 Summer’를 맞이하게 해 줄, 선선한 공기를 품은 파스텔 톤의 노래.

오마이걸 ‘Dolphin’ (2020)

발매 시기는 봄이지만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켠 것은 여름이었다. 앨범 수록곡에 불과했던 ‘Dolphin’은 은은하게 스며드는 가사 ‘da da da da da’의 나른한 음성으로 여름 바다의 물보라와 같은 파동을 일으켰다. 직접적으로 계절을 겨냥한 노래는 아니다. 사계절을 지나 일 년이 넘도록 사랑받고 있는 곡이지만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이 연상되는 시원한 멜로디와 멤버들의 청아한 음색은 무더운 여름에 듣기 최적화된 세트다.

빠른 템포, 꽉 찬 사운드,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대표되는 썸머송의 흥행 공식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하지만 강력한 중독성 한 방으로 여름 노래들의 모든 인기 요인을 압도한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안무 또한 너도 나도 ‘Dolphin’의 리듬에 몸을 맡기도록 만든다. 이번 여름에도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지지 않을 마성의 여름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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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CRY FOR ME’ (2020)

평가: 3/5

트와이스 판 ‘지킬 앤 하이드’ 같은 곡이다. 상큼 발랄 소녀들이 독한 여인으로 변신하며 박진영과 헤이즈가 합작한 가사는 사랑과 증오 양극단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풀어낸다. ‘마지막엔 Break your heart’, ‘날 위해 목숨까지 바쳐줘 (I want you to die for me)’과 같은 구절이 대표적이다.

‘Ooh-Aah하게’의 이국적인 플루트 세션, ‘Dance the night away’의 브라스처럼 인상적인 지점이 부재하고 기존 곡들에 비해 후렴구의 위력도 덜한 대신 차갑고 건조한 비트와 어두운 신스 사운드가 정교하다. 잘게 쪼개지는 드럼 비트로 질주감을 부각하며 격정적인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이미지 변신보다는 그동안 숨겨왔던 또 다른 면모를 드러낸 히든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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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TWICE) ‘Eyes Wide Open’ (2020)

평가: 2.5/5

기획의 연속으로 이뤄진 아이돌 산업은 활동이 거듭될수록 필연적인 이미지 소모를 동반한다. 최정상에 위치한 그룹일수록 그 선택의 범주는 더욱 한정되기 마련이다. < Fancy You >를 시작으로, 트와이스가 < Feel Special >과 < MORE & MORE >이라는 과도기를 거치며 행복이 가득한 업 템포와 컬러 팝의 에덴동산을 떠나려 한 것은 새로운 정착지로의 이주라는 대목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데뷔 6년 차를 맞이한 그룹은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고, 그것도 꽤 오래전부터 면밀하게 대비를 해온 셈이다.

변화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언뜻 < Eyes Wide Open >은 우수한 전환작처럼 느껴진다. < Twicetagram > 까지의 활동이 개개인의 개성과 그룹 이미지를 위해 철저히 노래를 이용하는 쪽이었다면, 반대로 지금은 노래에 어우러지기 위해 과감히 캐릭터를 포기하는 쪽이다. 확실한 킬 포인트를 선호하던 ‘Cheer up’이나 ‘TT’의 정공법과는 다르게 절제를 중시한 작법은 변주의 폭을 줄이고 모든 멤버를 평탄하게 녹여내며 획일화된 세련미를 공략한다. 한층 어두워진 분위기와 느린 전개 또한 은은한 신비주의 인상을 부여하며 대중의 곁에 있던 국민 그룹을 어느덧 숙련된 집단의 이미지로 도약시킨다.

라틴 팝의 밀고 당기는 요소를 키치하게 조율한 ‘Hell in heaven’과 퓨처 하우스 풍으로 신비감을 주조한 ‘Believer’ 같은 곡이 이러한 의지를 대변한다. 고조 이후 터지는 부분에서 역으로 한 차례 쉬거나, 예상치 못한 굴곡에서 반격을 가하는 포맷으로 ‘후크 멜로디’ 없이도 주도권을 쥐고 흔들 수 있음을 증명한다. 여기에 끈적이는 덥(Dub)을 차용한 ‘Bring it back’과 담백한 기조의 ‘Handle it’ 같은 곡을 선보이는 등 확실히 이전에 없던 사운드적 성숙, 즉 유연함을 확보한다.

그러나 온전히 몰입하기 쉽지 않은 것도 균형을 강조하며 부각된 단점 때문이다. 갑작스레 초기 작풍이 등장하는 ‘Shot clock’은 이질감이, 아리아나 그란데와 위켄드의 곡 ‘Love me harder’가 연상되는 ‘Behind the mask’는 기시감이 피어오른다. 무엇보다 타이틀 ‘I can’t stop me’가 대표적이다. 두아 리파의 ‘Physical’을 노골적으로 레퍼런스 삼아 디스코 열풍에 탑승한 이 곡은 앨범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작풍과 심히 겉도는 데다 부족한 차별성을 극복할 만큼 독자적인 매력을 지니지도 않는다. 되려 급박한 속도감을 멤버들이 따라갈 수 있을지 불안할 뿐, 차라리 느린 기조로 시티팝을 천천히 녹여낸 ‘Say something’의 예시가 모범적이다.

임팩트를 지양하려는 태도 역시 심심한 구간을 낳기도 한다. ‘Up no more’는 코러스의 강렬한 등장에 비해 맥없는 벌스로 이어지며, 반대로 긴장감 넘치는 고조 단계를 거침에도 하이라이트에 있어 큰 화력을 내지 못하는 ‘Go hard’의 브라스 사운드 등이 그렇다. ‘Queen’의 경우에는 앨범 내에서 자가 반복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청취에 있어 크게 이질감은 없으나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데는 실패한다.

앨범은 순도 높은 변화를 위해 그룹의 탄생 배경에 있는 ‘컬러’를 삭제하고 ‘몰개성’을 택한다. 다사다난하면서도 반전을 위해 달려온 행보 속에 의도치 않았더라도 격동하는 생명력이 있었다면, < Eyes Wide Open >이 지향하는 고급화 전략에는 특유의 완결적 면모 때문에 앞으로 펼쳐질 ‘트와이스 2막’의 선포보다는 골수팬들에게 선사하는 ‘고풍스러운 커튼콜’이라는 인상이 든다.

커리어 중 사운드 가공 면에서 손에 꼽히는 작품임에도 다음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이 좀체 들지 않는 이유다. 자꾸 전작 < MORE & MORE >을 되짚어 보게 되는 것은, 어쩌면 두 작품 모두 공통적으로 변화의 유토피아를 꿈꾸고 준수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이번 앨범에는 살아 숨 쉬던 아홉 멤버들, 그리고 트와이스 자체의 생동감이 옅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수록곡 –
1. I can’t stop me
2. Hell in heaven 
3. Up no more
4. Do what we like
5. Bring it back
6. Believer 
7. Queen
8. Go hard
9. Shot clock
10. Handle it 
11. Depend on you
12. Say something 
13. Behind the ma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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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Twice) ‘MORE & MORE ‘(2020)

평가: 3/5

‘Yes or yes’ 이후 데뷔 5년 차를 맞아 트와이스는 이미지 전환을 시도하며 장기전을 대비했다. 순탄하진 않았다. 블랙아이드필승을 믿은 ‘Fancy’는 외관만 바뀌었을 뿐 그 속 그룹은 여전히 앳되어 부조화스러웠고, ‘Feel special’의 서사는 설득력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으나 곡을 담당한 박진영의 존재감이 꽤 짙었다. 하지만 타이틀에서 헤매긴 했어도 수록곡, 앨범 단위로는 꾸준히 해외 작곡가들과 협업하며 도회적이고 세련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도입하고 있었다.

이상의 체질 개선 과정을 거쳐 그들은 < MORE & MORE >로 안정적인 모델 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2010년대 케이팝 신에서 자주 얼굴을 비춘 해외 작곡가들과 더불어 자라 라슨, MNEK, 줄리아 마이클스 등 저명 팝 싱어송라이터들이 참여한 이 앨범은 현재 기성 팝 신의 결과물이라 해도 이견이 없을 정도의 현지화 수준을 들려준다.

다소 실험적인 퓨처 팝 성향이 강했던 전작들과 달리, 2000년대 초중반 유행했던 팝 멜로디와 트로피컬 하우스, 신스팝, 트랩, 뉴 잭 스윙 등 전체적으로 복고적인 틀 아래 다양한 장르를 가져왔고 그 완성도가 답습을 넘어 지속 가능한 협업과 생산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과감한 투자로 힘을 싣되 그 운용법은 여유롭다. 정갈하고 차분한 사운드 구조의 트로피컬 하우스 곡 ‘More & more’는 발랄한 아드레날린과 번잡한 사운드 샘플을 상당수 걷어내고 필요한 만큼의 소리만을 담아 깔끔하고 잘 다듬어졌다. ‘Oxygen’도 보컬과 최소한의 곡을 구성하다 훅 부분에서 역동적인 베이스 루프를 전개하며 짜임새를 갖추고, ‘Make me go’의 경우 아예 메인 베이스 리프와 보컬을 뼈대로 두어 강조할 부분을 확실히 부각한다. 

반대로 라틴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뭄바톤을 결합한 ‘Firework’의 경우 깔끔한 프로덕션과 믹싱을 통해 자칫 번잡할 수 있는 요소들을 조화롭게 정돈하고 있다. 뉴 잭 스윙을 가져온 ‘Sweet summer day’도 애시드 재즈 풍 피아노 루프 위 이질적이지 않은 구성이 빛난다.

남은 과제는 이 매끈한 결과물을 그들의 것으로 체화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몇몇 엉성한 부분이 포착된다. ‘More & more’의 경우 MNEK의 깔끔한 프로듀싱과 해외 작곡가들의 멜로디, 브레이크까지 매끄럽게 진행되다 어김없는 ‘JYP 스타일’ 랩 파트에서 급격히 긴장감이 떨어진다. 관성을 탈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굳이 랩 파트를 넣어 애매함을 남긴다. 

신비로운 테마 아래 ‘Make me go’와 ‘Shadow’에선 전작의 ‘Love foolish’처럼 만족감을 안기는 데 반해 시작부터 힘찬 브라스로 출발하는 ‘Don’t call me again’은 후배 그룹 있지에게 더 어울린다. 만듦새와 별개로 디렉팅 과정에서 보다 정교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 MORE & MORE >는 트와이스의 향후 국내 활동과 JYP 엔터테인먼트의 앞날에 하나의 준거점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 Fancy You >와 < Feel Special >, 더불어 2019년 한 해 소속 그룹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트렌드에 뒤쳐진’ 인상을 뒤집기 위해 노력했던 결실이 뚜렷한 성장의 테마 아래 트렌디한 팝 사운드를 더하는 방식으로 갈무리된 모습이다.

잘 닦아둔 활주로 위 드디어 어느 정도 연착륙에 성공한 트와이스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그러니 한 번 더’를 외치며 완성형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 수록곡 –
1. More & more
2. Oxygen
3. Firework
4. Make me go
5. Shadow
6. Don’t call me again
7. Sweet summer day


★★☆

트와이스(Twice) ‘Feel Special'(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