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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이름의 장: Temptation'(2022)

평가: 3/5

자아 탐색의 실마리를 드러낸 ‘꿈의 장’부터 이별의 시련 속 견고함을 쌓아 올린 ‘혼돈의 장’까지, 판타지와 풋풋함을 무기로 달려온 소년들의 세계에는 엄연히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한다. 정체성과 동의어로 여겨지는 ‘이름’을 다음 챕터의 소재로 낙찰한 것 역시 그들이 지켜온 서사 연장의 의미가 깊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또 한 번의 여정, 그 화두에 위치한 < 이름의 장: Temptation >이 하사하는 첫 번째 시련은 바로 유혹의 손길이다.

새 출발을 도모하기에 앞서 더욱 철저해진 스토리 라인과 장치 활용이 돋보인다. 동화 피터팬을 위시해 창틀의 악마를 소환하고 동화의 시작을 알리는 ‘Devil by the window’가 먼저 묵직한 분위기로 손쉽게 챕터의 주도권을 가져온다. 이후 따뜻하고 활동적인 분위기로 전환되며 환각과 중독에 사로잡힌 화자를 그린 중반부, 반면 진중한 접근으로 도취에서 벗어나는 사투를 그린 후반부까지의 짧고 굵직한 구성이 트랙 단위로 빠르게 흘러간다. 단편적인 길이임에도 원활한 작풍 전환을 통해 전개를 시원시원하게 끌어낸 셈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전반적인 수록곡의 퀄리티도 준수하다. 느긋한 보사노바 도입부로 행복감을 표현한 ‘Happy fools’는 간결한 멜로디로 시선을 이끌고 명확한 기승전결의 엔딩곡 ‘네버랜드를 떠나며’는 가벼운 어쿠스틱을 취입해 아스라한 여운을 남긴다. 그중 발군은 ‘Tinnitus’의 존재다. 미래적인 공간감으로 상반된 공기를 가져와 깨달음의 효과를 유려하게 가져올뿐더러, 아프로 팝 스타일을 매끄럽게 이식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대표할 새로운 문법을 추가하는 데도 성공한다. 독특한 어법과 유쾌한 언어유희가 담긴 노랫말까지 곳곳에서 매력 요소로 작용한다.

다만 청량과 도취, 매혹 등 여러 상태가 중첩한 타이틀 곡 ‘Sugar rush ride’의 애매한 포지셔닝이 결점으로 남는다. 조급한 가사 배치가 원인일까, 엔하이픈의 ‘Drunk-dazed’와 흡사한 랩 구간과 더불어 엑소 ‘Love shot’의 트랩 스타일과 레드벨벳 ‘짐살라빔’의 발성법이 한 데 섞인 듯한 하이라이트 모두 분명한 기시감의 늪에 놓인다. 콘셉트를 명확히 대변한데다 확실한 승부처로 중독성까지 포획하던 과거 타이틀들에 비해 확실한 멜로디나 듣는 이를 휘어잡을 임팩트도 다소 부족하다.

앨범 단위의 서사에 집중 투자한 만큼 상응하는 구체성을 획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작품을 하나의 연결된 거대 종합 콘텐츠로 구성하는 능력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점이 우호적이며, 연차를 거듭할수록 점점 증가하는 멤버들의 작사, 작곡 참여 빈도 역시 그룹이 주장해온 주도적인 성장 캐릭터에 설득력을 얹는다. 네버랜드의 모래 아래 어리광을 묻어둔 채 다른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노를 저어 나아가는 다섯 소년들, 그 조심스런 물결에서 또 한 번의 태동이 느껴진다.

– 수록곡 –
1. Devil by the window
2. Sugar rush ride
3. Happy fools (Feat. Coi Larey)
4. Tinnitus (돌멩이가 되고 싶어)
5. 네버랜드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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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Lo$er=lo♡er’ (2021)

평가: 2.5/5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음악, 스토리텔링, 이미지가 하나의 퍼즐 판처럼 조밀한 기획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덕분에 신인 그룹의 신선함과 환상성이 가득한 < 꿈의 장 > 시리즈에서 거친 록 사운드와 우울함으로 무장한 < 혼돈의 장 > 시리즈로의 파격적인 행보가 놀랍지 않다. 데뷔곡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의 ‘사실 아직도 난 조금 불안해 / 차가운 냉소와 외로움 중간에 서 있어’라는 가사가 이미 변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정규 2집 타이틀곡 ‘0X1=Lovesong’에서 시도한 이모코어 사운드를 다시 응용한 ‘Lo$er=lo♡er’는 리패키지 앨범의 기능에 충실하다. ‘회색빛 차를 타고 / 달아나고 있어’라며 지난 앨범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을 묘사한 가사 역시 특유의 유기성으로 팀의 중심축이 스토리텔링에 있다는 걸 드러내지만 동시에 이 연결고리가 전작의 약점을 되풀이한다. 서사에 치우친 음악은 데뷔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은 팀에게 과중한 무게를 지우고 서리의 피처링으로 파괴력을 갖췄던 전작에 비해 보컬의 역동성이 떨어진다. 격정적인 감정 또한 어린 멤버들과 그룹의 주요 팬덤인 Z세대로부터 유리되어 있다. 지금부터는 기획에 맞는 대중성과 균형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