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Album KPOP Album

슈퍼엠(SuperM) ‘Super One’ (2020)

평가: 3/5

SM의 세계화 전략은 자본과 물량, 그리고 자신감이다. 캐피톨 레코즈와 손을 잡고 스스로를 ‘케이팝 어벤저스’라 자청하는 슈퍼엠(SuperM)은 긴 시간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확립한 그룹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 통할 수 있다는 자의식을 한껏 부풀린다. 그렇기에 이들은 반드시 거대해야 한다. 샤이니, 엑소, NCT, 웨이브이로부터 차출된 일곱 멤버들에게는 미국 시장에 기획사의 성격과 지향점을 분명히 각인해야 할 임무가 주어진다. 

‘무한대’와 ‘괴물’을 한 데 융합한 ‘One (Monster & Infinity)’은 제목부터 비장하다. 2012년 샤이니 ‘셜록’에서 선보인 바 있는 두 곡의 조합 전략을 가져와 지각 충돌을 벌인다. 거친 워블 베이스로 꿈틀대는 ‘Infinity’에서 부드러운 후렴 멜로디를, ‘Monster’에서는 긴장감 있는 메인 베이스 리프를 추출하여 이식한 결과물이 매끈하다. 다만 어딘지 모르게 과한 것이 SM 사가(Saga)의 대표작에 알맞다. 

이 ‘대표’라는 의무 아래 앨범은 SM 남성 아이돌의 계보를 압축한 프로토타입이 된다. 다채로운 멤버들이 뭉쳤으나 엑소, 샤이니, NCT의 성공 사례들을 집약하여 미국 시장 친화적인 변주만을 더했기에 각각의 개성보다는 일관된 익숙함이 먼저다. 사이버펑크 풍의 싸늘한 무드와 현대적인 사운드 소스로 일관되게 달려 나가는 ‘100’은 NCT 프로젝트에 백현의 폭발하는 보컬을 더했고, 정적인 무드에 꿈틀거리는 베이스와 오리엔탈 무드를 얹은 ‘호랑이’는 엑소 ‘으르렁’의 유니즌 코러스에 NCT의 랩 멤버들을 추가한다. ‘Ko ko bop’을 간결하게 다듬어낸 ‘Wish you were here’도 유사한 경우다.

개별 그룹에서도 가능했을 운용을 콜라보레이션으로 확장한지라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외 수록곡들은 팝의 규격에 적응하는 과정인데 여기서도 태민과 카이의 퍼포먼스, 마크 태용 루카스의 신진 랩 세력, 백현의 알앤비 무드는 파편화된 면모로만 존재한다.

교통정리의 어려움도 있다. 보컬 라인의 매력이 드러날 때 랩 멤버들이 등장하고, 랩 멤버들이 저돌적으로 나아갈 때 섬세한 보컬이 더해지는 식이다. 가령 ‘Drip’의 경우 곡을 이끌어가야 할 마크의 랩이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보컬 멤버들에게 바통을 넘기며, ‘Step up’은 반대로 태민과 백현의 보컬 라인 호흡이 랩 멤버들의 개입으로 불규칙하다는 인상을 준다. 

여러 어려움이 있으나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만큼 완성도에 소홀하진 않다. 유니즌 코러스로 시작하는 두 곡 중 ‘Big chance’는 차분한 딥 하우스로 확장되고 ‘Dangerous woman’은 트랩 비트 위 선 굵은 포인트를 심으며 2010년대 후반부의 팝 트렌드를 정확히 겨냥한다. 선 굵은 베이스와 신스 리프, 피아노 연주를 교차하며 후렴부 합창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Together at home’도 근사하고 선명한 기타 리프 위 하우스 트랙 ‘With you’도 군더더기가 없다. 그룹의 첫 발라드 곡 ‘Better days’ 같은 곡은 근래 저스틴 비버의 차트 히트곡이라 해도 이질감이 없을 정도다.

슈퍼엠을 바라보는 시각은 복합적이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야심작이나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동 시간까지 소모해가며 기획한 작품치고 ‘모였다’는 상징성 외 새로움이나 흥미 요소는 부족하다. 그러나 소속사의 정수를 반복 노출하여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목적에는 충실하다.

따라서 슈퍼엠의 ‘케이팝 어벤져스’는 영웅 군단의 시작보다 마무리 < 어벤져스 : 엔드게임 >에 더 가깝다. < Super One >의 시작은 창조의 개념이 아니다. 과거를 갈무리하여 현재와 미래의 SM에게 새로운 문법과 가능성을 열어주는 충격 전술로 그 의의가 있다. 일대일 대결구도보다 다대다의 장기전을 내다본다.

– 수록곡 –
1. One (Monster & Infinity)
2. Infinity
3. Monster
4. Wish you were here
5. Big chance
6. 100
7. 호랑이
8. Better days
9. Together at home
10. Drip
11. Line ’em up
12. Dangerous woman
13. Step up
14. So long
15. With you

Categories
KPOP Single Single

슈퍼엠(SuperM) ‘One (Monster & Infinity)’ (2020)

평가: 2/5

2019년, < SuperM >으로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을 차지했던 슈퍼엠은 방탄소년단을 의식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편해지면서 대중적 인기를 확장한 반면에 슈퍼엠은 비장하고 무겁고 덜 친숙한 접근법을 선택했다. 경쟁자와는 반대 방식으로 그 방향성을 모색한 것이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기백은 가상하나 친절함이 부족하다. 태권도를 막 배우기 시작한 초심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거리를 활보하듯 어깨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간택되지 못해도 괜찮다는 듯 두 노래 ‘Monster’와 ‘Infinity’의 융합 속에는 울퉁불퉁한 자갈로 가득하다. 조금 더 여유롭고, 한 발짝 더 뒤로 물러섰으면 친근했을 것이다.

슈퍼엠은 SM 엔터테인먼트의 슈퍼 그룹이지만 이번 결과물은 완제품이 아닌, 다음 레벨로 올라가기 위한 과정에 있다.

Categories
Album KPOP Album

태민 ‘Never Gonna Dance Again : Act. 1’ (2020)

앨범 발매를 앞두고 < W >와의 인터뷰를 가진 태민은 “나라는 사람 자체를 아예 속부터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라는 문장으로 근본적 변화의 욕구를 내비쳤다. ‘다시는 춤추지 않으리’라 예고된 제목은 도발적이었고 선공개 싱글 ‘2 KIDS’의 처연한 무드는 ‘시간을 견디며 잊혀져야 할 너와 나’라는 단절과 망각으로 마무리되었다. ‘좋은 음악’, ‘훌륭한 솔로 커리어’ 너머에 도달하고 싶은 열망이 감지된다.

태민의 ‘춤추지 않겠다’는 선언은 아무리 희미할지언정 관절 구석구석에 연결되어있던 하얀 실을 끊어내겠다는 의지다.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유연하게 완급 조절을 펼치는 노래와 춤 모두 온전히 본인의 뜻대로 움직이고 노래하며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한 편의 영화를 콘셉트 삼아 앨범을 기획하고 ‘Criminal’의 뮤직비디오 감독을 직접 섭외하며 스톡홀름 신드롬, 젠더리스 디렉팅을 과감히 주도하는 등 태민은 크레디트 곳곳에 본인의 이름을 새기고자 했다. 

야망의 크기를 담듯 < MOVE >와 < WANT >의 절제된 소리 역시 증폭되고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코난 그레이의 ‘Maniac’, 위켄드의 ‘Can’t feel my face’가 연상되는 1980년대 무드의 ‘Criminal’은 ‘우아한 손짓 은근한 눈빛’(‘Move’)에 머무르지 않고 ‘더 망쳐줘’라 갈구하는 태민의 목소리와 퍼포먼스를 긴박하게 요동치는 베이스와 매끄러운 진행을 통해 절정으로 밀고 간다. 지난 타이틀곡처럼 은근하지는 않으나 본격적인 극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타이틀로 제격이다.

‘Criminal’의 도발 후 1막을 구성하는 여덟 노래들은 효과적인 미장센과 카메라 워킹, 특수 효과로 감독의 지배에 적극 헌신한다. 트랩 비트 위 ‘일식’의 멜로디 라인은 비장한 SMP 스타일이지만 키드 밀리의 퇴폐적인 랩과 태민의 가녀린 줄타기 속 지루할 틈이 많지 않다. 발걸음 소리와 함께 무거운 건반 연주로 시작하는 ‘Strangers’, 우아한 탱고 댄서로 분한 ‘해몽’을 배치하며 격렬한 앞 두 트랙의 숨을 죽인 다음 꿈, 몽환, 각성의 대주제를 이어 연결하는 배치 역시 치밀하다.

앨범은 양면적 자아를 토로하는 번안곡 ‘Famous’를 분기점으로 콘셉츄얼한 전반부와 진솔한 본인의 모습을 찾아가는 잔잔한 후반부로 구분된다. 아이린 슬기의 ‘놀이’가 연상되는 냉정한 모노톤의 댄스 곡과 우울하게 침잠하는 ‘Clockwork’가 분열과 후회의 정서를 소개하면 레트로 무드의 ‘Just me and you’와 ‘네모’에 도달한다.

전자는 테임 임팔라의 ‘One more year’에서 들었던 테이프 감는 효과음을 활용한 PBR&B 스타일이고 후자는 박문치가 프로듀싱한 1990년대 풍 알앤비다. 다만 날카로운 앨범 무드를 부드럽게 매만지는 역할, 태민의 팔방미인 보컬 스타일을 강조하는 역할 모두 충실하나 흑백의 전체 톤과는 인상이 사뭇 다르다. 

후반부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이 작품의 음악 요소들이 아티스트의 의지만큼 과감하진 않다는 점이다. 위켄드를 위시하여 라우브, 바지, 코난 그레이 등 팝의 신예 싱어송라이터들의 무드를 바탕으로 런던 노이즈, 언더독스 등 케이팝 신에서 이미 익숙한 팀들이 주조한 트랙들은 곡 자체만으로 기성을 타파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반항하는 태민이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고 지휘하면서부터 곡은 새 생명을 얻어 유기적으로 맞물려 들어간다. ‘Criminal’의 묶인 손목과 ‘Nemo’의 가녀림, ‘2 KIDS’의 회한과 ‘Famous’의 갈등 등 곳곳에서 충돌하고 고뇌하는 다양한 재료들을 온전한 본인의 목소리와 몸짓으로 지휘하며 특별하게 만든다. 

이로서 태민의 서사가 재능 있는 솔로 퍼포먼스를 넘어 본인의 이야기를 담는 그릇으로 재편된다. 그는 보여주기 식 콘셉트, 그룹의 일원 등 수동적으로 소비되는 것을 거부한다. 그런 춤은 이제 그만 추겠다는 것이다.

물론 작품은 비록 아직 불완전하고 온전한 자신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갈등하며 내가 제일 잘 아는 내 모습과 이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겠다는 뜻이 곳곳에 이글거린다. < Never Gonna Dance Again > 트릴로지의 첫 작품에서 케이팝 시스템 속 회사와 아티스트의 안정된 역할을 뒤집고자 하는 한 개인의 인정투쟁을 목격한다. 

– 수록곡 –
1. Criminal
2. 일식 (Black Rose) (Feat. Kid Milli)
3. Strangers
4. 해몽 (Waiting for)
5. Famous (Korean Ver.)
6. Clockwork
7. Just me and you
8. 네모 (Nemo)
9. 2 KIDS

Categories
KPOP Single Single

태민 ‘2 KIDS’ (2020)

평가: 3.5/5

다가올 태민의 정규 3집 < Never Gonna Dance Again >의 선공개 싱글인 ‘2 KIDS’는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기에 적합한 곡이다. 그동안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화려한 퍼포먼스 대신 악곡의 부피를 줄인, 보다 감성적인 면을 부각한 외양이 가수의 새로운 면모를 제시한다. 뮤트 기타를 중심으로 패드 악기와 전자 기타가 공간 전체를 교차하듯 메우고 후렴에 피아노는 물방울 소리처럼 선명하게, 태민의 보컬은 희미하고 두껍게 쌓아 올려 단출하면서도 우아한 울림을 완성했다.

밑그림에 붓질을 더하는 언어는 더욱 진솔하다. 후회로 얼룩진 과거의 관계를 마주하는 노래는 직접 태민이 작사에 참여하여 그의 곡 중 가장 자전적이라는 인상을 심는다. ‘어리고 멍청한 서툴렀던 맘’이 ‘시간을 견디며 잊혀져야 할 너와 나’로 이어지는 회상 과정.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소중한 추억 한 편을 꺼내 보게 한다. 샤이니의 막내에서 대중의 공감을 껴안는 어엿한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있는 그가 기댈 어깨를 내어주는 듯한, 두고두고 꺼내 듣기 좋을 긴 생명력의 곡.

Categories
Album KPOP Album

태민(TAEMIN) ‘WANT'(2019)

평가: 3.5/5

매년 솔로 커리어로 복귀함에도 이미지 소모보다는 확고한 정체성 굳히기를 보여준다. 사실 이번 미니 앨범 < WANT >는 2017년 발매한 < MOVE >와 크게 다른 노선을 걷진 않는다. 일렉트로니카, 전자음을 바탕으로 한 곡에서는 화려한 퍼포먼스 위주의 외양을 선보이고, 그렇지 않은 곡들에서는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내세운다. 그러니 음악적 장르나 스타일이 그리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같은 토양에서 발군의 깊이감을 뽑아낸다. 성별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힘을 풀어 반대로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지난 싱글 ‘Move’의 연장 선상에서 이번 ‘Want’는 절제와 액션 포인트의 확실한 대비를 만들어 좀 더 다채로운 무대를 꾸민다. 마찬가지로 미니멀한 전자음의 ‘Artistic groove’는 젠더리스의 영역에서 왜 태민이 독보적일 수밖에 없는지를 잘 증명한 트랙이다. 허스키한 음색이 돋보이게 숨을 섞어 노래하고, 흐름의 강약에 맞춰 호흡을 끌어가는 장악력은 자연스레 이전 활동을 통해 만든 정체성과 이어지며 다시 한번 그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

거칠게 터지는 드럼 비트와 오케스트레이션, 꽉 찬 백 코러스로 곡을 채운 ‘Shadow’와 퓨처베이스 기반의 발라드 ‘Truth’는 날 선 춤꾼보단 보컬리스트에 집중한다. 어쿠스틱 기타 중심에 가볍고 반복되는 선율이 전부인 ‘Never forever’ 역시 다소 무난한 트랙일 수 있으나 태민의 음색과 곡 해석력으로 음반 내 존재감을 찾고, 유일하게 리얼 악기로만 이뤄진 ‘혼잣말’은 호소력 짙은, 감성 충만 표현력으로 무게감을 얻는다. 다만 메시지 측면에서 볼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끝 곡 ‘Want ~outro~’의 등장이 뜬금없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유기성이 부족함에도 문을 닫는 트랙을 배치해 얼개를 잡으려 하니 튀는 건 당연하다.

이 같은 응집력 부재는 지난 정규 1집에서도, 2집에서도 존재했다. 태민이 성취해야 할 다음 과제는 풀랭쓰 앨범 전체의 시작과 끝을 매끄럽게 다지는 일이다. 이번 미니를 통해 솔로 커리어의 저변을 넓히고, 춤, 보컬, 퍼포먼스, 비주얼 등 많은 부문에서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여타 아이돌들과는 다른 확실한 구심점을 찾아냈으니, 이제 그가 오를 산은 본인 자신밖에 없다. 다음 음반에서는 어떤 메시지에 어떠한 색을 담아 어떻게 펼쳐 놓는가 중요하다. 이제까지 태민의 색을 잘 묶어냈으니, 이제 이를 음반에 잘 풀어낼 때다.

  • – 수록곡 –
  1. Want
  2. Artistic groove
  3. Shadow
  4. Truth
  5. Never forever
  6. 혼잣말(Monologue)
  7. Want ~ou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