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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 커디(Kid Cudi) ‘Porche topless’ (2023)

평가: 3/5

우주를 유영하듯 아름답고 울적했던 콘셉트 앨범 < Man On The Moon > 삼부작을 완성한 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 엔터갤럭틱 >의 연출·각본·성우까지 도맡으며 종합 예술가로 거듭난 키드 커디의 신보엔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발매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뮤지션의 고백으로 은퇴나 장기 휴식의 암시까지 더해져 더욱 그렇다. 이에 ‘Porsche topless’는 차기 앨범 < Insano >의 트랙 중 가장 먼저 공개된 리드 싱글로 현시점에서 키드 커디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다.

키드 커디를 상징하는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 사랑과 위로를 다루던 가사와는 결을 달리한다. 지붕 없는 포르쉐에서 세상을 향해 건배하는 신나는 드라이빙. 경쾌한 BPM과 속도감 있는 랩핑이 돋보이며 간결하게 주고받는 후렴구 호응이 흥을 돋운다. 유행하는 숏폼 감성을 가진 가볍고 오락적인 곡에 불과하지만, 뮤지션의 의도대로 늦여름의 유유자적함을 즐기기엔 충분하다. “I landed on the moon”, 드디어 달에 착륙했다는 그의 외침엔 과거와 같은 미련과 고통 대신, 휴식을 떠난 아티스트의 후련함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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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 스캇 & 키드 커디(Travis Scott & Kid Kudi) ‘THE SCOTTS'(2020)

평가: 3/5

래퍼 키드 커디와 트랩 힙합의 선봉대장 트래비스 스캇이 다시 뭉쳤다. 이미 ‘Through the late night’와 ‘Baptized in fire’에서 협업한 이력이 있는 이들이 코로나 여파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현실 세계의 공연이 아닌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와 함께한 가상 세계의 월드투어 콘서트 ‘아스트로노미컬’에서 신곡을 발표했다. 곡이 가지는 특징이라면 작금에 흥행하는 여타 트랩 노래들과 다르게 후렴구가 없고 2절 초반까지 같은 리듬을 반복하여 벌스(Verse)와 하이라이트의 경계를 두지 않는 것이다. 재생 시간도 짧게 쳐내 2분 46초. 쉽게 끌리지만, 곡이 주는 시원함과 울림이 그리 크지 않다는 아쉬움도 어느 정도는 동반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조로움 속에서도 곡의 완성도는 준수하다. 우선, 같은 플로우를 주고받는 두 래퍼의 대조적인 목소리를 비교해 듣는 재미가 좋다. 트래비스 스캇이 허스키한 보이스로 퇴폐를 강조한다면 키드 커디는 보다 건조한 톤으로 곡에 균형을 잡아주고 있달까. 전 작품들보다 서로의 색을 잘 살린 콜라보인 셈이다. 거기에 작년 트래비스 스캇의 싱글 ‘Highest in the room’에서도 지원사격 했던 프로듀서 마이크 딘(Mike Dean)이 꾸민 신시사이저 음향의 후주도 끝을 멋지게 장식한다. 폭이 한정적인 트랩의 문법에서도 진부함을 비껴가는 감각이 승리한 싱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