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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쿤스트(Code Kunst) ‘Remember Archive'(2023)

평가: 3.5/5

당신의 삶은 안녕한지 묻게 하는 음반이다. “10년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들만 뽑아 곡으로 만들었다”는 그의 말처럼 정규 5집에는 17개의 많은 수록곡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환된다. 이는 팬과 뮤지션의 사랑 한담이 되기도, 지구 멸망 55분 전 애인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가 되기도, 힘들 때 조금만 더 해보자는 외침이 되기도 한다. 저마다 뚜렷한 장면들을 소환해 내 삶을 찬찬히 돌아본다. 따뜻하고, 힙하게.

8번 트랙 ‘In the attic’ 즉, ‘다락방에서’라는 수록곡을 기점으로 위편은 주류 차트에서도 무난히 사랑받을 ‘힙’한 트랙이, 아래쪽에는 톤 다운된 ‘따뜻한’ 곡들이 담겼다. 앞 편의 “널 한입 베어 먹으면 라랄라”라는 섬뜩한 가사로 뮤지션과 팬 사이 연애담을 그린 ‘Jumper’는 리드미컬한 베이스라인과 개코, 송민호(MINO)의 상반된 목소리로 호흡을 다지고, 뒤편의 백예린, pH-1의 매혹적인 목소리가 인상적인 발라드 ‘Page 1’은 ‘내가 모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 나의 첫 페이지로 돌아가고 싶다’ 노래하는 식이다.

전 후반부의 음악색이 상반되는 와중, 크러쉬, 이하이, 타이거JK 등 막강한 피처링 진의 활용이 눈에 띈다. 지난 음반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뮤지션들의 목소리를 빌어 내 얘기를 전한다. 이때 코드 쿤스트는 앞보다는 옆과 뒤에 선다. 호미들의 친(CHIN)이 작사에 참여한 드릴 힙합곡 ‘Crew’에선 친의 색이 강하게 느껴지고, 수민(SUMIN)이 함께한 ‘Terminal’은 관능적인 베이스라인과 신시사이저가 어우러지며 수민의 흔적이 강하게 드러난다.

피처링 아티스트에게 많은 역할을 내어주며 추억을 회고하고자 하는 그의 시도는 나의 개인적 경험이 어떻게 좀 더 범대중적으로 확장될 수 있느냐 하는 고민과도 맞닿아있다. 이를 증명하듯 신보엔 그의 출발이던 힙합의 색은 많이 빠졌고 전작 4집 < People >와 비슷하게 잘 들리고, 잘 다가오는 알앤비, 팝이 주를 이룬다. 도입부 ‘Bad bad’, ‘Circle’ 등 화려한 트랙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잔잔하고 감성적인 분위기가 대다수를 이룬다.

귀에 꽂히는 히트 싱글의 한방보다 모든 수록곡이 고른 완성도를 지녔다. 피처링으로 협업한 뮤지션의 색과 주인장 코드 쿤스트의 설계가 매끄럽게 어우러져 볼륨감 있는 신시사이저로 부드럽게 문 닫는 끝 곡 ‘Oㅁ’에 이르면 까슬까슬한 여운이 귓가를 감돈다. ‘Jumper’에서 송민호의 거친 래핑이나, ’55’ 속 백예린과 웬디의 감정 표현의 격차가 조금은 이질적이다는 인상도 들긴 하지만, 이를 무마할 시너지가 이 앨범 안에 담겨있다. 가사와 선율을 좇아 하나하나 곡에 기울이다 보면 각자의 기억 편린이 슬며시 떠오를, 코드 쿤스트의 음악 스타일이 잔상처럼 남는 음반.

-수록곡–
1. Remember archive
2. Jumper(Feat. 개코, MINO)
3. Bad bad(Feat. Tabber, 박재범) 
4. Circle(Feat. Crush)

5. Home boy(Feat. 이하이)
6. Woode(Feat. 우원재)
7. Shine(Feat. 우원재, Tiger JK, JUSTHIS)
8. In the attic
9. Page 1(Feat. 백예린, pH-1)
10. 이불(Feat. Big Naughty)
11. Little bit(Feat. DeVita)
12. 55(Feat. 백예린, 웬디)
13. Terminal(Feat. SUMIN, 키드밀리, CHAI)
14. Petty(Feat. CAMO, Paul Blanco)
15. 911(Feat. 잭슨)
16. Crew(Feat. 쿠기, Paloalto, Chin)
17. oㅁ(Feat. meen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