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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라니(Kehlani) ‘Blue Water Road'(2022)

평가: 3.5/5

한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어떤 식으로 넓혀가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건 흥미롭다.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알앤비 가수 켈라니의 내면 탐구 여정을 영화처럼 그려낸 < Blue Water Road >는 진지한 메시지가 묻어나는 솔직한 음반이다.

전작 < It Was Good Until It Wasn’t >이 육체적인 사랑에 집중했다면 이번 앨범은 그 사랑의 의미에 관해 묻는다. 죽음과 이별에 대한 고민을 담은 ‘Altar’, 불안을 승화하는 순간을 포착한 ‘wondering/wandering’ 등 밀도 있는 가사가 돋보인다. 켈라니는 한 팟캐스트에서 “다시 태어남(Re-birth)”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큰 심정적, 영적 변화가 있었음을 밝혔다. 이를 증명하듯 고요한 사운드로 종교와 퀴어 등 진지한 주제들을 다루는 모습이 근사하다.

앨범 전반적으로 힙합 사운드 위에 간단한 멜로디를 얹은 모양새다. 네오 소울의 향취도 있으나 선율로 음악을 주도하는 대신 가사 전달과 리듬에 집중했다는 측면에서 힙합의 정서와 더 가깝다. 1990년대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붐뱁 비트에 속도감 있는 보컬을 더한 ‘Wish I never’와 저스틴 비버가 피쳐링한 ‘Up at night’에서 안정감 있는 구조의 리듬과 짜임새 있는 연주 테크닉이 드러난다. 트렌디한 알앤비 보컬 스타일의 교과서 같은 전개다.

멜로디가 도드라지지 않아 각 트랙의 역동적인 재미는 부족하나 음반 전체의 서사가 촘촘하여 몰입감이 있다. 음악을 주도하는 사운드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완급 조절이 제 역할을 해낸 까닭이다. ‘Little story’, ‘Shooter interlude’, ‘Everything interlude’ 등 테마를 전환하며 감성을 환기하는 시도도 눈에 띈다. 한 곡씩 따로 들을 때보단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한 번에 들었을 때 더 매력적인 작품이다.

만 16살의 나이에 오디션 프로그램 < 아메리카 갓 탤런트 시즌6 >에서 최종 4위의 성적을 거둔 밴드의 보컬로서 주목받은 이후로 독특한 캐릭터를 대중에게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는 켈라니는 언제나 자신의 혼란을 음악으로 녹여낸다. 더 깊어진 감성으로 순수하게 제련된 사운드가 도드라지는 < Blue Water Road >도 내면의 제단 위에 불안을 올려놓은 이야기다. 앨범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이 음반은 아티스트가 밟은 어떤 길에 대한 이야기다. 제단으로 가는 길이 전보다 가볍다.

– 수록곡 –
1. Little story
2. Any given sunday (Feat. Blxst)
3. Shooter interlude
4. Wish I never
5. Up at night (Feat. Justin Bieber)
6. Get me started (Feat. Syd)
7. Everything Interlude
8. More than I should (Feat. Jessie Reyez)
9. Altar
10. Melt
11. Tangerine
12. Everything
13. Wondering/wandering (Feat. Thundercat and Ambr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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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라니(Kehlani) ‘Altar’ (2021)

평가: 3.5/5

‘비통함과 죽음을 이해하는 과정은 마치 하나의 여행이었다’라는 언급을 덧붙이며 새 싱글을 발표한 켈라니.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낸 후 애도의 감정을 코로나 사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떠나버린 이가 “조금만 더 남아있어주길(stay just a little bit longer)” 바라는 그의 마음은 제례 의식을 섞으면서 너무 과하지도, 가볍지도 않게 유유히 흘러간다.

정박의 킥드럼와 엇박의 하이햇이 주축을 이루는 사운드는 미니멀하지만 빈 공간이 없고, 미디엄 템포의 알앤비는 따스한 햇빛을 시각화한다. 후반의 백킹 보컬과 소울풀한 오르간은 이 자리에 없는 그와 더 가까워지길 원하는 염원을 그대로 투영했다. 슬픔을 쏟아내기보다 힐링의 언어로 치환한 그. 다시 말해 개인의 감정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다수의 공감을 얻어내는 방식을 취해 우리는 켈라니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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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라니(Kehlani) ‘It Was Good Until It Wasn’t'(2020)

평가: 3.5/5

눈에 띄게 달라졌다. < You Should Be Here >의 다채로운 신시사이저도, < SweetSexySavage >의 통통 튀는 그루브도 없다. 3개월 전 발렌타인 데이 직후 작년 가을부터 교제하던 래퍼 YG와의 결별을 공개한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켈라니는 불안정한 심리를 두 번째 정규작 < It Was Good Until It Wasn’t >에서 가감 없이 표출한다. 어두컴컴한 음향과 미니멀한 드럼, 베이스가 주축을 맡는 알앤비에 더욱 뿌리를 내린 편곡. 기존의 팝 노선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결이다. 세션의 비중을 줄이니 가수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선명하고, 멜로디의 운율도 랩 음악을 듣는 듯 간소하다.

자연히 시선은 노랫말에 쏠린다. 내용이 다소 들쭉날쭉한 듯 보이지만, 작품의 테마에는 일관성이 있다. 요약하자면 사랑과 이별 이야기인데, 정서적인 교감보다는 섹스를 비롯한 육체적인 쾌락이 더욱 많이 언급된다. 그런 중독적인 사랑을 독에 빗댄 앨범의 첫 트랙 ‘Toxic’과 알리야(Aaliyah)의 ‘Come over’를 반복되는 라임으로 재해석한 노골적 성 비유의 ‘Can I’가 앨범을 상징. 거기에 장거리 연인을 찾아 클럽을 헤매는 ‘Hate the club’이 특별히 자극적인 가사 없이도 스릴러 영화 같은 스산함을 건네고 나면 이어서 ‘Serial lover’와 ‘침대 위에서 관계를 회복한다’ 노래하는 ‘F&MU’에서 극에 달한 퇴폐를 뿜어낸다. 사랑의 밝고 감성적인 면이 아닌 관능적인 그것을 언어로 성실히, 겹겹이 쌓아 올렸다.

이러한 서사가 듣는 이를 자극하는 가운데 촘촘하게 주조한 멜로디 라인으로 음악적인 성취에도 분명한 뜻을 둔다. 작품의 중반, 기류를 환기하는 ‘Everybody business’는 예상 밖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동원해 느끼함을 덜어내고 진솔함을 보태는 핵심 트랙이다. 더불어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의 목소리를 잘 활용하여 나지막한 울림을 완성한 ‘Grieving’, 끝 무렵 두 곡을 이어놓은 구성이 극적인 ‘Open’도 비범한 창작력을 피력하며 켈라니의 새로운 국면을 성공적으로 장식한다. 고저 굴곡이 크지 않아 시원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리듬 사이사이를 타고 흐르는 보컬 흐름에는 치밀함이 깃들어 있다.

음향이 워낙 응축되어 있다 보니 단번에 듣는 이를 손짓하는 매력은 다소 약하다. 언뜻 느슨하게 들림과 동시에 트랙간의 경계가 흐릿한 인상. 그럼에도 < It Was Good Until It Wasn’t >에서 감행한 아티스트의 변모는 나쁘지 않다. 그간의 페이지를 과감히 덮고 새로운 장을 펼친 가수는 자신의 목소리와 감각이 가진 또 다른 가능성을 증명하는 데에 성공했다. 켈라니의 분기점이 될 앨범.

– 수록곡 –
1. Toxic
2. Can I (Feat. Tory Lanez)
3. Bad news
4. Real hot girl skit
5. Water
6. Change your life (Feat. Jhené Aiko)
7. Belong to the street skit
8. Everybody business
9. Hate the club
10. Serial lover
11. F&MU
12. Can you blame me (Feat. Lucky Daye)
13. Grieving (Feat. James Blake)
14. Open (Passionate)
15. Lexii’s ou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