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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올 팍(Zior Park) ‘Queen’ (2023)

평가: 3/5

여전히 영리한 방식이다. 연극적인 구성과 영어가사로 숨기는 의중, 은유적인 표현이 지올팍의 유니크함을 유지한다. 더욱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날카롭다. 지난 2월 여러모로 화제에 올랐던 ‘Christian’이 음악가의 허울뿐인 크리스천 기믹(Gimmick)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Queen’을 통해서는 자신을 비롯한 아티스트들이 미디어에 의해 받는 압박과 고충을 담아낸다.

적절한 수위를 유지하면서도 분명하게 폐부를 찌르는 가사가 강력함을 유지하고, 독특한 사운드는 아직 신선하지만 계속해서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데뷔 이래 조금씩 다른 듯 같은 느낌으로 연극적인 색채의 음악을 만들어 낸 덕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실히 형성해 냈지만 동시에 한두 번 찾아왔던 관객이라면 재생 버튼을 망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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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3D (Feat. Jack Harlow)’ (2023)

평가: 3.5/5

고착화된 색깔이 없다는 것, 이 얼마나 압도적인 장점인가. 스트리밍 차트를 휩쓸며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Seven’으로 현대 팝 스타의 색을 입었던 정국이 이번엔 그 위에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외투를 걸친다.

간결한 멜로디와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 은근한 기승전결까지. 팝의 전형을 따르는 방향성에는 차이가 없으나 새롭게 추가된 힙합 리듬이 약간의 신선함을 준다. 미니멀한 비트에 곡의 전달은 뚜렷해지고 ‘Seven’에서 살짝씩 어긋나던 피처링 랩과의 조화도 무던하게 이어진다. 특별한 임팩트는 없지만 여전히 깔끔한 퀄리티와 늦지 않은 트렌드의 포착. 성공 가도에 가속을 붙일지언정 제동을 걸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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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치 ‘J u s t f u n (Feat. 죠지)’ (2023)

평가: 3/5

힙스터들의 놀이터에서 출발한 레트로가 퍼지고 퍼져 보편적인 트렌드로 정착된 지도 꽤 오래되었다. 박문치는 이 현상의 발현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지만, 이 스타일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붙기도 했다. 이에 대한 그의 답은 급한 변화가 아닌 일단 머무름이다. ‘J u s t f u n’은 어려운 주제를 내포하지 않고 본인이 간직하고 있는 복고 감성에 집중한다. 곡 제목이 말해주듯, 그저 즐긴다는 목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해 이야기’에서 노스탤지어를 자아냈던 한 음씩 오르내리는 신시사이저와 탄탄한 베이스 라인은 미끄럼틀을 타듯 재밌는 포인트로써 작용한다. 레트로의 흐름을 함께해 온 죠지의 안정적인 보컬도 즐거운 멜로디를 타고 유려하게 흐른다. 놀이 자체의 흥미는 이전보다 덜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재밌게 뛰어놀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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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브(IVE) ‘I’ve Mine’ (2023)

평가: 2.5/5

“다른 문을 열어/따라갈 필요는 없어”라 외쳤던 ‘I am’의 가사가 무색하게 많은 것이 겹쳐 보인다. 베이스라인을 강조한 ‘Off the record’는 피프티 피프티의 ‘Cupid’와 태연의 ‘Weekend’가 레퍼런스로 삼은 도자 캣의 분홍색 디스코 감성을 닮았고, ‘Baddie’의 사운드 질감과 랩 위주의 구성에서 에스파의 ‘Savage’와 NCT의 잔향을 지우기란 쉽지 않다. 전통적인 색채로 ‘정통성’을 손에 쥐었던 아이브가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

그동안 확고한 캐릭터로 단단한 입지를 구축한 그룹이기에 익숙한 무기를 내려놓은 이번 전략은 다소 의아하다. 사실 직전 정규 앨범 < I’ve IVE >에서도 여러 장르적인 시도를 펼치긴 했으나 핵심으로 배치하지는 않았기에 < I’ve Mine >의 태도 전환은 조금은 갑작스러운 면이 있다. 짐작하자면 맹렬한 고음과 선명한 멜로디 라인 중심의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경계, 그리고 이에 맞춰 여타 경쟁자들을 벤치마킹하여 해외 시장의 반응을 탐색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익숙한 영역을 떠나 새 물결에 맞춰 흘러가기 위해서는 긴장을 풀어야 한다. 한데 음악을 듣고 있으면 몸이 아직 경직되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Either way’가 대표적으로, 속도와 밀도를 모두 낮춘 만큼 곡을 이끌어야 할 멤버들이 음색과 발성에 힘을 빼지 못하고 있으니 직설적인 가사에 화자가 온전히 스며들지 못한다. 데뷔곡 ‘Eleven’이 떠오르는 에스닉한 리듬에 연극적인 요소를 삽입한 ‘Holy moly’도 뻣뻣함이 두드러지니 어수선한 ‘무대 음악’ 인상만이 강하다.

애써 포인트를 주려는 ‘OTT’보다 앙증맞은 분위기에만 집중하는 ‘Payback’이 더 매혹적인 이유도 같은 이치다. 아예 ‘될 대로 돼라’ 식의 뻔뻔한 태도가 답일 수도 있다. 멜로디컬한 부분을 최소화하고 시종일관 건조하게 밀고 나가는 ‘Baddie’의 랩을 듣고 있으면 기시감과는 별개로 소화력에 대한 의문은 크게 들지 않는다. 가장 재밌는 케이스는 ‘Off the record’ 쪽이다. 강세를 준 발음과 강조되는 비음 등 장애물 위에 뮤지컬 < 캣츠 >의 넘버 ‘Memory’나 카디건스(The Cardigans)의 짤막한 ‘Lovefool’ 샘플링을 시니컬하게 툭툭 던지고 있으니 시선이 적당히 분산된다.

쨍한 빛깔의 RGB로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으니, 다음 차례는 벤 다이어그램의 빈 곳을 채우는 일일 수밖에 없다. 흔들림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으나 타의에 의해 등 떠밀리기 전 자발적으로 오답을 지우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지금 당장은 아플지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어차피 필요했던 백신 예방접종이다. 그리고 적어도 주사기는 그들 스스로 쥐고 있다.

-수록곡-
1. Off the record
2. Baddie
3. Either way
4. Holy moly
5. OTT
6. Pay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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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에스(tripleS) ‘EVOLution <⟡>‘ (2023)

평가: 3.5/5

트리플에스 세계관에 별종이 탄생했다. 타이틀곡 제목과 특수문자 앨범명이 함께 가리키는 키워드는 ‘무적’. 에볼루션(EVOLution)의 시선은 지금 여기 현실 세상 속 아파트 단지,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이 아닌 미지의 이상향에 있다. 교복과 도교, 무술과 초능력이 뒤섞인 뮤직비디오에서 미궁을 헤매는 여덟 소녀는 차원을 넘는 도약을 꿈꾼다.

큰 줄기에서 직전 러블루션(LOVElution)과 대치된다. 전작이 다소 어리숙한 보컬을 여과 없이 드러내 현실감 조성에 힘썼다면, 이번 유닛은 음색의 충돌을 최대한 없애고 각기 다른 목소리가 하나로 들리게끔 한다. 멤버 지우의 단독 트랙으로 추후 그룹의 버전 공개를 예고하는 ‘Enhanced flower’에서 알 수 있듯, 팬 투표 기반의 조합형 시스템 특성상 약할 수밖에 없는 전체로서의 결속력을 보강하려는 시도다.

타이틀곡 ‘Invincible’로 미뤄보아 에볼루션의 ‘진화’는 모그룹보다 제작자의 이전 기획물에 더 맞닿아 있다. 전개와 구조 면에서는 이달의 소녀가 발표한 ‘Butterfly’, 무중력상태의 보컬에서는 오드아이써클 유닛 곡이었던 ‘Loonatic’의 레퍼런스가 보인다. 같은 작곡가의 손을 빌려 끊겼던 역사의 복원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때처럼 목표는 연대를 통한 개개인의 결합 너머 공동체성의 발현이다.

2019년 뮤직비디오에서 벽을 향해 달려가던 흑인 여성과 자연스레 연결되는, 장벽을 완전히 파괴하는 멤버 유연의 모습처럼 ‘Invincible’은 ‘Butterfly’의 속편을 자처한다. 이달의 소녀가 저음역대의 벌스와 저 멀리 날아가는 코러스의 구도로 변태(變態) 과정 속 고통의 몸부림과 두려움, 비상을 향한 갈망과 환희를 표현했다면 트리플에스는 새로이 태어난 한 마리 나비의 본격적인 비행을 그린다. 하이톤 위주의 보컬 프로덕션은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높은 고도를 은유하고, 드럼 앤 베이스 리듬을 비롯한 곳곳의 스펙터클은 자유롭기에 마주할 수밖에 없는 세상의 역경을 청각적으로 묘사한다.

세상을 향한 의지를 부르짖든(‘Heavy metal wings’, ‘Moto princess’), 풋풋한 사랑을 노래하든(‘미열 37.5’, ‘Oui’) 동일하게 마치 한 명의 목소리처럼 옅게 다듬은 보컬 디렉팅은 주어를 흐릿하게 지워 그 자리에 우리 스스로를 대입하게 만든다. ‘바로 옆 그들의 이야기’에서 ‘너와 나, 모두의 이야기’로 거리가 더 좁혀졌다. 그렇기에 ‘Rhodanthe’의 실책은 더더욱 치명적이다. 지나치게 포인트를 준 음색 처리와 작곡가의 자가복제가 선명한 트랙은 아이즈원 등 ‘그 누군가’의 음악처럼 들리며 음반의 지향점에 홀로 동떨어져 있다.

여태껏 보여준 고유한 리얼리즘 콘셉트에서 이탈한 이번 EP는 ‘모든 가능성의 아이돌’을 표방하는 그룹의 새로운 시도일 수도, 아니면 유닛을 숙원 사업 해소의 수단으로 쓰려는 제작자의 욕심일 수도 있다. 둘 중 어느 것이 진실이든 잘 다듬어진 음악은 양쪽 모두의 충분한 근거가 된다. 과거의 유산과 미래의 목표 사이에 끼어 ‘지금’을 잃은 것도 같지만, 사실 ‘현재’는 어제에서 내일로 향하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결과가 아닌 현재진행 시제로 노래한 ‘Rising’처럼 소녀들은 그저 부지런히 날개를 움직일 뿐이다. 거대한 나비효과를 소망하며.

-수록곡-
1. &#10209;
2. Invincible
3. Rhodanthe
4. Heavy metal wings
5. 미열 37.5
6. Moto princess
7. Oui
8. Enhanced fl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