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Album KPOP Album

태민 ‘Never Gonna Dance Again : Act. 1’ (2020)

앨범 발매를 앞두고 < W >와의 인터뷰를 가진 태민은 “나라는 사람 자체를 아예 속부터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라는 문장으로 근본적 변화의 욕구를 내비쳤다. ‘다시는 춤추지 않으리’라 예고된 제목은 도발적이었고 선공개 싱글 ‘2 KIDS’의 처연한 무드는 ‘시간을 견디며 잊혀져야 할 너와 나’라는 단절과 망각으로 마무리되었다. ‘좋은 음악’, ‘훌륭한 솔로 커리어’ 너머에 도달하고 싶은 열망이 감지된다.

태민의 ‘춤추지 않겠다’는 선언은 아무리 희미할지언정 관절 구석구석에 연결되어있던 하얀 실을 끊어내겠다는 의지다.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유연하게 완급 조절을 펼치는 노래와 춤 모두 온전히 본인의 뜻대로 움직이고 노래하며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한 편의 영화를 콘셉트 삼아 앨범을 기획하고 ‘Criminal’의 뮤직비디오 감독을 직접 섭외하며 스톡홀름 신드롬, 젠더리스 디렉팅을 과감히 주도하는 등 태민은 크레디트 곳곳에 본인의 이름을 새기고자 했다. 

야망의 크기를 담듯 < MOVE >와 < WANT >의 절제된 소리 역시 증폭되고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코난 그레이의 ‘Maniac’, 위켄드의 ‘Can’t feel my face’가 연상되는 1980년대 무드의 ‘Criminal’은 ‘우아한 손짓 은근한 눈빛’(‘Move’)에 머무르지 않고 ‘더 망쳐줘’라 갈구하는 태민의 목소리와 퍼포먼스를 긴박하게 요동치는 베이스와 매끄러운 진행을 통해 절정으로 밀고 간다. 지난 타이틀곡처럼 은근하지는 않으나 본격적인 극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타이틀로 제격이다.

‘Criminal’의 도발 후 1막을 구성하는 여덟 노래들은 효과적인 미장센과 카메라 워킹, 특수 효과로 감독의 지배에 적극 헌신한다. 트랩 비트 위 ‘일식’의 멜로디 라인은 비장한 SMP 스타일이지만 키드 밀리의 퇴폐적인 랩과 태민의 가녀린 줄타기 속 지루할 틈이 많지 않다. 발걸음 소리와 함께 무거운 건반 연주로 시작하는 ‘Strangers’, 우아한 탱고 댄서로 분한 ‘해몽’을 배치하며 격렬한 앞 두 트랙의 숨을 죽인 다음 꿈, 몽환, 각성의 대주제를 이어 연결하는 배치 역시 치밀하다.

앨범은 양면적 자아를 토로하는 번안곡 ‘Famous’를 분기점으로 콘셉츄얼한 전반부와 진솔한 본인의 모습을 찾아가는 잔잔한 후반부로 구분된다. 아이린 슬기의 ‘놀이’가 연상되는 냉정한 모노톤의 댄스 곡과 우울하게 침잠하는 ‘Clockwork’가 분열과 후회의 정서를 소개하면 레트로 무드의 ‘Just me and you’와 ‘네모’에 도달한다.

전자는 테임 임팔라의 ‘One more year’에서 들었던 테이프 감는 효과음을 활용한 PBR&B 스타일이고 후자는 박문치가 프로듀싱한 1990년대 풍 알앤비다. 다만 날카로운 앨범 무드를 부드럽게 매만지는 역할, 태민의 팔방미인 보컬 스타일을 강조하는 역할 모두 충실하나 흑백의 전체 톤과는 인상이 사뭇 다르다. 

후반부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이 작품의 음악 요소들이 아티스트의 의지만큼 과감하진 않다는 점이다. 위켄드를 위시하여 라우브, 바지, 코난 그레이 등 팝의 신예 싱어송라이터들의 무드를 바탕으로 런던 노이즈, 언더독스 등 케이팝 신에서 이미 익숙한 팀들이 주조한 트랙들은 곡 자체만으로 기성을 타파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반항하는 태민이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고 지휘하면서부터 곡은 새 생명을 얻어 유기적으로 맞물려 들어간다. ‘Criminal’의 묶인 손목과 ‘Nemo’의 가녀림, ‘2 KIDS’의 회한과 ‘Famous’의 갈등 등 곳곳에서 충돌하고 고뇌하는 다양한 재료들을 온전한 본인의 목소리와 몸짓으로 지휘하며 특별하게 만든다. 

이로서 태민의 서사가 재능 있는 솔로 퍼포먼스를 넘어 본인의 이야기를 담는 그릇으로 재편된다. 그는 보여주기 식 콘셉트, 그룹의 일원 등 수동적으로 소비되는 것을 거부한다. 그런 춤은 이제 그만 추겠다는 것이다.

물론 작품은 비록 아직 불완전하고 온전한 자신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갈등하며 내가 제일 잘 아는 내 모습과 이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겠다는 뜻이 곳곳에 이글거린다. < Never Gonna Dance Again > 트릴로지의 첫 작품에서 케이팝 시스템 속 회사와 아티스트의 안정된 역할을 뒤집고자 하는 한 개인의 인정투쟁을 목격한다. 

– 수록곡 –
1. Criminal
2. 일식 (Black Rose) (Feat. Kid Milli)
3. Strangers
4. 해몽 (Waiting for)
5. Famous (Korean Ver.)
6. Clockwork
7. Just me and you
8. 네모 (Nemo)
9. 2 KIDS

Categories
Album KPOP Album

드림캐쳐 ‘Dystopia : Lose Myself'(2020)

세계관이란 개념을 보편화한 최근의 케이팝 아이돌 중에서도 드림캐쳐의 노선은 확실하다. 악몽이란 소재를 뿌리 삼아 뻗어가는 어둡고 몽환적인 그들의 이야기는 주류와 동떨어진 묵직한 메탈 사운드로 발현된다. 의아했던 장르적 선택은 그룹의 서브컬처 적인 특성을 보필하며 완성도를 높였고 확고한 색깔로써 자리 잡았다.

그들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일본의 직선적인 록이 떠오르던 초기 곡들과 달리 꿈에서 현실로 디스토피아를 옮겨온 전작 < Dystopia : The Tree of Language >의 타이틀 ‘Scream’은 기존 음악 스타일을 기반으로 일렉트로니카와의 결합을 시도했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조를 이으며 발매한 다섯 번째 미니앨범 < Dystopia: Lose Myself >는 드림캐쳐의 정체성과 변화의 중심에서 충실하게 균형을 이뤄내며 앞으로 전개될 서사를 견인한다.

뭄바톤을 토대로 드림캐쳐의 색채를 쌓아 올린 ‘BOCA’는 보컬과 비트를 전면에 내세운 절과 타악기와 목소리 샘플 위 랩으로만 꾸려진 간주 등에서 이전에 찾아볼 수 없던 리듬감을 선보인다. 다만 뼈대는 록이다. 드럼이 고조되며 등장하는 후렴구는 멜로디를 걷어낸 여백을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 리프로 채우며 그룹의 자아를 다시 한번 각인한다. 각기 다른 두 개의 형태가 기승전결을 거치며 조화되기에 안정적이다.

앨범은 2000년 대의 고딕 메탈을 연상케 하는 ‘Break the wall’과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Can’t get you out of my mind’, 발라드곡 ‘Dear’로 다양성을 확보하며 목적을 뒤받친다. 세 개의 수록곡은 그룹의 특색을 유지하는 동시에 메시지를 표현할 여러 방법을 고민한 결과이다.

드림캐쳐가 걸어온 길은 뚜렷하나 화려하진 않았다. 그룹의 특이점은 매력적이나 대중과의 접점은 분명한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무뎌지지 않았다. 그들이 심은 세계는 착실하게 성장해왔고, < Dystopia: Lose Myself >란 열매를 맺었다.

– 수록곡 –
1. Intro
2. BOCA
3. Break the wall
4. Can’t get you out of my mind
5. Dear
6. BOCA (Inst.)

Categories
Album KPOP Album

유키카 ‘서울여자’ (2020)

평가: 3/5

‘서울여자’의 뮤직비디오 속 유키카는 가상과 현실 두 공간에 존재한다. 가상의 유키카는 서울의 밤거리와 반짝이는 네온사인 속 홀로그램으로 투영되어 외로이 춤추는 반면, 현실의 유키카는 해 질 녘 남산 타워 아래서 밝은 미소로 ‘서울의 멋진 여자’가 된 자신을 소개한다. 분명 우리와 같은 도시에 존재하지만 다른 곳에서 온듯한, 함께 있는 듯 하지만 손 잡을 수 없는 오묘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이 같은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것은 유키카가 처음부터 한 명의 개인보다 일종의 캐릭터처럼 기획된 덕이다. 유키카는 게임 음악 제작으로 이름을 알린 박진배(ESTi)가 선보이는 첫 대중음악 가수다. 일본을 떠나 한국에 첫 선을 보인 경로는 아이돌을 육성하는 비디오 게임 ‘아이돌 마스터’를 드라마화한 ‘아이돌 마스터. KR – 꿈을 드림’이었다. 이후 우리에게 ‘시티팝’이라 불리는 일련의 흐름이 유행하자 이에 발맞춰 싱글 ‘네온’을 발표하며 ‘꿈을 찾아 하네다에서 김포로 날아온 일본 시티팝 소녀’의 캐릭터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 서울여자 >는 그래서 독특한 시뮬라크르다. 시티팝이라는 이름 아래 뭉떵그려지는 1980년대 일본에서 유행했던 일련의 흐름을 한 일본인이 ‘분위기 있는 서울 여자’가 되기 위해 한국어로 노래하고 있다. 원본과도 같지 않고 최근의 시티팝 리바이벌과도 구분되는 색다른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이 작품은 시뮬레이션 게임을 음반으로 옮긴 듯한 콘셉트 앨범이다. 여기에 1993년생 테라모토 유키카는 없다. ‘From HND to GMP’로 한국 땅에 발을 디딘 후 사랑을 느껴(‘I feel love’) ‘서울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낯선 ‘네온’ 속에 길을 잃다 ‘Yesterday’와 ‘안아줘’처럼 순간 불안해하며, ‘좋아하고 있어요’로 열띤 고백을 건네나 쓸쓸하게 귀국길에 오르는, ‘유키카’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있을 뿐이다. 

복잡한 인상처럼 판단 역시 양가적이다. 우선 의외로 음악적으로도 섬세하고 잘 다듬어져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짚고 싶다. 박진배의 일관된 프로듀싱 아래 오레오, 모스픽, 작곡팀 모노트리 등 케이팝 프로듀싱 팀의 곡은 간결하고 효과적인 사운드트랙의 기능에 충실하다. 브라스 세션이 두드러지는 ‘I feel love’, ‘서울여자’와 ‘좋아하고 있어요’가 시티팝 유행을 받아 도회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시하며, 역동적인 구성의 ‘안아줘’는 케이팝 아이돌로의 가능성을 제공하고 ‘그늘’로는 1980년대 옛 가요의 재현까지 담아낸다. 

반면 시티팝 유행의 배경과 게임 캐릭터, 복제의 개념이 어색한 이들에게는 ‘도도하고 매력 있어 이런 서울의 멋진 여자’를 노래하는 ‘서울여자’의 가사부터가 불편하게 다가온다. 유키카가 출연 중인 유튜브 채널 ‘라우드지(Loud G)’ 프로그램과 동명의 트랙 ‘친구가 필요해’의 삭제된 노랫말 역시 방송의 연장일 수 있으나 ‘꿈을 찾아 날아온…’의 보편적 개념을 게임 및 마니아적 감상으로 좁힌다. 유키카의 노래가 아닌 기획된 캐릭터의 사운드트랙이라는 점을 느낄 때마다, 따스한 보컬 속 문득문득 인공을 마주하는 낯섦이 다가온다.

듣는 이에 따라 감상이 크게 다를 수 있으나 단순한 모조라고 보기엔 그 완성도가 나쁘지 않다. 따라서 다소 평면적인 마무리일 수도 있으나, < 서울여자 >의 성패는 마지막 트랙 소개 문구처럼 ‘To be continued…’로 이어지는 다음 작품에 달려있다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유키카는 시티팝 리바이벌이라는 시대의 유행이 낳은 홀로그램 캐릭터로 기억 속에 스쳐갈 수도 있고, 혹은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서울여자’로의 삶을 노래하는 우리 곁의 사람으로 좀 더 오래 머무를 수도 있다. 시뮬레이션 게임의 주인공 유키카가 현실에서 선택해야 하는 두 갈래 갈림길이다.

– 수록곡 –
1. From HND to GMP
2. I feel love
3. 서울여자
4. 네온
5. Yesterday
6. 발걸음
7. 안아줘
8. 좋아하고 있어요
9. 친구가 필요해
10. 그늘
11. All flights are delayed
12. Neon 1989
13. 좋아하고 있어요 (Acoustic Ver.)

Categories
Album KPOP Album

화사 ‘Maria'(2020)

평가: 3.5/5

자기 보존을 위한 지독한 몸부림의 결과다. 음반은 모순되는 두 자아, 두 세계가 충돌해 하나의 완전한 존재가 탄생하는 순간을 담았다. 스스로에 대한 회의와 부정 그리고 변화와 수용의 서사를 완벽하게 포착한 콘셉트 앨범이 바로 < Maria >다. 작품의 의의는 온전히 화사 자신에게 있다. 안혜진과 화사의 자아를 그 누구도 아닌 마리아 자신이 모두 받아들였다는 것. 혹은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자기 충족적 예언일 수도 있겠다.

앨범의 유기성이 견고하다. 전작 ‘멍청이’의 화자를 화사로, 가녀린 심청이를 안혜진으로 치환해보자. 방어기제로 탄생한 화사의 자아는 자신을 영웅 취급(“You make me hero”)하는 나약한 안혜진을 안쓰럽게 여긴다. 생존을 위해 주도권을 쥔 화사의 자아는 앨범의 문을 여는 ‘Intro : Nobody else’에서도 철저히 타인을 배척하며 홀로 살아가고자 다짐한다. 텅 빈 공간감을 울리는 화사의 보컬은 높이 비상하며 마리아를 찾는다.

화사를 향한 안혜진의 응답이 바로 ‘WHY’. 여전히 ‘너’는 ‘나’에게 영웅이면서도 이제는 “너에게로 가는 내가 안 보”이냐며 먼저 손을 내민다. ‘Intro’에 비해 훨씬 무거워진 ‘WHY’의 신스 베이스와 확장된 공간감, 비트는 해리된 두 자아의 접점을 그린다.

타이틀 곡 ‘Maria’는 그래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선점한다. ‘Maria’는 마마무가 최근 유지해온 라틴 색의 옷을 입고 그룹이 아닌 화사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안혜진과 화사가 마주해 드디어 마리아라는 합의에 이르렀다. 완전해진 그는 ‘I’m bad too’에서 제법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틱톡에서 유행한 BENEE의 ‘Supalonely’처럼 발랄한 기타 연주와 DPR LIVE의 랩, 이와는 반대로 영 미적지근한 화사의 보컬이 냉소적이면서도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사는 타인의 존재를 받아들일 정도로 단단해졌다. 

독단을 벗어나 결국 누군가와 공존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 화사는 괜찮다고 말한다. 안혜진은 화사에게서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었고 화사는 안혜진에게서 의지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렇게 화사는 “떨어지는 비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꽃”(‘LMM’)으로, 마리아로 다시 태어났다.

‘Kidding’의 기괴하게 비틀린 전자음과 그의 창법은 언뜻 빌리 아일리시를 연상케 하나, 화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독기를 있는 힘껏 뿜어내며 마리아라는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는다. 여기에 ‘Intro’의 웅장한 엠비언트 사운드를 벗겨낸 어덜트 컨템포러리 ‘LMM’까지 더해 앨범은 서사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완벽한 기승전결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Maria’는 화사 자신과 더불어 세상의 모든 마리아를 품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화사는 자신을, 세상을 이겨냈다. < Maria >는 그런 그에게 주어진 왕관이다.

– 수록곡 –
1. Intro : Nobody else
2. 마리아 (Maria)
3. Kidding
4. WHY
5. I’m bad too (Feat. DPR LIVE)
6. LMM
7. 멍청이 (twit)

Categories
Album KPOP Album

레드벨벳-아이린 & 슬기 ‘Monster’ (2020)

팬덤의 지지를 현실로 불러낸 아이린 슬기 유닛은 SM 루키즈 시절 커버한 ‘Be natural’의 고혹으로부터 침대 밑 욕망이라는 이름의 괴물을 불러낸다. 불길한 피아노와 무겁게 깔린 베이스가 조성한 불균형의 공간 위 짓궂은 속삭임 같은 보컬 샘플이 짙은 연기를 틔우고, ‘하나의 조명 왜 그림자는 둘이야’라 노래하는 두 뮤즈는 서로를 응시하며 오묘한 감정을 눈 앞에 꺼내 보인다. 광포한 워블 베이스로 중반부터 끝까지 균열과 뒤틀림을 의도하는 것 역시 제목에 걸맞은 마무리다.

다만 충분히 파격적인 요소들을 모아뒀음에도 ‘Monster’가 의도만큼의 효과를 가져오는지는 의문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구성임은 분명 하나 뒤집어보면 그만큼 각인될만한 요소가 부족하다고도 볼 수 있다.

아이린과 슬기의 보컬은 안정적이나 슬기의 ‘이 광기가 싫지 않아’ 파트처럼 돌출된 쾌감을 많이 주지 못하고, 멜로디 샘플로 대체된 훅은 곡 후반 파괴적인 소리가 들어가기 전까진 하이라이트가 아니라 브릿지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이 소리들이 풍성한 코러스와 트랩 비트, 스트링 세션을 짜임새 있게 정돈했던 ‘Psycho’처럼 치밀하게 놓여있는 것도 아니다.

앨범 수록곡과 비교하면 ‘Monster’는 더욱 아이린 슬기를 대표하는 곡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Be natural’과 5년 전 ‘Automatic’을 이어가는 ‘Diamond’부터 그룹 시절보다 아이린과 슬기 두 멤버만을 위해 보다 짙게 가공된 1990년대 힙합 소울이라 상당히 만족스럽다. 효

과적인 보컬 배치로 강약을 조절하며 가학적인 욕구를 짓궂게 노래하는 ‘Feel good’, 아리아나 그란데의 ‘The way’를 연상케 하는 피아노 연주 위 브라스 세션을 더해 달콤 쌉싸름한 보컬로 포장해낸 ‘Jelly’와 신비로운 알앤비 솔로 곡 ‘Uncover’ 모두 이 조합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실패하기 어려운 기획일수록 불어나는 기대감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 발매 전 콘셉트 포스터와 티저를 통해 유추했던 매혹의 이미지와 달리 앨범은 ‘Monster’의 충격을 선택했지만, 증강 현실과 단체 퍼포먼스로 구현해낸 괴물의 상을 제외하면 노래 자체만으로 유닛의 당위를 충분히 설명하진 못한다.

레드벨벳의 이름으로 나왔어도 크게 이질감이 없었을 터. 완성도는 준수하나 기획의 바탕이 됐던 키워드들을 앨범에 담겠다면 타이틀만큼은 무던함을 넘어 더 파격적이어야 했다. 시선은 7월 20일 후속 활동을 위해 베일에 감춰둔 ‘놀이’에 쏠린다.

– 수록곡 –
1. Monster
2. 놀이 (Naughty)
3. Diamond
4. Feel good
5. Jelly
6. Uncover (Sung by 슬기) (Bonus Track)